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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59화 (159/325)

#제159화 (10)

영원의 숲 외곽, 숲요정들의 거주지.

“하아…… 오늘도 힘드네…….”

영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주머니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휘로옥. 휘약(지금까지 바로 된 게 이상한 거였죠. 힘내요).”

그런 그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뇌영.

“……그래, 고맙다.”

영의는 지금 영원의 숲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언제 끝날지 확신조차 할 수 없는 수련을.

4일 전, 그는 알림이의 조언을 듣고 영원의 숲으로 왔다.

예전에도 나무는 높고…… 숲은 빽빽하고…… 또 저 토끼가 있었기 때문에 별 의심은 하지 않았다.

-오, 낯익은 얼굴이 찾아왔군? 좋은 징조다?

“간만이네요, 토끼 스승.”

“삐익, 휘약(간만이네요, 할아버지)!”

영의에게 자연과의 소통을 가르쳐 준 스승, 타이가를 지상에 내려오자마자 만났던 영의와 뇌영.

-그런데, 모습이 변하질 않았다? 특이한 일이다?

타이가는 영의의 안부를 묻거나 하지 않고, 영의가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관심이 가는 듯했다.

“뭐 변하고 그럴 시간이 아니었는데…….”

-흐음…… 뭐, 두고 보면 알아서 해결될 거다? 그리고, 너에게 전할 말이 있다?

“전할…… 말?”

영의는 타이가가 자신에게 뭔가 전할 말이 있다고 하자 의문이 들었다.

타이가와 지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람을…… 아니, 토끼를 아는 데에 굳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숲의 폭군, 귀찮음 가득한 토끼, 관심 대상 외에 무시.

어지간해서는 부탁도 안 들어주는 타이가였지만…… 그런 그가 심부름을 받은 것처럼 말을 한다고?

-너한테는 수호자란 말이 더 익숙할 거다? 그 친구가 너에게 남긴 전언과…… 과제가 있다? 자세한 건 숲요정들에게 찾아가 봐라?

자세한 건 숲요정에게 물어보란 말을 한 뒤 수호자가 남겼던 전언을 읊어 주는 타이가.

‘주위에서 조언하는 인형의 말을 듣기만 한다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진 않을 거다. ……그 끝이 행복일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그런 능력을 너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영의는 타이가가 전해 준 말을 듣고 잠시 의문에 빠졌다.

“……무슨 소리지? 뒷내용은 대충 알겠는데 앞은…… 흠. 아!”

-나는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녀석과 똑같은 인간이라 그런가?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나?

“없는데요.”

영의의 너무 솔직담백한 대답에 할 말을 잃은 타이가.

-…….

“…….”

-아무튼, 난 해 줄 말은 다 했으니 가 보도록 해라? 그리고, 옷 잘 어울린다?

“네, 네. 감사합니다.”

타이가는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곧바로 숲속으로 폴짝 뛰어 사라졌다.

그리고 옷 칭찬에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는 영의.

“흐음…… 알림아. 이거, 이렇게 입는 게 맞았나……?”

영의는 자신이 옷을 제대로 입은 건지 의문이 들어 몸을 돌리며 자신의 옷차림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숲요정들의 전통 복색이긴 합니다만, 현 시대 기준으로는…….]

“뭐 어때. 그보다, 알림이 너는 저 토끼 아재가 해 준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영의의 질문에, 알림이는 곧바로 대답했다.

[알려 드릴 수 없……. 아닙니다. 굳이 따져 보자면…… 사용자의 선배격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인물의 충고라고 들으시면 됩니다.]

예전과 같이 알려 줄 수 없다는 말을 하려던 알림이는 중간에 말을 바꾸고 제대로 된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선배……?”

영의의 인생에서 선배라고 할 만한 건 격투기를 하던 시절 허세와 텃세를 부리던 것들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역대 다른 사용자들과 달리 아직까지 활동 중인 유일한 인물이며, 저와 달리 사용자에게 유용하고 중요한 정보를 말해 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중요한 정보라……. 앞부분은 그렇다 쳐도, 뒷부분의 능력을 나만 가진 게 아니라는 말은?”

영의의 질문에, 알림이는 침묵했다.

