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화 (12)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각자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흐음…… 혼세궁이라……. 혼세궁…… 혼세궁……. 불길한 이름이군…….”
턱을 짚은 채, 혼세궁이란 이름을 여러 번 되뇌는 독고휘.
“이름이 정식으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 거란 목적만 알아서 그렇게 붙인 이름이에요.”
영의는 이름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 주었고, 혁련무강은 다른 부분을 질문해 왔다.
“끄나풀의 생김새는? 아니, 무공의 특징은? 물론 세작이니만큼 눈에 띄는 무공은 안 쓸 거라 생각한다만.”
많은 정보가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작은 단서라도 얻기 위해 한 질문이었다.
“저도 몰라요. 다만 가격한 상대방에게 마비를 불러일으키는 무공이란 것밖에는.”
영의는 그가 아는 한 최대한으로 설명했지만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점혈인가? 그렇다면 더욱 찾기 힘든데.”
“그렇게 보이지만 점혈은 아니고……. 쓰읍, 설명이 힘드네.”
“영 알 수가 없군. 그 이름만큼이나 혼란스러워. 정말 존재하긴 하는 건가?”
영의는 혁련무강과 독고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히요.”
암중 세력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영의의 확답에 혁련무강은 자신이 아는 것을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수상한 움직임도 알지 못했다. 우리 교에서는 언제나 중원에 사람을 뿌려 둬 정보를 수집했지만 모든 보고에서 특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며 독고휘 쪽으로 시선을 슬쩍 돌린 뒤, 다시 영의를 보는 혁련무강.
“독고휘야…… 뭐, 산에 틀어박혔으니 몰랐겠지만 본좌는 중원의 거의 모든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거지 녀석들만큼 잡다하지는 않지만, 중요 정보만큼은 확실하지.”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흑점이나 하오문, 개방 방주를 시켜다가 불게 하면 되는 것을.”
암중 세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또 서로 간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되려 하는 낌새가 보이자 영의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래서, 아는 바는 없다고요?”
“그렇다.”
“흐음…….”
영의는 잠시 고개를 숙여 고민하는 척을 하며 알림이에게 질문했다.
‘알림아, 그 정체까지는 말하면 안 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예언이나 점성술 같은 것으로 미래를 보고 바꾸려는 움직임이야 으레 있어 왔지만, 그 상세한 내역을 말하는 것은 안 됩니다.]
암중 세력이 있다는 것 자체는 밝힐 수 있지만 그 끄나풀이 죽었다고 알려진 공손환이란 걸 밝히면 안 된다는 이상한 규칙이었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하기로 한 영의.
‘알겠어, 그럼 일단 주의하라고만 해 둘게.’
[네, 사용자.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보다, 지난번에 정보가 뭐 문제 있었다고 한 거…… 그건 어떻게 됐어?’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기재가 안 된 것인지, 또는 삭제된 것인지…….]
알림이가 지금까지 못한 건 없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음…… 뭐, 이미 망한 미래가 있는 세계니까 자료가 엉킬 수도 있겠지…….’
영의가 마주했던 멸망한 미래의 무림.
그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정보가 손상되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 영의는 이내 독고휘와 혁련무강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진중한 태도로 대화를 나눈 그들이었지만, 아직 입가에 검은 춘장과 붉은 양념이 묻어 있는 것을 보자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일단, 조심하라는 이야기만 해 두려고요. 언제 나올지도, 어디서 활동하는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수장이 영감님들만큼 강하다는 건 확실해요.”
영의는 나름의 걱정을 안고 한 말이었지만, 독고휘는 자신만만하게 춘장이 묻은 입가로 미소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걱정 말거라, 본좌는 천하제일인이니.”
“하하, 본좌 또한 어디 가서 질 위인은 아니다. 물론 자네가 무림에 어두운 것도 알고, 진정한 천마신공의 위력을 모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알지만.”
혁련무강 또한, 붉은 양념이 가득한 입가에 호선을 그려 보이며 영의가 과한 걱정을 하는 거라 얘기했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문제…… 아니다. 아니에요. 그냥…… 집에 돌아가는 순간까지 뭔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만 하시고. 마침 싸움도 한번 날 뻔했으니까, 계속 경계하라고 하면 되겠네요.”
영의는 방금 전 두 세력의 무력 충돌이 일어날 뻔한 상황을 기회로 살려, 양 세력이 경계 태세를 유지하게끔 만들려 했다.
