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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37화 (237/325)

#제237화 (13)

마교의 대공자, 혁련무강의 아들, 권마의 제자에 젊은 시절의 혁련무강처럼 패도를 걷는 모습까지 보여 준 혁련강.

소속은 불명, 관계나 지인도 불명, 그러나 모든 시합을 멋지고 화려하게 끝냈다.

그 멋진 모습과 외모로 수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동시에 독고휘와 같은 모습을 보여 주기까지 하니, 더더욱 인기가 몰리는 최영의.

그 둘의 시합은 이번 비무대회에서 최고로 관심이 쏠리는 시합이 되었고, 다른 둘도 만만찮게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시합을 결승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금우가 운영하는 내기 판이 거의 마비가 될 정도로 수많은 금액이 몰렸고, 영의의 별호도 슬그머니 바뀌려 하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엄청난 경지에 이른 것과 마교와 맞서 뇌기를 튀겨 가며 팽팽하게 싸우는 모습이 마치 독고휘와 같았으니 소검황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영의가 검을 쓰지는 않았지만 독고휘의 별호가 검황이었으니 미래의 독고휘 정도로 부르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강자와 강자의 싸움인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마교의 대표와 정파를 대표하는 검황의 무공을 쓰는 이가 서로 싸우니 사람들은 더더욱 열광했다.

그러나 그런 관객들의 기대와 달리, 당사자들은 마교니 정파니 그런 것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시합의 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혁련강은 마지막으로 영의에게 으름장을 놓듯이 말했다.

“네놈을 언젠간 내 앞에 무릎 꿇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혁련강의 말 따위 관심에도 없는 영의는 그 말을 받아쳤다.

“그거 알아? 무릎이 구부러지는 건 펴질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야. 너는 계속 구부리고 있나 보네. 그러다 관절 다 나간다?”

“한마디를 안 지는구나……!”

혁련강이 이를 갈다 못해 부숴 버릴 기세로 어금니를 꽉 물고 있을 때, 심판을 맡은 무인이 다가왔다.

“둘 다, 위치로!”

심판의 말에 뒤로 물러서서 자세를 잡는 혁련강과 영의.

그리고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그런 둘의 모습을 사회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에잉…… 쯧쯧, 쓸데없는 기 싸움에 목숨을 걸고 있군.”

“서로 간의 신경전도 투지를 불태우기에는 좋겠지만, 기름을 붓다 못해 아주 끼얹고 부채질까지 하는군. 그리고 거기에 단순하게 걸려드는 꼴이라니……. 쯧.”

혁련무강과 독고휘는 둘 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혁련강을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저, 다소 외람된 말입니다만…… 두 분은 서로 각자의 편을 드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용준이 소심하게나마 적어도 혁련무강은 혁련강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둘은 용준의 말에 짜증을 냈다.

“저딴 모습을 보고도 편을 들라고 하는 건가? 우리가 장님으로 보이나 본데, 본좌는 저런 놈이 아들이면 내다 버렸다.”

“부모의 정도 괜찮아 보여야 드는 거지, 무인의 길을 걷는 놈이 저런 한심한 모습을 보이다니…… 평소의 목석같은 모습은 어디로 갖다 버린 건지.”

혁련무강과 독고휘는 혁련강이 도발에 너무 쉽게 넘어간 점을 들어 한심하다 하고 있었다.

용준이 보기에도 혁련강은 냉철한 모습을 보이던 지금까지의 시합과 달리 영의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사람처럼 너무 쉽게 흥분한 모습을 보였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것도 어느 정도…….”

독고휘가 뭐라고 말하려던 그 순간, 무대 위에서 시합이 시작되었다.

“시작!”

쿠웅.

시작 소리가 울리자마자 곧바로 진각을 밟으며 전력으로 달려 나오는 혁련강.

“흑룡탐조(黑龍探爪)!”

혁련강이 초식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준결승전부터 도입된 경기 사회 담당인 만박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혁련강의 무공인 흑룡제천권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듭니다!

만박자는 본래 학자 같은 모습이 주된 이미지였지만, 비무대회의 사회를 맡게 되자 정말 열정적인 사회자로 변신하였다.

권법이 주된 장기인 권마 강자성에게 전수받은 승룡파천권.

