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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94화 (194/325)

#제194화 (20)

영의는 광장에서 벗어나 그룬을 찾아 나섰고, 알림이의 안내 덕분에 그가 있는 곳에 곧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그룬을 쫓아가 그를 찾아내었을 때, 그는 걱정과는 달리 멀쩡한 상태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아암, 당연하지! 기쁜 날이지 않나!”

광장에서 절망하던 말리와는 달리, 그룬은 매우 기쁜 듯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족을 걱정하여 집으로 바로 향했던 그룬은 자신의 아들과 아내를 만났고, 다행스럽게도 그 둘은 별 사건이나 문제에 휘말리지 않은 상태였던 것.

그룬의 옆에는 다른 난쟁이가 서 있었고, 이내 영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식사까지 여러 번 대접하셨다고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지는 대장일 말고는 별 재주가 없으셔서…….”

“신달 이 녀석! 난쟁이가 대장일 하나만 잘하면 됐지! 뭐가 문제냐!”

“하아……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그룬을 대신해서 계속 사과를 하는 청년 난쟁이.

신달이라는 이름의 난쟁이는 그룬의 아들로, 아버지를 닮아 손재주를 타고난 난쟁이였지만 병장기나 방어구를 만드는 데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다고 한다.

“뭐, 난쟁이들이 대장장이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토목, 건축, 굴착, 세공! 어지간하면 다 할 수 있을 테니 굶어 죽진 않겠지! 크하하하!”

방금 전 내뱉었던 대장일만 잘하면 됐다는 발언이 있었지만, 그룬은 그런 건 없었다는 듯 웃으면서 다른 일로도 먹고살 수 있다고 소리쳤다.

“흐하하하! 이제 난쟁이들도 더욱 여유가 생기고 퍼져 나갈 테니, 대장일 말고 다른 일도 성행하겠지!”

그룬은 칼라미트를 모크란에서부터 영원히 쫓아냈다고 믿는 듯, 매우 기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물론 그룬이 말리보다 조금 나은 형편이긴 했으나, 같은 난쟁이들끼리 반목했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음에도 그룬은 모든 게 잘될 거라 믿는 듯했다.

“아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우리 모크란이 다시금 난쟁이들의 도시가 되었으니 말이야! 이제 조부님께서 말하신 난쟁이의 황금기가 다시 도래할 걸세! 각 국가는 우리와 거래하기 위해 애를 쓰고, 나라 안에 금이 넘쳐 나던 그 시절 말이야! 하하하하!”

그렇게 말하며 그룬은 술을 호쾌하게 들이켰다. 옷과 수염이 머금는 양과 입에 머금는 양이 거의 같을 정도였으나 그룬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크으! 칼라미트에게 붙어먹던 난쟁이들도, 머지않아 인정하게 될 걸세. 다시 모크란이 융성해지는 난쟁이의 시대가 돌아올 거라고. 아, 자네도 오늘 밤에 열리는 축하 연회에 오지 않겠나?”

“아니, 괜찮습니다.”

그룬은 영의에게 연회의 참석을 권하였으나, 영의는 정중히 거절하였다.

“음, 하긴! 인간 친구들은 우리 주량에 버티기 힘들기는 하지! 하하하! 그런고로, 칼라미트의 비늘이나 발톱을 이용한 장비 제작은 며칠 뒤에 찾아오게나. 금고 안에 상태 좋은 비늘들이 제법 많았으니.”

그동안 칼라미트가 교체했던 비늘과 발톱들은 몇몇은 폐기 처분되거나 난쟁이들이 몰래 빼돌린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둥지로 사용되었던 모크란의 금고에 남아 있었다.

물론 작전 당시 내리친 번개와 영의와의 싸움으로 인해 다수 손상됐지만, 그중에서도 성한 것들이 제법 많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룬은 그런 비늘과 발톱들을 상당수 챙겨 두었고, 그것을 가공하여 선물해 영의에게 보답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 전 일단 가 보겠습니다.”

