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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08화 (208/325)

#제208화 (9)

2차 예선이 끝난 뒤, 모든 참가자들은 본선용 대형 비무장에 모여 있었다.

“자! 이차 시험이 끝났으므로! 삼차 시험을 실시해야 하나! 누가 본선에 올라갔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소!”

비무장의 무대 위에서 쩌렁쩌렁하게 소리치고 있는 용준.

관객들과 탈락하여 구경꾼으로 바뀐 무인들은 그런 용준의 말에 환호를 보냈다.

와아아아-!

“그럼! 본선 진출자들을! 소개하겠소이다!”

3차 예선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비무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2차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영웅들을 보는 걸 기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용준은 손을 뻗어 무대 한편을 가리키며 외쳤다.

“우선! 자랑스러운 무공의 본산! 태산북두 소림!”

본인이 소림 출신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소림에서 본선 진출자가 가장 많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미사여구를 조금 섞어 넣는 용준.

그가 가리킨 곳에서 머리를 민 승려들이 여럿 올라오더니, 초식의 자세를 갖추며 기합을 외쳤다.

“하아!”

소림의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약간의 과장 섞인 동작이나 화려한 볼거리 같은 경우에는 사전에 협의를 해 둔 것인지, 상석에 앉은 마교나 사파 쪽의 인사들도 침묵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이 더욱 대단한 걸 준비했다는 듯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역시 소림이오! 다음으로! 하북의 자랑, 패도의 길을 걷는 가문! 팽가!”

팽가는 소림과 달리 곧바로 뛰어 들어오더니, 각자 좌우 대칭으로 서서 화려한 도법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휘릭, 휙-!

공기를 가르는 도의 속도와 거기에 담긴 파괴력을 보여 주는 화려한 검무의 뒤로, 누군가 다가와 검에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주먹에 파괴되어 두 동강이 나는 도.

팽가의 진출자들은 검이 부서지자 모두 입을 모아 외쳤다.

“패왕지권!”

권왕을 배출한 팽가라는 자부심과, 그것을 뽐내기 위한 무대였던 것이다.

“훌륭한 권이었소. 그리고 다음! 개개인은 약할지 몰라도, 뭉치면 최강! 개방!”

팽가의 인원들이 도의 조각을 회수하고 내려가기가 무섭게, 개방의 거지들이 빠르게 무대 위로 올라와 봉으로 무대의 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땅! 땅! 땅! 땅!

인간의 힘으로 혼자 이기기 힘들고, 언제나 거지와 밥그릇 싸움을 벌이던 들개를 상대할 때 쓰던 수법.

본래 의도는 개를 쫓아내거나 죽이는 용도였지만, 무공과 접목하게 되며 본인의 힘으로 이기기 힘든 강자를 상대하기 위한 진법으로 바뀌었다.

여럿이 모여 한 명을 공격한다는,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난해한 진법.

타구진을 선보이고 있는 개방의 거지들.

“어이!”

“헛차!”

“여기다!”

“하아!”

거지들은 각자 다른 기합 소리를 내며 정신 사납게 주위를 맴돌다 공격을 가했고, 그런 그들의 동작은 제각기 달랐으나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따앙!

모든 구성원이 마치 하나의 기계가 된 듯한 통일된 모습을 보여 준 개방의 거지들은 이내 동시에 바닥을 가격하고는 포권을 한 뒤 다시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으로! 창천의 기세를 검에 담고, 언제나 가슴속에 드높은 하늘을 품은 이들! 남궁가!”

남궁의 무인들은 푸른 옷을 차려입고 기세등등하게 무대 위로 올라갔고, 앞선 이들과 마찬가지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대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영의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어…… 어떡하지? 나도 저런 거 해야 하나?’

비무대회면 그냥 서로 비무만 하면 될 것이지, 굳이 저런 퍼포먼스를 보여 줄 필요가 있는 건가 고민하는 영의.

그리고 그것을 고민하는 건 영의뿐만이 아니라 다른 개인 참여자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어어…… 어떡하지…….”

“후…… 후후…… 젊은 시절에 배워 둔 게 이럴 때 쓸모가 있을 줄은.”

“뭐야, 뭐 검무라도 배워 둔 거냐?”

“아니, 시장에서 야바위를 좀 했지. 손에 있는 돌을 없어지게 할 수 있다고.”

작은 마술쇼를 하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이, 형씨. 외공 단련했지?”

“그래, 왜?”

“차력이나 보여 주자고. 내 검, 한쪽은 날이 잘 안 서 있거든? 어때?”

