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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21화 (221/325)

#제221화 (22)

이어진 대결의 주인공은 월하장의 신직과 공운문의 조관인.

둘 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곳의 출신이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점에 더욱 열광했다.

“자, 자! 박빙의 승부! 어느 누가 이길지 모르는 명승부입니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보가 없는 싸움이오!”

내기 판의 금우도, 아무런 정보가 없는 둘의 싸움에 더 많은 돈을 거는 것을 종용했다.

그리고 사람들도 그것을 더 즐겼다.

그야말로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눈이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맞히는 듯한, 가능성이 절반인 싸움이었으니까.

그 열기는 대회장에도 전해졌는지, 객석에서는 시작하기도 전에 응원소리가 터져 나왔다.

“열심히 해라! 월하장에 걸었다!”

“꼭 이겨라! 같은 조 씨라서 응원한다!”

다소 여러 가지 이유로 응원하고 있긴 했지만, 흥미가 있는 것은 무인들도 마찬가지인지 제법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호오, 보잘것없는 녀석들의 혈투가 가장 재미있는 법이지.”

“다소 언행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싸우는 게 제일 재밌는 법이기는 하지요.”

연화가 앉아 있는 객석의 옆에 다리를 꼬고 앉아 거만하게 무대를 쳐다보는 혁련가의 형제들.

“귀인은, 왜 안 계시는 걸까…….”

그리고 어제 본선에서 탈락했던 몇몇 무인들도 관전은 허락받았기에 무대 아래의 객석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음! 사나이끼리의 투지 넘치는 비무라니! 재밌겠어!”

팔짱을 낀 채, 무대 위의 두 사람을 쳐다보며 미소 짓는 강정갑.

“휴우, 이런 별 볼 일 없는 시합이나 봐야 하다니…….”

골목에서 잠시 영의를 마주쳤지만 다소 골치 아픈 일이 될 것 같았기에 대회장으로 돌아왔으나 시시함만 느껴져서 한숨을 쉬는 북주혜.

“저기, 너. 섬전뢰. 어디 있는지 알아?”

그러나 당세진이 갑자기 그런 북주혜에게 다가와 영의의 행방을 물었다.

“왜 소녀…… 아니, 저한테 물으시죠? 모릅니다만?”

주혜는 세진의 물음에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세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너. 알고 있잖아? 혼자만, 섬전뢰 안 찾아. 적어도, 여기 없는 건 알지?”

혁련운과 연화마저도 연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영의가 어디 있을까 찾는 반면에, 주혜는 그러지 않고 무대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세진이었다.

“저도 몰라요. 하지만 여기로 오진 않을 겁니다. 상당히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린 것 같았거든요.”

주혜는 세진을 떨쳐 버리기 위해 이곳에 영의가 오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

솔직히, 영의를 쫓아가던 이들 중 대부분은 몰라도 몇 명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쫓아갈 고수의 느낌이 있었으니까.

“……응. 그렇구나.”

세진은 주혜가 확신에 가득 찬 태도로 말하는 것을 믿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응? 그럼, 이건. 누구?”

뒤로 돌아 자신의 자리…… 세준이 손짓하는 곳으로 돌아가려던 세진은 어느새 자신들의 뒤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네?”

세진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영의가 다소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앉아 있었다.

“어…… 안녕하지?”

몰래 들어와 조심스럽게 눈에 띄지 않게끔 제일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영의였지만 때마침 뒤를 돌아본 세진에게 들키자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인사를 했다.

“응. 안녕.”

“……당신, 어떻게 온 거죠? 당신 주변에 고수들이 붙었을 텐데.”

“걸어서…… 그리고 뛰어서 왔지. 그보다 그걸 봤나 봐? 하긴, 못 보면 이상할 광경이긴 했겠네.”

영의는 딱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공중을) 걷고, 그리고 (공중을) (엄청난 속도로) 뛰어서 온 건 맞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걸어서…… 그리고 뛰어서라……. 그래요, 말해 주기 싫을지도 모르겠네요.”

주혜는 그렇게 싸늘하게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고, 세진은 그 자리에서 의자를 넘어와 영의의 옆에 앉았다.

“섬전뢰,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냥 별일 아니었……. 그보다 그건 왜……?”

영의는 세진이 어떻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지에 대해 묻기보다는 그걸 굳이 궁금해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쟤가, 섬전뢰. 골치 아픈 일 있었다고.”

세진은 주혜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고, 영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신경 안 쓰는 게 좋을 거야.”

