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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47화 (147/325)

#제147화 (23)

사막에 남겨진 영의와 화연.

영의는 순간적으로 그들의 위치가 게이트의 앞에서 사막 한복판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이동하려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그가 뇌기로 태워 버린 괴생물체들의 몸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지평선 너머에서 보이고 있었다.

아주 멀리 온 것도 아니었으니, 곧바로 돌아가려고 한 영의.

“지금이라도 바로 가면…….”

하지만 알림이의 말이 그의 발을 멈춰 세웠다.

[가실 필요 없습니다, 사용자.]

‘뭐?’

[방금 차원 간 접점 소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감정에 의존한 행동으로 헛된 걸음을 하시겠다면 제지하지 않겠습니다.]

알림이의 도움을 받아 들어온 곳이니만큼, 굳이 의심하거나 부정할 이유가 없었기에 납득하는 영의.

‘그럼, 조금 쉬어야겠네. 다시 돌아갈 수는 있는 거지?’

[가능합니다.]

일단 복귀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영의는 안도하며 다른 정보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언제쯤 돌아갈 수 있어? 그리고, 여긴 얼마나 위험한 거고?’

방금 전 괴생물체 같은 것들이 나타난다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런 것들이 수도 없이 몰려온다면 그로서도 감당키 힘들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 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정보의 제한이 사용자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용도가 아님을 미리 고지하겠습니다.]

‘그래, 알겠어.’

대략적인 정보를 얻는 데에 성공하자, 바닥에 주저앉는 영의.

“피곤했을 텐데, 조금 쉬어.”

영의는 편하게 앉아 헬멧을 벗고 고개를 턴 뒤 다리 위에 헬멧을 얹어 두며 휴식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우리는…… 이제 다시는 못 돌아가는 거겠죠?”

영의는 방금 전까지 계속 쉬지 않고 싸우고 뛰던 화연을 생각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화연은 그 말을 다르게 받아들인 듯했다.

“뭐?”

화연은 영의를 보며 한숨을 쉰 뒤, 허탈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하아…… 정말 미안해요, 선배. 10년 전에도 지금도 절 구하러 와서 고생만 하네요. 정말로, 전 언제나…….”

화연이 말을 하며 점점 목 메인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당황하는 영의.

“어? 잠깐, 울지 마! 우리 여기 아예 갇힌 거 아니…….”

화연을 달래 주기 위해 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던 그때, 또다시 거대한 충격이 발생하며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꽉 잡아!”

방금 전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지만, 이미 한번 겪어 봤던 일이니 이번에는 곧바로 대처하는 영의.

영의가 반사적으로 화연을 반쯤 낚아채듯 들어 올려 공중으로 떠오르자, 그들의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또, 어디론가 온 건가?”

영의는 한순간 이렇게 위치가 자주 바뀐다면 게이트가 다시 열려도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화연이 비밀만 잘 지켜 준다면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여차하면, 무림 쪽이든 어디든 경유해서 지구로 돌아갈 수 있겠지……? 안 되면 말고.’

공중에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영의.

주변 풍경이 사막인 것은 큰 변함이 없었으나, 그들의 앞에 무언가 건물의 잔해로 추정되는 폐허가 있었다.

“웬 폐허가……. 화연아, 너 이 게이트 안에서 저런 거 본 적 있어?”

영의는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눈앞의 폐허에 대해 화연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게이트 안에 있던 시간은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길었을 테니까.

화연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폐허와 영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하며 울 것만 같았던 감정이 진정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졌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 아뇨. 그런데 선배는 왜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는 거죠? 선배는, 게이트에 들어와 본 적도 없으시잖아요.”

게이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나름 베테랑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화연이었지만, 오늘 일어난 일은 그녀에게도 상식 밖의 일뿐이었다.

하지만 게이트에 들어오는 게 처음…… 아니, 그녀를 구하러 들어왔던 10년 전을 제외하면 두 번째일 것이 분명한 영의가 계속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화연.