“흐음…… 그래야겠군, 괜한 충돌로 사고가 생길 수도 있으니.”
“후기지수들의 장에, 어른들이 끼어들 순 없지. 적어도 용봉비상전이 끝날 때까지는…….”
독고휘와 혁련무강은 혹시 모를 암중 세력의 수장에는 다소 방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좋아요, 그럼 이만 여기까지 하고……. 아, 밥은 제가 갖다 드릴게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영의가 그만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깜짝 놀라며 쳐다보는 둘이었으나 영의가 그 눈빛들을 보고 황급히 진정시켰다.
‘아니, 무슨 갑자기 짐 싸고 집 나가는 아들 쳐다보는 부모의 눈빛을…….’
“크흠…… 알겠네. 그럼, 용봉비상전을 구경할 때는 뇌섬문 쪽에서 보는 거겠지?”
“무슨 소리지? 우리 쪽에서 봐야지. 연화와 함께 구경할 수 있는 아늑한 자리를 마련해 주지.”
둘의 신경전이 시작되자, 영의는 아예 둘과의 사이에 선을 그어 버리기로 했다.
“……그냥 혼자 볼게요. 뭐 권유하지 마세요. 무공은…… 둘 다 쓸게요 그냥. 그럼 됐죠?”
두 가지 특징적인 무공을 사용하는 모습이 무림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도 모르면서, 영의는 둘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정한 탕평책(?)을 실시했다.
“좋군.”
“꼭 초식명을 외쳐야 하느니라.”
하지만 두 노인은 풍문을 무시하거나 찍어 누를 수 있는 존재였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지, 영의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뭔가 떠오른 건지 영의에게 질문을 하는 혁련무강.
“그러고 보니…… 자네가 굳이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이유도 그 암중 세력을 자극하여 유인하기 위해 그런 건가? 소속 없는 무명의 신진고수, 암중 세력이라면 상당히 눈독 들일 만한데.”
“생각해 보니 그렇군……. 이 녀석아, 그런 짓을 할 거면 말을 하고 해야 할 것 아니냐? 뭐, 그래도…… 책략은 나름 쓸 만하구나.”
혁련무강의 말에 독고휘마저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영의가 무대에 난입했던 이유가 순식간에 관심을 끌기 위해서일 거라 생각했다.
“그렇……죠?”
“그래, 그렇다면 당분간은 알은체를 안 하는 게 좋겠구나.”
“그렇군. 우리와 연관이 있는 모습이 보인다면 의심을 할 테니. 다만…… 각 문파의 후기지수들과 맺는 개.별.적. 친.분.은 관계없겠지? 자연스러울 테고.”
“호오…….”
두 노인…… 아니, 영의 기준에선 그냥 영감님 내지는 노인네들이 또다시 이상한 생각을 하는 듯하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휴…… 그럼 전 일단 가 볼게요.”
영의는 그렇게 두 노인을 두고 바깥으로 나갔고, 두건을 둘러쓰는 식으로 간단하게 변장을 한 뒤 비무대회장의 구석에 서서 3차 예선의 비무를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만약에 그 공손환이란 놈이 섞여 들어오려면 이 패자부활전…… 3차 예선이 적합한데…….’
3차 예선은 확실히 실력만으로 모든 게 결정되어서 그런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자, 나의 절초를 받아 보시오! 구룡번천!”
“어림없다!”
“크아악!”
뭔가 있어 보이는 기술명과 화려한 움직임으로 접근하다가 단순한 카운터를 맞고 뻗어 버리는 무인.
“하앗! 천패단공열참!”
“호월참.”
“아니?! 어떻게?!”
“네놈의 절초는 이미 파악했다! 오십 년 전 사문의 원수, 여기서 갚아 주마!”
의외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틱한 매치까지.
하지만 대부분이 검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무인들이었고, 영의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맨손을 쓰는 무인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권사와 권사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만쇄문, 나종신! 그리고 소림, 대진!”
둘 다 무기 같은 것은 패용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올라오는 두 무인.
물론 한쪽은 나름 이름 있는 문파였고 한쪽은 소림의 인물이었으니 의심의 가능성이 낮았지만, 변장이 감쪽같았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영의였기에 그 둘의 싸움을 주의 깊게 보기로 했다.
“에…… 잘 부탁드립니다.”
“소승도,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리오.”
서로 포권을 하며 인사를 나누는 종신과 대진.
“와아아! 괴암승(塊巖僧)! 이겨라!”
