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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98화 (198/325)

#제198화 (24)

알림이와의 만남 이후, 영의는 한층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보냈다.

“요즘 잘 지내시죠?”

“집에 애들이 없으니까 너무 좋은 거 있지?”

“그런 의미에서, 조금만 자주 찾아와라……. 자고 가면 더 좋고…….”

가족…… 부모님에게 찾아가 근황을 물으며 식사를 하거나.

“행님, 요즘 새로 나온 게임이…….”

“안 해.”

“이거 되게 재밌는데 한 판만…….”

“아니, 뽑기가 메인 콘텐츠인 그런 거 안 할 거라고…….”

병찬이나 병민과 함께 실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받아라! 내 새로운 필살기를!”

“그런 거 말하면서 쓰지 마.”

“크아악! 두고 보자!”

“너 그 말 하려고 일부러 한 거지!”

아카데미를 찾아가 수연과 친구들의 일상을 먼발치에서 구경하기도 하고.

“선배, 요즘은 위험한 일 안 하죠?”

“……위험하진 않아.”

화연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알림이에게 중요한 비밀들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이유는 별것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심부름꾼들을 사용…… 파견하는 것은 최소한 두 개의 차원이 해당됩니다. 그리고 둘 다 2~3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활동시키는 만큼 아직 상당한 여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에 바빴던 것이지, 실제로 각 차원별로 일어났던 일을 따져 보면 상당한 여유 기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유가 있다는 알림이의 말대로 당분간 여유롭게 살기로 한 영의.

“흠…… 이제 다음으로 해결할 게 무림 쪽의 비무대회인가?”

영의는 화연과의 짤막한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달력을 보며 일정을 확인했다.

[대략 18시간이 지나면 비무대회의 시작 전 시점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알림이는 내일이 되면 적합한 시점이 될 거라 이야기했고, 영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서 무공들도 좀 구경하고…… 관계들도 정리하고 와야겠네.”

무림에서 정리할 일은 상당히 많았다.

독고휘와 혁련무강 사이의 중재와 제자 호칭 정리……와 비무대회 참여.

암중 세력이자 독고휘의 옛 제자였다는 공손환의 수색.

혁련운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체 일부 회수.

“마지막은,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역사 변형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 영의였지만 일단 치료제를 만들어 보고 나서 결정하기로 했다.

“일단 기본적으론 이렇게인가? 무공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으면 좋겠네.”

영의는 무림 세계의 다양한 무공들에 대한 환상과 기대감을 안고 내일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 * *

하북성.

개최의 원인(?)이 된 독고휘의 지시로 인해 기존의 사천이 아닌 이곳이 천하제일 비무대회의 첫 개최지가 되었다.

전 무림에서 무림인들이 몰려오는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하북성과 그 인근으로 몰려들었다.

그런 수많은 인파의 물결 속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멱살을 붙잡았다.

“오문조! 이 더러운 사파의 잡졸 놈이!”

“하! 더럽기는 본인도 만만찮은 놈이?”

무슨 원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시비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으레 그렇듯, 어떻게 통제를 하더라도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 또한, 존재했다.

시비로 인해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자, 인파의 저 너머에서 짙은 청색의 무복에 허리에 칼을 하나씩 패용한 사내들이 달려와 둘의 행동을 제지하였다.

“둘 다 움직이지 마라. 비무대회 관리당에서 나왔다.”

마침 자신의 편을 들어 줄 만한 사람이 나타나자, 정파로 추정되는 남자가 뭐라 이야기를 하려 했다.

“나리들! 들어 보십쇼! 저 녀석은 사파의…….”

하지만 관리당 소속의 무인들은 시비를 일으킨 남자 둘을 모두 붙잡아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 자세한 건 관에서 말하도록.”

그렇게 소란이 금방 정리되자, 사람들은 다시 아까처럼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1리쯤 떨어진 곳, 비무대회가 열리는 장소인 대회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길거리에서의 모습과 달리 이곳에는 다양한 외모와 다양한 복색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중원은 참으로 덥구나. 그렇지 않느냐?”

흰 모피로 이루어진 외투를 입은 채 덥다고 말하며 옆에 있는 시종에게 부채질을 받고 있는 은발의 여인.

“네, 스승님.”

그리고 그 여인의 옆, 같은 복장을 한 채 큰 양산을 들고 있는 금발의 소녀가 있었다.