“글쎄, 게이트에 들어와 본 적이 없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러려니 하는 거겠지. 뭐, 믿는 구석도 있고.”

아무리 게이트 초행이라도 사전 지식 같은 게 있는 만큼 괴생물체나 갑작스러운 게이트의 소멸 같은 일에는 당황할 텐데 침착함을 초행이란 말로 둘러대는 영의.

“쓰읍, 저거 어디서 봤는데……. 어?”

영의는 폐허를 살펴보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에 갑자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꺄악?!”

갑작스러운 급상승에 짧은 비명을 지르는 화연.

높은 공중에서 폐허를 내려다보자, 영의는 폐허가 묘하게 신경 쓰였던 이유를 깨달았다.

‘이거, 마교 성이잖아?’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건축물, 대략적인 규모로 보아 영의가 기억하는 마교의 성과 매우 흡사했다.

‘그리고 저 가운데에 있는 저 큰 건물 잔해. 저게 천마 영감님이 늘 지내는 건물이고.’

“그런데, 저게 왜 여기서 저런 상태로 있는 거지……?”

영의가 무심코 중얼거린 혼잣말에 의문을 표하는 화연.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알림이가 자신의 질문에 답해 주지 않던 이유가 묘하게 짐작됐다.

‘여기를, 조사해 보라는 건가?’

“잠깐만, 일단 계속 이렇게 있기도 그러니까…….”

재킷 주머니에서 수납해 두었던 바이크를 꺼낸 뒤 그 위에 화연을 앉히는 영의.

“어? 어어?”

갑자기 재킷 주머니에서 시동이 꺼지지 않은 마정석 바이크가 불쑥 튀어나오자 상식이 파괴되는 광경에 당황하는 화연.

하지만 오늘 상식이 한두 번 파괴된 게 아니었기에 그녀는 금방 냉정을 되찾았다.

“으음, 설명할 게 많긴 한데. 일단 여기서 나간 다음에 해 주면 안 될까?”

“……네. 정말로, 많이 있을 것 같네요.”

그렇게 화연을 바이크의 위에 태운 채,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영의.

그는 마교였던 곳으로 추정되는 폐허를 둘러보며 조금씩 기억을 되새기려 했다.

‘저기가 그때 천마 영감님이 길거리로 나왔던 곳이고, 저쪽이…… 대전이었던가?’

조금씩 폐허와 그의 기억 속 마교 풍경을 대조하고 있을 때, 폐허의 안쪽에서 사람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적?!’

영의는 갑작스러운 무언가의 출현을 최대한 경계하며 뇌기의 출력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화연이 타고 있는 바이크를 뒤로 물렸다.

“물러나!”

그들의 앞에 나타난 의문의 인물은 마치 암살자처럼 얼굴과 온몸에 천을 걸치고 있었다.

다만 암살자나 살수, 닌자 하면 생각나는 검은색이거나 몸에 딱 붙는 그런 천이 아닌 낡고 해진 천이었다는 점이 조금 달랐지만.

‘……저가형 닌자인가?’

그런 의문의 인물을 앞에 둔 영의는 빠르게 상황을 끝내기 위해 뇌신무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상태: 76%]

영의의 뇌기가 충분히 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문의 인물이 갑작스럽게 앞으로 튀어나왔다.

‘젠장, 급하니까 날림으로 쓴다!’

급히 뽑아낸 뇌신의 주먹이 지상에 나타나려 한 그 순간, 의문의 인물은 영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절받으십시오!”

“……뭐?”

“아, 천 때문에 못 알아보시겠군요. 물론, 시간도 많이 지나긴 했지만…….”

순간 영의는 자신이 닌자나 페르시아의 왕자를 지인으로 두고 있었나 싶은 생각을 잠깐 했지만, 이내 의문의 인물이 머리의 천을 걷어 내고 얼굴을 드러냈다.

“접니다, 사혀…… 아니, 사숙조님! 우형입니다!”

