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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45화 (145/325)

#제145화 (21)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의 두려움과 생리적인 불쾌감을 자극해 오는 괴생물체들의 외견.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걷지도 않고 기괴한 자세로 빠르게 접근해 오는데 누가 두렵지 않을까.

그들은 베이스캠프에만 가면 모든 자원과 전력을 모아 총력전으로 맞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달렸다.

대열의 가장 뒤에서, 화연은 간간이 얼음으로 칼날을 만들어 내 괴생물체들에게 던졌다.

틱.

몸에 맞고 무력하게 바닥에 떨어지는 얼음 조각들.

“뭐 합니까, 부길드장님! 칼도 안 먹히는데 그게 될 것 같아요?”

“기다려 봐, 이것저것 테스트 좀 해 보게.”

화연이 아직 녹지 않은 얼음 조각에 손짓하자, 괴생물체들의 발과 몸에 달라붙는 얼음들.

빠드득.

얼음들은 조금씩 범위를 늘려 가며 괴생물체들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지만, 이내 갈라지더니 부서졌다.

“아니, 왜 안 얼어?!”

“당연히 사막인데 수분이 있겠습니까?”

정훈은 당연한 걸 왜 모르냐는 식으로 따졌지만, 화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처음부터 기대 안 했어! 최소한 체내 수분이란 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저건 왜 그런 것도 없는 건데?!”

“발이나 움직임을 늦추고 싶으면 빙판이라도 깔아 보세요! 사막이라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긴 한데!”

정훈의 말에, 화연은 달리는 것을 멈추고는 뒤로 돌아서서 검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에이, 진짜!”

화연의 검과 발이 닿은 부분을 기점으로 생성되는 거대한 빙판.

빙판은 사막의 열기에 곧바로 조금씩 녹기 시작했으나, 화연은 자신의 마력으로 그것을 다시 얼렸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던 괴생물체 또한 빙판의 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에 붙은 모래 탓에 미끄러지지 않던 괴생물체들이었으나, 빙판에 접촉하는 횟수가 늘어 갈 때마다 모래는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내 괴생물체들은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건 먹힌다!”

상당한 양의 마력을 사용했지만, 제법 효과가 있어 보이자 미소를 짓는 화연.

그녀는 그곳에서 괴생물체들의 발을 묶는 데 성공하자 하나라도 처치하기 위해 원거리에서 얼음으로 만든 창을 계속 투척해 보았다.

틱.

티틱.

하지만 제대로 먹히는 게 하나도 없자 그냥 포기하기로 하고 뒤를 도는 화연.

“거기서 계속 넘어지기나 해!”

그녀는 괴생물체들을 놀리듯 외친 후 곧바로 길드원들을 따라 후퇴하기 시작했지만, 땅을 박차고 뛰어가려던 순간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빠직.

와드득.

힘으로 빙판을 부수고 달려오기 시작하는 괴생물체들.

“에이, 진짜! 뭐 이렇게 풀리는 게 없어?”

화연은 이렇게 된 거 수비 진형을 짜고 천천히 상대하기로 마음먹고 속도를 올려 베이스캠프로 달려갔다.

웅성웅성.

“어쩌지?”

“우선 아까 봤던 걸 어떻게든…….”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화연은 엉성한 수비 진형과 그 안의 인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베테랑인 수비 1팀과 공격 1팀마저도 얼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이 드러나 있는 것을 보자 뭔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화연.

“뭐야, 무슨 일이야?”

“그게, 게이트가 닫혔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멀쩡한 게이트가 왜 닫혀? 아직 안에 괴수들도 있었는데.”

화연은 의문을 가지며 그들이 왔던 게이트 쪽을 쳐다보았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의 모래들만이 보이고 있었다.

“저게, 왜……? 아니,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전부 수비 진형 구축해! 괴수들이 온다!”

신화 길드는 상식을 벗어나기 시작한 오늘의 게이트에 점점 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편, 게이트 바깥은 난리가 났다.

“출입 인원 확인용 카메라 돌려 봤어?”

“지금 세 번이나 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사라졌다니까요!”

