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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50화 (150/325)

#제150화 (1)

영의가 신화 길드의 공략대를 구출했던 날 이후, 길드장인 영석은 현장에서 길드원들의 입단속과 정보 통제를 명령했다.

게이트를 본인의 의지대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각성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엄청난 파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능력자가 있다는 것을 상호 협의하에 일단 비밀로 해 두기로 한 뒤 함께 정보를 통제하는 데에 협조한 정부.

영석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게이트를 임의로 여닫는 것에 대한 것은 철저한 비밀이 지켜졌지만, 다른 것은 새어 나가고 말았다.

영석이 게이트가 사라졌던 그날 곧바로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일부만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 영석과 정부.

그들은 간헐적으로 닫히다가 열리는 것을 반복하던 게이트가 결국 소멸하는 것으로 상황이 끝났다고 외부에 공표했다.

거기서 생존자들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이 은색 헬멧을 쓴 인물이라는 이야기로 끝난 미공략 게이트 소멸 사건은 또다시 은색 헬멧을 영웅으로 띄워 올리며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다만, 그것을 해프닝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띠링.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누군가가 참여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 다들 들리나?”

화면에 몇몇 이들의 얼굴이 표시되고 있었지만, 파드레를 포함한 몇 명이 자리에 없었다.

“현지 기준 월요일 오후에 급하게 소집해서 그런지 몇 명은 없네? 쩝.”

옷에 붙은 과자 부스러기들을 털어 내며 아쉽다는 듯 혀를 차는 선지자.

“그러니까…… 다들 소식 들었을 수도 있고, 직접 알아낸 사람도 있을 텐데. 각자 갖고 있는 정보나 자료들 좀 서로 나한테 보내 줘 봐. 비교해 볼 게 있으면 비교를 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채워 보게.”

이내 몇 명이 무언가를 조작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고, 선지자의 뒤편에서 알림 소리가 여러 번 울려 퍼졌다.

“음, 다 보낸 것 같네. 잠시만 기다려 봐. 보자…….”

태블릿과 노트북을 번갈아 쳐다보며 각자 수집한 정보를 비교하는 선지자.

현지 정보의 모든 결론이 은색 헬멧은 잠깐 나타난 인물로 지칭하며 게이트 소멸에 대해서만 정보가 편중되어 있었다.

“대부분 다 비슷하긴 하네. 각자 집중한 포인트가 다를 텐데 이 정도라는 건…… 풀린 정보가 그만큼 한정적이란 거겠지.”

선지자는 태블릿을 돌려 CCTV 영상을 재생시켰다.

은색 헬멧을 쓴 남자가 공중에서 내려와 신화 길드의 이름이 적힌 천막으로 들어가는 영상.

그리고, 누군가의 휴대폰으로 촬영된 듯한 사진 또한 있었다.

“흠, 남자인데? 대략 20대 중후반? 손이 별로 안 늙었네. 굳은살은 좀 박여 있지만, 나이 든 피부는 아니야.”

선지자는 겉모습에서 은색 헬멧의 정체를 조금씩 유추해 보며 추측한 사실을 말했다.

-그건 저희 쪽에서도 확인했습니다. 다른 게 문제죠.

회의에 참여한 인물 중, 가면을 쓰고 음성 변조를 하는 인물의 말에 선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그건 그렇지. 다들, 내 주의 사항대로 게이트는 안 들어갔지?”

선지자의 물음에 대답하는 무사 가면인과 샤오롱, 그리고 나연.

-게이트가 변형 게이트인 시점에서부터 심상찮긴 했지만 소멸을 할 줄은 몰랐는데…….

-뭐, 평소에도 들어갈 일은 없었지만요.

-그보다, 게이트의 급격한 소멸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선지자는 태블릿을 들어 무언가를 입력하는 동시에 회의 참여자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게이트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어딘지는 못 봤는데, 여하튼 사라지는 것 자체는 확실히 알았어.”

-위치를…… 모르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일이긴 했어도, 뭔가 미래를 봤다면 대략적인 정보라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주변 풍경이 산투성이에 군인들이긴 해도 게이트 주변에 있는 자재들이나 신화 길드의 이름이 박힌 물품들을 봤다면 충분히 상황을 알았을 텐데…….’

샤오롱이 선지자의 말에 의심을 품던 그때, 선지자가 그것을 해명하듯 대답해 주었다.

“난 사실과 정보만을 알지 그 광경을 아는 게 아니야. 오케이? 그렇게 막 자세하게 알진 못해. 미래의 광경을 보는 게 아니라 정보를 보는 거지.”

샤오롱은 선지자의 말에 뭔가 미심쩍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예지라는 것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적어도, 사건의 시기와 게이트에서 뭔가 일어날 것이란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았던가.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태블릿의 조작을 끝낸 선지자가 노트북의 화면, 샤오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색 헬멧 말인데, 저게 진짜인지 알려면 직접 만나 본 인물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하필 없네.”

