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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17화 (217/325)

#제217화 (18)

제6시합을 끝으로 본선의 첫째 날이 마무리되자,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지며 비무대회장에서 몰려나왔다.

“으하하하! 역배의 승리다!”

생각지도 못한 큰 액수를 얻게 되어 신이 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젠장…… 당가가 패배하다니…….”

소소한 이득을 기대하고 상당히 큰 액수를 걸었으나 패배하여 돈을 잃게 된 이들까지 있었다.

그리고, 영의의 승리에 돈을 건 사람들이 매우 큰 이득을 보게 되어 내기 판의 금우가 다소 울상을 짓기도 했다.

팽가의 별채.

이미 뇌섬문의 인원들 대신 독고휘를 비롯한 최고수들의 모임 장소가 되어 버린 이곳에서도, 기쁜 감정이 가득한 이들이 있었다.

후루룹, 후웁!

벌컥, 벌컥!

“……매번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어떻게 저렇게 음식을 물처럼 먹을 수 있는 거지?”

영의는 면과 고기를 숨도 안 쉬고…… 아니, 숨은 쉬지만 목 안에 기도와 식도가 아예 분리되어 있기라도 한 건지 계속 먹는 팽소운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거야, 저 녀석이 젊을 때 유독 사건 사고에 자주 휘말렸으니까. 객잔만 가면 일단 사고가 터졌으니 음식이 박살 나기 전에 먹는 습관이 생길 수밖에.”

그리고 그것을 보며 여유롭게 술을 홀짝이는 독고휘.

“아니, 독고 도우. 저에게도 술을…….”

오늘은 짬뽕을 선택하여 먹고 있던 운광은 독고휘가 마시는 술이 탐나는지 자신도 한 잔쯤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강렬하게 거부당했다.

“넌 안 돼, 인마!”

“넌 안 되지.”

“운 시주는 술을 드시지 않는 게 좋소.”

팽소운과 갈성천, 심지어 중인 혜윤에게까지 저지당하자 할 말이 없어진 운광은 짬뽕 국물을 술이라 생각하며 들이켰다.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검마 혁련무성이 운광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큭큭큭…… 운광, 나는 네놈과 달리 술을 마실 수 있지…….”

검마는 운광을 비웃듯 술을 계속 마시기 시작했고, 한 잔 두 잔을 넘어서 세 잔을 마시고 나자 거짓말처럼 엎어지고 말았다.

“아, 이 자식 이거 또 술 먹었네.”

“권마, 그대는 친우를 말리지 않고 무얼 했나?”

“아니, 두 잔쯤 마시면 말리려고 했는데 바로 세 잔을 들이켜는 걸 어떻게 하겠나?”

정파와 사파의 인물들과, 그 반대편에 마교의 인물들이 모두 모여 사이좋게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솔직히, 두 무리가 떨어져 있었고 먹는 것도 서로 달랐기에 사이가 좋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일단 무림 기준에서는 적대 세력이 방 안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이가 좋은 게 맞다.

그렇게 양 세력이 서로가 선호하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고 있을 때, 각 세력의 수장에 해당하는 혁련무강과 독고휘가 슬쩍 자리를 뜨더니 영의에게 다가왔다.

쩝, 쩝.

손에 묻은 양념을 빨아 먹는 혁련무강과 입 주변에 검은 춘장을 아직 남기고 있는 독고휘.

“그래서, 말해 보거라. 우리를 여기 모은 이유가 무엇인지.”

애초에 영의와 두 노인 사이에 이루어진 약속은 식사 제공이기는 했지만 다른 인물들까지 데려오는 것은 이야기에 없었다.

하지만 영의는 다른 고수들까지 데려오라고 이야기했고, 그 결과 눈에 별로 안 띄면서도 이들이 모여도 큰 의심을 사지 않는 팽가의 별채로 왔다.

팽가의 집은 일단 비무대회의 운영 본부로도 사용되고 있었기에, 공적인 볼일로 출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의는 두 수장과 각 세력의 중진들이 모인 곳에서, 자신의 계획과 정보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일단, 제가 오늘 살펴본 결과 그 끄나풀 같은 놈은 안 보였는데……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더 면밀하게라?”

독고휘는 영의의 말에 여기서 뭘 더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었다.

애초에 수많은 고수가 지켜보는 비무대회의 무대였고, 조금이라도 수상쩍다 싶으면 곧바로 제재가 가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해설 역이라고 해야 하나? 각 세력의 고수들이 사회자랑 같이 비무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 달라는 거죠.”

