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17)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뒤로 물러나 방어 태세를 굳히기 시작하는 북주혜.
외공을 단련하지도 않은 그녀로서는 어지간해서는 공세를 고수하는 게 맞겠으나 아까의 시합에서 영의의 속도를 보았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아까 보았던 엄청난 속도라면…… 부지불식간에 당할 수밖에 없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남궁우의 몸을 받아 옆자리에 앉히고, 그 과정에서 그 어떤 흐트러짐이나 느려짐이 없었다.
기술과 힘은 차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재주였기에 일단 일격을 막아 내고 생각하기로 한 것.
“백년빙(百年氷).”
오랜 세월 녹지 않은 북해의 얼음처럼, 단단하면서도 공격하는 이에게 혹한의 냉기를 안겨 주는 공방 일체의 무공.
그것을 전신에 두르듯이 사용한 주혜였지만 영의는 아직 아무런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
‘대체 왜 가만히 서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싸우려 하지 않는 건가?’
북주혜는 가만히 있는 영의를 보자 의문이 솟아오르려 했으나 방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그런 의문과 합리적인 의심을 틀어막았다.
‘아니, 방심하지 말자. 중원의 무공 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심계를 유도하는 것도 있다고 들었어.’
혹시나 방심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심계일까 싶어 주춤거리는 주혜.
“흐음…….”
하지만 영의는 실제로 별로 공격할 마음 없이 고민 중이었던 게 맞았다.
‘내가 뭐 여자라고 안 때리는 사람은 아닌데, 화연이랑 너무 비슷하단 말이지……. 얼굴이야 다르지만 분위기가……. 그렇다고 안 때리는 것도 좀 그렇고……. 흐음…….’
화연과 비슷한 능력과 분위기를 풍기는 주혜를 앞에 두고 별다른 전의가 솟아나지 않았던 영의.
한편 주혜는 지금 어찌 되었건 일단 가만히 있을 때가 그나마 뭔가를 해 볼 때라고 판단하여 공격을 시도했다.
“한빙장(寒氷掌)!”
몸에 두른 백년빙의 한기에 더해, 추가적인 극음지기와 한기가 몰려드는 그녀의 양손.
별다른 방어 없이 닿는다면 차갑다 못해 자신의 체온마저 뜨겁게 느껴질 한기가 영의를 향해 덮쳐들었다.
그러나, 영의는 그런 그녀의 일격을 아주 가볍게 피해 버렸다.
“흠, 솔직히 말해서……. 아니다. 계속해 보자고.”
영의는 그녀에게 뭔가 얘기하려 했지만, 일단 더 많은 무공을 구경해 보기 위해서 하려던 말을 그만두었다.
‘본선까지 왔으면 나름 괜찮은 무공도 많을 테고…… 쓸 만한 기술 있으면 화연이한테도 가르쳐 보고.’
본래 타인의 무공을 겉모습만 보고 베끼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력을 운용하는 부분이야 영의가 알 방법이 없어도, 초식의 동작만큼은 거의 완벽하게 베낄 수 있는 영의였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애초에 영의와 화연은 내공 복잡하고 정해진 방식대로 운용하는 대신 마력을 사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으니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녀의…… 북해의 무공은 약하지 않습니다.”
주혜는 아직 영의가 자신을 봐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연속하여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냉기를 뿜어내는 장과 권도, 서리가 내려앉는 숨결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와, 방금 건 제법 괜찮았는데? 얼어붙는 바람이라…….”
영의는 모든 공격을 피하고 여유롭게 감상을 내뱉었고, 마지막 기술은 확실히 쓸 만하다고 판단했다.
‘그냥 쓰면 손실이 심하니까, 물을 뿌린다거나 독침을 쏘듯이 작은 얼음덩이를 쏘는 건…… 조금 겉모습이 그런데.’
그렇게 주혜의 초식을 하나하나 뜯어보던 영의를 보며, 주혜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
“당신…… 그저 삼 초를 양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소녀를…… 나를 진지하게 상대할 마음조차 없군요?”
북주혜는 영의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하기 시작했고, 영의는 또 굳이 거기에 대답하고 있었다.
“흠…… 솔직히, 여자를 때리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야. 굳이 따지자면 얼마든지 때릴 수 있긴 한데 네가-”
쩌저적, 쩌적.
