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14화 (214/325)

#제214화 (15)

제2시합, 독봉 당세준 대 맹돌저 나종신.

독화의 주변을 항상 맴돌지만 그 본인에게도 맹독이 감도는 독봉과, 무엇이 있든 개의치 않고 달려들어 부수려는 멧돼지.

저지하려는 자와 저지를 무시하는 자의 대결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그 시합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대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 냈다.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오는 종신을 상대로 거리를 유지하며 수많은 침과 비수들 사이에 독을 바른 암기를 섞어서 날리는 세준.

그리고 그런 세준의 암기들 중 유달리 중간에 섞인 것만 피하거나 재빨리 펄쩍 뛰어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하며 피하는 종신.

그 모습은 맹돌저란 이름보다는 마치 사냥꾼의 화살을 피해 잽싸게 움직이는 호랑이와도 같았다.

한참을 서로 쫓고 쫓기는 대결을 한 뒤, 세준은 지친 듯 도중에 멈춰 섰다.

“젠장, 시작부터 잘 풀리질 않는군. 항상 멋진 오라비로 남고 싶었는데 이런 꼴이라니…….”

정작 당사자인 동생은 오빠보다는 옆자리에 있는 영의에게 더 관심이 있었고, 오빠의 비무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세준은 비무 내내 눈앞에서 달려드는 종신을 신경 쓰느라 그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만약 그걸 알아차렸다면 절망하여 패배하고 말았을 것이다.

‘후우…… 남은 게…….’

이내 소매와 품속에 남아 있는 암기들을 확인하는 세준.

‘비수가 셋, 검이 하나, 침통이 아홉인가…….’

지금까지 그가 몸 주변과 옷 안에 숨겨 둔 수많은 암기들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독마저도 다 떨어지고 말았다.

‘아니, 없는 건 아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비무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난 독이 다 떨어진 것이다.

세준은 지금이 바로 승부수를 띄울 때라는 것을 직감하여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종신의 시점에서 본 세준의 모습은 잘 도망 다니다가 가만히 서서 손을 꼼지락 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 나온 결론.

“왜 그러지? 아! 독이 없구나!”

비록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기는 하지만, 독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종신은 자신감을 얻어 양팔을 치켜들고 세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첫 시합부터 꺼내기에는 아깝지만, 패배하면 그것마저 사치일 뿐!”

이내 세준은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종신에게 암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왼쪽, 오른쪽, 앞, 뒤.

세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 각도가 기괴하게 뒤틀리며 네 개의 방향을 모두 틀어막는 방향으로 날아드는 암기들.

“어?!”

“사방만화(四方滿花)!”

당가의 극의이자, 이름 높은 무공인 만천화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천화우의 열화판이 세준의 손에서 펼쳐졌다.

온 사방 천지를 쓸어버리는 만천화우에 비하면 그 위력이 형편없지만, 넓은 범위에 암기를 투척하기에는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무공이었다.

실제로 비수를 사용하는 무공이었으나, 세준은 가진 비수가 적었기에 침통의 침들을 무더기로 잡아 던져 사용했다.

침이니만큼 맞아 줘도 별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세준은 그것을 고려해 침들을 던질 때 중간중간에 내력을 주입한 침들을 섞어 두었다.

어설프게 피하거나 맞고 때우려 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게끔 말이다.

그리고 종신은 침들이 날아오는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곧바로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으랏차!”

달려오면서 한 장은 될 법한 높이를 뛰어오른 종신.

세준은 애초부터 종신이 피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듯, 다시 침통의 침을 집어 투척했다.

“이때를 노렸다!”

방금 전 사방만화를 사용하며 쓴 침통 넷. 공중으로 던지는 침통 하나.

“육방만화!”

그리고 남아 있는 침통 네 개와 비수 두 개를 던진 세준은 왼손에는 비수, 그리고 오른손에 검을 들고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착지를 할 시점에 적중하도록 조절하여 던져두었기에, 세준은 종신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하였다.

-그대로 암기를 맞고 탈락할 것이냐? 아니면, 그걸 피한 공중에서 검을 맞고 탈락할 것이냐!

관객들은 세준의 마지막 승부수에, 세준이 이길 거라 확신하며 열광했다.

특히, 그에게 돈을 건 사람들이 더욱 열광했다.

그러나, 세준이 육방만화라는 비장의 수를 숨겨 두었듯 종신 또한 비장의 수를 숨겨 두고 있었다.

“흐읍!”

전후좌우, 심지어 상하까지 노리고 파고 들어오는 암기들.

종신은 그런 암기들을 펄쩍 뛰어 피하는 대신 바닥으로 굴렀다.

