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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54화 (254/325)

제254화

(5)

흔한 슈퍼히어로 영화나 재난물, 도심을 배경으로 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그런 영화들에서는 건물의 유리창들은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하나씩 깨져 나가고, 차량은 심심하면 하나씩 부서진다.

그리고 건물이 반토막 나서 무너지거나 불에 타오르고 폭발하는 장면은 없는 경우가 없고, 헬리콥터는 주인공이 탈출용으로 타지 않는 이상 무조건 추락한다.

그런 영화에서처럼, 도심은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었다.

영화랑 다른 점은 아직 추락한 헬리콥터가 없다는 것과, 인명 피해가 거짓말처럼 없었다는 점뿐이었다.

한편 혼란스러운 도심의 위에서, 헬기에 탄 채 활시위를 당기는 한 남자.

“원거리에서 쏘는 화살이면 대처도 못하겠지.”

남자는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고, 그 안에 받쳐 입은 방어구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멀리서 화살만 쏘면 될 텐데, 굳이 입을 필요가 있나?’

하지만 안전벨트를 차면 행동에 지장이 있었으므로, 헬기에서 저격을 하기 위해서는 그는 방어구에 안전 고리를 연결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름 자유로운 움직임을 취할 수 있게 되자, 남자는 활시위를 놓았다.

시위의 장력에 의해 빠른 속도로 가속을 얻은 화살은 헬기의 프로펠러에서 나오는 바람에 의해 궤도가 심하게 비틀리고 말았다.

빠른 물체일수록 다른 방향에서 가해지는 힘에 영향을 받기 쉬웠고, 그게 바로 아주 미미한 바람에도 총알이나 화살이 조준한 곳보다 먼 곳에 맞는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남자의 능력은 그런 외부 요인에도 별로 관계없는 사격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국소적인 범위에서만큼은 바람을 절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풍향 조작.

그 풍향 조작 덕분에 화살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그의 조작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충분히 빠르게 목표에 명중할 것이었다.

“……뭐야?”

하지만, 그 화살이 목표에 명중하는 일은 없었다.

헬리콥터에서 쏜 화살이 지상에 닿기도 전에, 목표물이었던 텐징이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간 거야?!”

텐징이 어디로 갔는지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남자.

하지만 그가 찾는 텐징은 아래에 없었다.

“으아아악!”

헬리콥터의 조종사는 조종석 앞 창문에 달라붙은 텐징을 보고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에 헬리콥터 내부에 탑승하고 있던 다른 이들도 놀라며 혼란에 빠졌다.

“도망쳐!”

비상시, 탈출을 위해 동승하고 있던 순간 이동 능력자가 다른 탑승자들을 데리고 곧바로 탈출했다.

“흐으읍!”

그리고 아무도 없는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붙잡은 뒤 움직임을 멈춰 세우는 텐징.

프로펠러의 움직임이 멈추자 헬리콥터는 양력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텐징은 그 위에서 뛰어내려 도로에 착지했다.

콰과과곽-쿠웅.

아직 시동은 걸려 있었기에 텐징이 사라지자 다시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한 헬리콥터는 프로펠러를 땅에 부딪혀 대며 요란하게 추락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폭발하지는 않았다.

“방금 어떻게 한 거지……?”

“나야 모르지.”

텐징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각성자들은 그가 헬리콥터로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올라 그것을 추락시키는 모습을 보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때, 갑작스럽게 콘크리트 덩어리와 길가에 쓰러져 있던 차량들이 일시에 텐징에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저건……!”

수많은 물체들이 하늘로 솟아오른 뒤 마치 폭격기에서 떨어지는 폭탄같이 맹렬하게 텐징, 단 한 사람만을 향해 떨어졌다.

그런 암석들의 폭격은 이제 막 현장에 도착한 길드가 어디의 어떤 길드인지 보여 주고 있었다.

“단군 길드가 왔다!”

신화 길드처럼 폭넓은 역할 구성이나 태극 길드처럼 극단적인 구성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원거리전이 중심인 단군 길드.

