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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99화 (199/325)

#제199화 (25)

새외의 무림 세력들, 그 궁주들을 팽소운이 담당하러 떠나자 팽가는 부담을 덜었지만 한층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권왕의 이름은 은퇴 이후에도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 않았기에, 어지간해서는 그 이름만 대더라도 해결되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고수들로 중재할 수 없는 일류 이상 고수들의 싸움.

-이 권왕이 중재하는데 계속 싸우겠다는 건가? 자네, 사문이 어딘가?

길거리에서 싸움이 붙은 정파와 사파 고수가 있더라도 권왕 앞에서는 배분이고 무공이고 내세울 것 없는 병아리들에 불과했다.

거기다가 영원히 싸우지 말라는 말 대신 비무대회 기간 동안만 복수를 군자답게 참고 기다리라는 말을 한다면 그 누가 싸움을 벌일 수 있겠는가.

그 외에, 뇌물 등을 싸 오며 접촉해 오는 상단이나 집단이 있을 때의 접객.

-헤헤, 선물입니다. 우선 이것 좀 받으시고…….

-솔직하게 말해서, 팽가의 전대 가주이자 권왕인 내가 이런 걸 받을 것 같나?

-어…… 그게…… 그, 아닙니다…….

-알면 됐군. 돌아가서, 떳떳하게 물건 팔고 경쟁을 하게. 상인끼리의 암투는 무림의 영역이 아니니 관여하지 않겠으니 무림인의 손을 빌리지 말게.

대회 신청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일부 무림인들에 대한 일갈.

-자신의 무력을 자랑하고, 증명해 보이겠다는 마음과 그 결단력은 좋다! 그리고 나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자, 나에게 보여 봐라! 내게 그 무를 증명해 봐라! 그럼 바로 비무대회 결승으로 보내 주마!

대외 활동이 없다시피 한 독고휘는 논외로 친다면 그나마 무림인들이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절대고수가 권왕과 같은 정사칠룡 출신 인물이다.

그런 절대고수가 외치는 데에 간 크게 뛰어들어 주먹을 날릴 무림인은 이미 그 객기로 인해 죽은 지 오래일 테니, 그 누구도 덤벼들지 않았다.

그렇게 존재만으로 해결되는 일들이 많았기에, 팽가에서는 업무량이 조금 분담되었지만 지금 팽소운이 새외의 궁주들을 맞이하러 가자 그러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가주님, 평일 상단이 접객을…….”

“무시해.”

팽자성은 팽소운의 빈자리를 절절히 느끼며 업무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절차를 거쳐서 일주일이나 기다린 상단입니다.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끄으응…… 최대한 빠르게 시간을 잡도록.”

보내기만 하면 다 거절할 수 있는 만능 치트 키(?) 팽소운이 없으니, 일일이 접대하고 완곡히 거절해야 하는 팽자성.

“네.”

팽자성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도, 대부분 정파 세력들은 알아서 하니 문제가 없고…… 사파도 패왕 대협께서 알아서 해 주시니 그나마 낫군.”

본래 사천에서 개최될 줄 알았던 비무대회가 개인적 연줄로 인해 하북에서 개최되자, 사천 주변에 적을 두고 있는 문파들은 팽가에게 실망했다.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소.

-부디 실패하지나 않길 바라겠소.

-다음에는 과거 시험도 하북에서 열리겠군.

다르게 말하면…… 팽가에게 삐진 사천의 문파들.

팽자성으로서도 억울하였으나 이득이 되는 면이 상당히 컸고, 또 독고휘란 이름의 천재지변을 어쩔 수 없는 건 그들 모두가 알았기에 그저 반쯤 놀리듯 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천재지변이 하북을 강타했다.

“가주님! 지금, 성으로 뇌섬문의 일원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으아……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그나마 독고휘에게 교섭 가능한 세력 중 하나였던 팽가는 지금 그 교섭 수단이 부재중이었기에, 팽자성은 머리를 감싸며 절규했다.

한편, 하북성 입구.

한 무리의 사람들이 깃발 하나를 들고 하북성 내부로 진입했다.

별다른 장식 없이, 황색 비단에 뇌섬문이라 자수를 놓기만 한 깃발을 하나만 들고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깃발 하나로도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뇌섬문이다!”

“천하제일문파!”

