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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89화 (189/325)

#제189화 (15)

본래 전기가 흐를 때엔 저항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저항은 어느 물체에서나 존재하며, 전기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금속에서도 약간의 저항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저항으로 인한 열이 발생하는 건 필연적이며, 전압이 높을수록 그것이 덜해지지만 전류의 양이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크레튼 산맥에 내리치는 번개를 그대로 흘려 보낸 와이어들이,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가느다란 철사를 꼬아서 밧줄로 만든 와이어는 강도와 인장력만큼은 튼튼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가느다란 철사의 집합체다.

그런 집합체를 또다시 모아서 환기구에 연결했으니, 열이 모이기에는 충분한 환경이었다.

그 열로 인해, 와이어의 철사들은 하나둘씩 끊어지기 시작했고 하나가 끊어지자 그것과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다른 와이어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끊어졌다.

그 결과가 바로, 바닥에 떨어진 와이어 덩어리와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죽진 않은 칼라미트였다.

“크으윽, 크아아아아아악! 죽기 싫어!!”

번개가 흘러들어 오는 것은 멈추었지만, 그래도 몸에 잔류한 고통은 여전한지 산맥이 무너질 정도로 크게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는 칼라미트.

그리고 그때, 거대한 소음이 들리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경비병이 금고의 내부로 들어왔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칼라미트 님! 네놈들! 무슨 짓을 한 거냐!”

천장의 환기구에서 방 안의 이곳저곳에 내려치는 벼락과 몸에서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칼라미트, 그리고 그런 칼라미트를 에워싸듯 둘러선 난쟁이들을 보자 상황 파악이 끝난 경비병.

휘이이익-!

경비병은 곧바로 호각을 꺼내어 불기 시작했고, 수많은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날카로운 호각 소리는 저 너머까지 퍼져 나갔다.

“젠장, 일이 틀어졌군.”

“어쩔 수 없지. 절반은 나가서 경비들을 막고, 나머지는 전부 철봉을 연결해라! 직접 연결한다!”

난쟁이들은 사전 계획 중에 와이어에만 모든 걸 의지한 것이 아닌지, 곧바로 수레에서 예비용 자재들을 꺼내어 그것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칼라미트의 비늘에 구멍을 내고 박아 넣을 목적만 가지고 제작한 것은 아닌지, 철봉들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반대쪽의 내부에 강선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난쟁이들은 자재들 아래에 깔려 있던 무기와 방어구들을 꺼내 착용한 뒤, 곧바로 입구 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밧줄! 이리로!”

그룬은 본인이 직접 철봉을 환기구 쪽으로 연결하려는 듯 밧줄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를 제외한 난쟁이들은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철봉들을 서로 돌려서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긴 철봉을 절반의 인원만으로 그렇게 단시간에 만들기는 힘들었고, 그때 칼라미트가 휘두르는 꼬리가 철봉의 중앙 부분으로 향했다.

아직 몸에 충격이 남아 있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지는 못한 칼라미트였지만 본능인지, 아니면 칼라미트의 바로 옆이었기에 일어난 우연인지는 몰랐다.

그 이유야 어찌 되었건 저 날쌔고 둔중한 꼬리가 철봉에 직격하면 보조 계획도 전부 물거품이 되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그 사실을 익히 알았기에, 칼라미트의 꼬리를 막기 위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콰앙!

모든 난쟁이들이 달려들었지만 그 누구도 꼬리를 막아 낼 수 있을 만큼 빠르거나 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단 한 명, 그 어떤 난쟁이들보다 빠르고 칼라미트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인간이 있었다.

빠직, 빠지직-

급격히 끌어 올린 뇌기로 인해 온몸에서 요란한 스파크를 튀기며 난쟁이들의 앞에 선 영의.

“덕분에 살았군, 정말 고맙네!”

“오래는 못 버티는데……. 그건 효과 확실한 거 맞아요? 또 실패하는 건 아니죠?”

와이어와는 달리 구부리거나 신축이 불가능한 철봉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 영의.

다행히도, 그룬은 최선의 계획은 아니지만 가장 확실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닐세. 다만, 우리들까지 죽을 부담을 안을 만큼 확실한 계획일 뿐. 지금 환기구를 통해 내려오는 벼락이 아무렇게나 꽂히고 있는 것 보이나? 저 철봉을 연결해서 이 방의 깊숙한 곳까지 벼락이 들이닥치게 만들 걸세! 부디 우리들이 다 죽기 전에 칼라미트 놈에게 벼락이 꽂히길 바라야지!”

와이어로 연결해 번개를 칼라미트에게 곧바로 꽂아 넣는 방식이 아닌, 방의 안쪽으로 번개를 끌고 와서 내부에 죄다 끼얹듯이 해결하려는 방식인 듯했다.

