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65화 (165/325)

#제165화 (16)

인천국제공항.

외국에서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온 한국인들, 한국을 구경하기 위해 온 관광객들, 업무 또는 경유 중 휴식차 잠시 쉬러 나오는 몇몇 외국인들이 터미널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 배고프다. 김치찌개 먹으러 가자.”

“된장찌개 먹자. 김치찌개는 무슨…….”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며 식사를 하러 가는 한국인들.

“제이미, 일단 우리는 택시를 타러 가야 해. 택시 승강장을 찾아보자고.”

“알겠어, 올리버. 하지만 그 전에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면 안 될까?”

관광을 하러 가기 위해 바깥으로 서둘러 나가려는 몇몇 관광객들.

“여기 주변에 호텔이 있을 텐데…….”

불편하고 시끄러운 대합실을 피해 조금이라도 편하게 숙면을 취하기 위해 호텔을 찾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곳으로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손이나 등에 각자의 짐이 있는 것은 물론이었고.

그리고 그때, 마찬가지로 관광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일본인들 6명이 터미널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다른 관광객들처럼 공항 내부를 이리저리 구경하거나 손에 든 여행용 가방을 끄는 등의 행동까지는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각자, 조금 특이한 형태의 가방을 메고 있었고 그 가방에는 이런저런 잠금장치와 보안 검사 스티커가 붙어 있었던 것.

“공항 깨끗하네. 홍콩 쪽 공항이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공항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아.”

“흐음…… 적어도 한자와 영어가 둘 다 적혀 있으니 길 잃을 일은 없겠군.”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그들.

“대장, 우리 꼭 이렇게 왔어야 해? 길드 전용기 있잖아. 아니면 전세기를 타든가. 왜 굳이 민항기를 타야 한 거야?”

“민항기를 타는 건 별 불만이 없는데, 굳이 이코노미를 탔어야 했어? 아무리 기내식도 안 나올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지만 별로 안 좋아하는데.”

굳이 전용기 두고 왜 민항기를 타야 하는 거냐, 탈 거면 일등석도 있는데 왜 이코노미를 타야 하냐는 등 불만을 쏟아 내는 인원이 있었다.

하지만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묵묵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여는 한 중년 남성.

“아, 억울하면 자기 돈 내고 타든가. 다이카는 돈 내고 좌석 업그레이드했는데? 그리고, 대장도 자기 사비 내고 일등석 타고 왔잖아. 대장도 우리 중에 그 돈 못 낼 만큼 가난한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한 거지.”

그들은 휴가차 한국으로 온 <부시도 스피리츠> 길드의 간부급 인원들이었다.

일본 최고의 길드에다, 간부급에 위치한 만큼 돈이야 많은 그들이었지만 정작 이번 여행에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아니, 마음 같아선 쓰고 싶지만…… 아깝잖아. 기내식도 안 나올 만큼 짧은 비행인데.’

‘애초에 대장이랑 다른 녀석들이랑 온 순간부터 휴가가 아니라 출장 업무 아냐?’

돈은 많았지만, 출장에 가까운 듯한 이번 일에 개인 사비를 쓰기에는 조금 아깝다고 생각했기에 얌전히 이코노미를 타고 온 것이었다.

평상시였고 그들이 개별적으로 휴가를 온 것이었다면 거리낌 없이 일등석을 타거나 전용기를 빌렸을 것이다.

“으~읏, 차. 대장. 그럼 우린 어디부터 가면 돼? 자유 시간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행 중 한 소녀, 다이카가 기지개를 켜며 수학여행 때 선생님께 일정을 묻듯 길드장인 하오다에게 일정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다이카의 그 말에 이상한 대답을 하는 하오다.

“자, 그럼 각자 알아서 해산.”

각자 해산하란 말에, <부시도 스피리츠>의 인원들 모두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해졌다.

“응……?”

“네?”

“하아?”

하지만 그들의 의문스러움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이 할 말을 내뱉은 후, 유유히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하는 하오다.

“말했다. 자유 여행이라고. 그럼 난 이곳의 옛 사찰들을 구경하러 갈 테니, 나중에 지정된 일시까지 알아서 오도록.”

그는 평소와 달리, 정말로 자유 일정을 약속하는 듯싶었다.