[…….]

“……그래, 알려 줄 수 있다 없다가 아니라 아예 말도 못하는 수준인거구나? 그건.”

영의는 알림이의 침묵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는, 또 다른 차원의 심부름꾼에 대해 생각하며 숲을 거닐었다.

그렇게 그가 기억하던 숲요정의 마을로 왔으나…… 마을의 풍경이 그의 기억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움직이지 마!”

“거기 멈춰라, 인간!”

개방되어 있고 숲속의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주민들과 어울려 살던 아름다운 자연 속 마을이 영의의 기억 속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돌과 식물들로 만들어 둔 방벽과 먼 수풀 속에서 이곳의 분위기를 살피는 동물들, 그리고 무장한 채 그를 노려보는 주민들이 있었다.

“으음…… 내가 물어볼 게 하나 있-”

영의는 일단 어떤 상황인지 알기 위해 뭐라도 물어보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 순간 그의 발치 앞에 무언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와 꽂혔다.

“거기까지!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그게 몸통이나 목에 꽂힐 줄 알아!”

날아온 것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는 영의.

그의 발 앞 3cm 부근에는 사람 손가락 마디 하나만 한 작은 돌이 땅에 박혀 있었다.

‘……돌?’

영의가 돌을 보고 당황해하는 사이, 그가 공격받는 것을 보고 곧바로 행동에 나선 뇌영.

“휘요오오(이것들이 어디서)-!”

뇌영은 재빨리 날아올라 영의를 위협했던 숲요정의 머리를 빠르게 쪼기 시작했다.

“으윽! 왜 이러는 거야! 진정해!”

“저기 있는 인간은 네 친구나 가족이 아니라 이용하려는 인간일 뿐이야!”

영의에 대한 오해가 있는지, 아니면 인간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이 있는지 이런저런 말을 하며 뇌영을 진정시키려 하는 숲요정들.

하지만 뇌영은 그런 그들의 말에 더욱더 화를 내기 시작했다.

“휘약! 휘약(아빠 맞아! 아빠 맞다고)!”

인간에겐 친절하지 않더라도, 동물에겐 친절한지 화를 내는 뇌영에게 쩔쩔매는 숲요정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내 말은 절대 안 들어줄 것 같네.’

영의는 그들이 뇌영의 공격 탓에 혼란스러워할 때 잠시 몸을 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가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 할 때, 그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라!”

또 다른 숲요정이 그를 포박하려는 듯 재빨리 습격해 왔지만, 영의는 그런 것에 쉽게 당해 줄 남자가 아니었다.

다만, 습격자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자신이 아는 얼굴과 똑같았기에 순간 멈칫하였을 뿐.

뒤에서 그를 습격해 온 것은 그와 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시라와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영의는 순간 지인을 만났다는 안도감에 긴장을 풀었다.

“아, 시라구나? 미안한데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도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이 이러는지, 그리고 수호자의 전언과 관련된 것들을 묻기 위해 시라(?)에게 다가갔던 영의.

하지만 그가 시라라고 생각했던 숲요정은 그가 아는 시라가 아니었던 건지, 곧바로 그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어머님의 이름과 외모를 알고, 숲요정들의 전통 복식도 가져오는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세한 사항은 조사하지 못한 모양이군, 인간.”

영의는 갑자기 자신의 지인이 본인을 포박하기 시작하며 영문 모를 소리를 하자 당황했다.

“어어?! 아니, 야! 나 몰라? 너랑 동문! 타이가 아재 밑에서 같이 수련했잖아!”

“대원로님의 이름까지 알다니……. 인간 놈들, 조사를 어디까지 한 거지?”

영의는 시라(?)를 설득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았지만, 숲요정들은 그런 영의의 필사적인 설득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렇게, 결국 시라(?)에게 붙잡혀 연행당하게 된 영의.

줄에 묶인 채 걸어가기 시작한 영의의 뒤로, 양 날개가 붙잡혀 함께 따라가게 된 뇌영이 작게 울었다.

“휘로록. 휘익(지금 도망치죠. 방심하는 것 같은데).”

뇌기로 밧줄을 태우고 곧바로 도주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영의는 그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잡혀가 주고 생각해 보자. 도망이야 뭐 언제라도 치면 되니까…….’