혼란스러워하며 컴퓨터와 카메라들을 점검하는 신화 길드 직원들.

그들의 옆에 있던 군인들도 생전 처음 보는 상황에 당황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신화 길드의 마스터 영석이 그들에게 화상 통화를 걸어왔다.

-그래, 무슨 비상인데?

현장에서 기록 담당으로 남아 있던 진수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화상 통화에 연결된 카메라를 돌려 보였다.

“그러니까, 일단 보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아까 그 부분부터 틀어!”

아무것도 없는 산의 모습을 보여 주는 진수.

-뭐야, 산이 왜? 응? 잠깐. 저기 원래 저런 모습이었나?

브리핑 때 봤던 자료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던 탓에, 게이트가 있는 산의 모습이 친숙했던 영석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보시다시피…… 게이트가, 사라졌습니다. 여기 영상을 보시면…….”

영석은 누군가의 부상 또는 사망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사안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라져?! 어째서! 아니, 내가 지금 당장 거기로 가지! 영상은 메일이든 휴대폰으로든 보내 놓도록 하고!

“아, 네!”

그렇게 통화가 종료되고, 진수는 게이트가 사라지던 때의 영상을 곧바로 영석에게 전송했다.

통제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누군가가 불법적으로 들어가거나, 또는 내부에서 튀어나오는 게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치한 감시용 카메라에 찍힌 문제의 영상.

거기에는 게이트가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말 그대로 증발하듯이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 * *

오전 11시 40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시간쯤에 점심에 대한 생각이 날 것이다.

12시를 점심시간의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11시 30분은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고 11시 50분에 생각하기에는 10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니까.

그리고 영의 또한 그러한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아, 점심 뭐 먹지……?’

알림이가 다시 돌아오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기에, 영의는 집에서 시간을 한가롭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그의 눈앞에 표시되는 알림 창.

“응?”

[복구까지 남은 시간 - 01:47]

이 알림 창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거의 다 끝나서 표시를 해 주는 건가?’라는 생각이었다.

“아, 이제 표시해 주는 건가? 그래, 뭐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알림 창은 영의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변수 발생. 강제 이행.]

“뭐?”

영의는 순간적으로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알림이가 사라지거나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염려와는 달리, 알림이가 사라지기 전과 같이 돌아온 그의 시야.

그만이 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시야에 표시되자, 영의는 알림이가 돌아왔다는 확신을 가졌다.

“알림아, 돌아왔구나?”

알림이가 돌아왔단 것에 반가움을 표한 영의였지만, 알림이는 반가움보다는 일이 먼저인 듯 보였다.

[긴급한 사안입니다, 사용자. 지금 즉시 표시되는 곳으로 향해 주십시오.]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나 아직 밥도 안 먹었…….”

영의가 자신의 말에 곧바로 움직이지 않자, 알림이는 목소리를 높였다.

[급합니다! 가십시오!]

“아, 알겠어.”

[신분을 숨길 장비 또한 챙겨 가십시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알림이의 모습에, 영의는 다급히 재킷과 헬멧을 챙기고는 바이크에 올라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가 어디야?”

지도에 표시된 바에 따르면 일단 위치는 경기도 파주였다.

“……산?”

주변이 전부 초록색이랑 일부 비정상적인 도로 형태가 있다는 것만 뺀다면.

“이렇게 표시되면 군부대란 건데?”

영의는 고개를 저으며 일단 알림이의 요청(?)대로 가 주기로 했다.

경기도 지역에, 영의의 빠른 속도가 더해지자 목적지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던 도중, 목적지의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한 영의.

‘안 되겠네, 일단 바이크는 숨겨야겠어.’

영의는 공중에서 자세를 바꿔 재킷 주머니에 바이크를 갖다 대었고, 이내 바이크는 시동이 걸린 상태로 사라졌다.

“……참, 볼 때마다 이상해.”

뇌룡보를 사용해 공중을 박차며 지상으로 내려오자, 그곳에는 언성을 높이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보내라니까! 지금 비상 상황이라고! 뭐? 허가? 그딴 게 왜 필요해! 게이트가 사라졌다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 정도면 비상이지!”