“저것 봐라, 보기만 해도 더워 보이지 않느냐? 에잉…… 쯧.”

“아버님, 더우면 더 좋은 게 아닌지요?”

“몸은 안 덥지만 마음이 더워지지 않느냐.”

그런 두 여성을 바라보며 혀를 차는 구릿빛 피부의 중년 남성과 청년.

부자 관계로 추정되는 둘은 민소매 차림에 잘 발달된 근육을 자랑하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쿠우울…….”

“족…… 아니 대장, 자면 안 된다.”

“크어어어…….”

“대장…….”

다른 이들이 어떻게 쳐다보든, 본인은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로 두건을 눈까지 내려오게 쓰고서 늘어지게 자는 반나체의 남자.

남자의 옆에는 거대한 호랑이가 함께 누워서 자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 남자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이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세 집단이 대회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때, 은발의 여인이 짜증을 내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손님들을 이렇게 세워 두고 나오지 않는 것이 썩 오만하구나. 아무리 천하제일인이라고 하더라도 본녀가 이렇게 무시당할 인물이 아니거늘!”

북해에서 온, 빙궁의 빙궁주 북설란이 그렇게 외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새외의 무림인들도 묘하게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중원에서 세를 떨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 또한 각 지역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자들이며 중원의 고수들과 겨뤄도 밀리지 않을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음에 안 드는군. 강자로서의 오만함이야 당연히 이해할 만하지만, 우리는 초대를 받고 온 게 아닌가? 중원에서는 객을 초대하고 이렇게 박대하는 걸 예의라고 하나?”

남해의 태양궁주, 강진갑이 양팔의 근육을 씰룩거리며 불평을 이어 나갔다.

“드르렁…….”

하지만 둘과는 달리 계속 잠만 자는 남만의 야수궁주, 야율천락.

“뭐라고 말 좀 해 봐, 남만 녀석아!”

강진갑은 그런 야율천락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소리를 쳤으나 별 소득은 없었다.

“크어어…… 크헉, 으우으…… 쿠울…….”

그렇게 새외 무림인들의 짜증이 극에 달할 무렵, 한 강대한 기세가 저 멀리서 대회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크릉!”

“음?!”

“스승님……!”

기세를 재빠르게 눈치챈 각 궁주들의 주변인들이 그 기세에 반응했지만, 궁주들은 반응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반응을 했지만 각자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표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으음…… 뭔가 있군.”

지금까지 잘 자다가, 자신의 친우이자 남만 야수들의 왕인 호랑이 천호(天虎)가 경계 태세를 갖추자 잠에서 깬 야율천락.

야율천락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7척에 달하는 그의 키와 덩치가 그제야 모두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약간 놀라는 두 궁주의 제자들.

“…….”

“와…….”

남만의 야율천락이 몽골에서 내려와 무력으로 궁주의 자리를 꿰찼다는 이야기까진 들었지만, 그 덩치에 대해서는 자세히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 대회장에 들어온 인물 또한 덩치로 있어서는 야율천락에게 밀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야, 이거 늦어서 미안하게 됐군. 하북에서 크기가 있는 집안이 우리뿐이라 일 처리가 많았으니.”

평소 독고휘와 영의를 마주할 때는 사람 좋고 덩치 큰 노인의 모습을 보여 주던 팽소운.

하지만 지금, 그보다 강한 이는 하나도 없는 장소가 되자 그는 권왕이자 무림의 최고수 중 하나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권왕을 쳐다보며, 각 궁주들은 무림인의 본능대로 견적을 내기 시작했다.

‘……한 수 차이로 진다.’

‘남해에서 싸우면…… 승률은 6할인가.’

‘…….’

그렇게 세 궁주들은 팽소운의 앞에 침묵했고, 팽소운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크게 웃었다.

“흐하하하하! 날 못 이긴다고 그렇게 시무룩해할 필요 없네! 얼마 전에 무공의 증진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비무대회 준비 과정에서 그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팽소운.

그는 번아웃 증후군처럼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진이 빠진 채로 책상 위에 엎어졌고, 정신의 활력이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문득 독고휘의 말을 떠올렸다.

모든 걸 비워 내야 한다는 말에, 팽소운은 문득 육체는 활동할 수 있으나 정신은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았다.

