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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17화 (117/325)

#제117화 (18)

신 마도학회의 회장, 케인 맥크리거는 전쟁 마법사 출신의 인물이다.

마법 병단에서 단장까지 올라갔고, 궁정 마법사 자리를 노리다 정치 싸움에서 패배한 뒤 은퇴.

이후 더 큰 명예를 노리겠다며 마도 협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세력을 키우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이내 그러한 성격을 담아낸 신 마도학회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마도학회를 추월하기 위한 계획의 성공을 점치고 있었다.

“크어어…….”

“음냐…… 음.”

발표가 끝난 후, 점심 식사로 나온 수프를 다 같이 먹은 신 마도학회의 인원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인원들이 잠에 들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번 계획은 성공하리라 믿고 웃으면서 수프를 들이켰다.

과연 이름 높은 요리사에게 거액을 준 값을 하는 건지, 아니면 승리를 예감하고 있어서인지 수프의 맛은 끝내줬다.

확실히, 눈을 감았다 떴을 때에도 입안에 수프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깨어난 뒤 그가 들은 소식이 수프의 맛을 쓴맛으로 바꿔 버렸다.

눈을 떴을 때, 제자들과 회원들이 다소 분주했었다.

물론 발표회가 거의 끝났을 테니 뒷정리를 하는 것이겠거니 싶었던 맥크리거는 그들의 얼굴에 공통적으로 드러난 당혹감을 보고 말았다.

“뭐, 뭐냐? 무슨 일이냐?”

주변을 지나던 회원 한 명을 붙잡고 물어보는 맥크리거.

“그게, 그러니까-”

마도학회가 정상적으로 나타나서 발표를 해냈고, 지금껏 본 적 없는 주제와 해결책을 들고 나와 혁신에 가까운 발표를 해냈다는 말을 들은 맥크리거.

그는 큰 충격을 받아 잠시 멍해졌다.

마도학회가 정상적으로 발표를 했어? 그리고 우리보다 더 좋았다고?

“이, 이럴 때가 아니지!”

요리사와 직원의 입막음을 하든, 아니면 크게 지장이 없을 거란 판단을 하고 모르는 척을 하든 일단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이봐, 따라와라!”

험상궂지만 충성스러운 그의 경호원과 몇몇 심복을 데리고 황급히 발표회가 진행되는 무대로 향하는 맥크리거.

퍼벙- 펑!

-우와아아아아!

“네! 아주 멋집니다! 마공학회! 역시 가장 대중에게 친밀한 분들답게 멋진 쇼를 준비했군요! 네? 쇼가 아니라 발명품 시연이라고요? 아주 멋진 시연이었습니다!”

이미 마도학회의 발표가 끝나고, 발표회의 마지막 피날레 겸 마공학회의 발표회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맥크리거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는 한편, 주변의 관객 중 한 사람을 거칠게 붙잡아 마도학회에 대해 물었다.

“이봐! 묻는 말에 대답해라.”

“왜, 왜 그러세요? 히익!”

험상궂고 덩치까지 큰 경호원이 노려보자 겁에 질린 한 청년.

“마도학회의 발표는 어떻게 됐지? 모두 참석한 건가?”

“이, 이미 끝났죠! 모두인지는 몰라도 발표한 사람은 많았어요!”

평범한 시민에 가까운 청년이 마도학회의 인원들을 알아볼 재간은 없었을 것이다.

“그중에 대머리인 마도사도 있었나?”

다른 이들은 특징이 강하지 않았지만, 그들 중 대머리인 로크만큼은 확실히 눈에 띌 것이라 판단한 맥크리거.

일라이저를 항상 추종하며 따라다니는 로크가 나왔다면 일라이저도 나왔을 거란 계산하에 그런 질문을 했다.

“네, 네!”

“젠장!”

잡아챘을 때처럼 거칠게 청년을 집어 던지는 맥크리거.

“으악!”

청년은 요란하게 넘어졌으나 일어서서 항의하거나 화를 낼 생각은 하지 않고 곧바로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식사를 안 한 건가? 아니지, 해설 위원을 제외하고는 다 같은 요리를 대접하게 했는데?”

자신을 잡으러 오거나 찾아오는 이가 없는 것을 보아 자신이 사주했단 것에 대해서는 모르는 듯 보였다.