영의가 대답을 하던 도중, 주혜에게서 엄청난 한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닮은 사람이 있다고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닮진 않았네.”
“당신은 다를 줄 알았는데, 당신마저 나를 여자라고 깔보다니……. 죽어!”
북주혜는 아까와는 달리 전심전력을 다하는 듯, 엄청난 양의 극음지기를 끌어내며 싸우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영의의 빠른 기습을 방어하기 위해 온몸에 둘렀던 극음지기마저도 사라지더니, 이내 그녀의 양손에 몰렸다.
아직 그녀의 스승처럼 여러 가지 초식을 동시에 사용할 만큼의 내공이 없었던 그녀였기에, 최대의 위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빙백장(氷白掌).”
까드드드득.
엄청난 한기를 띠는 주혜의 양손에 온도 차로 인해 물이 맺혀 하얀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했고, 이내 이름 그대로 흰 얼음이 되어 영의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방어를 위한 백년빙마저 해제했기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려드는 주혜.
“아…… 그냥 적당히 이기고 얘기할 걸 그랬나.”
영의는 약간의 후회를 하며, 주혜를 상대하기 위해 체내에서 뇌기를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며 발 차기를 날리는 영의.
“단검 걷어 내기, 공중 콧등 차기.”
왼발로 주혜의 양팔을 걷어 내고 바닥으로 내리꽂기 시작한 영의.
그는 이내 왼발을 지지대로 삼아 오른발로 주혜의 얼굴을 걷어찼다.
쩌엉!
우드득.
“……와, 의외인데.”
영의는 다소 깔끔하게 끝내기 위해 그녀를 직접 타격한 것이었으나, 그 결과는 상당히 좋지 않게 나타났다.
얼어붙은 오른 다리의 바지 끝단과 신발, 그리고 밑창이 얼어붙어 뜯겨 나간 왼쪽 신발.
그리고 바닥에 내리꽂혔던 주혜의 양손은 무대의 바닥을 얼어붙게 하면서 박살 내 버렸다.
“쓰읍, 조금 따가운데. 동상인가?”
영의는 양쪽 발목에서 느껴지는 가려우면서도 따가운 느낌에 동상을 입은 것이라 직감하고는, 혈액을 순환시킬 겸 자세를 잡기 위해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이게, 북해의 무공입니다. 공격자에게도 피해를 유발하게 하는…… 살아남기 위한 무공이지요.”
한편 주혜는 순간적인 공방 이후 냉정을 되찾은 듯, 침착하게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뭐…… 그래, 쓸 만하네.”
“큭…… 당신의 입에서 북해의 무공이 최고란 말이 나오게 하겠습니다!”
주혜는 영의의 가벼운 태도에 아직까지 그녀를 얕잡아 본다고 착각하고는 다시 극음지기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의 본인을 공격하던 아까와는 달리, 근접전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한 그녀.
“어느 정도 발은 묶어 둔 것 같으니, 북해의 진수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주혜는 양손을 펼쳐 허공에 화려하게 휘젓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그 알 수 없는 모습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으나, 객석에 있는 북해의 무인들은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저건……!”
“스승님께서 저걸 가르쳐 주신 건가!”
과거, 북해의 무인들은 다소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고민하였다.
-어떻게 하면 다채롭게 싸울 수 있을까?
극음지기를 사용하는 그들의 무공 특성상, 근접하여 공격을 성공시키기만 하면 최후에는 그들이 이길 수 있었지만 그게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다.
극도로 빠른 상대여서 공격을 맞힐 수 없을 때.
이건 만년빙과 그 열화판인 백년빙 같은 공방 일체의 기술로 해결을 했다.
원거리에서 싸우는, 암기술 같은 것을 특기로 하는 무인일 때.
방어를 어떻게든 굳혀 막을 수는 있더라도 거리 조절을 반드시 익히는 암기술 사용자를 직접 잡을 순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상대를 느리게 만들거나 본인들도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것.
얼음으로 비수를 만들어 던지거나 한기를 뿜어내어 상대방의 기동성을 제한하는 방식은 다소 내력의 소모가 많았지만 어떻게든 해결은 가능했다.
