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97화 (97/325)

#제97화 (23)

영의가 향한 수리점에서, 문제가 조금 생겼다.

“이거, 누가 개조한 거예요?”

바이크를 수리 가게에 맡겨 베키의 마개조 흔적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는 건지,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기에 영의는 얼버무렸다.

“어, 잘 모르는데요. 친구한테 맡긴 거라.”

친구라는 말을 듣자, 정비사는 흥분한 듯 어조를 높였다.

“그 친구 번호 좀 줘보세요! 누구죠? 대체 어떻게 이렇게?”

“어어?”

정비사는 뜯어낸 바이크의 내부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이 완벽한 밸런스! 그러면서도 출력은 안정적으로! 게다가 추가적으로 설치한 게 없어! 대체 어떤 장인이 이런 개조를!”

“그게, 그걸 좀 뜯어내고 싶은데요.”

영의의 말에 정비사는 발끈하며 렌치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뭐라고요?! 이런 예술 작품을 대체 왜! 당신, 바이크 타는 사람 맞아?”

눈앞의 작품을 훼손하겠다는 말이라도 나오면 때릴 것만 같은 기세의 정비사.

“아니, 그게 회사 바이크인데 친구가 몰래 멋대로 개조한 거에 가까워서…….”

“그럼, 그 친구…… 아니 장인분은?”

이젠 그냥 스승으로 모실 것 같은 분위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연락이 끊겨서 여기로 온 거예요. 가능했으면 부탁을 했겠죠.”

“아…….”

영의의 말에, 정비사는 눈에 띄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좋은 생각이 났는지, 영의에게 제안을 해오는 정비사.

“아, 그럼 엔진하고 나머지 부분들을 새로 해드릴 테니까 이 개조된 부분은 제가 보관하는 건 안 될까요?”

“그럼 얼마 정도 나오나요? 좀 비싸면 고려해야 할 게 많아서.”

“공짜로 해드릴게요!”

물론 지금 개조된 엔진 부분과 부품들을 다 본인이 가지는 대신 같은 제품들로 채워 넣어 준다는 소리였으니 돈이 나갈 부분은 없긴 하다.

“어, 외장 부분도 부서진 게 조금 있는데 그거 수리는…….”

예전에 혁련무강의 검강에 맞아 부서진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 부위이긴 했어도, 확실히 구멍은 나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건 계산을 하려 했으나 정비사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것도! 해드릴게요! 아니, 하게 해주세요!”

그런 태도를 보이자 조금 질리기 시작한 영의.

그는 그냥 정비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어, 네. 그럼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릴까요?”

“오늘 안에는 끝날 겁니다! 내일 아침에 오시면 됩니다!”

상당히 짧은 작업 시간을 제시한 정비사의 말에 영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 흠, 오늘.”

‘오늘 본사 가서 협의 한번 봐봐? 바이크 고장 나서 배달 힘들다고?’

잘 부탁해 보면 될 것도 같았기에, 오늘 휴가를 하루 정도 더 내려고 생각한 영의.

하지만 정비사는 그 고민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건지, 다급히 외쳤다.

“저, 저녁까지! 어떻게든 저녁 6시까지 마쳐 보겠습니다!”

‘이거 받고 바로 문 닫고 예약 걸린 건 미루거나 도움 좀 받으면 되겠지!’

오늘 영업을 빨리 끝내고 지금부터 작업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될 것만도 같았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빠른 일 처리를 어필하며 잡아 두려고 하는 정비사.

그러나 영의는 정비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 주었다.

“예, 뭐. 그럼 내일 아침…… 아니, 내일 오후까지 천천히 해주세요.”

다행히도 마음을 바꾸진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 정비사는 빠르게 굳히기에 들어갔다.

“네, 내일 오후까지! 깔끔하게 끝내 두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문 앞까지 영의를 배웅한 정비사는 곧바로 영업을 끝내려는 준비를 했다.

“네! 안녕히 가세요!”

회사의 바이크였지만 낙뢰 사건 이후로 로고나 도색 같은 부분을 고칠 시간이 없어 일반 바이크와 다를 것 없던 영의의 바이크.

적당히 수리할 부분만 수리해 두고 회사에 반납하면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영의는 헬멧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아, 어떡하지? 아예 내부가 다 타버려서 어쩔 수 없는데.’

인터넷에 퍼진 영상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그의 은색 헬멧이었다.

복장이야 별로 특이할 것이 없었고.

기능도 알림이가 대체하고 있었으니, 거의 반쯤 장식으로 쓰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마저도 지난번 아카데미에서 반쯤 부숴 먹었고.