영의는 무공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최고수들이 무대 가까이에서 비무를 더욱 상세하게 관찰해 주기를 바랐다.

“네 말은 지금 본좌에게 애송이들 무공의 초식이나 외치면서 감탄하는 역할이나 하라는 거냐?”

“이해할 수 없군. 그런 역할을 맡기고 싶으면 수라대주 같은 인물에게 맡겨도 될 것을.”

두 노인은 영의의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영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그놈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무대 주변에 확실한 고수가 있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겠죠. 오늘 제 시합 봤죠? 마지막에 나온 거.”

영의는 북주혜가 사용했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던 초식을 언급했다.

“그랬지. 하지만 문제가 없지 않았나?”

“그게 문제인 거죠! 여차하면 죽을 수 있는 건데! 누구 하나 죽으면 그게 문제가 되는 거죠!”

영의는 무림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해 다시금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다르단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만약 정파랑 마교랑 싸우다가 누구 하나 죽었어 봐요! 그리고 그게 뭐, 천마 영감님네 아들이었으면 바로 그 순간부터 전쟁이지!”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영의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비무란 건 어지간해서는 같은 세력 내부에서 이뤄지는 대련에 가까웠고, 가끔 사고로 죽는 이가 발생하기는 해도 대부분은 서로의 미숙함을 탓했다.

다른 세력끼리 비무를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서로 피를 보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었기에 사망하는 일이 별로 없었고.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서로 다른 세력이 비무를 할 때 사고가 발생하면 상당히 큰 문제가 생긴다.

“그래……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

“용케 누구 하나가 안 죽었어.”

혁련무강과 독고휘는 또다시 정마대전을 겪기 싫었다.

서로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비무대회에 왔지만, 상대방이 또다시 무공을 진전시켜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오른 것을 보자마자 직감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대전을 일으켜 봐야 서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둘은 그저 개개인의 해묵은 감정만 해소시키기 위해 비무만 하고 돌아가기로 서로 협의를 했고, 그 때문에 지금 이런 식사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영의의 이야기를 들은 팽소운은 입에서 면발을 튀기며 급히 말했다.

“형님! 지금 남궁 쪽에서는 마교에 이를 갈고 있던데, 모르셨수?”

“입 닫고 너 좋아하는 술이나 먹어라.”

독고휘는 방해받지 않기 위해 팽소운을 침묵시키려 했다.

“입 닫고 어떻게 먹으란 거요?”

“그냥 먹어!”

“나 참, 맨날 꼬장이야…….”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독고휘와 팽소운은 영의의 의견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좋다, 내일부터는 해설……을 추진하도록 하지. 소운아, 가자.”

“엥? 내가 왜 가는 거요? 형님이 가시는 게 낫지 않수?”

“네가 팽가잖냐. 가자.”

독고휘는 입가에 남은 춘장을 손으로 슥 닦아 내며 팽소운을 끌고 나갔고, 팽소운은 끌려 나가면서도 손에 든 술잔에 담긴 술을 마시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럼, 나도 가야겠군.”

혁련무강 또한 마교 측의 해설 담당을 제의하기 위해 그들을 따라나섰고, 방 안에는 다소 어색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다른 영감님들하고는 별로 안 친한데……?’

팽소운처럼 신나게 먹다가 취기가 슬슬 올라오자 주위를 흥미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권마.

음식을 먹으면서도 힐끗힐끗 옆을 살펴보는 운광.

식사를 하는 건지 운동을 하는 건지 모를 기세로 근육을 불끈거리고 있는 팽자성과 혜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바닥에 쓰러져서 잠들어 버린 검마와 얌전히 치킨을 뜯다가 팽소운 일행이 먹던 음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장화관.

마뇌와 마의는 각자의 제자를 챙기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

“……음,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나시는 건 다들 처음이시죠?”

영의는 애써 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 MT에 온 선배 같은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처음은 아니지.”

“네?”

“정마대전 때, 서로 목을 뜯어내기 위해 달려들었으니까.”

영의는 이렇게 평화롭게 밥을 먹으면서 만나는 게 처음이냐고 물었지만, 이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아아, 그랬었지. 패왕, 예전처럼 신명 나게 한번 해볼까?”

통제를 하는 두 강자가 사라지자, 조금씩 호승심을 불태우며 손을 꼼지락거리는 이들.

영의는 별채가 폭발…… 아니 팽가가 폭발하기 전에 이들의 싸움을 말리기로 했다.

“그만, 그만! 둘 다 동작 그만. 움직이지 마세요.”

뇌룡보를 극성으로 운용해, 운광과 검마의 검을 빼앗고 장화관의 식도까지 회수한 영의는 두 세력의 사이에 섰다.