직접 만나 본 인물이라 함은 권왕, 텐징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샤오롱은 텐징을 마지막으로 만나고 왔던 인물이었기에 선지자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지금 전화를 해 봐도 거처에 없을 겁니다. 아마 산에서 눈이나 맞고 있겠지요.

텐징의 습성(?)에 대해서는 선지자도 익히 아는 바가 있었기에, 샤오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래, 뭐 나중에 불러서 물어보면 되겠지. 근데, 겨우 이거야? 다른 사진 자료는? 한국이란 나라 특성상 기자들이 바글바글했을 텐데? 게이트 소멸에 대한 자료도 묘하게 이상하고…….”

선지자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은색 헬멧의 영상이나 사진에 의문을 품은 듯했다.

-길드장의 정보 통제로 인해 초기에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나마 게이트 소멸이 누군가의 SNS를 통해 넷상에 목격담이 퍼져서야 기자들이 현장으로 냄새를 맡고 몰려왔지만…… 그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샤오롱의 대답에 다른 인물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선지자는 위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길드장의 통제라고? 일 잘하네. 신화 길드, 맞지?”

-네.

선지자는 이내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은퇴만 안 했으면 스카우트도 고려해 보겠는데……. 아까워. 아무튼, 다른 거 없어? 진짜로? 뭐든 간에 SNS에 찍어 나르는 한국 특성상 그만큼 특이한 인물이라면 뭐라도 있을 텐데?”

혹시나 싶은 기대감을 안고 물어보는 선지자였지만, 샤오롱은 들은 정보가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러나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나연이 입을 열었다.

-음, 그 부분에 대해 말할 게 조금 있긴 한데…….

나연의 발언에 깜짝 놀라며 화면에 얼굴을 들이미는 샤오롱과 선지자.

-정보가 있습니까?

“뭐야, 뭔데?”

나연은 그런 둘의 반응에 기겁하듯 몸을 뒤로 빼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 저도 방금 자료를 보고 안 건데…… 약간 차이가 있어요. 얼굴 분위기랄까?

“뭐?”

나연의 말에, 선지자는 자료를 다시 쳐다보았다.

몇몇 중요한 사진이나 자료는 영석의 명령으로 지워졌지만, 다른 것들은 정보원들이 모아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게이트 진입 전의 사진도 있었기에, 보고 비교해 보는 선지자.

“……무슨 차이? 그냥 안도했다거나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진이 빠진 표정이 가득한데?”

-무슨 차이라는 거지? 그보다, 이게 은색 헬멧이나 미공략 게이트 소멸과 연관이 있나?

선지자를 포함한 다른 이들도 각자의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비록 은색 헬멧이 나타나거나 게이트가 소멸했던 당시의 사진은 없어도, 그 전이나 후의 사진은 각자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잘 살펴봐요.

“뭐?”

사실, 그들 모두가 한국인이 아니었기에 현지의 정보원들이 모아 준 정보를 토대로 회의를 열고 있었지만 한국인, 그중에서도 영의와 화연을 봤었던 나연만이 알아본 차이점이 있었다.

-부길드장, 신화연이 사건 이후 길드원들을 찍은 사진에 없어요. 단순히 다른 곳에 있다거나 사진에 찍히지 않았다기에는 옆에 보좌로 붙어 있던 길드원 얼굴이 별로인데.

-너무 사소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따지면 게이트 진입 인원 172명 중에 안 찍힌 사람이 몇 명이나 될 텐데요? 그리고, 여기 다른 쪽에는 찍혀 있습니다만?

샤오롱이 나연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자, 나연은 소리를 질렀다.

-아니, 개성 없는 일반 길드원 말고! 부길드장 사진은 기자들이 무조건 보이자마자 찍었겠지, 멍청아! 한국에서는 조회 수 나오고 잘 팔리면 장땡이라고! 그리고, 이때랑 이때 길드원들 얼굴을 비교해 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연은 여러 개의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열변을 토했다.

영석이 기자와 마찰을 일으키는 걸 봤을 때의 사진과 그걸 말리러 달려가는 화연의 모습이 찍힌 사진에 공통적으로 찍힌 정훈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키는 나연.

-이 얼굴은 당황한 얼굴, 이 얼굴은 놀랐지만 기쁨이 있는 얼굴!

-그게 그거…… 아닙니까? 둘 다 당황한 얼굴로만 보이는데…….

그렇게 둘이 열심히 표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선지자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의문이 있었다.

“잠깐, 그럼…… 그 한 명이 잠깐이지만 못 나온 거라고? 내가 알기로 사라졌던 사람은 없는데…….”

선지자는 곧바로 인터넷에 신화연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지만, 딱히 실종됐다는 기사나 소식은 없었다.

“음, 없는데? 저 정도 길드의 부길드장에, 제법 명성까지 있는데 없어졌으면 이야기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은색 헬멧에 대한 주제를 벗어나자, 다른 인물들도 대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냥, 그때 사진에 안 찍힌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보좌에게 뒤처리를 모두 맡기고 퇴근해서 얼굴이 어두웠던 거라든가…….