“잠깐! 숙소는? 일정은?”

다이카는 당황하여 하오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는 준비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 걱정 없이 온 건데!’

휴가라는 말이나 자유라는 말은 어차피 늘 하던 겉치레라고 생각하고 그냥 즐겨 버리잔 마인드로 좌석까지 업그레이드한 그녀.

하지만 하오다가 정말로 자유로운 휴가를 약속하자 도리어 당황하고 말았다.

“숙소도 알아서 준비해라. 일정은 5일 뒤, 이 시각까지 여기로 오는 거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어디 가는지 보고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오다는 말해 둔 5일이란 시간 동안 알아서 놀라는 듯, 방치하듯 그들을 두고 품속에서 책자를 꺼낸 뒤 그것을 보며 혼자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멀어져 가며, 하오다가 멘 길고 굵은 가방이 규칙적으로 묵직하게 흔들렸다.

“대장! 그게 무슨…….”

다이카는 하오다에게 뭔가를 더 물어보려는 듯했지만 다른 인원들은 그녀완 달리 각자 생각해 둔 게 있는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머…… 실례……할게요~ 여러분도…… 휴가 즐겁-”

평소에도 하오다의 수발을 들어 주며, 느린 말과 조용한 일본 여성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시즈카는 하오다의 뒤를 따라갔다.

“음, 그럼 난 미리 조사해 둔 맛집이나 알아보러 갈까!”

6명의 간부 중 가장 큰 덩치를 지니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고토 겐지.

그는 평소의 습관대로 먹는 것을 즐기기 위해 움직이려 했다.

“오예…… 한국 인터넷 환경에서…… 5일 동안 놀아야지…….”

평소에 다이카와 티격태격하며 꾀죄죄한 차림새로 다니는 다나카 료.

그는 평소의 습관대로 방 안에 틀어박히려는 듯, 휴대폰으로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대장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대장은 정말 휴가가 목적인 듯하니 나도 휴식을 가져 볼까.”

“관광이라…… 이런 건 보통 현지의 안내소에 물어보는 게 정답이지. 타치바나, 가자고. 한잔 꺾을까?”

하오다의 오른팔에 가깝지만 그런 만큼 그의 의중을 헤아려 휴가를 즐기려는 타치바나 야이바.

그리고 그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듯한 올백 머리의 남자, 쿠사나기 이오리가 있었다.

“낮부터 술은 별로인데.”

“빼지 말고, 5일 중에 하루만 투자해 달라고.”

“좋지. 하루 정도는 의리로 해 줄 수 있다. 그 전에 정보를 얻고.”

“그래야지.”

그렇게 서로 의기투합한 두 아저씨가 관광 안내소로 향하자, 혼자 남게 된 다이카는 안절부절못하다가 두 아저씨를 따라 급히 달려갔다.

“나, 나도 같이 가……!”

* * *

인천공항 내부의 안내소.

관광 정보에 대해 알려 주고, 그에 연관된 교통수단을 마련하도록 도와주거나 마련해 주는 업무를 하는 시설이다.

보통 한국에 방문할 정도면 방문할 목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어지간해서는 잘 오지 않지만 즉흥적으로 와서 현지의 추천을 받는다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오늘, 이 안내소의 여직원은 뜻밖의 인물들을 많이 마주쳤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한국 연예인들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 여성들.

그 정도야 뭐 양반이다. 종종 있으니까.

그래서 소속사를 알아본 뒤, 소속사 건물의 주소를 이야기해 주면 일은 거기서 끝이다.

출입을 거부당하더라도 아이돌 팬들이 소속사에 대고 대놓고 불평불만을 할 리는 없으니까.

자신은 알려 달란 정보를 그대로 알려 줬고, 그들은 거기에 따라 줬다.

그다음 순서에서 막혔을 뿐이지.

‘뭐, 다른 데서는 살짝 스치기만 해도 열을 끝까지 올리는 애들이 자기들이 응원하는 아이돌 경호원한테는 몸으로 밀쳐져도 아무런 반항도 안 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한 여학생을 동반한 두 일본인 남성이 온 적도 있었다.