혁련강은 그것의 이름을 마교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색인 흑룡으로 바꾸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나름의 개량과 원로들의 조언을 거쳐 자신의 무공인 흑룡제천권으로 바꾸었다.

하늘을 부수겠다는 파천(破天) 대신 제천(制天), 하늘을 다스리는 흑룡이 되겠다는 이름을 붙인 혁련강.

그는 마교만이 최고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생각을 가진 그로서는 천마이자 교주인 아버지 혁련무강과 대등한 상대라고 칭해지는 독고휘를 두고 볼 수 없었다.

-벼락은 하늘에서, 그리고 구름에서 내려친다. 그렇다면 나는 그 하늘과 구름을 거머쥐고 다스리는 한 마리 용이 되어 벼락을 내 아래에 두겠다!

독고휘를 꺾고, 자신이 천하제일에 이르겠다는 그의 포부와 야망을 담은 이름과 무공이었다.

실제로 그는 흑룡제천권을 개량할 때 강의 극치에 이른 승룡파천권에 유와 변의 묘리를 더하여 개량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것은 빠른 속도와 특유의 피해를 부르는 뇌기를 경계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인생을 쏟아부은 결과물인 흑룡의 앞발은, 그것보다 빠른 번개의 앞에서 무력해지고 있었다.

“일수(一手) 차올리기.”

타악!

-최영의! 혁련강의 빠른 흑룡탐조를 쳐 냈습니다!

영의는 나름대로 초식명이라고 얘기하고 있었지만, 무림인들에게는 그다지 초식으로 다가오지 않았기에 초식 없이도 여유롭게 싸운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탐조, 탐색하는 발톱이란 말처럼 반쯤은 견제용에 가까워 힘은 약하지만 속도만큼은 장점인 초식이 그것보다 더 느려야 할 발 차기에 맞고 튕겨 나가고 있었다.

“이놈, 흑룡전…….”

-혁련강! 흑룡전신인가?! 장우형을 탈락시켰던 흑룡전신이 나오는가?!

걷어차여 튕겨 나간 왼손을 대신하여 오른손으로 영의를 공격하려 하는 혁련강.

하지만 영의는 그런 혁련강의 오른손을 피하거나 쳐 내는 대신, 왼쪽 겨드랑이에 끼워 뒤로 드러누웠다.

“이수 접수.”

-아! 흑룡전신이 붙잡혔습니다!

“무슨……?!”

영의가 자신의 힘과 몸무게로 잡아당기고 있었고, 동시에 공격을 하느라 몸의 무게중심이 다소 앞으로 쏠려 있던 혁련강은 앞으로 넘어갈 뻔했지만 이내 발을 옮겨 몸을 지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상한 놈의 기술을 따라 하려 하는 거냐? 통하지 않는다! 그대로 죽어라!”

-최영의! 만쇄문의 기술을 사용하려 한 듯하지만 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상당히 안 좋은 수를 둔 듯 보이는군요!

혁련강은 영의가 종신이 쓰던 특유의 그라운드 기술을 어설프게 따라 하려 했다고 생각하며 오른손으로 영의의 옷을 꽉 붙잡았다.

-아! 붙잡혔습니다!

그러고는 한쪽 다리를 들어, 발로 영의를 내리찍으려 하는 혁련강.

그는 혹시나 싶은 영의의 수작을 막기 위해 지지대로 쓰는 한쪽 다리에 천근추의 묘리를 실어 균형을 잡고 있었다.

“낙룡충운각!”

-혁련강의 새로운 초식이 나왔습니다! 이걸 피하기에는 상당히 큰 무리가 있……!

옷까지 붙잡히고, 벗어날 구멍이 없어 보이는 영의.

실황을 맡은 만박자와 달리 경기 진행의 사회를 담당하는 용준은 영의가 둔 악수를 안타까워하며 조심스레 양옆에 앉은 인물들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어떻게 생각대로 움직이냐? 그대로 버텼어야지.”

영의는 혁련강의 팔을 축과 지지대로 삼아 왼쪽으로 한 바퀴 회전했다.

-아아! 최영의! 오른쪽으로 피했습니다! 저 상태라면 오른팔을 방해물로 쓸 수 있겠지요!