영의는 그룬과 신달에게 인사를 했고, 그룬은 술잔을 치켜들며 그를 배웅했다.

“그래, 잘 가게! 크하하하, 우리 난쟁이 특공대와 인간 친구를 위하여!”

“아버지, 조금 적당히 드시는 게…….”

“괜찮아, 괜찮아! 오늘 정도는! 마셔도 되는 날이니까!”

영의는 술을 더 따라서 다시 옷과 입에 나눠서 머금는 그룬을 한번 슬쩍 본 뒤, 바깥으로 나갔다.

“후우…… 상황이, 정말 이상하게 변해 버렸네.”

좁고 구불구불한 지하 통로를 제집처럼 자연스럽게 걸어가며 영의는 혼잣말을 했지만, 그 혼잣말에 대답해 주는 존재가 있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 변형의 여파로 바뀐 역사가 껴안게 되는…… 부작용입니다.]

알림이는 이 상황이 역사 변형이 만들어 낸 부작용이라 대답했고, 영의는 알림이의 말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앞에서 도망치거나 죽었어야 할 드래곤이 외부 개입으로 갑작스럽게 사라져서 생긴 게, 난쟁이들 간의 내전과…… 한 사람의 절망인 게 과연 정상일까……?”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말리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영의.

말리는 광장의 구석에서 몇몇 난쟁이들과 함께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우울한 표정으로 옆의 난쟁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동료인 듯 보였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발단 중 하나인 드래곤은 지금 개입한 사람…… 아니 신의 호의로 쌩쌩하게 잘 살아서 날아갔는데. 그것도 과연 제대로 된 결과일까……?”

영의는 자신, 그리고 첫 차원의 심부름꾼 용신이 개입한 결과 일어난 역사 변형이 초래한 결과를 보며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내가 직접 싸우려 하지 않고 그대로 환기구에서 나오는 번개를 전부 칼라미트에게 꽂히게 유도하기만 했어도 진작에 죽지 않았을까?’

칼라미트와 맞서 싸웠던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만약, 내가 거기서 칼라미트를 그냥 보내 줬다면 달라졌을까?’

어쩌면 한순간의 자비심을 가지기라도 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하고.

‘……그냥, 여기에 오지 않는 게 정답이지 않았을까?’

아예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까지 하는 영의.

영의는 문득 이곳에 오지 않을 걸 하는 생각을 하다가 여기에 오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어떻게 왔더라……?”

분명히, 난쟁이…… 드워프들에 대한 언급을 듣고 그 이후에 알림이에게 물어봤었다.

그 언급을 들었던 곳은 분명히…….

“시라와 같이…… 영원의 숲에서, 용신이 남겼던 전언을…….”

용신이 영의에게 지금은 전룡이 된 정령을 남겨 줄 때, 난쟁이에 대한 언급을 하며 영의가 가 보도록 유도했었다.

영의는 그 순간, 용신이 모든 것을 안배하고 자신을 여기까지 오도록 유도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아냐, 분명히 용신은 나를 보기 전까지는 칼라미트를 먼저 봤었고…… 나를 봤을 때에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어. 물론 한눈에 알아보기는 했었지만.’

분명히 난쟁이들이 용에게 반란을 일으키거나 하는 상황 자체는 익숙한 듯 보였지만, 그것은 주변을 모두 둘러본 다음에 내린 판단이었다.

적어도 난쟁이들의 반란과 칼라미트가 목숨의 위기를 느끼고 신에게 기도하여 소환하는…… 그 모든 상황을 일일이 만들거나 예측해서 온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이 모든 정보를 알고, 나를 여기에 데려올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용신과 나 모두를 알고, 어느 정도 미래를 아는 존재…… 결정적으로, 누군가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존재…….’

-같이 붙어 있는 아가씨…… 아직도 모르는 건가?

거기다가, 용신의 발언까지.

영의는 생각 끝에 한 가지 결론을 내놓았다.

“……알림아.”

[왜 그러십니까, 사용자?]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존재 중, 자신이 마주치거나 직접 아는 것은 알림이 하나뿐이라는 것을.