수많은 사람들의 열광과 환호 속에도, 뇌섬문의 인물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근엄하게 격식을 차리는 듯 보였다.

“멋지다!”

“와아아!”

천하제일문파라는 외침에 누구 하나라도 표정이 변할 법했으나, 그들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동요 없이 무심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선두,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은 한 청년이었다.

“음! 사부…… 아니, 태사조님. 이곳이 하북입니까! 정말 멋집니다! 와아!”

깃발을 힘차게 펄럭이며, 주위를 둘러보며 신기해하는 청년 우형.

그런 우형의 머리 위에서, 한 장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럼 이제 다시 수행을 시작하지. 이것들을 차라.”

“예!”

장년 남성, 독고휘는 우형의 머리 위로 올라타더니, 그 위에서 편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우형은 그 상태에서 여러 개의 무게 추를 짊어진 뒤 자연스럽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아…… 또…….”

“하…… 하하…… 하아…….”

뇌섬문의 제자들과 관계자들은 독고휘를 봇짐 지듯 머리에 올려 둔 그런 모습을 보며 각자 한탄하거나 헛웃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곳에 들어오며 표정 변화가 없었던 것은, 근엄함을 유지한 게 아니라 표정이 변할 정도의 감정마저 저것을 보며 메말라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태사조님이 안 계시는 뇌섬문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아닐까…….’

‘제자를 키우지 않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아니, 제자가 키워지러 안 온 게 아닐까.’

뇌섬문의 제자들은 보는 사람과 행하는 사람 모두가 부끄러울 것 같은 기괴한 수행을 보며 공통적으로 자신이 저 대상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품었다.

“자, 더 빠르게 가자!”

“예, 태사조님!”

독고휘의 지시에 우형은 곧바로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고, 뇌섬문의 깃발과 상징이 둘 다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다른 뇌섬문의 인원들이 그것을 뒤쫓기 시작했다.

“사조님, 제발 체통을 지켜 주십시오!”

그 시각, 하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자락의 작은 시골 마을.

평온하던 대지가 갑작스레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대지의 진동으로 인해 나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떨어졌고,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을에서는 올려 두었던 물건이 떨어지거나 자기 위해 누웠던 이들이 흔들림을 감지하고 잠에서 깨는 등, 확실한 이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내 진동에 놀란 마을의 사람들은 지진이라 판단하고 모두 바깥으로 나와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다.

금방 그칠 거라 희망을 품었던 진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고, 마을 주민들의 두려움이 조금씩 커져 갈 무렵, 그들의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두.

일반적 지진에서 나올 법한 소리가 아닌, 연속적으로 무언가가 부딪치며 나오는 소리.

마을의 주민들은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모두들 그곳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핫-하!”

“흐하하하하!”

거대하고 검은 말을 탄 붉은 옷의 무림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말을 달리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말을 탄 무림인들은 마을 중앙에 나 있는 길을 빽빽하게 채워 통과했고, 그들이 지나가자 울퉁불퉁하던 땅이 평탄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십…… 수백의 말들이 지나가자, 그 뒤에서 앞선 무림인들보다 느린 속도로 오는 거대한 행렬이 있었다.

붉은색의 깃발들을 펄럭이며 빠른 속도로 마을을 지나기 시작하는 행렬.

붉은 깃발의 중심에는 불을 상징하는 삼각형이 그려져 있었고, 명교와 신교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명교…… 중원에서 마교라 불리는 이들의 행차였다.

마을 사람들은 사파든 정파든 무림인들이라면 일단 두려워하여 숨기 시작했고, 다행히 마을을 약탈하거나 할 생각이 없는 듯 보이자 안심하며 그 행렬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행렬의 선두에는 말을 탄 몇몇 노인들과 거한들이 있었고, 그 거한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덩치가 큰 노인이 있었다.

그 덩치에 맞는 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의 의지인지 말들과 같은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 노인.

노인의 얼굴에 힘든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본인의 의지인 듯 보였다.

그리고 선두의 뒤쪽에는 거대한 마차가 오고 있었다.

마치 가옥 한 채와도 비슷한 크기를 자랑하는 마차는 고급진 검은색이었으며, 곳곳에 황금 장식이 박혀 그 안에 타고 있는 이의 부와 권력을 짐작게 했다.