‘저격 방식이 아닌, 폭격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건가.’

영의는 그룬의 계획을 확인한 뒤 생각을 정리하고는 뇌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몸부림치던 칼라미트도 이 지하에서 두 번이나 전격을 얻어맞자 익숙해진 듯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크으윽-! 어째서! 어째서 이 지하에 벼락이!”

몸을 비틀며 고개를 들어 금고의 내부와 인원들을 확인하는 칼라미트.

칼라미트는 자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간간이 바닥으로 번개가 내리꽂히는 환기구와 철봉들을 연결하고 있는 난쟁이들, 입구 쪽에서 칼과 창을 부딪치며 대치 중인 난쟁이들을 쓱 훑어본 뒤 이내 몸에서 연신 스파크를 튀겨 대는 인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인간……? 어째서 몸에서 벼락을 뿜어내는 거지? 그보다, 왜 인간이 여기에?”

지하에서 번개를 맞은 것보다, 인간의 존재와 그 인간의 몸에서 번개가 나온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듯 영의에게 신경 쓰기 시작하는 칼라미트.

“그건 네가 알 바 아니고.”

영의는 칼라미트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자, 마음속으로는 망했다는 생각과 두려움이 함께 밀려왔으나 이런 곳에서 두려움을 내보일 순 없다는 생각에 허세를 부리기로 했다.

파지직, 팟-!

몸에서 더더욱 강렬한 뇌기를 방출하기 시작하며 칼라미트에게 느긋하게 다가가기 시작하는 영의.

“너를 죽이러 왔다! 넌 여기서 죽은 다음 이름도 못 남기게 되는 거야!”

안 그래도 위협적으로 보였던 인간이 몸에서 뿜어내던 번개를 더욱 흉악할 정도로 키우며 살해 협박을 해 버리자, 칼라미트는 움찔하고 말았다.

“내가? 죽는다고? 그럴 순 없어!”

하지만 이내 죽기 싫다는 마음으로 한 발짝 앞서 나오는 칼라미트.

“이미 벼락으로 인해 한번 죽다 살아난 몸, 그 고통은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지만 몸은 그 고통을 견뎌 낼 수 있다!”

칼라미트는 번개가 두렵지 않다는 듯 외치며 영의와 맞서 싸우려는 듯 자세를 잡았고, 그 말이 아예 거짓은 아닌지 몸의 비늘 중 완전히 회색으로 물들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영의는 칼라미트의 태도에 허세를 부린 것에 대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큰일이네.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단 말이잖아? 허세는 괜히 부려서……. 응? 잠깐. 몸은 견뎌 낼 수 있다고 해도 아직 고통은 안 잊었다고 했지?’

분명히, 처음 번개를 맞았을 때 기겁하면서 몸을 뒤틀었던 칼라미트.

‘죽기 싫다고도 한번 외쳤었고, 지하에서 왜 번개가 치냐고도 했었지…….’

칼라미트는 여러 번이나 번개를 꺼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줬었고, 영의는 그 모습들을 떠올리며 한 가지 결론을 내놓았다.

‘……아직 번개에 대한 트라우마 자체는 남아 있는 게 확실하다. 그 부분을 잘 자극하면…… 이길 수 있겠어.’

그룬의 작전이 그 트라우마를 자극해 놀라게 해서 도망가게끔 하는 작전이었고, 그 트라우마는 확실하게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영의는 몸의 뇌기를 끌어 올려 뇌신무를 준비하기 시작하며 그룬 쪽을 슬쩍 쳐다보았고, 철봉은 이제 제법 길어져 세우면 곧바로 천장에 닿을 듯 보였다.

“간다!”

땅을 박차고 칼라미트의 머리를 향해 달려드는 영의.

“난 여기서 죽지 않아!”

칼라미트는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기민함으로 영의가 오지 못하게 재빠르게 물러섰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칼라미트가 살짝 물러난 것만으로도 영의는 한참을 달려와야 했기에 시간이 소모되었겠지만, 칼라미트는 영의의 속도를 인간의 범주에서만 계산했고 그것이 한순간의 빈틈을 만들었다.

영의의 뒤에서 나타난 뇌기의 거인이 칼라미트에게 주먹을 날렸고, 그것은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기에 칼라미트는 뇌신무를 몸통에 그대로 얻어맞고 말았다.

콰릉-!

지하의 공동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천둥소리.

“크아아악!”

칼라미트는 뇌신무를 얻어맞고 비늘이 가루가 되어 바스라지기 시작한 타격 부위를 앞발로 지키듯이 가리면서 한 발 물러섰고, 이내 눈을 좌우로 굴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벼락은……! 벼락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저 아래 난쟁이들이 들고 있는 검과 창, 도끼와 같은 병기들은 우습고 아프지도 않았다.