그리고 현 세대로 내려와, 빙백마녀 북설란은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였다.
휘오오오.
시전자의 주변을 강하게 회전하는 한기의 폭풍은 구체를 이루게 되며.
파삭, 팟.
그 구체 내에서는, 얼음 조각들이 만들어지고 떨어지며 한기를 더욱 퍼트린다.
쏴아아아.
이내, 강한 바람으로 인해 외부와 거의 차단된 구체의 내부는 한기로 가득 차게 되며 그 추위는 북해의 땅 못지않은 동토가 되어 버린다.
북해지방(北海之房).
아주 좁은 공간에 국한되지만, 적어도 상대와 자신을 극음지기가 가득한 장소에 가둬 버리는 초식이다.
넓은 평원에서야 북설란 수준의 고수가 아니라면 그저 이 구체를 벗어나면 그만이겠지만 이곳은 무대.
도망갈 곳은…… 없었다.
“흐으…… 추운데.”
“잠깐이지만 이 구의 안쪽은 제가 다스리는 북해와도 같습니다. 크게 다치기 싫으시면…… 북해의 무공은 최고라고 외치십시오. 그렇게만 한다면 상처 없이 무대를 내려가시게 해 드리겠습니다.”
초식을 펼치느라 무리를 했는지 이마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상당히 자신만만하게, 영의를 노려보며 선언하는 북주혜.
확실히 그녀가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구체의 내부에서는 엄청난 한기가 몰아치고 있었다.
“자, 어서.”
주혜는 손을 휘저어 영의의 주변에 날카로운 얼음 칼날을 몇 개 만들어 내었고, 그것을 영의에게 위협적으로 겨누며 북해의 무공을 찬양하라고 종용했다.
영의는 주변에서 그를 겨누고 있는 반투명한 얼음의 칼날을 살펴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흐음…… 조금 눈에 띌 것 같아서 아끼려고 했는데 써야겠네. 왜 본선에 올라오자마자 참가자들이 죄다 숨겨 둔 힘을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게 무슨-”
콰릉!
주혜가 입을 여는 순간, 비무대회장에 난데없이 벼락이 내리꽂혔다.
그리고 무대 위를 본 이들은 모두 경악하기 시작했다.
“저, 저거!”
파직, 파지직.
몸에서 스파크를 튀겨 대며, 주위에 있는 얼음 칼날들을 잡아 녹이고 있는 영의.
“그건…… 그 무공은…… 대체……?”
“내가 어지간해서는 부탁을 들어주고는 싶은데…… 우승 상품을 받아야 해서 말이야. 나도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그리고, 내가 대놓고 북해가 최고라고 외치고 다니면 곤란할 영감님들이 계셔서.”
콰드득.
영의는 남은 얼음 칼날들을 모두 부순 뒤, 주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정권 지르기.”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영의를 저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빠르게 내린 주혜는 곧바로 방어 태세로 들어갔다.
“마, 만년빙!”
그녀의 내공으로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초식이었지만, 북해지방과 신체 앞부분으로 한정하여 만년빙을 펼쳐 보이는 주혜.
한기를 뿜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얼음까지 얼어붙어 더욱 강력한 방어를 자랑하는 초식이었고, 실제로 영의의 일격을 막아 내는 데엔 성공했다.
빠악!
“오, 튼튼하긴 하네.”
“방심하지 마시죠, 만년빙의 한기는 순식간에 얼어붙게 하는…….”
주혜는 일단 막아 내는 데에 성공하자, 곧바로 역공을 가하기 위해 손에 극음지기를 끌어모으고 있었으나 그녀의 복부에 있던 두꺼운 얼음덩이가 쪼개졌다.
쩌억!
“어떻게?!”
“열에는 약한가 봐?”
뇌기는 그 압도적인 빠름과 특유의 파괴력 때문에 잊히기 쉬웠지만, 엄청난 열기 또한 내포하고 있었다.
그 열기를 그대로 꽂아 넣었으니, 만년빙이라 할지라도 얼음에 불과했기에 녹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녹는다면, 부수기도 더 쉬워지기에 영의는 주혜의 방어를 뚫을 수 있었다.
“자, 이제 다 끝난 것 같으니 가능하면 서로 완만하게 항복을…….”