숲에서 어떻게든 가져오기는 했지만 이미 제 역할을 다해 준 헬멧처럼 변해 버렸다.

“그래, 그냥 그건 기념으로 간직하고 새걸로 사자.”

외부야 어떻게든 복구한다 쳐도 안쪽은 베키가 분해했을 때 이미 고장 나 있던 상태였었다.

어째서인지 그 상태에서도 작동은 했으나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노릇이기에 지출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영의.

“용산이면, 좀 싸게 살 수 있으려나?”

어차피 바이크 문제 때문에 오늘은 배달을 하지 못하니, 발품이라도 팔아서 싼 헬멧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쓸 것 하나, 베키한테 갖다 줄 것 하나까지. 지출이 많아지는데?’

총 3개의 헬멧을 사야 했으니.

영의는 머릿속으로 돈에 대한 복잡한 고민을 안고 거리로 나섰다.

한편, 좁은 방 안에 의자 두 개가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세 명의 남자들.

중간에 있는 남자는 범죄자인 듯, 손에 수갑을 차고 있었고 양옆의 사내들에게 붙들려 있었다.

철그럭, 철걱.

남자의 손에 있는 수갑이 사슬 소리를 내며 탁자 위에 올라왔다.

“손 내려.”

“그럼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를 텐데. 위험하지 않겠어, 형사님?”

수갑을 찬 남자는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미소 지으며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

“수작 부리지 말고.”

“나 참, 자신감인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

이내 방 안에서 서로를 마주 보기 시작한 남자들.

의자에 앉은 범죄자를 바라보는 형사는 같이 들고 온 파일을 펼쳐서 보았다.

“보자, 통칭 모스코. FBI 지명수배 대상. 인터폴 지정 국제 수배범. 그 외 이것저것…… 아주 유명 인물이시던데?”

형사가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는 남자.

“왓? 나, 한국말 몰라요.”

한국말을 모른다는 듯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형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번역기 잘 작동하고 있으니까, 수작 부리지 마라.”

이내 형사는 파일을 덮고는 벽 쪽에 있는 거울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지? 저기에 너 만나러 온 친구들이 가득해. 미국이랑 러시아, 유럽 여기저기. 심지어 일본에서도 왔더라?”

형사의 말을 듣자, 수갑을 찬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거울 쪽을 노려보더니 이내 성큼성큼 걸어갔다.

텅! 텅!

“그래, 거기 있겠지? 월레스 경감! 날 잡으러 오셨나!”

유리를 두드리며 그 너머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외치기 시작하는 모스코.

너무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형사들은 모스코에게 달라붙었다.

“앉아 있어!”

형사들은 모스코를 앉히려 했지만, 어디서 솟아난 힘인지 두 명이 붙었음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여기 와서 나랑 대화하시지! 이런 한국 애송이들 말고!”

모스코의 난동이 계속되자, 몇 명의 인원들이 더 들어와 그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걸어 들어오는 한 외국인.

그가 들어오자 모스코는 저항을 멈추고 형사들의 손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하하, 월레스! 어째 더 늙은 것 같군?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봐?”

모스코는 경찰들에게 짓눌리면서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이에 자극받은 듯한 형사들은 모스코를 더 강하게 압박했고, 이내 그를 꼼짝 못 하게 붙들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그때, 뒤이어 들어왔던 월레스가 정중하게 요청했다.

“죄송합니다만, 인원들을 밖으로 내보내 주시겠습니까?”

“네?”

방금까지만 해도 난동을 피우던 범죄자를 앞에 두고 감시 인원을 줄이라는 말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는 형사.

그리고.

“전부 말입니다. 모든 인원을요.”

월레스는 자신과 모스코 단둘이 대면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방 안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협조해 줘. 상부 지침이야.

상당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의 목소리에 발끈하는 형사.

“반장님! 우리 관할 구역에서 잡은 놈이잖습니까!”

-어이, 김태운이. 다른 때면 나도 이해하겠는데 지금은 아니다. 국제 수배범이고 거기 맞게 국제기관이 왔으면 거기에 따라야지.

반장의 말에 김태운 형사는 모스코를 흘겨보고는 문을 열었다.

“에이 씨, 더러워서 진짜. 자, 나가자.”

김태운 형사는 다른 인원들을 모두 내보내고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방을 나서려 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고 성질 좀 죽여. 진급도 해야지? 안 그래도 박봉인데.

그렇게 방 안에는 단 두 명만이 남게 되었다.

“음! 월레스. 오랜만이군. 무장 수송 차량 인질 교환 때 이후로 처음만나는 것 아닌가?”

모스코는 아주 태연하게 친한 친구의 안부를 묻는 듯이 말을 건넸다.

