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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63화 (163/325)

#제163화 (14)

드워프.

산속이나 땅속에서 살며, 대장장이의 재능이 상당하고 술을 좋아하며 전투에 있어서 물러섬이 없는 종족이다.

본디 난쟁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였지만, 소설가 J.R.R. 톨킨의 저서에서 나온 이미지의 키 작은 대장장이 민족이란 이미지가 굳어져 그쪽이 더욱 친숙한 단어이기도 하고.

그리고 수많은 판타지 속 종족들과 비교를 했을 때, 가장 한국인과 비슷한 면이 많은 종족이기도 하다.

광물을 얻기 위해서라거나 생존을 위해, 또는 심적 안정을 위해 토굴이나 산에서 사는 드워프들.

-한국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며, 때문에 대부분 산과 가깝고 살면서 산을 한 번도 못 보거나 올라가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화력과 고성능, 고효율에 집착을 보이는 군대나 포병들을 운용하며 몇몇 작품에서는 드워프들이 폭발물을 매우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국방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재래식 고화력 무기와 몇몇 장거리 화포 및 고화력 화포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사실, 군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성향을 보더라도 종종 과잉 화력 같은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특히, 정해진 대미지만 나오거나 실력이 아닌 다른 것도 활용이 가능한 RPG 계열의 게임들.

그런 곳에서 정석적인 공략을 찾지 않고 종종 화력으로 찍어 누르려는 경향이 크게 드러나는 편.

그리고 드워프들은 그들의 수염을 맹세의 상징으로 여길 때가 있을 만큼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그것들이 훼손당하거나 모욕받을 경우 앞뒤를 가리지 않고 화를 낸다.

-한국도 옛 유교 문화로 인한 영향이지만, 수염과 모발을 자르는 것을 목숨 걸고 막으려 했다.

다소 억지로 비슷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유사성이 짙은 것들도 많다.

손재주가 상당하며, 술을 좋아하는 민족 특유의 문화성.

그리고 일단 싸움에 들어섰다 하면 물러설 줄 모르는 투지와 근성.

그것 말고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국가 중대사까지 기록하는 습성이라든가, 땅을 파는 데에 묘한 재능이 있다든가 하는 것들도 있다.

물론 창작물 속에서 나온 이미지에 실제 사람들의 역사를 비교하는 것이니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듣는 사람에게 어라? 그러고 보니……?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는 된다.

‘……생각보다 재밌겠어.’

다른 고객들에게 갈 때와는 달리, 드워프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기대감과 호감이 보지도 않았음에도 생겨나고 있는 영의.

“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알겠지만 언어 해독에 대해서는 나중에 해 주지 않을래? 그 부분은 돌아가서 생각해도 급할 건 없으니까.”

시라는 지금 영의가 수호자의 전언 중, 후반부에 나온 의문의 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저……거야 뭐 내가 손을 댈 수 없는 거니 그냥 두더라도, 전언 정도야 내가 다시 얘기해 줘도 되는 거니까.”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는 시라의 의사를 확인한 영의는 뇌기의 덩어리를 빠르게 살펴보기 위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알겠어, 그 전에 저것부터 좀 살펴보고 돌아가자.”

‘정령도 일단 구성은 해 놨으니까 다른 부분은 조금씩 보강하면 되겠고…… 물론 쉽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배울 건 배웠으니 조만간 비무대회를 준비해야……. 응?’

영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뇌기의 덩어리로 접근할 때, 뇌기의 덩어리가 갑작스럽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타닥, 탁-!

크기가 줄어들며 조금씩 사나운 스파크를 튀겨 대기 시작하는 뇌기의 덩어리.

“뭐, 뭐야?”

그리고 그 수축은 시라 모녀가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보이고 그 변화가 명확하여 불안감을 자아냈다.

“영의, 뭐 했어?”

“위, 위험하지 않을까요……?”

비록 영의와 함께하며 작은 방전과 종종 일어나는 번개를 접하며 전기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둘이었지만 그래도 숲속에 살던 숲요정들이라 본능적인 움츠러듦은 어쩔 수 없었다.

‘흡수를…… 아니, 일단 제어부터!’

영의는 곧바로 뇌기의 덩어리 쪽으로 손을 뻗어 수축이나 스파크를 막기 위해 안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뇌기의 덩어리는 수축한 것이 마치 움직이기 위한 사전 준비 동작이나 몸집을 줄여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는 듯, 재빠르게 움직여 영의에게 덮쳐들었다.

