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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45화 (245/325)

#제245화 (21)

대회장의 바깥에서 황룡강시와의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 대회장의 내부는 그 황룡강시들이 모두 정리된 상태였다.

“이놈들은 복색들이 조금 다른데?”

황룡강시들은 각자 생전의 무공과 내력을 그대로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공들여 만들어진 강시들이었다.

그렇기에 각자 애용하던 무장과 그들의 정체를 눈치챈 사람들이 공포와 혼란에 빠지게끔 상징적인 옷이 있다면 대부분 갖춰 주었었다.

황룡강시들 모두가 생전의 능력을 전성기의 수준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아는 공손환은 그것들이 전부 일순에 정리되자 허탈해졌다.

‘하나만 있어도 한 성을 뒤엎을 수 있는 황룡강시들을 단숨에…….’

하지만 정작 강시들을 박살 낸 두 당사자들은 혀를 차고 있었다.

“쯧쯧, 아쉽군. 한 녀석만 더 있었다면 승부를 가릴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내가 이겼겠지.”

혁련무강과 독고휘, 둘 다 황룡강시를 정확히 같은 수만큼 잡았다.

둘의…… 정확히는 둘만의 승부는 그 탓에 무승부로 돌아가 버린 상황.

“아까와 같은 대화의 연장선이 될 것 같으니 대답을 하지 않겠다.”

방금 전, 둘이 서로 유치하게 싸웠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혁련무강은 대화가 길어져 방금 전의 상황과 똑같이 변하기 전에 끊으려 했다.

“하, 나의…… 본좌의 무용에 쫄았군! 하긴 이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리가!”

하지만 독고휘는 그것을 자신의 승리라고 확신했고, 혁련무강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 그렇다면 저놈으로 결판을 내지.”

“저놈이라니? 저…… 녀석……?”

혁련무강은 어딘가를 가리키며 결판을 내자는 말을 했고, 독고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독고휘가 고개를 돌린 곳에서 뭔가를 보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자, 공손환은 곧바로 양팔을 펼쳐 보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후후…… 그렇습니다. 참으로 간만에 뵙는군요! 스승님! 이 제자가 보고 싶으셨습니까?”

자신을,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 독고휘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에 웃음이 터져 나온 공손환.

본래라면 처음 오자마자 그런 반응을 보여 줄 거라 기대했지만 강시를 잡는 경쟁이 다소 과열되어 강시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조금 늦어졌다.

“지켜보니 뇌섬문은 여전히 건재하더군요! 그 사건 이후로 제자들이 전부 도망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용케 잘 숨…….”

공손환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가고 있었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영의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그쪽 보는 거 아닌 것 같은데.”

“숨겼……. 뭐라고?”

공손환은 영의의 말에 고개를 돌렸고, 독고휘는 뭔가를 보고 얼이 빠져 있긴 했지만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대체 뭘…….”

이내 독고휘가 뭘 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도 고개를 돌린 공손환.

그는 군데군데 파괴된 객석의 한가운데에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보라색 옷차림의 인물을 발견했다.

달각.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방금 끓인 뒤 우려낸 것 같은 차는 덮개 겸 받침까지 갖추고 있었다.

“……분명 없었는데.”

“살기가 없었으니 몰랐겠지. 아무것도 안 느껴지기도 하니.”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부인에 대한 경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공손환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서 그 외부인의 정체가 드러났다.

“……교주님.”

“교주? 그렇다면 저놈이 마지막이겠군.”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보라색 옷을 입은 이…… 교주에게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달리 느껴지는 게 없군. 이 순간까지도 자신을 숨기는 건가.”

“어찌 되었건, 저놈만 정리하면 되겠지.”

스르륵-

지금껏 맨손으로만 싸워 오던 독고휘가 검을 뽑아 들었고, 혁련무강 또한 거대한 아수라의 형상을 자신의 몸 안으로 깃들게 했다.

몸과 행동에는 여유가 묻어 나왔지만, 손대중을 하지는 않겠다는 둘의 태도.

하지만 그들이 다음 발걸음을 떼어 놓으려던 순간, 틀림없이 눈에 잘 띄어야 하는 특징적인 색인 교주의 옷에 가득하던 보라색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형환위인가!”

“그런 것보다 더 빠르다!”