숲이 워낙 울창하고 영의의 기억과 큰 변화가 없어서 몰랐지만, 지금 이 영원의 숲은 영의가 타이가 밑에서 수련을 끝내고 떠난 지 4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숲요정족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광장.

이곳은 영의가 예전에 방문했던 그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중앙에 새로 생겨난 의문의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바닥에 돌이나 별다른 포장재가 없는 광장이었기에 식물 하나나 둘 정도야 별 상관이 없었지만, 그 크기가 상당했고 형태 또한 특이했다.

“……감옥?”

쇠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무의 줄기들이 스스로 쇠창살처럼 이리저리 엮여 하나의 감옥을 만들어 놓은 듯한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묶여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곧 한 명이 추가될 것 같았다.

‘……저건 쉽게 나가기 힘들 것 같은데.’

나갈 수야 있겠지만, 나가려는 시도를 하는 즉시 누군가에게 발각될 것이 분명했다.

특히, 뇌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그의 능력 특성상 더더욱.

영의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듯하자 숲요정들을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기, 사실 오해가 있는 듯한데…….”

말로 주의를 돌리고, 그의 몸을 묶은 줄을 뇌기로 태운 뒤 빠져나가려 한 영의.

“듣지 않겠다. 가둬라!”

하지만 시라의 딸로 추정되는 숲요정은 그를 밀치며 외쳤고, 휘청이다 중심을 잡기 위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의 발을 붙잡는 뭔가가 있었다.

“이건 무슨……!”

땅에서 솟아난 식물의 줄기들의 그의 발을 휘감았고, 그 식물들은 그의 몸을 단단히 붙잡고 감옥으로 옮기고 있었다.

‘아니, 안 온 사이에 뭐 이런 게 다 생겼어? 재개발 했나?!’

숲요정들은 평생 자연과의 소통을 하며 살아가기에 몇몇 식물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그들의 협조를 얻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족처럼 부리는 것은 그들의 법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었건만, 영의가 알고 있던 그들의 법도와 지금의 법도는 상당히 달라진 듯 보였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뇌기라도 끌어 올려 두는 건데!’

영의는 방심했던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며 급하게 뇌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고, 뇌기가 순환하며 강화된 그의 육체는 땅속의 식물 줄기를 끊어 내기 시작했다.

뚜둑.

뚝.

“좋아, 이대로만 하면 된다!”

영의는 성과가 보이자 그 기세를 타고 몸을 묶은 줄도 뇌기로 태워 냈고, 이내 손이 자유로워지자 양손을 곧바로 묶인 발을 푸는 데에 동원했다.

타닥.

뚜두둑.

뇌기로 식물들을 태워 끊어 낸 후, 영의는 곧바로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려 했지만 그의 눈앞에는 갈색의 물체들이 가득했다.

뿌드드득.

뿌득.

서로 얽히고 교차하며 땅에서 솟아 나오는 굵은 나무줄기들.

나무줄기들은 곧바로 영의의 주변을 감쌌고, 이내 영의는 나무로 만든 감옥 속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역대 도망 시도 중에서 제일 빠르긴 했지만, 그래도 숲의 감옥에서 빠져나갈 순 없을 거다.”

시라를 닮은 숲요정과 다른 숲요정들이 그를 잡기 위해 나서지 않은 이유를 증명하듯, 나무로 이루어진 감옥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영의를 계속 붙잡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나…….’

이왕 잡힌 거 잠깐 그대로 있기로 마음먹은 영의.

나무들을 태워 봐야 금방 다시 생겨날 것 같았고, 또 여기서 도망친다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차하면 지구로 돌아갔다가 오면 되니까.’

물론 지구로 갔다가 돌아온다면 시간이야 제법 지나 있겠지만, 그런 만큼 장점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휴, 바닥이 좀 불편하네. 여기 밥은 언제 나와?”

‘감옥인데?!’

‘자기 집인 줄 아나…….’

영의는 이내 감옥 안에서 편한 자세로 시간을 때우려는 듯 눈을 감았고, 그런 그의 여유 넘치는 모습에 숲요정들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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