그 거대한 마차에 마을의 주민들이 눈길을 빼앗기자, 황금 마차의 뒤에 앉은 한 노인이 마차를 두들기더니 뭐라 중얼거렸다.

“예, 존명!”

이내, 노인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주변에 있는 호위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수라대! 성화와 천마님의 자비와 아량을, 이 중원에 보여 주어라!”

“예! 검마님!”

검마의 명령에, 마차 주변을 호위하듯 따라오던 수라대는 각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마을로 가볍게 던져 뿌렸다.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무언가가 빛을 반사하여 영롱하게 빛나자, 마을 주민들은 호기심에 그것에 가까이 갔다.

“이…… 이건! 은자!”

그릇처럼 생기고 실제로도 묵직한 은원보나 금자에 비하면 많이 작고 그 값어치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은은 은이다.

평범한 촌락 주민들에게는 일확천금의 기회나 모종의 이유로 집안의 재산을 처분할 때가 아닌 이상 쉽게 만질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마교의 행렬은 그런 은자를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밭에 씨를 뿌리듯이 한 움큼씩 마구잡이로 뿌리고 있었다.

주민들은 은자를 뿌리는 것을 보자 곧바로 길 양옆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기 시작했고, 수라대의 인원들은 그 모습을 보자 흐뭇한 듯 미소 지었다.

그들은 이곳까지 오는 길에 있는 모든 마을에서 같은 행동을 했고, 그 덕분에 마교가 가는 길에는 금과 은이 남는다는 소문이 계속해서 퍼져 갔다.

거대한 황금 마차의 안.

마치 고급진 별원의 내부처럼 안락하고 사치스럽게 꾸며진 내부에는 중년인의 모습을 한 혁련무강이 앉아 있었다.

“이렇게 평판과 좋은 인상을 쌓아 둬야,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검마! 은을 모두 쓴 수라대는 뒤의 보급 수레에 주머니를 보여 주고 새로 채우도록 명하라!”

마교의 이미지 개선과 민심 장악을 위해 재물을 뿌리고 있는 혁련무강.

그는 이 모든 것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투자를 하고 있었다.

“예!”

“후후…… 이번에야말로 본좌가 천하제일로 우뚝 선다……!”

혁련무강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손을 꿈틀거렸고, 그의 손아귀 안에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다 사라졌다.

거대한 황금 마차의 뒤쪽, 두 대의 검은 마차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황금 마차를 끄는 대형 전투마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만, 그래도 큰 전투마가 그 마차를 끌고 있었다.

그 마차 두 대의 주인은 혁련강과 혁련진.

매번 치열하게 서열 싸움을 하는 장남과 차남답게, 서로 같은 것을 마련하여 경쟁하듯 똑같은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 황금 마차와 비슷할 정도로 컸지만 장식이나 세세한 짜임새에는 조금 손색이 있는 큰 검은 마차가 있었다.

황금 마차의 시제품에 해당하는 이 마차는 내부가 황금 마차와 비슷하게 방처럼 꾸며져 있었고, 넓은 만큼 많은 이들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 안에는 세 명밖에 없었다.

“형님, 여기 이 부분이 왜 다른지 아십니까?”

“응? 이건…… 작성자의 견해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근접한 해석을 가진 건 만박자의 것이 제일 낫지.”

서적들을 쌓아 두고 그것을 읽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질문하는 혁련와룡과 거기에 답해 주는 혁련운.

두 형제의 옆에는 혁련연화가 있었지만 그녀는 마차에 나 있는 창으로 바깥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마차들의 뒤를, 으레 볼 법한 크기의 마차들이 따르고 있었고 그보다 훨씬 뒤에서는 수많은 수레와 인마의 행렬이 따르고 있었다.

그 행렬의 최후방, 한 낡은 마차가 수레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보게, 마의. 부탁이네만 제발 좀 여기서 그러지 말게.”

마차의 안에는 마뇌와 마의가 나란히 앉아 있었고, 마의 백천정은 약재들을 이리저리 섞으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에 책을 덮으며 불평하는 마뇌 사마지.

“영감탱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불평을 해? 1년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닥쳐.”

하지만 괴팍하기로는 마교 최고의 자리에 있는 마의였기에, 마뇌의 불평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잉…… 쯧, 도련님과 함께 있을걸…….”

그렇게 천하제일 비무대회의 마지막 참가 세력인 마교가 하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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