한편 무대에서는 마공학회의 시연까지 모두 끝났고, 사회자가 앞으로 나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네! 사실 이다음 차례는 정식 협회 소속은 아니지만 협력 관계에 있는 연금술의 권위자인 호엔하임 씨께서 와주실 예정이었습니다만, 참석불가능이라는 의사를 밝혀 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예정된 것이 취소되었다고 하면 누구 하나라도 아쉬워하거나 의문을 품을 법도 했지만, 이 세계에서 연구직에 몸을 담은 이는 모두 특이하단 사고방식이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럼! 이것으로 발표회를 마치겠습니다!”

발표회는 이름 그대로 경연 대회나 공모전이 아니었기에 일부 설명이 필요한 기술을 설명해 줄 해설 위원만 존재했다.

그래서 각자의 발표를 끝낸 뒤, 재빠르게 일어나기 시작하는 각국의 유력자와 상인 및 일부 기술자들.

그들은 이번 발표회에서 본 성과물들에 대해 각 학회에 접촉하여 거래를 제안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모두 마도학회와 마공학회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이번 마도학회의 성과는 엄청나군! 앞으로 5년간은 마도학회의 독주일 거야!”

“으흠, 내 아들은 공작 각하의 아드님과 함께 신 마도학회에 보낼 생각이었건만. 마도학회에 보내 둬야겠군.”

“뛰어! 마공학회의 대표와 접촉해야 한다!”

“예? 안 만나 주지 않나요?”

“일단 뛰어! 누구라도 만나야지!”

신 마도학회도 발표를 대충 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지금까지 연구해 오고 투자해 온 모든 것에 대한 성과를 발표했으나, 상대적으로 앞 순서였기에 묻혀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학회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는 이들이 모두 마도학회와 마공학회를 언급하며 지나가자 화가 치솟아 오르는 맥크리거.

‘마도학회가 이겼다, 그건 괜찮다. 언제나 엎치락뒤치락했으니까. 하지만 보잘것없는 마공학회가 우리보다 더 주목을 받는다고? 하찮은 서민들의 놀잇거리가?’

맥크리거는 곧바로 앞으로 달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어째서 마도학회와 마공학회는 정상적으로 발표를 진행하는 거냐!”

“응?”

“예?”

다른 것도 아니고 발표의 여부 그 자체만으로 언성을 높이자 이해를 하지 못한 듯 당황하는 이들.

“우리 신 마도학회는 모두 점심 식사 이후 이유 모를 수면을 겪었다! 너희는 왜 멀쩡하게 발표가 진행된 거지?!”

맥크리거의 말에, 사람들은 더더욱 당황했다.

-점심 먹고 뭐? 수면?

-신 마도학회만?

-그보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나?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 갈 무렵, 객석을 떠나던 이들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흥미가 간 듯 발걸음을 돌려 다시 무대 주변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점심에 공통적으로 제공된 식사를 먹고-”

무대 위에서 맥크리거가 열성적으로 외치고 있었으나, 발표회에 참여한 다른 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 빨리 돌아가서 덜 먹은 거 먹어야 하는데.’

‘마공학회 무대까지 봐줬으면 충분히 참았는데 저 인간은 뭐라는 거야?’

마도학회는 지금, 눈앞에서 온몸에서 열기가 피어오를 것같이 외치는 맥크리거보다 이 시간에도 조금씩 식어 가는 피자의 열기가 더 중요했다.

일라이저의 눈치를 본 것도 조금 있고, 베키와 지냈었던 나름의 의리도 있었기에 마공학회의 무대는 참관했었다.

물론, 마공학회의 특성상 이론과 응용 분야를 설명하는 다른 학회와 달리 직접 실물로 보여 줬기에 시간이 짧게 걸린다는 점도 있었지만.

‘베키가 주관한 무대까지는 의리로 봐줬는데 우리가 저걸 봐야 할 이유가 있나?’

그리고 마공학회는 맥크리거가 외치는 것 중에 이 한마디밖에 듣지 못했다.

‘공통적으로 제공됐던 점심이라고?’

‘우리, 점심 제공됐었나? 그런 거 들은 사람?’