둘은 곧바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교주가 사라진 객석의 주변부터 탐색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서로 등을 맞대려 했다.

턱.

하지만 등을 맞댄 순간, 분명히 하나의 몸만이 느껴져야 했지만 각자의 등에 닿은 타인의 신체는 둘이었다.

자신도, 주변에 있던 그 누구도 아닌 다른 이의 신체가 맞닿은 것이란 걸 알았기에 곧바로 물러서는 독고휘와 혁련무강.

“어느새에?!”

“놈! 사술이로구나!”

누군가 보았다면 두 절대고수보다 무위가 높은 이가 보여 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라고 생각했을 광경.

대회장 내부에 있던 모든 무인들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니.”

“저 양반들도 몰랐던 것 같은데, 이거…… 상황이 엄청 안 좋군.”

팽소운과 장산은 믿고 있던 둘마저 반응 못하는 속도에 절망에 빠졌다.

그리고 자신의 상사인 교주의 위용에 감탄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공손환.

“아-하하하! 교주님께서 네놈들을 도륙 내고 세상을 혼돈으로 몰고 가실 거다! 정파나 사파, 아니! 무공마저 없는 혼란스러운 세계로! 광혼환세교 만세!”

공손환은 양손을 치켜들고 바닥에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자신의 교주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두 무림인들을 농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승리할 거라는 믿음이 가득 찬 공손환.

“……너는 좀 닥칠 필요가 있겠어.”

영의는 계속 옆에서 소리치는 공손환에게 짜증이 치밀었다.

“크흐흐, 얼마든지 해 봐라. 이미 교주님께서 나오셨으니, 뭘 하든 너희의 패배는 정해진 운명이다.”

공손환은 자신감이 넘치는지, 싸우는 것마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양질의 시체가 넘칠 테니 엄청난 강시들이 만들어지겠구나. 현경, 또는 그 이상의 경지를 달성한 시체로는 대체 어떤 강시들이 만들어질까?”

강시에 집착하는 듯한 공손환의 언행을 눈치챈 영의는 무심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무인이냐? 아니면 저런 거 만드는 기괴한 연구 담당 과학자냐?”

그가 알기로 공손환은 예전에도 무인이었고, 지금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아 무인처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언행만큼은 강시를 자랑하거나 어떤 강시가 나올지 기대된다는 등, 미친 과학자의 면모가 보였다.

“그래…… 뭐, 말해 주도록 하지. 교주님께서 직접 손보신 황룡강시만큼은 아니지만, 그 아래의 다른 강시들은 모두 나의 작품이다. 내가 교에-”

이제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자 마음속에 여유가 넘쳐흐르는 악역들처럼, 말을 아낌없이 내뱉는 공손환.

‘곧 끝난다는 생각을 가진 악역들이 왜 말이 많아지나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지금까지 비밀로 하다가 공개하는 거잖아? 말이 많아질 만하네.’

영의는 이런저런 말을 쏟아 내는 공손환을 보며 몰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래, 나 또한 강시처럼 강화된 몸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뇌기를 버텨 내기 위해서, 뇌섬문에 복수하기 위해서! 하지만 내가 복수하기에 스승…… 독고휘는 너무나 강대해져 버렸고…….”

“잠깐, 거기까지.”

공손환이 한참 말을 이어 가고 있을 때, 영의가 그의 말을 끊었다.

“뭐지? 살려 달라고 빌 셈인가?”

“그건 아니고, 수고했다고. 잘했어.”

“아아, 나의 노고를 알아주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네놈을 살려 줄 수는…….”

“아니, 잘했어, 전룡. 그대로 지져 버려. 최대 출력으로.”

영의는 공손환이 한참 뭔가를 떠들고 있을 때 몰래 전룡을 그의 등 뒤로 붙였고, 목을 휘감게 했다.

“전룡?”

공손환은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영의의 말에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정령인 전룡은 일반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았고, 힘을 쓰기 전까지는 감지조차 할 수 없었다.

자연과 소통이 가능한 숲요정이나 영의라면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지만, 미딜을 만나기 전의 영의처럼 정령의 개념조차 없다면 거의 불가능했다.

“지진다. 에너지…… 해방.”

공손환의 목 주변과 머리에서 실체화한 뒤 곧바로 번개를 뿜어내는 전룡.

콰르릉!

“크으아아아악!”