“만쇄문의 이름을 보여 줘라!”
별호가 없는 종신과 달리, 대진은 별호가 있는 듯했다.
‘바윗덩어리와도 같은 스님이라…….’
의심은 별로 가지 않았지만, 의외로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아 흥미가 생겼다.
“시작!”
주심으로 선 남궁가의 검수가 시작 신호를 외치자, 곧바로 앞으로 튀어 나가며 주먹을 뻗는 종신.
“하아! 쇄암권!”
종신의 주먹에는 바위를 부순다는 초식명대로 강맹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 공격을 피하거나 막지 않고, 오히려 주먹을 역으로 내지르는 대진.
쿠웅!
대진은 종신의 주먹에 맞고 뒤로 날아갔으나, 그가 날린 주먹 또한 종신에게 명중했다.
“크윽, 아프다!”
종신은 대진을 때린 손을 부여잡고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으며, 대진은 옷을 툭툭 털어 내며 다시 종신에게 다가왔다.
“소승이 하나 충고하자면…… 기권하고 다음 대회를 노려 보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비록 앞선 예선에서는 저보다 강자들을 만나 떨어졌지만, 소승이 약한 건 아닙니다.”
그렇게 둘의 대치가 시작되자, 용준 대신 사회자로 참여한 만박자의 목소리가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자~ 권사 둘의 대결이 시작되었지만! 만쇄문의 강권은 소림의 금강불괴를 뚫을 수 없었습니다!”
다소 과장이 조금 섞이긴 했지만, 양쪽 모두를 띄워 주는 표현을 썼기에 달리 불만은 나오고 있지 않았다.
첫 번째 격돌 이후로도 둘은 계속 권을 주고받았지만, 종신은 위험성을 알았기에 전력으로 가격하는 대신 여유를 남겼다.
그리고 대진 또한 종신의 힘을 얕보지 않았기에, 장외가 되지 않도록 적당히 맞고 버티는 쪽으로 수비를 굳혀 갔다.
그렇게 약 이십여 합이 나누어지고, 종신은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 듯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한 번에 안 부서지면…… 부서질 때까지 부순다!”
이내, 종신은 2차 예선 때처럼 권을 포기한 채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대진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승기!”
무슨 공격일지는 몰라도, 자신의 우월한 육체와 단련에서 나오는 방어력을 믿고 전심전력의 일권을 내지르기로 한 대진.
“후우…… 일보신권!”
백 보 바깥까지 그 기세와 속도를 유지하며 나아가는 백보신권과 달리, 단 일보.
사람이 그저 주먹을 지르면 닿을 거리인 그 일보에 모든 것을 담는 주먹이었다.
물론 여타 다른 권과 별다를 바 없는…… 아니, 오히려 변화무쌍하지 않고 정직하기만 한 일권이었지만 거기에 담긴 파괴력은 백보신권의 그것과도 같았다.
혜윤이 정마대전 당시 자기 나름대로 개량하여 사용하던, 한 발 한 발이 사람의 신체를 능히 공중분해시키는 살초였지만 지금은 거기서 고쳐 백보신권의 입문용으로 바꾸어 냈다.
그리고 지금 대진의 수준으로는 소림의 무승들 못지않게 튼튼한 종신을 상대로 살상력이야 나올 수 없겠지만 부상을 입히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목표는…… 머리!’
대진은 그렇게 모든 것을 담은 일권을 내질렀고, 그것은 정확히 종신에게 적중했다.
빠악-!
하지만, 그의 인생 최고의 권이라 자부할 수 있는 그 권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사망 위험 때문에 위력을 줄이지도, 그렇다고 봐주기 위해 몸통을 가격하지도 않고 정확히 머리를 때린 대진의 권.
그 권을 맞은 종신의 머리는 붉게 변하며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었지만, 정작 종신은 기절하거나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잡았다! 흐헤헤, 잡았다고!”
대진의 일권을 견딘 대신, 그의 몸을 붙잡는 데 성공한 종신은 계속해서 그를 밀쳤다.
“크윽! 잡았다고 해서 상황이 변하지는 않소!”
대진은 종신을 떨쳐 내기 위해 일단 밀려나는 것을 멈춰 자세를 가다듬고 공격을 하려 했으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없었다.
“어?!”
본래 무인의 힘은 땅에 디딘 발에서 나오는 추진력이 대부분.
아무리 상체의 근육을 동원해도, 땅을 지지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땅을 제대로 딛고 밀려나는 것에 저항해야 할 그의 다리가, 공중에 떠 있었다.
