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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55화 (155/325)

155화

‘아, 뭐 어때. 성공만 하면 됐지. 솔직히 나도 내가 이러는 거 좀 부끄럽고 그런데…… 일을 해결할 땐 빨리 해결해야지.’

그러나 호엔하임은 영의가 바닥에 드러누운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소개장의 봉투를 열어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흐음…… 인장은 확실히 그 일라이저의 것이 맞군. 아리안델에서 간 크게 대마도사의 인장을 위조할 녀석이야 없겠지…….”

호엔하임은 천천히 소개서를 읽어 내려가다 마지막 줄을 보고는 소개서와 바닥에 누워 있는 영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정말로?”

“예?”

“아니, 아닐세.”

호엔하임은 소개서를 다시 접어 봉투에 넣고는 바닥에 드러누운 게 편한지 멍을 때리기 시작한 영의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내가 편지를 잘 안 봐도 그렇지, 굳이 이렇게 강제로 보내야 하나……? 이런 녀석에게 맡겨서?’

“후우…… 간만에 밀린 편지들을 확인해야겠군.”

호엔하임이 편지를 확인하기 위해 멀어지자, 영의는 누워 있다 다급히 일어나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나가는 척하다가 다시 들어와서 문 잠그는 거 아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약간의 거리를 두고 호엔하임을 따라가는 영의.

하지만 영의의 생각과는 달리, 호엔하임은 우편함에 쌓인 우편물들을 휙휙 던져 가며 분류하고 있었다.

“흐음…… 그래, 자네는 용건이 뭔가?”

“네?”

“용건이 있어서 굳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까지 소개장을 주러 온 것 아닌가?”

“아, 그러니까…….”

호엔하임이 드디어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 같아 보이자 영의는 서둘러 본론을 꺼내려 했지만, 문득 자신의 본론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음, 없는 것 같은데요.”

용건이 없다는 말에 편지의 분류를 멈추고 영의를 돌아보는 호엔하임.

“없다고? 그럼 왜 굳이 그렇게 나에게 소개장을 주려고 안달이 나 있었던 겐가?”

“글쎄요, 아. 근데 베키랑 일라이저 영감님은 용건이 많더라고요……. 아!”

문득 일라이저의 이름을 언급할 때, 갑작스럽게 생각난 하나의 일.

예전에 그가 팔에 마법 문신을 시술받을 때, 재료가 모자라 완전한 시술을 받지 못했던 것이 떠오른 영의.

“그 뭐냐, 마력 잉크? 마력 염료? 그것 좀 많이 얻어 가야 해서 왔는데요.”

영의는 자신의 용건을 완전히 다 털어놓았지만, 호엔하임은 그것이 용건이란 말에 의문을 표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내가 특별히 제작하는 다른 것들도 아니고 마력 염료?”

별것 아닌 영의의 용건에 황당해하던 호엔하임은 그때 뜯어진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음? 이건…… 오래되어서 뜯어졌나. 연구 탓에 상당히 오랫동안 방치하긴 했나 보군. 뭐, 그래도 이제 끝났으니…….”

호엔하임은 편지 안의 내용물을 살펴보더니 이내 구겨서 휙 하고 던졌다.

“뭐길래 버려요?”

“돈을 좀 빌렸던 적이 있었지. 갚으라는 편지일세.”

영의는 그때 문득 호엔하임의 집 앞에 독촉장이 많았던 것을 떠올렸다.

“아니, 어떻게 하시려고 그렇게 돈을 많이 빌리신대…….”

“걱정 말게. 늦게 갚은 적은 많아도 못 갚은 적은 없으니까.”

호엔하임은 분류해 뒀던 편지들 중 제법 오래된 것들이 많은 편지들을 들어 올렸다.

“아마 여기에 있는 의뢰 중 절반만 해도 대부분 갚고도 남을 걸세. 그리고 돈을 빌려준 이들도 독촉장만 보내고 굳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가 기다리면 이자를 더 받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의는 문득, 저렇게 편지들이 쌓일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연구만 했던 호엔하임의 연구에 대해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길래 그렇게 오랫동안 집에만 있었던 거예요? 편지도 안 받고.”

호엔하임은 어지간해서는 그의 연구에 대해 다른 이에게 잘 발설하지 않았지만, 눈앞의 청년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일라이저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흐음…….”

호엔하임이 약간 고민하는 듯 보이자, 영의는 묻지 말아야 할 걸 물었나 싶어 대답해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려 했다.

“아, 말해 주기 싫으시면 말 안 해도…….”

“뭐, 자네라면 괜찮겠지. 그저 내 지병을 고칠 약일 뿐이네. 다만 거기에 범용성을 조금 곁들인 거고.”

하지만 호엔하임은 소개장에 써진 내용과 친구 일라이저를 믿었기에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약이요?”

“그래, 나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겠지?”

문득 이곳에 오기 전, 마탑에서 일라이저와 나눴던 대화가 영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으음, 조금 괴팍하고…… 이상하고…… 사람을 잘 안 믿는 성격의 친구인 데다 으흠, 또 뭐가 있더라……. 아무튼, 친해지면 참 좋은 친구일세. 허허허.

할 말 다 하고 안 할 말도 할 때가 있는 영의였지만, 저걸 그대로 말하기에는 호엔하임을 만나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음, 많이는 못 들었는데요. 병이 있다는 거랑…… 성격이, 조금…… 음.”

호엔하임은 영의가 얼버무린 부분에 대해서도 잘 인지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뭐, 그렇긴 하지. 어쩔 수 없이 생성된 성격이니 말이야.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적당히 조절이 된다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유해지기 마련이니 말이야. 흐음, 이제 편지의 분류도 다 끝났으니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않겠나?”

“아아, 네.”

영의는 호엔하임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지 뭉치를 들어 주었고, 호엔하임은 영의의 호의에 살짝 미소 지었다.

‘음, 친해지면 좋다고 하더니…… 맞는 말인가?’

영의는 저택으로 향하며 아까 하던 대화를 이어서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병을 고칠 약이라고요?”

“그렇지! 평생의 연구 성과라네.”

저택 안으로 막 들어서던 호엔하임은 영의가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해 물어봐 주자 아주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반응에 적당히 맞장구쳐 주는 영의.

“으흠, 네.”

“으흠, 네? 으흠, 네?! 자네, 나의 연구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겠나?! 믿을 수 없군!”

하지만 맞장구의 강도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건지, 호엔하임은 영의에게 달라붙어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후두둑-

그 탓에 둘 모두가 들고 있던 편지가 바닥에 쏟아졌고, 분류한 것이 의미가 사라짐과 동시에 영의의 머릿속에 있던 생각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이 먹고 유해졌다면서……. 이게 유해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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