무인들에게는 다소 굴욕적인 회피 방법이라 불리는 나려타곤이었다.

나려타곤을 보인 종신에게 관객들이 실망을 하려던 찰나, 종신은 구르는 도중에 바닥을 박차며 뛰어올랐고, 다시 공중에서 바닥으로 굴렀다.

그냥 일반적인 나려타곤이 아닌, 뭔가 있는 듯한 움직임.

“대체 뭐……?!”

마치 곡예사가 땅 위에서 곡예를 하듯 부드러운 움직임과 유연성으로 맞는 침을 최소화하며 빠져나온 종신이었다.

“만쇄문, 지당류. 수상유엽.”

물 위에서 흘러가는 나뭇잎과도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지당이라는 말에 반응하는 사람들.

“지당이라고……?”

“그, 땅에서 구르는 무공 말인가?”

본래 권과 각을 비롯한 체술만을 주류로 하는 만쇄문이었지만, 근래에 문주가 변화를 추구하며 바뀌었다.

그리고 그 바뀐 만쇄문의 무공을 익힌 첫 제자가 바로 종신이었다.

타격계 기술과 그라운드 기술을 모두 섭렵한, 만쇄문 최고의 제자.

“그래도 변하는 건 없다!”

종신이 날아오는 암기들을 놀라운 재주로 피하긴 했지만, 이미 세준이 지척에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종신은 회피하느라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있던 상황이었고.

양손에 든 검과 비수에 검기마저 어리게 하며 달려드는 세준.

그대로 맞으면 상당한 부상이 생길 게 뻔했지만, 둘 다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이었기에 양보할 부분은 없었다.

“끝이다!”

세준이 빠르게 내지르는 검과 비수.

그의 별호인 독봉처럼, 벌이 침을 찌르듯 재빠르고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이대로라면…… 들어간다!’

그렇게 공중제비를 돌며 회피하고 있는 종신의 몸에 비수가 닿기 직전, 세준의 의식은 끊어지고 말았다.

뻐억!

그 장면을 바깥에서 살펴보고 있던 영의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다.

‘스피닝 힐 킥!’

텀블링과 공중제비의 중간쯤에 있을 것만 같던 종신의 회피까지야 그럭저럭 지켜보았지만, 거기서 곧바로 발뒤꿈치로 세준의 관자놀이를 가격한 모습을 보자 일어난 것이다.

단순히 몸을 돌리면서 뒤꿈치로 공격한 것이 아닌,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며 맞기 직전까지 접근한 뒤 시야의 사각에서 날리는 불의의 일격.

종신의 무모함과 기술, 세준의 다급함과 승리에 대한 확신이 불러온 방심이 만든 최고의 일격이었다.

털썩.

세준은 종신의 일격을 얻어맞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종신은 자신의 복부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던 검을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하아-! 위험했네!”

“스, 승자! 만쇄문, 나종신!”

그렇게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자,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당세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화려한 암기술과 나려타곤이 기본인 지당권을 탑재하여 새로 태어난 만쇄문.

그리고 마지막 순간, 승패를 결정짓는 화려한 일격까지.

그 어느 것 하나 거를 것 없는 멋진 모습이었고, 그것은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배짱은 대단하군.”

“그보다, 당가의 암기술이 저 정도였다니…….”

“마지막 순간에 암기를 안 쓴 걸 보면, 암기를 거의 다 썼던 것 같은데? 저게 침이 아니라 내력을 담은 비도로 날아온다고 생각해 보게.”

종신의 시합이 끝나고, 쉬는 시간 겸 그다음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 위의 암기를 치우는 시간을 가졌다.

“으허억! 세진아! 이 오라비의 멋진 모습은 어땠느냐?!”

“크어어…… 푸후우…….”

다소 꼴불견인 모습을 보여준 세준과, 그대로 무대에서 내려와 잠든 종신.

그리고 영의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종신의 마지막 일격에 그가 벌떡 일어섰던 모습을 의식하고 있었다.

‘……저런 권사가 좋으신 건가?’

그다음 시합은 당세진 대 모용산산의 비무였기에, 영의의 옆에는 세진이 없었다.

그리고 그다음 치러진 제3시합은, 세진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무대 위에서 세진을 노려보며 자신 있게 소리치는 모용산산.

“모용가의 무공도 당가에 못지않다는 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알았어. 잘 볼게.”

세진은 무공을 보여 주겠다는 모용산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를 모욕하시는 건가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열등감을 품고 있었던 모용산산은 그것을 묘하게 비꼬는 것이라 알아듣고 화를 냈다.

“모욕……? 내가? 왜? 했다면 미안해.”