“……빠르구만, 그 애송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최 도우, 엄청난 성장을 이루셨구려……. 무량수불.”

권마와 운광은 영의의 속도에 잠시 주춤했고, 이내 싸울 기회는 나중에도 있다고 판단한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아…… 영감님들이 빨리 와야 하는데.”

영의는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며 두 노인 무리 사이에서 긴장한 채 시간을 보냈다.

대략 1시간 뒤, 독고휘와 혁련무강이 팽소운을 업무의 중심에 버려두고 돌아왔다.

“제발, 제발 저 영감님들 좀 나중에 싸우게 해 주세요.”

“알겠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조금…… 아니, 상당히 피곤해서…….”

영의는 두 보호자들이 돌아오자 맹견(?)들을 도로 맡긴 뒤, 어째선지 별채 안에 있던 죽립을 슬쩍 챙긴 뒤 곧바로 담을 넘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으로 나오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발견한 영의.

“그러니까! 이 녀석이 가르쳐 주지도 않은 초식을 즉석에서 만들어서 쓴 거다, 이 말이지!”

“멋지다! 만쇄문!”

종신과 그 스승인 노인이 객잔에서 술을 거나하게 먹은 듯, 소리 높여 본선에서의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저…… 스승님, 많이 드셨는데 들어가는 게…….”

종신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스승이 조금 부끄러운 듯,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 했지만 스승은 계속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만쇄문…… 이야기해 보면 나쁘지 않다! 괜찮은 문파다! 라고 하는데! 뭐가 괜찮단 말이냐! 권의 극에 달했나? 권왕과 권마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튼튼함이 극에 달했나? 신승과 패왕이 버젓이 있다! 만쇄문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문파였지…….”

다른 고수들에 비교해 가며 자신의 문파를 자조하듯이 말하는 노인.

“하지만! 내가! 이 한호건이! 문파의 무공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어냐! 소림을 꺾었다! 당가를 꺾었다! 강과 강의 싸움을 유한 강으로 꺾은 것이다! 크하하하하!!”

노인, 호건은 종신이 소림과 당가의 후기지수들을 이긴 것이 매우 자랑스러운 듯 크게 웃다가 이내 탁자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어휴…… 죄송합니다, 여러분. 스승님이 너무 많이 드셨나 보네요. 헤헤…….”

종신은 헤헤 웃으면서 쓰러진 호건을 들쳐 업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고, 몰려든 사람들 또한 흩어지기 시작했다.

“재밌네. 타격기 싸움에 무리를 느껴서 그라운드 싸움을 덧붙였다라…….”

영의는 만쇄문이 어째서 레슬링 기술 비슷한 걸 쓰는지 알게 되자 의문을 풀었다고 생각하며 다시 길을 나섰다.

‘만쇄문은 확실하게 아니겠네. 사전에 정보가 아예 없으니, 따라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영의는 용의선상에서 종신을 지웠다.

덩치가 너무 커서 과연 분장을 해도 따라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의심을 별로 안 하고 있었지만 방금 전 말로 확신했다.

‘그럼 어디의 누구일까…….’

그렇게 고민하며 거리를 걸을 때, 영의는 무심코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툭.

“아, 죄송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서로 사과를 건네는 순간, 상대 쪽이 영의를 알아본 듯 깜짝 놀랐다.

“당신은! 섬전뢰, 최영의 대협 아니십니까! 오늘 시합 정말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상대방이 갑자기 영의의 손을 붙잡으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가 매우 컸기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영의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하자, 죽립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말이다! 섬전뢰 대협!”

“어머! 너무 잘생기셨습니다!”

“이야! 대협을 여기서 보다니! 저는 월하장의 신직이라고 합니다! 비록 보잘것없는 무명소졸이지만, 대협처럼 멋지고 강한 무인이 되는 게 꿈이지요!”

영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혀 상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이름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아, 예. 그런데 제가 갈 곳이 있어서…….”

“어디로 가십니까! 제가 이곳 토박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떠돌아 다녀서 길은 잘 압니다!”

영의에게 친절을 베풀려는 듯, 그의 손을 계속 붙잡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신직.

하지만 영의는 집으로 가려는 것이었고, 그러려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야만 했기에 이내 신직의 손을 뿌리치고 재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그럼 이만!”

영의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재빠르게 저 너머로 사라지자,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그 뒤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방금 전 영의를 잡고 있었던 신직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확실히 뇌령심법이 아니었다……. 그럼 대체……?”

월하장의 무인, 신직은 떨리는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고는 이내 다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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