“헤헤…… 슬거(膝擧)!”
종신이 대진을 붙잡고 곧바로 한 것은 그를 밀쳐 내며 무릎의 뒤, 오금 쪽으로 팔을 넣고 곧바로 무릎을 들어 올린 것이었다.
본래 앞에서 오는 충격을 막을 때에는 나름 효과적인 인간의 관절이지만, 뒤에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방비했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본 영의는 곧바로 현대의 격투기를 떠올렸다.
‘……태클? 무림치고는 상당히 창의적인데?’
본래 무공이란 서로 죽고 죽이게 하기 위한 것으로, 그라운드 기술을 쓰기 위한 태클을 쓰려고 하면 상반신이 자유로워지기에 도중에 칼 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금 종신은 상당히 숙련된, 그리고 무기를 든 무인에게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태클을 하고 있었다.
“크윽! 이건 무공이 아닌……!”
대진 또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주먹을 날리려 했지만, 종신의 박치기가 그의 머리에 작렬했다.
“으아아아! 철쇄두!”
콰앙!
“크헉!”
분명히 지금 혹으로 인해 부어오르고 있는 머리였건만 종신은 그딴 건 관계없다는 듯…… 아니, 아예 고통을 모른다는 듯 연신 대진의 머리를 들이받았다.
한쪽 다리는 붙잡혀서 사용 불가, 다른 쪽 다리는 균형을 잡기 위해 땅을 연신 디디고 있었다.
팔로 박치기를 막거나 공격을 해야 하지만, 상대도 한쪽 팔이 남아 있었기에 그걸로 연신 견제를 하고 있었다.
콰앙!
콰앙!
그렇게 돌진하며 계속 철쇄두를 맞자, 대진은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커……흑.”
대진이 고개를 휘청거리며 잠시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자, 종신은 곧바로 대진을 양손으로 붙잡고 짊어졌다.
“지금이다! 천지반전!”
자신의 어깨 높이로 대진을 올린 종신은 곧바로 대진을 위아래로 뒤집은 뒤 냅다 패대기쳤다.
레슬링에서의 보디슬램과도 같은 동작.
타앙!
“크윽! 컥!”
어느 정도 상대가 받는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탄성 있는 재질의 링이나 힘 조절, 낙법을 할 여유가 없는 전력을 다한 던지기.
그런 강력한 힘을 고스란히 받은 대진은 바닥에 등부터 떨어졌고, 차마 낙법을 취할 여유가 없었기에 충격을 더욱 크게 받았다.
“크윽…… 끄억.”
엄청난 충격에 폐에 있던 모든 공기가 빠져나간 듯, 대진은 호흡이 곤란한 듯 꺽꺽거렸다.
“한 번 더!”
종신은 확실하게 끝을 보겠다는 듯, 그런 대진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자신의 어깨 위로 대진을 들어 올린 종신.
종신은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채를 잡으려다 손이 허공을 휘젓자 이내 목을 감싸 잡은 뒤 곧바로 옆으로 던졌다.
여러 번 머리를 얻어맞고 정신이 혼미해졌던 데다 호흡까지 힘들어져 무력했던 대진은 결국 무대 바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보디슬램에, AA?! 올바른 자세는 아니긴 하지만…… 접수도 안 받아 주는데 저게 가능하다고?’
영의는 현대에서 어린이용 프로그램 대신 여러 가지 격투 매체를 보고 자랐기에 레슬링 기술에도 제법 능통했고, 방금 종신이 사용한 기술을 보며 감탄했다.
‘태클이야 그럴듯했지만, 레슬링 기술까지 있다니……! 만쇄문, 재밌는 문파잖아?’
그렇게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종신을 쳐다보기 시작한 영의.
하지만 관객들은 종신의 그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지 침묵하고 있었다.
“방금 그건…… 뭐라고 해야 하나?”
“그 왜, 금나수 중에 집어 던지는 건 많지 않소?”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집어 던지는 쪽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와중에, 객석에서 한 노인이 일어나 외쳤다.
“종~신~아!”
“스승님!”
“잘했다, 이 녀석아! 튼튼한 놈은 그렇게 잡아야지!”
종신의 스승인, 만쇄문주 사매치가 외치는 소리에 관객들은 이내 방금 전 행동들이 뭔가 용도가 따로 있는 무공이라고 납득하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그렇게 존…… 아니, 종신은 일약 인기인으로 등극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