‘모르지, 나야. 장치 손보기도 바빠서. 굶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서로 의사소통을 해보더니, 이내 그들의 대표격인 베키에게 다가가 묻는 마공학자들.

“베키, 자네는 그래도 대표잖나. 뭐 아는 거 있나?”

“응? 난 내 점심 알아서 때웠는데? 그보다, 발표회에서 밥도 줬어?”

베키는 자기도 점심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맥크리거 학회장! 미안하지만 이의 제기를 할 거라면 마도 협회 측에 하게. 여기에 바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란 말일세.”

일라이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진 몰라도 일단 맥크리거를 진정시키고 정리하려고 했다.

“이건 당신이 끼어들-”

맥크리거가 일라이저에게 뭐라 하려던 순간, 천둥이 치듯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그 누구도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무대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하는 푸른 빛깔의 벽들.

그리고 그 벽들의 뒤에는 새하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인물들이 벽 안쪽을 지켜보듯 서 있었다.

“집행 부대?”

일라이저는 그들의 정체를 아는 듯 보였다.

“지, 집행 부대가 여기를 왜?”

맥크리거는 집행 부대의 등장에 당황했고, 그때 해설 위원 중 한 명이었던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부정행위가 있음을 발견했고, 이에 직접 대상자를 제재하기 위해 불렀다!”

귀머거리에 치매기가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주던 아까와는 달리, 부리부리한 눈으로 맥크리거를 노려보는 노인.

“그게 무슨 소립니까, 키세트 원로! 부정행위라니?”

마도학회의 인원들은 정말로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지금 연구 끝내고 퇴근하고 싶었는데 그때 마침 교수님이 시킨 일을 하다 더 늦어진 퇴근을 방해하는 누군가를 마주한 대학원생의 심정이 이럴까?

하지만 그 누군가가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인물이었기에 침묵한 마도학회의 인원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 염화를 주고받았다.

‘어어, 혹시 제공된 식사 안 먹은 게 부정인가?’

‘아니지, 그랬으면 어제 저녁은?’

‘대충 보니까 우린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중에 부정행위 한 사람이 있긴 해?’

그러나 이내 그들의 눈앞에 안색이 새파래진 맥크리거가 보였고, 뭔지는 몰라도 상황이 감이 잡혔다.

“키, 키세트 원로. 저는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

맥크리거는 필사적으로 부정하려 했으나 집행 부대의 존재에 긴장한 건지 연기인 것이 티가 났다.

“시끄럽고, 잡아넣어라. 이 녀석을 따라온 자잘한 놈들까지 전부.”

키세트의 말에, 맥크리거를 따라온 경호원과 신 마도학회의 인원들은 전부 바닥에 짓눌리듯 쓰러졌다.

쿵.

“으어억!”

“으악! 살려-”

그리고 연륜이 헛되진 않았는지 혼자 저항하고 있는 맥크리거에게 키세트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그러게, 수작을 부릴 거면 화끈하게 하든가 아예 하지 말지 그랬나? 어설프게 수면이 뭔가 수면이.”

쿠웅!

맥크리거의 저항도 물량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고, 이내 바닥에 쓰러져 부들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맥크리거의 옆에 쪼그려 앉은 키세트는 누군가에게 손짓했고, 이내 집행 부대 중 한 명이 그릇을 들고 왔다.

“자, 여기 네놈이 모두에게 뿌린 수프다. 한번 먹어 봐야지?”

“뭐?!”

맥크리거는 키세트가 무엇을 할지 눈치챘다.

틀림없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한 짓을 까발릴 생각이리라.

“자, 들이켜라. 맛은 좋을 거다.”

“으읍! 읍!”

맥크리거는 필사적으로 먹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몸을 움직여 보았으나, 그를 압박하는 힘이 더 강해질 뿐이었다.

이내 발버둥도 멈추고, 눈만 연신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하는 맥크리거.

그다음은 그 자리의 누구라도 예측하듯이, 수프를 먹은 맥크리거가 실이 끊어진 듯 그대로 잠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방법의 은밀성만 생각하다 다른 허점을 생각하지 못한 케인 맥크리거.

괜히 정치 싸움에서 패한 게 아닌 듯, 그는 암투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과한 욕심을 부렸다.

그랬기에 결국, 그의 암수에 몰락하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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