영의는 지금 소리를 치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화연이네 길드장이잖아. 왜 여기 있지? 그보다, 게이트가 사라졌다고?’

은퇴해서 행정 업무와 관리를 주로 하는 영석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잠깐, 설마.’

영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신화 길드의 이름이 박힌 차량과 장비들, 차량 및 출입 통제 간판.

‘오늘 화연이가 간 곳이, 여기란 거야? 게이트가 사라졌고?’

“뭐? 전례가 없어서? 그럼 나도 전례 하나 만들어 줄까! 너 사무실 어디야! 경찰? 불러 봐! 빨리 다른 길드나 각성자 부대라도 동원하란 말이야!”

한참을 소리치던 영석은 전화를 끊고 씩씩대다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윽, 머리야…….”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그냥…… 순간 이동 부작용이야.”

영석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길드의 순간 이동 능력자를 동원해 곧바로 현장으로 날아왔었다.

순간 이동 능력자 본인이 아닌, 함께 순간 이동된 사람은 두통 또는 멀미와 같은 약간의 부작용을 호소했기에 그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있는 영석.

“아무튼, 자세한 상황 설명을 해 보게. 머리가 아프니, 글로 봐야겠어. 진수 군, 종이 있나?”

“아, 네! 정리해 둔 게 여기 있습니다.”

영석은 무언가 써진 종이를 건네받고는 찬찬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그래. 갑자기 사라졌다……라.”

“네, 여기 있는 영상을 보시면……. 다, 당신 뭐야?”

누군가를 본 듯한 진수의 반응에 옆을 돌아본 영석. 그곳에는 은색 헬멧을 쓴 누군가가 서 있었다.

“여,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나가 주시죠.”

민간인인 줄로만 알고 침착하고 정중히 나가 달라 부탁하는 진수.

하지만 은색 헬멧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봐요, 여긴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이니까……!”

진수가 언성을 높이려 하자, 무언가를 짐작한 영석이 그를 제지했다.

“아니, 놔두게.”

“네?”

영석은 예전에 있었던 아카데미 습격 사건의 뒤처리와 조사를 화연에게 부탁받았기에, 그때 나타난 은색 헬멧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 동일 인물임을 직감했다.

“자네…… 아니, 당신? 아무튼, 사라진 게이트를 조사하러 온 건가?”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영석은 진수가 정리해 둔 종이를 건네주고는 진수에게 손짓했다.

“아까 말한 영상, 다시 한번 틀어 주게.”

“네? 하지만 기밀 사항을…….”

“괜찮아. 미덥지 않은 각성자 부대보단 믿음직한 사람이니까.”

물론 그때의 은색 헬멧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지금 나타난 인물과 동일 인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석은 절대 나쁜 의도로 나타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럴 거라 믿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누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겠지.’

이내 영상이 재생되고, 아무 말 없이 화면을 쳐다보는 은색 헬멧.

“여기, 이 부분까지는 게이트가 멀쩡히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진수는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고, 은색 헬멧은 영상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영석과 진수는 그 뒤를 쫓았고, 이내 은색 헬멧은 사라지기 전의 게이트가 위치한 그곳에 정확히 섰다.

“네, 바로 거기입니다.”

‘일단 조사를 해 보려고 하는 건가?’

‘대체 뭘 하려고 저기에 있는 거지?’

둘은 은색 헬멧이 어떤 의도를 지니고 있는지와 무슨 행동을 할까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지금 열어! 당장!”

은색 헬멧의 외침에, 방금 전 사라졌던 게이트가 다시 나타났다.

“뭐야?!”

하지만 다시 나타난 게이트는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도로 사라지려 했으나 은색 헬멧은 그 게이트에 손을 집어넣었다.

뚜두둑.

그리고, 마치 미닫이문을 여는 것처럼 양옆으로 게이트를 찢듯이 열어 버리는 은색 헬멧.

은색 헬멧은 그 틈 안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갔고, 반강제로 열려 버린 채 그 모습이 고정된 게이트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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