“이런?!”

곧바로 몸을 옆으로 틀며 뇌기의 덩어리를 피해 내는 영의.

그는 간발의 차로 피하겠단 생각으로 몸을 틀었지만, 뇌기의 덩어리는 애초부터 영의를 노리고 돌진한 게 아니었다.

그것의 목표는 영의의 몸이 아닌, 영의의 주변에서 맴돌고 있던 그의 정령.

뇌기의 덩어리는 영의의 정령을 잡아먹은 듯,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정령(?)이 정령을 공격한다거나, 명령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시라는 방금의 광경을 보고 혼란스러워졌다.

“내…… 정령…….”

그리고, 아끼는 소장품이나 재산의 상당 부분을 뜻하지 않게 날려 버린 사람처럼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의.

일주일간 노력한 결과에 운이 따라 주어 만든 그의 정령이, 사라졌다.

그렇게 모두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을 때, 뇌기의 덩어리가 갑자기 움찔대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

지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울렁이는 듯한 움직임과 함께 왼쪽과 오른쪽으로 조금씩 뽈뽈거리며 움직이던 뇌기의 덩어리.

뇌기의 덩어리는 여기저기 움직이다가 이내 영의의 앞에 멈추고는 환한 빛을 발하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뭔가, 되는 건가?”

영의는 자신에 대해 아는 사람이 남긴 것이니만큼, 뭔가 의도라든가 갖춰진 장치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은연중에 믿고 있었다.

“우리야, 모르지…….”

“와아…….”

하지만 그것에 대해 알 도리가 없었던 시라 모녀는 그저 황당해하거나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조금씩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던 뇌기의 덩어리.

그리고 그것은 이내 영의의 어깨 위로 다가와 마치 눈송이가 떨어지듯 얌전히 내려앉았다.

마치 뇌영을 어깨에 얹고 다닐 때와 같이, 어깨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뇌기의 덩어리.

“……으음? 끝난, 건가?”

영의는 생각했던 것에 비해 너무 싱겁게 끝나자 안심했다.

‘그 사람의 성향으로 봤을 때엔 이거랑 싸워서 이기라든가, 아니면 난폭한 걸 길들여 가면서 사용해야 한다든가 그럴 줄 알았는데…….’

사실 로버트의 일기를 통해 읽었던 기록들이 하나같이 좋지 못한 것들이었기에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집에나 가자.’

영의는 우선 숲요정의 마을이든 본인의 집이든 간에 앉아서 생각을 할 장소가 필요했다.

“……집에 가자.”

그리고 때마침 누군가가 꺼낸 집으로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두들.

“그래, 가야지.”

“네, 돌아가요.”

하지만 시라와 영의는 동시에 대답한 서로를 쳐다보며 의아해했다.

“……누가 말한 거야?”

“네가 말한 거 아니야?”

시라도 영의도 아니라면 남는 것은 미딜.

“네?”

하지만 미딜 또한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짓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된다면 남는 용의자는…….

“……가자. 집에 가자.”

영의의 어깨 위, 뇌기의 덩어리는 작게 꾸물거리며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분명히 뇌전이 가득한 뇌기의 덩어리임에도 불구하고 슬라임처럼 움직이는 기괴하면서도 놀라운 광경에 영의는 당황했다.

“가자…… 가자……. 뭐야? 뭐야?”

그리고 가자는 말을 되뇌다 뭐야? 라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하는 뇌기의 덩어리.

“잠깐…… 이거 설마…….”

영의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작은 의문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머릿속으로 오른쪽이란 생각을 계속 반복하는 영의.

“뭐야? ……오른쪽, 오른쪽…….”

뇌기의 덩어리…… 아니, 이제 액체처럼 보이기 시작한 무언가는 영의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서 반복했다.

‘내가 생각하는 걸…… 따라 하는 건가?’

“……생각 따라 해? 생각 따라 해?”

완벽하게 따라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따라 하는 것이나 생각을 읽는 것에 제한이 있다거나 아니면 문장의 일부나 개념만 내뱉는 것으로 보였다.

“말까지 하는 건…… 처음 봤는데요…….”

“흐음, 정령이 생각을 읽게 한다라? 쏘라고 명령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발동시킨다면, 정령술을 조금 더 개량할 수 있겠는데……?”

시라는 지금, 영의의 생각을 따라 하는 듯한 개량판 정령을 보며 흥미롭다며 계속 관찰했다.