하지만 벼락만큼은…… 자신을 죽음의 문턱 직전까지 끌고 갔던 벼락만큼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자연이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서 준비한 수단이라도 되는 듯이 강인하고 튼튼한 비늘을 허약하게 만들고 질긴 가죽이나 강인한 뼈와 근육이 막아 줄 수 없는, 온몸을 파고 들어오는 고통.

칼라미트는 그런 고통을 또 겪고 싶지 않았고, 점점 눈앞의 인간이 인간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칼라미트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 영의는 재빠르게 환기구 쪽으로 다가가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개로 뇌기를 흡수하고 다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칼라미트는 이내 공포에 빠졌다.

‘벼락을 맞고도 멀쩡하다니! 저건…… 난쟁이들의 신이라도 되는 건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인간의 몸에서 벼락이 나오겠어!’

이윽고 칼라미트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도…… 도망가야 해. 뭐가 어찌 되었건, 도망을 쳐야 해!’

드래곤이 도망을 쳤다는 이야기가 역사에 박제되게 생겼지만, 칼라미트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이내 출구 쪽을 슬쩍 곁눈질한 뒤, 도망갈 타이밍을 재기 시작하는 칼라미트.

후욱-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모두의 얼굴에 뜨거운 바람이 부는 듯한, 그런 착각이 들었다.

“받아라!”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칼라미트의 입에서 나온 뜨거운 바람이 곧이어 화염의 파도가 되고 거기서 또다시 열풍이 발생하여 난쟁이들과 영의를 덮쳐 온 것이다.

화르륵-

“놈이 불을 뿜는다!”

“방패! 방패!”

“급하면 외투로 막아라!”

급하게 내뱉은 브레스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효력을 발휘했지만 모두의 눈을 가리고 발을 주춤거리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옷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에 구르거나 옷을 벗어 던져 발로 밟기 시작하거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브레스를 막기 위해 방패를 급급히 꺼내는 난쟁이들.

칼라미트는 실내에 피어오르는 연기와 아지랑이 속에서 그 모습을 보고 발을 묶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한 뒤 곧바로 빠르게 출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쿵, 쿠웅!

그렇게 출구라는 이름의 희망 쪽으로 두 발짝 정도 다가갔을 때.

공포의 목소리가 칼라미트의 머리 옆에서 들려왔다.

“어딜 도망가!”

영의는 브레스의 화염을 피해 공중으로 도망쳤고, 곧바로 허공을 대지처럼 디뎌 섬광의 잔상을 흩뿌리며 다가왔다.

“아오, 뜨거워 죽겠네! 옷이 아주 바짝 마르다 못해 바삭거리겠어.”

이내 그는 곧바로 뇌기를 끌어 올려 칼라미트의 머리에 뇌창을 직격타로 꽂아 넣었다.

파직!

펑!

“크악!”

비록 번개로 뇌기를 충전했다고 해도 즉석에서 곧바로 뽑아낸 뇌창이었기에 오래 충전한 뇌신무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았지만, 칼라미트의 발목을 붙잡아 두기에는 충분했다.

영의는 도주를 선택한 칼라미트를 보며 분노가 솟아나고 있었고, 뇌기가 온몸에 충만했고 활발하게 순환하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솟아나고 있었다.

[현재 상태 : 93%]

“어딜.”

비늘이 파손된 왼쪽 뒷다리 부분에 뇌창이 꽂혔다.

“크아악!”

“그렇게.”

왼쪽 뒷다리를 가리기 위해 몸을 웅크리자 다시 취약해진 다른 신체 부위의 곳곳에 뇌격의 줄기들이 꽂혔다.

“내게 다가오지 말란 말이다!”

칼라미트가 영의를 떼어 놓으려는 듯 꼬리를 휘두르자, 영의는 꼬리의 이동 방향과 똑같은 속도로 따라 움직이며 꼬리를 붙잡아 직접 전격을 가했다.

“쉽게.”

“으윽, 카악!”

이내 영의에게서 물러서서 몸을 웅크리기 시작한 칼라미트.

“도망을.”

파직!

“가려고!”

콰릉!

움직임이 멈춘 칼라미트의 몸에 무자비하게 공격을 퍼붓다가 이내 마무리로 뇌신무를 사용하는 영의.

“크아악, 으아아악!”

칼라미트는 매번 공격을 맞을 때마다 몸을 크게 꿈틀거리며 물러났고, 그 결과 벽으로 몰리고 말았다.

“이봐…… 저 정도면 쫓아내는 게 아니라…….”

“저대로만 간다면, 칼라미트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겠지……?”

영의가 칼라미트를 거의 괴롭히듯이 몰아세우는 광경을 보자 머릿속에 칼라미트의 살해를 떠올리는 난쟁이들.