혁련강으로서는 하필 한쪽 다리가 굳건하게 버텨 준 데다 반대쪽 다리도 공중에 떠 있던 탓에 견제를 못 했고, 영의는 깔끔하게 몸을 돌릴 수 있었다.

옷이야 조금 꼬였지만,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대로 혁련강의 오른손에 쥐여 있는 자신의 옷을 이용해 그의 팔을 끌어당기는 영의.

“이놈이!”

혁련강은 왼손으로 영의를 잡으려 했지만 영의는 혁련강의 오른팔을 붙잡은 채 곧바로 그의 등 뒤로 돌아갔다.

제아무리 균형을 잡아 둔 다리라고 해도 제자리에서의 회전은 어쩔 수 없었기에, 혁련강은 영의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조금 회전해 버렸다.

“좋아, 꼼짝 마.”

마치 경찰이 범인을 체포할 때처럼, 한쪽 팔이 뒤로 꺾이게 된 혁련강.

“크윽.”

그는 벗어나기 위해 왼팔과 양다리를 사용해 움직였지만 영의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정말 잽싸게 움직입니다! 혁련강도 그리 느린 건 아니지만,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이 치졸한 녀석이! 도망만 치지 말고 맞서 싸우란 말이다!”

혁련강은 이내 영의가 도망 다니는 것을 비하하기까지 했지만, 영의는 그런 말에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안한데, 이기는 게 우선이라서 말이야.”

영의는 곧바로 혁련강의 오른팔을 꺾으며 뇌기를 흘려 보냈고, 혁련강은 그 자리에서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최영의! 뇌기를 사용합니다!

팔이 꺾이는 고통과 몸에 전류가 흘러 들어오는 고통은 비명을 지르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났지만, 혁련강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정도는…… 어림도 없다! 우오오오!”

이내 억지로 영의를 떨쳐 내려 몸과 오른팔을 전력으로 휘두르는 혁련강.

우드득.

그 과정에서 그의 어깨에서 불길한 소리가 났고, 마치 채찍처럼 휘둘리는 오른팔에 영의는 그만 팔을 놓치고 말았다.

“팔 하나를 그냥 내준다고……? 그것도 오른팔을?”

혁련강이 자신의 안위를 살피지 않을 줄 몰랐던 영의는 그의 행동에 당황했다.

-아아! 혁련강! 떨쳐 냈습니다!

“후우…… 정말로 죽여 주마.”

뿌득.

영의를 노려보며 오른팔을 거의 억지로 끼워 맞춘 혁련강.

혁련강의 몸에서 검은색의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자 영의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가볍게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뇌기를 아껴 두려 한 영의였지만, 눈앞의 혁련강이 이상한 힘을 쓰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혁련강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은 다른 이들에게도 보였는지, 다소 놀라는 반응들이 튀어나왔다.

-아아! 혁련강! 몸에서 기가 일렁입니다! 벌써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나요!

하지만 그 모습에 가장 당황하고 놀란 것은 다름 아닌 혁련무강이었다.

“어째서……? 저런 경지가 아니었거늘! 그리고, 승룡파천권은 저런 무의미한 내력의 소모를 요구하지 않는 무공인데!”

권마, 강자성이 사용하는 승룡파천권은 무식하게 때려 부수는 그의 성정과 비슷하게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무공이었지만 의외로 세심하고 깔끔한 면도 있었다.

내력을 무의미하게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강기나 필수적인 권기의 발출을 제외하면 소모되는 기의 양을 엄청나게 절약하고 새어 나가는 기운을 없애는 방식으로 위력을 높였던 것이다.

“크흐흐흐흐, 이것이 바로 흑룡투기다! 나의 새로운 힘을 한번 느껴 봐라!”

혁련강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영의에게 달려들었고, 그는 불과 조금 전에 부상당했던 오른팔을 힘차게 휘두르며 공격을 가해 왔다.

-아아! 혁련강! 숨기고 있었던 비장의 수단인 것 같습니다!

만박자는 혁련강의 말과 그의 모습을 보고 그럴듯한 추측과 함께 외쳤고, 그의 말에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시합이 더 흥미진진해진 관객들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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