‘과로하긴 했지만, 수련에 비하면 몸이 축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왜 내 몸은 말을 듣지 않는가? 아직 심기체가 하나 되지 못한 것이란 말인가?’

팽소운은 그때 자신에게 모자란 것이 뭔지 깨닫게 되었고, 동시에 독고휘의 말대로 내면을 비워 내기 시작했다.

‘내가 심을 더 채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만큼 다른 것을 뺀다면…… 적어도, 균형은 잡을 수 있겠지.’

예전의 독고휘가 도달한 것만큼 높은 경지는 아니었지만, 상위의 것을 경험했다면 그 아래의 것은 쉽게 받아들이듯 팽소운은 다음 경지에 발을 살짝 걸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무공의 증진을 얻었어도 다음 날 과로를 하였지만.

그리하여, 팽소운은 마음의 여유가 상당히 생겼고 새외의 무림인들을 맞이하는 장소에 가주인 자성 대신 본인이 직접 온 것이다.

“음! 북해의 빙궁주! 빙백마…… 아, 아니 북설란……님! 내 그대의 이름은 익히 들었지! 난 추운 게 싫어서 북해를 갈 마음은 없었지만! 하하! 그 추운 곳에서 어떻게 사는 건지! 대단하오!”

“무, 무얼…….”

북설란에게 말실수를 할뻔한 팽소운은 재빨리 다른 궁주들의 앞으로 다가가 인사와 함께 칭찬을 건네주기 시작하였다.

“그쪽은 남해의 열화섬권이겠군! 나중에 떠나기 전에 서로의 권을 한번 겨뤄 보고 견식하지 않겠나? 내가 권으로 절대 져서는 안 될 원수가 하나 있으니!”

“크, 크흠. 나도 권왕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 기회가 된다면 좋겠군.”

북설란에게는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강진갑에게는 직접 손을 건네며 악수까지 청하는 팽소운.

“으음, 그리고 이쪽이…… 야수궁주 야율천락이겠군. 과연, 엄청난 덩치야! ……팽가에 올 생각 없나?”

“……없다. 하지만, 나도 당신의 덩치는 마음에 든다. 특히 어깨가.”

야율천락은 팽소운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고, 팽소운은 그에 화답하듯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거참 고마운 칭찬이군! 나는 권에 대해서는 끝없는 칭찬을 들어 왔지만 어깨 칭찬은 별로 못 들었으니 말이야!”

그렇게 한바탕 큰 웃음과 환영 인사(?) 뒤, 팽소운은 다른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으음, 흠. 제자에…… 아들에…… 친우인가? 각자 자질이 훌륭하군그래!”

설란의 제자, 빙화 북주혜.

진갑의 아들, 염화도 강정갑.

야율천락의 친우 천호.

그 모두를 훑어본 팽소운이 칭찬을 늘어놓자, 각 궁주와 제자들은 뿌듯함에 미소 지었다.

“하지만…… 우리 중원이 더 대단할 걸세.”

지금까지 칭찬을 하던 팽소운이 갑자기 중원을 자랑하기 시작하자, 야율천락을 제외한 궁주들의 표정이 굳었다.

앞서 칭찬을 받았기에 여기서 따지고 들면 자신들이 옹졸한 사람이 되는 걸 알았기에 궁주들은 일단 얌전히 있었다.

“아, 내가 새외의 무공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번 세대의 젊은이들이 쟁쟁하니까 말이지! 특히나, 엄청난 녀석이 하나 끼어 있지…….”

팽소운은 엄청난 녀석을 언급하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궁주들은 팽소운의 행동에 화를 내기보다 그 엄청난 녀석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그 엄청난 녀석이 누구인가.”

거리낄 것 없이 곧바로 물어 오는 야율천락.

팽소운은 야율천락의 물음에 미소 지으면서 답했다.

“그런 녀석이 있지, 그 어떤 후기지수를 데려와도 거뜬하게 이길 괴물 녀석이…….”

각 궁주들은 팽소운의 말에 놀라면서도, 저것이 허세일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하였다.

“흥, 북해의 힘은 그리 약하지 않습니다. 주혜의 경지는 그 나이대 본녀의 경지보다 높으니.”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도의 재능은 남해 제일이다. 절대 약하지 않다.”

“……그 녀석이랑 붙어 봐도 되나?”

세 궁주들은 팽소운이 언급한 괴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그 관심의 대상인 영의는 집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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