샤오롱의 말에 다른 이들이 긍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나연이 짜증을 냈다.

-어후, 죄다 한국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 가지고! 아까 말했잖아! 찍을 순위 1위인데!

그때 문득, 선지자의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경험상 떠올리지 못하더라도, 자신만큼은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생각이.

“잠깐, 만약 한 명이 나오지 못하고 게이트가 사라졌고 나중에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났다는 건…… 은색 헬멧이 사라진 게이트 안에서 데리고 나온 건가?”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선지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화면을 쳐다보는 샤오롱.

“아니, 어쩌면…… 사라지다 나타나던 게이트를 고정시켰다든가, 아니면 안쪽으로 직접 들어가서 신화연을 빼왔다든가…….”

선지자는 뭔가 계속 생각하며 중얼거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으음…… 일단, 넘어가자고. 적어도 하나 확실한 건 기자들이 도착했을 땐 없었지만 나중에 나타났다는 거 하나 정도? 하아, 과학자라도 한 명 정도 스카우트를 했어야 하는데. 아직 뭘 알 시기가 아니니까…….”

선지자는 답답한지 머리를 벅벅 긁다가 다시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은색 헬멧이 어떤 능력을 지닌 건지, 아니면 어떤 목적이 있는 건진 몰라도 확실한 게 있어. 정보를 도저히 못 구하겠다는 거야. 그리고,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것도. 흐음, 어떤 루트를 써야 할까…….”

-루트…… 말씀이십니까? 어떤?

“그래, 그나마 목격자에 가까운 게 그 신화연이란 인물이잖아? 접촉을 해 봐야지.”

선지자는 화연에게 직접적으로 접촉해서 정보를 캐 볼 생각인 듯 보였다.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A급 각성자인 데다, 유명인이라 손을 쓰기도 힘들 겁니다.

“음? 아, 뭔가 위험한 걸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아니야. 공식적인 루트로 접촉할 생각이거든. 아직은.”

선지자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샤오롱.

어차피 불법 조직이고 해 온 일만 보면 뭘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신화연이 딱히 뒤가 구린 인물은 아니거든. 약점 잡고 어떻게 하기도 힘들고, 정의감이 없는 타입도 아니야. 충분히 신사적으로 대할 만하지.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정보를 캐내고 죽이기에는, 조금 아깝기도 하고 좋은 정보를 알고 있단 확신도 없지.”

선지자의 말에, 무사 가면을 쓴 이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진행하는 조사와 난동 계획에 대해서는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은색 헬멧도 다시 나타났고, 현재 계획은 접촉자에 대한 수사이니 은색 헬멧을 찾기 위한 난동 계획을 취소하려는 듯했지만 선지자는 고개를 저었다.

“응? 아냐, 그건 계속해. 또 사라졌잖아. 그리고, 히어로한테 구출된 사람들이 히어로의 정체를 알 리가 없잖아? 영화만 봐도, 자기가 히어로다! 라고 까진 않으니까.”

선지자가 하는 말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예시가 조금 애매했다.

-으음, 그건 아무래도 너무 창작물스러운 게 아닐지…….

“근데 맞는 말이긴 하잖아. 정체를 밝혀도 문제가 없었을 거면 저렇게 꽁꽁 싸매고 다니진 않았겠지.”

-예?

선지자는 은색 헬멧이 찍힌 사진을 가리키며 열변을 토했다.

“저거 옷 입은 거도 봐, 저거. 아니 뭔 브랜드도 없는 걸 입고 다닌다니까? 바이크는 비싼 거 타고 다니면서 옷은 막 저가형으로 입은 거 보라고! 정체 숨기는 거에 진심이야 저건!”

사실 영의가 돈이 없던 시절에 입던 그대로 입고 다닌 것이었지만, 타고 다니는 바이크의 가격대를 생각해 보면 그런 옷들은 정체를 숨기는 용도라고 믿는 듯 보였다.

“아무튼, 난리는 조금 쳐 봐. 한국에 두 번이나 나타난 걸 보면 일단 한국에 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선지자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긍정의 뜻을 표하는 무사 가면.

-그럼 한국 쪽으로 이동해서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그래. 혹시 일본 쪽에 지원이 필요하려나?”

-쇼군즈 타격대 놈들을 한국으로 좀 보내 주시면 나머진 알아서 하겠습니다.

선지자는 무사 가면의 말에 뭔가 가닥이 잡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방향으로 하도록 할게. 샤오롱? 네가 좀 도와줘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쇼군즈 쪽은 제가 컨트롤하지요. 세부 사항과 작전 협의에 관한 것은 저에게 연락 바랍니다.

선지자는 대략적인 진행 방향이 잡히자, 슬슬 회의를 끝내려 했다.

“음, 좋아.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 다들 수고해.”

띵.

회의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태블릿을 보며 고민을 시작하는 선지자.

“이번 게이트는 소멸에…… 신화연…… 한국. 분명히, 이전 회 차에는 저런 특이점이 없었는데…….”

선지자는 태블릿을 열어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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