“이 모든 게…… 네가 한 일이야? 나랑 용신을 만나게 한 것…… 그리고 역사 변형을 일으키게 한 것까지.”

영의는 알림이에게 확실한 대답을 하기 위해 물어보았지만, 알림이는 영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것에 대해 물어보시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말 돌리지 말고. 넌 무슨 말을 하든 칼같이 알아들었잖아. 모른 척하지 마.”

[…….]

계속되는 영의의 추궁에, 알림이는 침묵을 유지하였다.

[어쩔 수 없군요. 저도 더 이상 숨기는 것은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제대로 말할 생각이 든 거야?”

영의는 알림이가 궁지에 몰리자 모든 것을 실토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림이는 그러한 사유로 입을 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본래라면 저 또한 비밀을 지켜야 하지만…… 사용자의 신뢰에, 신뢰를 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합당한 대가는,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던가요.]

신뢰에 신뢰를 돌려주려고 한다는, 기브 앤 테이크를 언급하는 알림이.

[우선,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사용자는 이곳에서 지속적인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알림이는 영의의 심적 안정을 위해 자리를 옮길 것을 추천했고, 영의는 모크란의 광장을 슬쩍 쳐다본 뒤 곧바로 도시 바깥으로 나갔다.

평상시에는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던 모크레튼 산맥이었지만 오늘은 드물게 날이 맑았다.

그런 밝은 햇살과 화창한 하늘 아래, 영의는 적당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 대화를 시작하려 했다.

“좋아, 뭐든 간에 설명해 줘.”

[어떤 것부터 들으시겠습니까?]

“뭐든 간에, 지금까지 비밀로 해 왔던 것 중에 설명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영의는 알림이의 비밀…… 그 이전에 그 뒤에 있을 관리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듣고 싶었다.

‘다른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우리 세계에도 없으리란 법은 없잖아.’

자신이 속한 지구에서도 저렇게 알게 모르게 역사 변형이 일어날 수 있었고, 말리와도 같은 상황의 주인공이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의는 예민해졌다.

[……알겠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것, 그리고…… 사용자가 걱정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정보……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알림이라 불리는 가상 생명체는 자신이 전담하고 있는 사용자에게 비밀로 해 왔던 모든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잠시 이동할 예정이니, 휘청이거나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는 괜한 걱정일 수 있지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알림이의 말에 영의는 의문을 표했지만, 물어보는 것보다 이동하는 것이 더욱 빨랐다.

“그게 무우우우슨!”

평소에 차원을 건너뛸 때처럼, 시야의 갑작스러운 전환이 일어났다.

하지만 평소에는 하늘에서 하늘, 땅에서 땅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동하는 과정에, 수없이 많은 풍경들이 이리저리 지나가며 보였던 것이다.

불타는 산, 알 수 없는 행성들이 보이는 우주의 풍경, 검은 액체의 물결에 휩쓸리는 사람들…….

그런 풍경들이 지나가고, 영의는 한 공간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벽, 천장, 바닥, 모든 곳이 흰색으로 이루어져 색이란 것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게끔 하는 공간.

영의는 문득, 이 공간을 보자마자 로버트의 일기를 떠올리고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 자세를 낮추었다.

“……이렇게, 처분되는 건가?”

하지만 머리를 감싸고 자세를 낮추고 있는 동안, 문득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왜, 색이 보이는 거지?”

분명히 로버트는 세상 모든 게 흰색으로 보인다고 했고, 그 증거로 일기에 쓴 글씨들은 죄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감촉으로 물건들을 구별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글을 쓸 때에는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 영의는 주변 모든 게 새하얗긴 해도 자신의 옷과 몸은 확실하게 본래의 색으로 보였다.

“……감옥도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야 감옥처럼 황량했지만, 주변에 창살이나 죄수에게 주는 용품 같은 게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영의가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한 발짝을 떼어 놓으려 할 때,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대를 했지만 처음 보는 관계일 경우…… 이럴 땐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아니면……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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