“정령이라……. 정령, 맞지?”

문득 영의는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정령에 손을 갖다 대었고, 이내 정령은 영의의 손 위로 올라왔다.

전혀 형체 따위 없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의외로 부드럽고 따뜻한 그의 정령.

“……넌 뭐니?”

영의는 뭘 어디서부터 접근을 해야 할까 싶은 새롭고 신선한 충격에 그리 말했다.

“……뭐야? 뭘까? 나?”

하지만 영의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정령.

“혹시, 숲요정들은 정령한테 이름 붙이고 그래?”

“보통은 안 붙이지, 하지만 괴짜들은 어디에나 있어서…… 붙이는 경우도 있어. 그리고 그런 애들이 은근히 숙련도가 높더라고.”

시라는 정령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 상당한 골칫거리라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를 꺼냈다.

“왜? 별로 문제 될 건 없지 않아?”

“아니, 정령의 특성상 쓰는 사람이 바뀌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 잘 안 맞게 되거든.”

“아하.”

시라의 설명에 군대를 생각한 영의.

개인별로 맞는 총기와 개별적인 개조가 전투력 향상에는 더욱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적인 양산과 원활한 보급을 위해서는 대부분 적합한 범주에 맞는 방식으로 지급해야 한다.

아마 시라는 그쪽이 더욱 효율적이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듯싶었다.

영의는 자신의 손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려 하는 정령을 붙잡아 두며 시라에게 조언을 했다.

“글쎄……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될 줄 알면 그쪽이 더욱 도움이 될걸?”

“어?”

시라는 정령이 생각을 읽어 빠르게 행동하게 하는 것만 생각하고, 정령이 스스로 생각한다라는 경우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생각을 읽고 따라 하게 되면 자기도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겠지. 그때부터는 마음도 생길 거고.”

영의는 이내 뇌기를 이용해 정령을 손 위에서 이리저리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이쪽? 이쪽? 저쪽?”

이미 듣고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선 듯, 방향이 이리저리 바뀌는 것에 적응하려 하는 듯한 정령.

“이것 봐. 벌써 단순히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잖아.”

“……그런 것, 같네.”

“우와아…….”

미딜은 영의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정령을 보며 매우 신기하다고 생각한 건지, 눈을 반짝거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만져 볼…… 아니, 만질 수…… 있으려나?”

영의는 그의 정령을 보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야 뇌기…… 즉, 감전을 당해도 부상이나 사망보다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쪽의 작용을 한다지만, 다른 사람은……?

‘뭐, 번개를 맞아도 멀쩡한 괴수가 있긴 하지만 그런 인간이 지구에 흔할 리도 없고.’

만져 본 결과, 뇌전이 마구잡이로 분출되거나 만진 사람이 감전될 일은 없어 보였지만 만일의 경우란 게 있는 법이었으니까.

“아…….”

미딜은 영의의 정령을 만져 볼 수 없다는 것에 적잖이 실망하는 듯 보였다.

사실, 미딜은 그녀의 어머니인 시라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그녀의 파트너 큰 날개가 부러웠었다.

하지만 그녀는 시험을 치르지 않는 세대였고, 그렇게 눈을 돌린 것은 정령이었지만 정령은 생명체라기보다는 프로그램 같은 존재였다.

공격 명령을 말이나 손짓 등의 지정된 수단으로 내리면 그에 해당하는 공격이나 행동을 시행하는 일종의 전투 보조 도구와도 같은 것.

그랬기에 영의를 포박할 당시에 뇌영에게 세게 나가지 못했던 것이고.

영의는 그런 미딜을 보고는 이내 머릿속에 강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얌전하게…… 얌전히…….’

“얌전……히?”

뇌전을 방출하거나 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손안에 있는 것만 떠올린 다음, 영의는 정령을 시라의 손 위로 천천히 건네주었다.

“얌전하게 만들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따갑다 싶으면 바로 손을 떼.”

“아, 네.”

조심스럽게 시라의 손 위로 올라오는 영의의 정령.

정령은 환경이 바뀌자 조금 깜빡거렸고, 영의와 미딜은 그것을 불안하게 바라보았으나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와아아…….”

시라는 정령을 보며 기쁜 듯이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영의의 정령은 그녀에게 반응하듯 말을 했다.

“반가워? 반갑다?”

“……반가워, 나는 미딜이야.”

영원의 숲, 숲요정 최초이자 유일의 번개 정령술사 미딜이 번개의 정령술사가 되는 첫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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