“아직입니다! 북해지방은…… 북해는 끝나지 않았어요!”
영의는 모든 게 끝났다고 판단하고 말로 좋게 끝내려 했으나 주혜는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였다.
“낙빙주(落氷柱)!”
무대 위에 존재하는 모든 물과 한기를 한데 그러모아, 공중에 거대한 얼음 기둥을 만들어 낸 주혜.
그 얼음 기둥을 끝으로 북해지방의 한기와 그녀에게 남은 모든 내력이 바닥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최후의 일격을 위해 남긴 마지막 내력으로 영의를 껴안은 뒤, 그녀 자신의 손을 얼렸다.
그리고 이후 바닥과 발을 함께 얼려 그가 탈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같이 죽자는 건가?”
“죽음이 코앞에 있어도, 북해는 승리를 거머쥐겠습니다.”
정말 죽을 것 같으면 상석에 있는 고수들이 난입하겠지만, 주혜가 마지막 힘을 다해 만들어 낸 얼음 기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사람 한 명만 한 크기 정도에 불과한 기둥이었기에 맞으면 죽을 위험이 있긴 했지만, 정말 직격의 위기라면 고수들이 부수고 구해 낼 수 있었다.
“하아…… 집착하는 모습 보니까, 닮은 것 같네.”
영의는 주혜에게 잡혀 있었지만 팔은 자유로웠기에, 그녀를 떼어 내고 탈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탈출한다면 주혜는 또다시 달려들 것이 뻔했기에, 영의는 정면 승부를 택하기로 했다.
“저게 마지막이지?”
“저의 최후의 초식입니다.”
“그래, 그럼…….”
영의는 자유로운 팔을 들어 올렸다.
체내에 있는 통제 가능한 뇌기를 끌어 올려 몸 밖으로 유도한 이후 여러 번의 회전을 거쳐 자연 속의 뇌기를 끌어모아 위력을 더욱 증폭하는 초식이었지만, 영의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독고휘가 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손에 쥐고 사용하는 게 더욱 성미에 맞았기 때문이다.
“뇌창.”
영의가 집어 던진, 뇌기로 이루어진 빛의 창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기둥에 적중하였다.
그리고 단순히 여러 개의 큰 조각으로 부서지는 게 아닌,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가루처럼 흩어지기 시작하는 얼음 조각들.
마치 보석의 가루가 눈처럼 내리는 듯한 그 모습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지켜보기 바빴다.
그것은 주혜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기보다는 최후의 초식이 손쉽게 박살 났다는 허탈감에서 온 반응이었다.
툭, 투욱. 콰직.
이내 얼음이 녹기 시작한 그녀의 손을 떼어 놓고 발 주변에 있는 얼음까지 밟아 부수는 영의.
그는 주혜를 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그냥, 네가 패배한 걸로 해 주면 안 될까? 솔직히 내가 필요하면 여자도 때리는데, 뭐랄까…… 너는 조금 꺼려지거든. 때리는 것보다는 지키는 게 더 맞는달까.”
능력이나 특징이나, 승리에 집착하는 모습이 묘하게 화연과 비슷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그녀였기에 영의는 아직까지도 주혜를 만신창이로 때려눕힐 마음은 없었다.
물론 그녀의 몸 대신 마음과 자존심은 처참하게 두들겨 맞고 패배한 지 오래였지만.
주혜는 영의의 그 말을 듣고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두 손을 들고 무대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가…… 소녀가 졌습니다. 다만, 북해를 가볍게 본 그 태도는 잊지 않을 겁니다.”
영의를 한번 싸늘한 눈빛으로 째려본 뒤, 도도하게 바깥으로 나가는 주혜.
그녀는 내력을 대부분 소모했기에 잠시 비틀거리기도 했으나 아무렇지 않게 발걸음을 계속 옮겼다.
“……저렇게 까칠한 면을 보니까 안 닮은 게 맞네. 그냥 깔끔하게 기절시킬 걸 그랬나.”
영의는 뒤늦게 주혜와 화연 사이의 명확한 차이점을 깨닫고 잠시 후회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승자! 최영의!”
와아아아-!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 손을 흔들며 내려가는 영의.
그리고 관중 속에 그런 영의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들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