그 단군 길드에서도 원거리 전투에 특화된 정예들이 지금 막 현장에 도착한 것이었다.

“늦어서 미안하군, 친구들. 가져올 물건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그 단군 길드의 수장, 황준이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자리를 잡았다.

“전황준이다!”

“단군 마스터다!”

A급 중에서도 원로 격이자 최상위 실력자인 황준의 도착에, 주위의 각성자들은 투지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때 그들의 옆으로 트럭들이 도착했다.

“전달했습니다! 그럼 이만!”

트럭을 몰고 온 기사들은 일반인이었던지라 시동을 끈 뒤 키를 뽑지도 않은 채 곧바로 현장에서 달아났다.

지금까지 별 반응 없이 도시를 묵묵히 파괴하기만 했던 텐징 또한, 황준을…… 정확히는 그에게 날아들었던 파편들에 반응했다.

“일전의 그놈인가!”

영의와의 싸움 당시, 원거리에서 간간이 날아들던 지원사격이 신경 쓰였던 텐징.

그때와 똑같은 방식대로 염동력을 이용해 날아오는 파편들을 보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것은 그의 몸에 맞더라도 별로 의미 없는 물건들이었다.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그에게 조금 단단한 과자와도 같았을 뿐.

길가의 차량들은 본래 안전을 위해 쉽게 찌그러지게 만들어졌기에 그보다 못한 종이 상자와도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황준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있는 대로 주위에 넘치는 물건들을 쓰려고 했는데…… 다 네놈 손으로 박살 낼 수 있는 걸 무기로 써 봤자 의미가 없으니, 널 위해 준비했지.”

황준은 방금 전 도착했던 트럭을 향해 손짓했고, 이내 트럭의 천장이 폭발했다.

정확히는 트럭에 실려 있던 화물들이 일순에 튀어나오며 폭발한 것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을 뿐이지만.

트럭에서 튀어나온 것들은 검고 어두운 색을 띤 막대기들이었다.

“특별히 제작한 투창이다. 서 비서한테 엄청 깨졌지만…… 이제 뭐라고 못 하겠지.”

건설용 철근 콘크리트에 쓰이는 철재보다 몇 배는 튼튼하고, 더 묵직하며, 심지어 끝부분을 날카롭게 갈아 놓기까지 한 특제 장비였다.

“이걸 맞고 서 있긴 힘들겠지. 두께 2미터짜리 벽도 뚫은 녀석들이니까.”

황준은 손끝을 돌려 텐징에게 손가락을 향했고, 그의 움직임에 맞춰 수많은 특제 투창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준과 텐징이 대치하는 곳에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건물의 옥상.

“길드장님, 현장에 나간 저격조가 실패했다는 연락이…….”

개량 한복을 입은 태극 길드의 길드원이 건물의 옥상으로 다급히 달려와 현장의 정보를 전달했다.

“그건 알지. 방금 전에 봤다네.”

하지만 태극 길드의 길드장 정원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네? 보셨……다고요?”

물론 3킬로미터라는 거리가 가까운 건 아니지만, 망원경 같은 장비만 있다면 저 멀리에서 추락하는 헬리콥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관측 장비 같은 것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봤다는 얘기죠.”

정원의 옆에 서 있던 단군 길드의 비서, 강진이 대답했다.

원시 능력…… 즉 시력이 좋은 강진과 활의 명수인 정원이 함께 협동하고 있었다.

“자네 정말 좋은 인재인데 말이야……. 나랑 같이 일할 생각 정말 없나?”

정원은 자신의 활을 바닥에 박은 뒤, 고정 장치들을 주위로 연결하며 강진에게 이직 제의를 했다.

“없습니다. 지금 있는 직장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요. 그리고, 한복은 취향에 안 맞습니다.”

강진은 정원의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하며 그 이유를 덧붙였고, 강진은 그 대답에 고개를 저었다.

“쯧, 어쩔 수 없군.”

한복을 입는 것만큼은 절대 타협할 수 없었던 정원은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젓고는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철제 와이어와 지지대, 기타 고정 장치들을 이용하여 활을 단단히 고정시킨 뒤 시위를 당기는 정원.