조금 위험한 관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지만…… 두 남성에게 떼를 쓰는 듯한 여학생의 모습과 그걸 신경 쓰지도 않고 본인들이 묻고 싶은 걸 묻는 남성들을 보니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삼촌 둘과…… 조카? 그런 관계였으려나?’

거기까지야 뭐 그럴 법한 상황이었지만, 지금 그녀가 마주한 상황은 그럴 법한 상황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아온 게 시작이었다.

흔히 있는 관광객이라 생각한 그녀는 친절히 대응해 주었다.

“실례합니다, 여기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면 되죠?”

“아, 교통수단은 공항에서 운영하는 버스와 지하철과 통하는 철도, 그리고 택시들이…….”

흔히 들어오는 질문 중 하나였던 교통수단을 묻자, 정해진 대사를 읊듯이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때, 남자와 일행인 듯한 양복 차림의 다른 남자가 다급히 달려와 그에게 이것저것 얘기하기 시작했다.

“패트리어트,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양복 차림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깜짝 놀라는 직원.

‘패트리어트? 설마 그 패트리어트? 왜 한국에? 아니, 그 이전에 비밀로 온 거야?’

아무리 각성자들 중에 스타성이 없는 이들이 유명하진 않다고 해도, 국가의 1위 정도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고 보니, 선글라스만 빼면…… 닮았는데?!’

직원이 놀라며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한스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패트리어트.

“아, 어서 오게. 나는 자네가 바쁘지 않도록 교통수단을 알아보려 하고 있었지.”

“그게 무슨 소립니까? 교통수단이라뇨?”

한스는 패트리어트가 교통수단을 알아본다는 말 자체가 어색한지 그에게 되물었다.

“아하하, 이 아가씨 말로는 철도와 버스가 있다는데 어떤 걸 타겠나?”

“그냥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게…….”

패트리어트의 유명세도 있었고, 일단 조용히 이동하는 게 좋다는 듯 택시를 추천하는 한스.

하지만 패트리어트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

“아니지, 교통수단이 잘 발달한 나라일수록 좋은 법이야! 물론 국토가 크면 또 모를까. 하지만 수도만큼은!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나?”

그리고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하는 한스.

‘하아…… 그냥 패트리어트 말고 다른 각성자를 동원할 걸 그랬나……?’

아니, 그는 사실 한스라는 기자로 위장한 선지자였다.

그와 그의 조직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관이나 지역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 다른 국가의 유명 각성자도 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아니다. 패트리어트만큼 특징적이고 자유분방한 녀석이 또 없어. 의심할 건덕지만 안 주면 절대 의심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기자가 한 명만 동행한다고 하면 의문스러워할 것이고, 정부나 언론사에 직접 뭔가를 알아보려 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패트리어트는 국가의 지시만 있다면 군말 없이 따르는 성격이었고, 기본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유쾌했기에 한 명이든 세 명이든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지금 봐도 그 자유분방함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었고.

“음, 그럼 지하철…… 철도로 이동하시죠.”

“지하철이라?”

지하철이란 말에 흥미롭단 표정을 짓는 패트리어트.

“네.”

“자네 여기 와 봤나?”

패트리어트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 선지자.

사실 선지자로서 온 경험이야 당연히 있지만 그의 가상 신분인 한스는 한국에 온 적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본과 가장 비슷하다고 하니, 익숙할 거라 생각합니다. 또 잘못 가도 되돌아오기 쉬운 편이고.”

“좋아, 버스를 잘못 타서 이상한 지방으로 가는 것보단 낫겠지.”

미국의 경우, 버스를 정말 잘못 탈 경우 목적지에서 수십~수백 km까지 멀어진 곳으로 가기에 여차하면 정거장에서 내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철도를 선택한 그들.

그렇게 패트리어트와 선지자는 신화 길드로, <부시도 스피리츠>의 인원들은 각자의 희망 사항대로 공항에서 나와 목적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공항 주변의 평야를 벗어났을 무렵, 또 다른 입국자들이 있었다.

“좋아, 모두들 모였나?”

“예!”

누가 봐도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양복을 통일해서 맞춰 입은 사내들.

“좋다, 그럼 각자 편성된 조대로 흩어져서 습격을 준비한다. 나의 신호에 따르도록.”

“예!”

사내들은 대장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는, 공항 밖으로 신속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