상대는 저런 이상한 면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독화라는 별호가 있는 반면에, 자신은 모용가의 여식이란 것 말고는 아무런 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상대가 사과를 했고 애초에 기행이 일상인 인물이었으니 저것을 트집 잡아 봤자 자신이 손해라는 걸 익히 아는 모용산산은 분노를 삼켰다.

“크윽……!”

“시작!”

이내 시작 신호가 울리자, 모용산산은 자신의 창을 휘두르며 세진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그녀의 창이 다가오기도 전에, 더 빠르고 더 많은 무언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사방만화…… 써도 돼. 오빠가…… 썼어. 팔방만화.”

사방을 점하는 사방만화와, 거기서 더 빽빽하게 여섯 개의 방을 점하는 육방만화.

세진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던지는 암기의 수와 위력을 늘린 팔방만화를 사용했다.

단순히 더 많이 던진다고 끝이 아닌, 일일이 내력을 실어 던져야만 하는 무공.

세준이 했던 것처럼 침을 임기응변으로 쓰는 대신 남아도는 비수를 쓴 세진의 팔방만화는 완전한 위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모용산산은 감정에 맡기고 섣부르게 내지르던 창을 급히 회수하여 회전시키기 시작했으나, 모든 방향에서 날아드는 암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면을 방어한다 해도, 입체적으로 날아드는 암기를 막기 위해서는 창을 마치 구 형태로 궤적을 그려야 했다.

그러나 아직 무공이 그만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모용산산이었지만 면에 대한 방어 자체는 할 수 있었기에 한쪽 방향의 암기만 막아 낸 뒤 그쪽으로 돌파하며 팔방만화를 뚫어 냈다.

그 와중에 스쳤던 몇 개의 비수를 제외하고는 피해가 전무한 상황.

하지만 모용산산은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으윽……! 분명히, 거의 피했는데!”

모용산산 또한 본선 진출자답게 어지간한 비수들 중 직격으로 날아오는 것들은 대부분 피해 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마비독에 걸려 쓰러지고 만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직접적으로 맞힐 만한 것에 독을 바를 거라 생각한 그녀였기에 독을 발랐을 거라 의심되는 것을 피하다가 스친 것이고.

“응, 그럴 것 같아서. 다 썼어. 독.”

“뭐요?! 저 암기들에 전부 다?!”

세진은 소매와 품속에 있던 암기와 독주머니들을 꺼내어 털어 보였고, 거기에는 깔끔하게 빈 통만 가득했다.

“이제 다 썼어……. 또 받아야 돼.”

하지만 세진은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초반에 던진 팔방만화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승자! 당가, 당세진!”

“이런…… 패배가…….”

의외의 전개와 엄청나게 빠른 시합 속도로 인해, 사람들은 잠시 멍해 있었지만 이내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 시합만큼 드라마틱한 결말은 아니었고 팔방만화도 이미 본 것이었기에, 관객들의 환호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수많은 암기가 떨어진 무대를 치우는 시간이 되었다.

“저기, 나 멋졌어?”

영의에게 다가와 자신의 활약을 자랑하는 세진.

“세진아, 이 오라비는 안 보이는 것이냐……?”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뒤로 따라오는 세준.

“오빠, 누워 있어. 머리 맞고 움직이면 안 돼. 가능하면…… 내일까지 누워 있어. 쭉.”

“크흑, 이 오라비를 걱정해 주는 것이냐……? 알겠다, 이 당세준! 이대로 온몸이 백골이 될 때까지 누워 있겠다!”

세준은 눈물을 흘리며 흙바닥에 드러누웠고, 이제 이쯤 되니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 시작했다.

그저 ‘또 시작이구나.’ 하는 눈빛으로 잠시 쳐다보고 말 뿐.

그리고 다음 시합인 제4시합을 위해 참가자들을 무대 위로 부를 때, 영의의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등을 툭 치며 지나갔다.

“……?”

영의는 갑자기 누군가가 치고 지나가는 것을 의문스러워하기 이전에, 그의 주변에 지나갈 공간이 있었는지부터 의문을 품었다.

‘양옆이랑 앞뒤로 사람이 가득한데 여기로 지나간다고?’

그리고 그의 등을 친 사람이 슬쩍 뒤로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이 내뱉었다.

“네놈에게 보여 주지, 본교의 힘과 나의 힘을.”

“……허?”

마교의 대공자, 혁련강은 그렇게 영의를 노려보며 무대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영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했다.

“……아니, 나이 30 먹고 저렇게 유치하게? 굳이 툭 치고 지나간다고?”

참고로,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커도 애라는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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