영의는 다른 이들은 몰라도 세진은 그다지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베키 같은 느낌인데, 약간 안 시끄러운 베키 느낌이랄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찾아다니고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하면 거기에 매달리는 모습이 딱 베키와도 같았다.

그리고 이런 타입은 떼어내 봤자 의미가 없다는 사실 또한 알았기에, 영의는 그러려니 하고 그녀를 방치하기로 했다.

“오, 시작한다.”

영의는 이번 시합은 한번 본 적이 있는 인물이 치르는 것을 보고 제법 흥미롭게 구경하기 시작했다.

“시작!”

시작 신호가 울리고, 두 무인이 격돌하는 순간 해설석에서도 해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월하장이라…… 예전 정마대전 당시에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무인이 세운 장원이었지 아마.”

“그렇습니다. 온검이 세운 문파이지요.”

둘 다 정파 쪽의 문파였기에, 독고휘와 용준이 해설 겸 사회를 동시에 진행했다.

“나름 실전성이 강하고 변칙적인 움직임이 특기인 문파인데…… 어째선지 검이 아니라 권을 쓰는군?”

그리고 월하장의 신직은 검수라고 되어 있고, 실제로 검도 패용하고 있지만 어째선지 권각으로만 상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참으로 특이한 일입니다. 아무리 권에 자신이 있더라도 상대 또한 검을 쓰고 있다면 검을 쓰는 게 더욱 좋을 것을…….”

그리고 그들의 대화 도중, 끼어들 여지가 보이자 혁련무강이 끼어들었다.

“아마, 비무대회 도중에 나온 몇몇 인물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 만쇄문의 곰 같은 녀석이나 섬전뢰 같은 경우. 화려하고 깔끔한 기술로 순식간에 인기를 몰아갔으니 말이다.”

만쇄문의 종신이나 영의를 예시로 들며, 그들의 멋진 모습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하는 혁련무강.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거겠지. 아마 예선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다 탈락한 떨거지 녀석들이 있을 텐데?”

혁련무강은 그들이 그런 둘을 따라 하려는 것 같다는 말을 했고, 상당히 그럴듯한 이유였기에 관중들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하지만 월하장은 명성이 그리 필요치 않을 텐데……. 온검이 야망은 없지만 명망은 높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용준은 소림의 무승답지 않게 정파의 일에 빠삭했고, 월하장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이름 높은 무인의 아래에 제자가 되기 위해 모이다 보니 만들어진 문파.

계획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명성과 됨됨이를 믿고 온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나름 탄탄한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젊을 때의 혈기와 야망을 우습게 보면 안 되는 법이지. 한창 자신감과 체력이 넘칠 시기이고…… 또 인기나 평판에 민감하니까.”

하지만 독고휘는 젊을 때의 혈기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고는, 뒤에 또 다른 말을 덧붙였다.

“오히려 야망이고 뭐고 다 집어치운 놈이 더 이상한 것을…….”

“그건 맞는 말이지…….”

둘 다 같은 사람을 연상하던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무심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과 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짜증이 나는지 고개를 돌렸다.

“난 모르겠다, 이제부터 네가 알아서 하거라.”

“예?”

독고휘의 뜬금없는 해설 중단에 당황하는 용준.

“본좌도 그만두겠다. 정파 녀석들뿐이라 설명할 것이 없구나.”

혁련무강까지 해설을 중단하겠다 얘기했지만, 용준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예, 예.”

오히려 둘이 없으면 더 편하게 해설과 사회를 할 수 있었기에, 용준은 무대를 지켜보는 데에 집중했다.

“자! 이제 신직의 일권이 명중을……. 응?!”

퍼억.

하지만 본격적인 해설과 사회를 하려던 그때, 호기롭게 달려들던 신직이 반격을 맞고 나가떨어졌다.

“어……?”

신직을 상대하고 있던 공운문의 조관인마저도 별다른 의도 없이 견제로 내민 발 차기에 상대가 나가떨어지자 당황한 듯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툭.

의외로 제대로 맞은 건지, 아니면 운 나쁘게 엉뚱한 방향으로 맞은 건지 신직은 무대의 구석으로 떨어졌다.

털썩.

그의 몸에 남아 있던 관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신직은 무대 바깥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어, 어어…… 장외! 승자! 공운문, 조관인!”

심판 역할로 들어온 무인도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건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관인의 승리를 선언했다.

“…….”

정말 어이가 없어지다 못해 공중분해되어 버리는 결과에, 객석의 모든 인물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어? 어…… 와아아!”