“그래. 딱 3년 만이지. 네놈들이 자취를 감춘 지는 정확히 1년 반 만이겠지.”

월레스와 모스코는 서로 상당한 악연이 있는 듯, 자세한 걸 기억하는 듯했다.

“그래서, 왜 나를 찾아오셨나? 나는 행동대원이지, 머리가 아니라고.”

모스코는 능청스레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월레스는 모스코의 그런 태도에도 냉정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머니메이커로서는 행동대원이었겠지만 그 이전의 라스트데이 갱으로선 아니겠지.”

라스트데이라는 말이 나오자,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모스코의 얼굴이 일순 굳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다시 풀고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라스트데이라니? 마지막 날? 그런 갱단도 있나? 틀림없이 동네 꼬마들이 모여서 차나 훔치는 악동 집단이겠군.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월레스는 무언가를 확신하듯이, 모스코의 대답에 사진 몇 장을 올려 두었다.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쓴 채 도로를 가로지르는 인물들의 사진.

번호판이 가려진 밴에 타는 남자들의 사진.

그리고, 차에 올라탄 뒤 복면을 벗는 남자들의 사진까지.

밴의 조수석에 탄 남자는 상당히 젊어 보였지만, 모스코와 닮아 있었다.

“이 사진, 알아보겠나?”

“음, 모르겠는데?”

모스코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와 눈빛을 숨기려 했지만, 동요가 큰 건지 차마 불안하게 무언가를 더듬기 시작하는 손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아, 담배라도 찾나?”

떨리는 손을 발견한 월레스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을 꺼냈다.

“그래. 한 대 줄 수 있나? 자네도 나도 몇 년을 봤는데.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유감이군, 난 담배를 안 피우거든. 그리고, 자네도 담배는 안 피우지 않나?”

모스코는 월레스가 자신을 갖고 놀았다 생각하자 화가 난 건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거면 왜 말한 건데!”

“내가 언제 주겠다고 했나? 찾고 있냐고 물었지. 그리고, 자네에 대한 정보는 이미 얻을 만큼 얻었어.”

월레스의 말에 모스코는 지금껏 유지하던 표정을 굳히고 침묵했다.

“……어디서?”

“자네들의 머리가, 실토하더군.”

월레스의 말에 모스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그 녀석이 잡힐 리가 없어!”

모스코는 일어날 리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닷지가 잡히다니?! 아무도 못 찾을 녀석이었는데!’

그들이 활동할 때 언제나 지원해 주었고 정보를 얻어 와 계획을 짜주던 닷지.

아무도 얼굴과 본명, 심지어 목소리마저도 모르는 인물이었으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수년간 함께하며 정까지 들었다.

강도단을 해산한 이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번 일도 그에게 소개받아 오게 된 건데…… 그런 그가 잡혔다고?

“아, 언제 잡혔다고 했나?”

“뭐?”

월레스의 말에 모스코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설마……?’

“그가 자네의 정보를 넘겼어. 자네가 체포되었단 연락이 오기도 전에. FBI와 CIA 데이터베이스, 심지어 내 개인 이메일로까지 보내 주더군.”

월레스는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의자에 등을 기댔다.

“아, 인원들 다시 들여보내 주시죠.”

그리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고 우르르 들어오는 형사들.

모스코는 형사들이 들어오자 정신을 차렸는지 다급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월레스! 네 친구 그롬은 잘 지내나! 아니, 잘 지내겠지! 땅 밑에서 아주 잘 자고 있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친구랑 같은 경감이군그래! 너도 친구처럼 빠르게 특진하게 해줄까?! 응?”

아까 한 건 장난이었다는 듯, 진짜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는 모스코.

형사들이 달려들어 그를 붙잡았고, 이번엔 제대로 대비가 되어 있었기에 모스코는 금방 붙들려 바닥에 눕혀졌다.

“으아아아아! 나도 이렇게 버린 거냐! 닷지이이이!!”

그렇게 취조실에는 모스코의 처절한 비명과 그를 붙잡아 두려는 형사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어슴푸레한 빛만이 내부를 비추고 있는 어두운 방.

한 남자가 덥수룩한 머리를 긁으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부머, 행방불명. Mr.아메리카, 사망. 제시, 위장 중. 바운서, 사망으로 추정.”

알 수 없는 이름들을 중얼거리며 파일들을 조회하고 있는 남자.

“모스코, 검거.”

그리고 남자는 모스코의 얼굴이 나와있는 사진과 수많은 자료가 함께 있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삭제.”

남자의 말에, 모스코의 사진과 자료는 화면에서 사라졌다.

미국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범죄 플래너 닷지는 그렇게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유망주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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