그들은 영의가 그대로 계속하기만 한다면 칼라미트가 죽을 거라는 희망이 마음속에 생겨났다.

하지만 그룬은 그런 그들을 보며 꾸짖기 시작했다.

“희망찬 소리 하지 마라. 드래곤이 괜히 드래곤이겠나.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어! 빨리 철봉이나 올리게! 놈이 쓰러지거나 도망치지 않는다면, 입구에서 경비를 막는 동지들이 죽게 될 테니!”

그룬의 일갈에 난쟁이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고, 말리는 영의에게 달려가 칼라미트를 도망가게 하라고 외쳤다.

“아, 알겠소!”

“이보게! 칼라미트를 그냥 도망치게 놔두게!”

뇌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며 충전하던 도중 말리의 외침을 들은 영의.

“살려 주라고? 이놈을?”

차라리 사악한 드래곤이어서 모두를 죽이고 죽기 전까지 맞서 싸운다면 모를까, 수많은 난쟁이들을 죽여 놓고도 자기 목숨을 보전하겠다며 도망을 선택하는 이놈을?

“……너무 순순히 보내 주기는 그런데.”

[현재 상태 : 17%]

영의는 칼라미트를 내려다보며 남아 있는 뇌기를 끌어모았고, 자신에게 남은 뇌기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아직 멀쩡히 잘 살아 있는 칼라미트를 노려보았다.

저 거대한 몸체를 가진 드래곤을 죽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지금도 간간이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오고 있는 번개를 또다시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영의.

“허억, 헉!”

그러나 그때, 웅크려서 거친 숨을 몰아쉬던 칼라미트가 고개를 숙이더니 갑자기 양 앞발을 모으기 시작했다.

또다시 브레스를 쓰거나 숨겨진 수가 있는가 싶어 움찔하는 영의와 난쟁이들.

하지만 칼라미트는 비장의 수단을 꺼내며 음흉하게 웃거나 그 몸에서 뿜어내는 화염의 파도로 방 안을 채우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갑자기 살려 달라는 목숨 구걸을 하는 모양새에, 칼라미트를 돕기 위해 달려오던 난쟁이들을 비롯해 모든 인원들이 당황했다.

‘살려 달라고?’

‘목숨 구걸을 한다고? 드래곤이?’

‘저 폭군이…… 두 손을 모아 간청하다니!’

모두가 그 모습에 당황하고 있을 때 영의 또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칼라미트에게 어림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살려 달라고? 그 말이 먹힐 것 같…….”

하지만 곧 그는 칼라미트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칼라미트는 영의나 이 안의 그 어떤 난쟁이에게도 살려 달란 부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살려 주십시오…… 저희들의 신이시여…….”

마치 드래곤들의 종교가 있다는 듯, 신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하는 칼라미트.

‘뭐지? 발악을 해도 모자랄 판에, 기도를 한다고?’

영의는 갑자기 기도를 하기 시작하는 칼라미트의 모양새에 불안감을 느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칼라미트를 곧바로 처치하려 했다.

‘심장이나 머리에 저 철봉을 꽂아 넣고 가진 뇌기를 전부 쏟아 넣는다면……!’

“이것, 좀 빌릴게요!”

철봉은 아직 환기구의 장치에 연결되지 않았기에 아래에서 들어 올린 난쟁이들과 그룬의 손에 들려 있는 상태였고, 영의가 그것을 낚아채 곧바로 칼라미트의 머리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콰릉-!

때마침, 모크레튼 산에 난쟁이들이 설치해 둔 쇠 나무에 큰 번개가 내리꽂혔다.

번개는 환기구 내부의 설비를 따라서 아래로 직행했고, 이내 금고 내부의 아무런 곳에나 내리꽂히려 했지만 영의는 자신의 뇌기로 그 번개가 땅이 아닌 자신에게 오도록 유도했다.

번쩍!

번개의 섬광이 순식간에 모두의 눈을 부시게 하였고, 그것은 영의의 체내에 남은 뇌기를 가득 채워 주었다.

[현재 상태 : 98%]

그 번개에 담겨 있던 뇌기를 최대한 받아들인 영의는 자신이 받아들이고 남은 뇌기를 모두 철봉에 담은 뒤 순환시키기 시작했고, 뇌기를 머금기 시작한 철봉은 스파크를 튀기며 환하게 빛났다.

그렇게 지금 가진 모든 뇌기와 수단들을 동원해서 회심의 일격을 넣기 위해 칼라미트의 머리 앞까지 도달하였을 때, 영의의 앞에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나타나 그의 일격을 가로막았다.

“……나한테 기도를 하는 녀석은 거의 없었는데. 아직도 용의 신앙이 살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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