관인 또한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일단 이긴 건 맞았기에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에 호응하는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와……아아…….”

관인은 일단 시합이 끝났으니 무대 아래로 내려갔고, 장외로 패배한 신직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이런…… 죄송합니다, 스승님…….”

차마 면목이 없는 건 스스로도 아는지, 고개를 숙인 채 대회장을 빠져나가는 신직.

신직은 그렇게 무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용준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다음 시합의 참가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자! 다음은! 화산의 제자, 진서유와 북해의…….”

대회장 바깥.

사화 중 하나인 매화, 진서유의 시합이 예정되어 있자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그곳으로 쏠리기 시작하여 대회장의 바깥은 비교적 한산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걷는 신직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하아…….”

그때, 그런 신직의 옆으로 방금 전 대전의 상대였던 관인이 다가왔다.

“이보시오, 겨우 한 번 졌다고 그리 한숨을 내쉴 것은 없지 않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승자가 패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훈훈한 장면이겠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모욕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아,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오히려 놀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대 또한 검수고 나 또한 검수이지 않소? 검과 검으로 대화를 나눠야 하지만 서로 검을 두고 권과 각이 만들어 낸 결과이니 개의치 마시오.”

관인은 서로의 장기인 검술로 난 결말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며 신직을 위로했다.

“……그런 위로나 하려거든 술이나 한잔 사 주고 하시오. 그럼 좀 나을 것 같소.”

신직이 씁쓸하게 웃으며 관인을 바라보며 술을 사 달라 이야기하자, 관인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 그 정도야 얼마든지!”

이미 본선에서 한 번의 승리를 거두기도 했고, 패배한 상대방이 그리 감정이 상한 것 같지도 않았기에 관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제법 훈훈하게 끝나지 않았는가?”

“신직이란 저 친구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긴 하나 보군.”

그렇게 둘은 술집에서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던 도중 신직이 갑작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매우 꼴사납게 졌소. 그에 따른 후회는 없지만, 지금 부끄럽기는 상당히 부끄럽소. 이 잔만 비운다면, 나는 다시 월하장으로 돌아가 수련을 할 것이오.”

“하하하, 정진하는 모습이 보기 좋소이다!”

관인과 신직은 취기가 돌았는지 서로 훈훈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부탁 하나만 합시다. 내 마지막 모습을 당신이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소. 다시 하북에서 비무대회가 열리진 않겠지만, 비무대회를 떠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게 당신인 편이 더 좋을 것 같소.”

“괜찮군. 갑시다.”

탁!

둘은 마시던 잔을 깔끔히 비운 뒤 탁자에 내려놓고 곧바로 일어서서 성의 외곽까지 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성의 바깥의 산자락에서, 신직은 자신의 짐을 들고 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이렇게 떠나지만, 다시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오.”

탁, 탁.

이내 관인도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두드려 주는 훈훈한 광경.

“그 포부가 마음에 드는군.”

신직의 말을 완전히 새 사람이 되어 돌아올 정도로 노력하겠다는 말로 해석한 관인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잘 가……시……ㅇ…….”

하지만, 그런 그의 얼굴에 맺힌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털썩.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춘 채, 바닥에 쓰러지는 관인.

“말했잖소?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흐으…… 끄으으…….”

바닥에 쓰러진 채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관인에게 다가가는 신직.

뚜둑. 빠드득.

쌔액- 쌔애액-

신직은 맨손으로 관인의 목젖 부분을 잡아다가 쥐어 뭉개 버렸고, 관인은 공기가 새는 듯한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눈에 띄지 않으려면 이렇게 한 명 한 명 바꿀 수밖에 없었네. 뭐…… 자네의 사문과 술을 생각해서라도, 한 번 정도는 더 승리해 주도록 하지.”

신직…… 아니, 신직의 모습을 한 의문의 인물은 관인의 품속을 뒤지며 방금 전 그와 대화하듯 평온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보다, 천마와 검황이 그렇게 무대에 가까이 있다니…… 더 조심해야겠어. 혹시 모르니, 증원도 불러야겠군.”

어느새 관인의 얼굴이 되어 버린 (구)신직은 관인의 옷을 전부 벗겨 낸 뒤, 아직 꿈틀대고 있는 그의 머리를 내려쳐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놓았다.

“전서구를…… 구할 수 있으려나.”

이제는 관인의 얼굴을 한 의문의 인물은 옷을 고쳐 입으며 하북성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의 뒤에 봇짐을 비롯한 무언가가 불타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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