“나쁘지 않군.”

즉석에서 팀을 짜서 뭔가 보여 주려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이 고민하는 동안 용준의 소개는 그렇게 계속 이어졌고, 정파 쪽에서는 53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다음은! 초대 손님들이자, 예선을 누구도 탈락하지 않고 진출한 새외의 무인들이오!”

빙궁과 야수궁, 남해에서 온 무인들은 앞서 정파의 무인들이 보여 준 화려한 공연 같은 것은 준비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중원의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새외의 독특한 무공을 시연하는 자체만으로도 확연히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눈이다!”

“아름답다……!”

공중에 물을 뿌린 뒤 손을 흩뿌리는 것으로, 그 물을 눈으로 바꿔 버리는 북해의 세 남녀.

채앵!

화르륵-!

도를 뽑아 한번 때리는 것만으로, 칼날에 불길이 치솟게 하는 남해의 무인들.

“크르릉…….”

집채만 한 호랑이의 위에 타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위압감과 놀라움을 선사하는, 남만의 무인들까지.

사실 그들도 처음에는 놀이 같은 이런 행위에 어울려 줄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무인들 모두가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급조한 무대였다.

남해의 무인들은 급히 기름을 구해 와 검에 바르는 사전 작업을 했지만 다른 무인들은 큰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작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 냈으니, 각인만큼은 확실하게 되었다.

그런 화려한 무대가 끝나자, 마지막 단체 참가인 마교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앞선 무인들이 화려함과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었다면, 마교의 인원들은 정갈하고 고급진 의복을 차려입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그런 차분한 모습과 달리 그들이 보여 준 것들은 모두 놀라웠다.

“흐음!”

근거리에서 권기를 발출해 손에 닿지도 않은 석판을 부수는 모습이라든가.

“후우…… 하!”

종이를 접어 그것으로 물체를 베어 내는 모습을 보이는 등, 상당히 놀라운 기예들을 보여 주었다.

마치 ‘그렇게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지 않더라도 충분히 무위를 보여 줄 수 있다’라고 말하듯, 마교는 조용하지만 멋진 무대를 보여 준 뒤 다시 무대를 내려갔다.

“자! 이제 본격적인 주인공의 시간이오! 천하제일의 문파, 뇌섬문!”

마치 앞선 문파들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었다는 듯이, 용준은 뇌섬문을 가장 마지막 순서에 소개했다.

그리고 뇌섬문의 인원들이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오는 순간, 누군가가 다른 이들보다 앞서서 뛰어 올라왔다.

“와아아! 영광입니다! 본선에 진출하다니!”

아니나 다를까, 혼자 돌발 행동을 한 것은 우형이었다.

“야! 돌아와! 원래 계획대로 해야지!”

“아, 맞다!”

우형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다시 뒤로 돌아와 다른 이들과 대형을 갖춰 섰다.

그리고 그들은 원을 그리듯 모여 서더니, 이내 서로 마주 보고는 앞으로 손을 뻗었다.

“전원! 방출!”

누군가의 호령에, 뇌섬문의 인원들은 각자 뇌기를 방출하기 시작하였다.

한 명 한 명의 작은 뇌기라도, 여러 명이 모이자 이내 눈에 보일 만큼 커지는 뇌기.

“넘겨라!”

다음 신호가 떨어지자, 그들은 뇌기의 움직임에 방향성을 주었다.

파직-

큰 전격의 줄기가 그들 사이에서 오가기 시작하며 이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전류는 한 명씩 거치며 계속 한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파직, 팟-!

뇌기를 다루는 무공이 주로 된 문파이니만큼 그에 대한 내성도 상당했지만 감전당하지 않고 손실 없이 뇌기를 곧바로 넘기는 것은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을 요구했다.

파파파팟-!

전류가 옮겨지는 간격이 짧아지기 시작하자, 그것은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원을 보는 듯하였다.

와아아아아!

앞선 무공의 시연보다 새외의 특이한 무공에 더 많은 환호를 보냈듯, 몸을 쓰는 것보다 신비한 현상이 나오자 열광하는 관객들.

뇌섬문의 인원들은 그 환호성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속도를 더 높이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속도를 올려라!”

“사형, 그러면 위험합니다.”

“걱정 마라. 약간 정도는 문제가 안 될 테니.”

그러나 말이 씨가 된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가 아주 약간 올리기 시작한 속도에 다른 이들도 덩달아 속도를 올렸고 그것은 이내 주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사…… 사형?”

“위험하다, 뇌기를 다른 곳으로 보내라!”