퉁-

“깔끔하군.”

정원은 특제 화살을 준비한 뒤, 양팔로 활시위를 당겼다.

뿌드드득.

괴수들의 소재와, 현대의 첨단 소재들을 모두 결합하여 만든 특제 저격용 대형 활.

하지만 그런 활에 비해 주위에 연결된 고정 장치와 옥상의 구조물들은 그런 내구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불길한 소리가 조금씩 울렸다.

그렇게 시위가 당겨져 있을 때, 격돌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관찰하던 강진은 황준이 맹렬한 기세로 투창을 쏘아 대는 것을 보았다.

사전에 각자의 힘으로 잡기는 힘들 것 같으니, 텐징을 일정한 지점으로 유도하기로 계획한 두 길드장.

“좋습니다. 위치 도달 약 7초 전.”

강진의 말에, 정원은 화살의 속력과 목표와의 거리 등을 가늠했다.

“7초면…… 3, 2, 1. 지금이군!”

화살이 날아가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활을 쏜 정원.

그가 쏜 화살은 날아가면서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했고, 그 충격파에 화살이 잠시 휘청였지만 문제는 없었다.

“맞아라……!”

정원은 화살이 목표에 명중하기를 기대하였으나, 그 결과를 알려 줘야 할 강진은 그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보게, 명중했나?”

현장에서 솟구치는 먼지들 정도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목표에 맞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비, 빗나갔습니다.”

“뭐?!”

정원의 화살은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맹렬한 기세로 날아들었다.

누가 맞더라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눈앞의 모든 것을 꿰뚫을 것만 같았던 화살.

하지만 그 화살이 텐징에게 맞기 직전, 텐징은 빠르게 화살을 피하고 말았다.

“뭐?!”

현장에서 텐징을 화살의 착탄 지점으로 유도하던 황준 또한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껏 자신이 쏘아 내던 투창을 모두 피하거나 잔해 등으로 막고, 쳐 내던 텐징이 갑자기 투창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으니까.

텐징은 팔에 투창이 하나 박혀 상처를 입었지만, 창이 그의 팔을 관통하지는 않았다.

“자꾸 어디론가 몰고 가길래, 이상하다 싶었지. 일전에 보여 줬던 나선 창은 안 만든 걸 보니…… 저런 걸 준비하고 있었군.”

자신의 뒤, 지면을 뚫고 땅속 깊숙이 박힌 화살과 그 화살이 만든 분화구를 바라보며 팔에 박힌 투창을 빼내는 텐징.

그는 타고난 전사였고, 또 용병 시험에 통과할 정도로 그렇게 멍청하지도 않았다.

다만 종종 전사의 본능 때문에 이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본능과 이성이 모두 그에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줬었다.

틀림없이 더 강력한 수를 가지고 있는 상대방이 그 수를 꺼내지 않고 계속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데다 어디론가 유도하는 느낌을 받았기에,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유도하듯 한쪽 방향으로 몰던 상대방이 갑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 전 방향에서의 공격을 시도할 때, 텐징은 곧바로 탈출을 감행했다.

오른팔에 창이 하나 박히긴 했지만, 덕분에 치명상을 입을 뻔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텐징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시간 낭비인 것 같군.”

사실 텐징은 황준이 뭔가 비장의 수를 보여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간절히 원했던 번개나 근거리 싸움을 피하지 않는 은색 헬멧의 사내가 아닌, 단순한 원거리 저격이라는 것을 알자 이제 여기에 있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주변에 있는 각성자들을 반쯤 불구로 만들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은색 헬멧의 남자를 유도할 생각을 한 텐징.

하지만 그가 주위에 있는 각성자들에게 돌진하려 할 때,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목도 굵네. 한 손으로 못 잡겠어.”

“무슨……?!”

그가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고 은밀하게 접근해 온 습격자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본 텐징이었지만, 그가 뒤를 돌았을 때에는 반쯤 파괴된 도심이 아닌 다른 곳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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