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개조되지 않은 머리 부위였기에 공손환은 전룡의 공격을 그대로 얻어맞고 쓰러졌다.

“대체…… 이건…….”

본 적도 없고, 낌새조차 느낄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공격.

공손환은 당황하여 영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영의는 그런 그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차핫!”

“위치 변환.”

콰앙!

“죽어라!”

“실드.”

콰드드득.

독고휘와 혁련무강, 둘이 교주와 싸우고 있었지만 교주는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리며 그 공격을 피해 내고 있었다.

“엄청난 공력이다! 의형강기로 방패를 만들어 내다니!”

“저 둘이 전력으로 달려드는 걸 막아 내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는데.”

그리고 차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광경을 구경만 할 뿐인 팽소운과 장산.

대회장 내부에 있는 무인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여태껏 없었던 무와 무의 격돌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무림의 세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영의로서는 진실을 알고 나자 허탈해질 뿐이었다.

“……마법사였냐? 그것도 흑마법…….”

과정이야 어찌 됐건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 또한 다른 세계에서 왔고, 용신처럼 그냥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는 존재도 있으니까.

하지만 혈교라든가…… 배교 같은 무림 전통의 흑막들을 기대했던 영의로서는 암중 세력이 마법사가 만든 것이라는 걸 알자 마음속으로 엄청난 공허함이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사용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어느 차원에서 흘러들어 온 존재인지 파악 중에 있습니다.]

알림이 또한 이곳과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이란 것을 알자 곧바로 자세한 조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너 근데 되게 오랜만에 말 거는 것 같지 않아?’

영의는 문득 알림이의 목소리를 정말 간만에 듣는다는 생각을 했다.

신직의 시체(관인의 것이었지만 신직의 것으로 알고 있었다)를 찾을 때 이후로는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렇게 느끼신다면, 오랜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랜만입니다, 사용자.]

‘아니, 뭐…… 아무튼. 이제 슬슬 저쪽도 정리될 것 같네.’

영의는 독고휘와 혁련무강의 싸움을 지켜보다, 쫓아가기 급급하던 둘이 어느덧 교주의 순간적인 위치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거기냐!”

“위치 변환!”

“이쪽이겠군!”

“약해져라.”

“힘이 빠지는군……. 대체 무슨 사술이냐!”

싸우는 도중에 패턴을 학습하기라도 한 건지, 아예 나타날 위치까지 예상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오오! 저걸 예측하다니!”

“근데, 교주라고 하더니 무공보다는 사술이 더 많은 느낌이지 않나?”

그리고 어느덧 구경꾼이 다 되어 버린 팽소운과 장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바깥으로 떠밀기 시작했다.

“좋아요, 겉절이 영감님들. 우리는 바깥으로 갑시다. 강시들 정리해야죠.”

“어? 여, 여기 있으면 안 되나? 혹시나 싶은 경우를 대비해야 하니…….”

“저건 저쪽 영감님들이 알아서 해결할 거예요. 우리들은 겉절이답게 바깥이나 정리하고 옵시다. 어차피 별 도움도 안 될 것 같은데.”

영의는 최대한 빨리 이곳의 혼란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건 맞네만……. 그보다 겉절이가 뭔가?”

“됐고, 밖에 있는 강시나 정리하고 오죠.”

“그럼 저 녀석은?”

팽소운이 무대 위에 쓰러져 있는 공손환을 가리켰지만, 영의는 고개를 돌려 곧바로 대회장 바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 일어나진 못할 거예요. 일어나면 바로 지져 버리라고 했으니.”

“지져? 누가?”

팽소운은 영의의 말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그를 따라 대회장 바깥으로 따라나섰고, 그때 대회장의 안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푸드덕-

무대 위에 내려앉는 뇌령조, 뇌영.

“휘로록(이놈인가)?”

영의의 신호를 받고 온 뇌영은 공손환의 머리 위에 앉았고, 옆에 있던 전룡에게 물었다.

“기절. 반복. 일어날 때마다 지져.”

끄덕끄덕.

“크윽…….”

뇌영의 착지 때문이었을까, 공손환이 정신을 차리려는 모습을 보이자 뇌영과 전룡 둘 다 몸에서 뇌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빠지직, 파직-!

“크어어억!”

그렇게 두 애완동물(?)의 감시하에, 공손환은 계속 기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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