뇌섬문의 인원들은 통제할 수 없어지기 시작한 뇌기를 급히 피해가 없게 처리하려 했지만 뇌기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잠시 그 뇌기를 머금어야 했다.

“안 됩니다, 잠깐이라도 멈추면 죽습니다!”

“젠장…….”

그리고 그 상황은 상석에서도 눈치챈 듯, 무대를 보며 탄식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뇌섬문의 제자들이 너무 신이 났나 보군. 어쩐지 과하게 빠르더라니…….”

그들은 그것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는 했으나,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뭐…… 검황께서 알아서 막아 주시겠지.”

“허허, 후기지수들이 혈기에 그만 무리를 했나 보오.”

여차하면 독고휘가 막아 줄 거라 생각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고휘도 그것을 알았기에 뇌기가 어디론가 튄다면 곧바로 낚아채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혁련무강은 뇌섬문에서 사고가 날 것처럼 보이자, 슬쩍 일어날 준비를 하면서도 입으로는 뇌섬문 제자들의 실수를 언급했다.

“흠, 아무리 독고휘가 만든 문파라 해도…… 가르침을 받는 게 애송이들이면 저렇게 되는 건가.”

그렇게 뇌기가 어디론가 튀어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무대에 난입한 사람이 있었다.

“에이, 진짜!”

뇌기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니 긴장한 채 기다리던 상석의 고수들과 달리, 어디론가 튀어 나가기 전에 조치를 취하려 달려드는 영의.

이것은 다른 이들이 늦은 것이 아니라, 영의가 유독 빨리 행동한 것이긴 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 누군가가 정상적인 무대에 난입한 것으로 보였다.

곧바로 뇌섬문의 인원들에게 달려간 영의는 그들 사이에서 빠르게 흐르는 뇌기에 손을 집어넣었다.

“앗, 사숙조님?”

그 와중에 영의를 알아보고 알은체를 하는 우형.

뇌섬문의 인원들은 누군가 뇌기를 거둬 가려 하자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려 했다.

“잠깐, 위험……!”

그러나 영의는 그들과 달리 뇌기가 몸에 좋은(?) 체질이었고, 이내 모든 뇌기를 거둬들였다.

파직, 파지직-!

여러 명이 모아서 증폭시키던 뇌기는 그대로 영의의 몸에 전해졌고, 이내 주위로 스파크를 튀기기 시작했다.

“하늘로 쏴야 하려나.”

콰릉-!

영의가 하늘로 주먹을 뻗자 스파크를 튀기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뇌기들은 이내 하늘로 쏘아 올려졌고, 하늘 위로 뻗어진 뇌기는 구름 속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것을 역재생한 듯한 그 광경은, 관객들이 환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못해 완벽한 장면이었다.

와아아아아-!!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엄청난 환호성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고, 그 환호성을 내지르는 것에는 정파와 사파의 구별이 없었다.

그저 인간의 몸 하나로 번개라는 천재지변을 다룬 듯한 그 모습은 옛날의 독고휘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고, 그것을 한 게 이름 없는 무인이란 점에서 더더욱 열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무대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본선 진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손뼉을 치며 영의를 빛나는 눈으로 쳐다보는 당세진.

“재미있는 사람. 엄청 멋져…….”

짝짝짝.

“세, 세진아! 내가 더 멋질 수 있다! 이 오라비는……!”

“오빠, 팔불출.”

그리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눈빛으로 영의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우와…….”

“귀인도 참, 대단하시네요. 모두의 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영의를 보며 감탄하는 혁련와룡과 연화.

“……흥. 아무리 눈에 띄어 봐야, 무공으로 붙어 봐야 아는 거다.”

호승심을 불태우는 몇몇 혈기 넘치는 후기지수들과.

“뇌섬문에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요……?”

“귀인, 대체 어디서 저런 힘을……?”

그리고 영의를 분석하듯 쳐다보는 제갈가의 무인들과 혁련운.

“뇌섬문! 뇌섬문!”

뇌섬문을 연신 외치며 환호하는 관객들.

“저 녀석이…….”

“형님, 형님. 저 녀석 참가했었수?! 근데 왜 나는 몰랐지?! 말을 해 줬어야지!”

영의가 저지른 짓에 뇌섬문이 엮이자 머리를 싸매는 독고휘와 그의 짓인 줄로만 알고 체면이고 뭐고 잊고 다급히 따지러 오는 팽소운.

그런 무림인들의 중심에서, 영의는 또다시 자신의 성급함을 후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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