얼굴을 드러낸 의문의 인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 할 말을 다 하던 뇌섬문의 제자 장우형이었다.

다만, 예전에 기억하던 모습과는 달리 고생을 많이 했는지 주름과 흉터가 보이고 갈색으로 탄 얼굴을 하고 있는 우형.

그리고 우형이 상당히 특징적이었던지라 얼굴이 뇌리에 남았던 영의도 그런 변화에 당황했다.

“얼굴이…….”

“아, 하하. 혼란스러운 시대이지 않습니까. 그보다, 사숙조님께서는 아직도 제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이십니다?”

갑작스러운 인연을 만나 당황하던 그때, 영의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의문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잠깐, 얘가 왜 여기 있지? 여기 마교 구역 아닌가?’

“근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여긴…… 마교의 성 아니었나?”

미소를 짓고 있던 우형은 영의의 말을 듣자 표정을 굳혔다.

“모르시는, 겁니까? 무림에 일어났던 그 장대한 혼란을? 아니, 사숙조님께서는 홀연히 사라지셨으니 모르셨을 수도…….”

우형은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그때 참다못한 화연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선배, 뭔데요? 뭔데 게이트 안에 사람이 있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요? 그보다, 선배는 어떻게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하는 거죠?”

“어, 그러니까…… 그것도 나중에 얘기해 주면 안 될까?”

영의에게만 신경이 팔렸던 우형은 갑작스럽게 시야에 화연이 들어오자 깜짝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선 뒤 잠시 멈칫하다 이내 고개 숙이며 포권을 했다.

“아, 또 다른 사숙조모님이시군요!”

영의는 우형의 그 말을 듣자 심장이 철렁했다.

‘뭐? 사숙조모? 그 이전에, 또 다른? 그거 뭔 소리야?’

“사, 사숙조모라고?”

우형은 당황하여 되묻는 영의에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실례지만, 새로운 사숙조모께선 어느 세력의 재녀이십니까?”

거침없이 상대방의 인적 사항을 물어 오는 우형의 태도를 보자 영의는 순간 이런 장소에서 그런 걸 물어보는 뻔뻔함과 태연함에 어이가 없어질 뻔했으나 이내 우형이 어땠는지가 떠올랐다.

‘엄청 무례…… 아니, 원래 저랬지. 분위기 파악이란 게 없는 인간이었지 참…….’

하지만 우형의 얼굴에서 드러나듯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 것일까, 이내 웃으면서 머리를 긁는 우형.

“아하하, 이것 참. 옛날 버릇이 또 나와 버렸군요. 근 십여 년간은 이러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을 만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영의는 우형의 옛 기억이라는 말을 듣자 이게 중요하다 싶은 감상을 느꼈다.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거겠지.’

“옛 기억? 무슨 옛 기억?”

우형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주변에 있는 돌 몇 개를 가져와 깔아 두고는 검을 뽑아 검강으로 위를 매끈하게 다듬었다.

그 모습을 보며 놀라고 신기해하는 화연과 우형의 경지를 짐작하고 있는 영의.

“자, 앉으시죠.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

영의는 우형의 앞에 앉았고, 화연은 눈치를 보다 이내 영의의 옆에 둔 돌 위에 앉았다.

눈앞의 인물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일단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보였기에 일단은 얌전히 있기로 했다.

‘어쩌면, 돌아갈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선배는 뭔가 아는 것과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까.’

우형은 뭔가를 매우 그리는 듯한 눈으로 영의와 뒤의 바이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사숙조님께선 나이를 드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물론 본래도 미남이셨기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하하하하!”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듯한 말을 하는 우형.

하지만 그의 말은 그런 의도가 없는, 순수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하하, 하…… 제이 회 천하제일 비무대회를 마지막으로, 사숙조께서 무림에 다시 나타나신 적이 없으셨으니까요.”

영의는 우형의 말을 듣자, 머릿속에 이용당하다 끝내 처분당한 로버트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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