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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95화 (95/325)

#제95화 (21)

보통 선대의 지도자가 돌아오거나, 물러났던 인물들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환영받지 못한다.

‘퇴직한 사람이 다시 일터로 와 있는 걸 보기만 해도 집중은 안 될 테고.’

이미 새로운 기틀을 잡았거나 잡아 가고 있는 와중에 영향력 있는 과거의 인물이 온다면 그 기틀이 뿌리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선대의 인물이 큰 존경을 받고 있거나, 아니면 선대의 것을 그대로 이어 가고 있는 과정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리고 뇌섬문은 틀림없이 후자인 듯 보였다.

독고휘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은 당혹이다.

-왜 젊지? 기억하기로는 분명 나이가…….

같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그런 감정은 이내 감탄과 경의로 바뀐다.

-저것이 그 전설상의 반로환동! 과연 검황이시다!

물론 몇 명은 거기까지 연상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지만, 대부분은 알아서 맞혔다.

이미 무림맹의 회의장에 쳐들어왔던 독고휘의 소문이 퍼지기도 했고.

그렇게 각자 독고휘를 감상(?)하는 시간이 끝나고 나면, 그 시선은 옆에 있는 영의에게 돌아왔다.

수많은 의문과 의심의 눈빛이 영의를 향했고, 영의는 그 시선들이 극히 부담스러워졌다.

‘알림아, 나 그냥 가면 안 될까? 보상도 없다며?’

알림이에게 부탁을 받아서 온 것이고, 보상도 없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사용자의 뜻대로 하면 됩니다. 이미 조건은 만족되었습니다.]

뭐? 이미 만족된 거라고?

영의는 제때 알려주지 않은 알림이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

‘그럼 대체 왜 안 알려 준 거야? 다른 때엔 재깍재깍 알려 줬으면서?’

그리고 돌아오는 알림이의 대답에, 영의는 할 말을 잃었다.

[보상이 없었기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니, 뭐. 대답해줄 이유가 없으면 대답이 없겠지. 알람시계도 설정 안해두면 그냥 시계잖아. 그래, 다음부터 하면 되겠지.’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허락도 받았겠다. 남은 건 독고휘에게 간다고 얘기하는 것뿐이었다.

“저, 영감님.”

영의는 문파의 원로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독고휘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자네도 잘 지냈……. 음? 왜 그러느냐?”

다른 원로를 맞이하는 말을 꺼내다가 갑작스러운 영의의

“저 그만 가보면 안 될까요? 조금 부담스러운데?”

사람들의 시선에는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해 왔던 영의였지만,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 자신을 쳐다보기 시작하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흐음, 곧 연회가 벌어질 것 같다만?”

실제로 독고휘에게 인사를 올린 후, 뇌섬문의 몇몇 인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게 더 부담스러워서 그렇죠. 가보면 안 될까요?”

영의의 말에 독고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 있었지,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자꾸 숨기만 하는 인물들이.’

영의도 그런 이들 중 한 명 같은 부류라고 판단한 독고휘는 영의를 보내 주기로 했다.

조금은 영의의 무재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본인이 싫다니 뭐 어쩌겠는가?

“그래, 그러도록 해라. 대신 비무대회 때는 나와 줘야 하느니라.”

영의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웠지, 관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건 할게요.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아, 이거 받으시고.”

이제 독고휘에게도 허락을 받았으니 떠나가기로 한 영의는 잊고 있었던 간식을 꺼냈다.

“이게 뭐냐?”

“간식이요. 아까 말했던.”

영의가 내민 것은 비닐에 포장된 여러 가지 빵들.

팥부터 시작해서 크림과 초콜릿 무스가 들어간 것까지, 제법 다양했다.

“포장은 예전 것들처럼 그냥 버리시고, 안에 있는 건 그냥 드시고요. 그럼 전 갈게요?”

“그래, 가보거라.”

독고휘는 영의에게서 빵 봉지들을 건네받았고, 마지막으로 줄 것까지 다 주자 영의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오오오!!”

지금껏 반쯤 의심하던 눈으로 영의를 보던 뇌섬문의 인원들은, 영의가 뇌룡보를 사용해 하늘로 날아오르자 감탄했다.

“능공허도!”

“아니지, 발 구름을 보니 허공답보다!”

“뭐든 간에 대단합니다! 과연 사숙조님!”

모두가 영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이내 영의의 형체가 저 멀리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들의 고개는 땅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잠시 뒤, 영의의 뇌룡보를 보았던 이들의 흥분도 가라앉고 연회의 준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문주의 집무실.

한때 이곳의 주인이었던 독고휘와 현 주인인 독고운.

두 부자가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님, 그보다 왜 돌아오신 겁니까?”

독고운은 독고휘가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 물었고, 그 어조는 정말 의구심이 들어 묻는 느낌이었다.

“왜? 나는 집에 돌아오면 안 되는 거냐?”

가족의 앞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집에 돌아와 옛 기분이 살아난 탓일까? 독고휘는 자신을 나라고 지칭하였다.

“아닙니다, 얼마든지 돌아오셔도 됩니다. 아니, 돌아오시는 게 좋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아버님의 부재로 겪은 일들이-.”

독고운이 반쯤 푸념하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미안하구나.”

그리고, 독고휘는 독고운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과를 했다.

“-얼마나 많았……. 예?”

독고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아버님께서 사과를? 그 엄했던 아버님이?

“못 들은 게냐? 미안하다고 했잖느냐.”

독고운은 지금, 독고휘의 입에서 미안하단 말이 나온 것에 충격받아 굳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독고휘.

“음? 하긴, 그 나이대면 슬슬 귀가 잘 안 들릴 때도 됐지. 노화를 막는 것과 세월이 흐르는 건 다른 거니까.”

독고휘가 자신이 슬슬 귀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간주하자, 독고운은 정신이 들었다.

“아, 아닙니다. 그저 뇌섬문을 나가실 때 다신 오지 않을 것이라 하셨기에 그만.”

십수 년 전, 독고휘는 뇌섬문의 대문 앞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외치고 문을 박차며 나갔다.

그때 그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독고운은 독고휘가 아예 오지 않을 거라 여겨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그러고 보니, 손주들은 어떻게 됐느냐?”

정작 본인이 그때의 그 일은 까먹은 듯이, 태연하게 손주들의 근황을 묻고 있었다.

“다들, 무림에서 협객행을 나서고 있습니다.”

협객행이란 말에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독고휘.

“무공의 수준은?”

“자질이 다들 상당하여, 그 나이였을 때의 저보다는 강합니다.”

독고운의 그 말에 독고휘는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자식들을 너무 띄워주는구나!”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독고운은 아직 자기네들을 가족으로 여기고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좋은 소식에 대해서는 기뻐하시는구나.’

독고휘는 이제 본격적인 주제를 꺼내기로 했다.

“그 아이들중에 비무대회 참전자는 있느냐?”

독고휘의 말에 독고운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다른건 몰라도 독고휘가 가르쳐준 무공을 전부 주입시켰기에.

“전부입니다.”

“흐음, 그리고 뇌섬문 제자들 중에서는?”

‘아직 문파에 대한 애착도 가지고 계시는구나. 제자들에 대해서도 물어보시다니.’

“그게, 아직까지 선출 중입니다.”

독고운의 대답에, 독고휘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정해진 게 없다는 거지?”

“부끄럽습니다만, 예.”

사실 선출하려면 진작 했어야 했다. 불과 몇 주도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아직 출전할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문파 쪽에서 일을 잘 안 했다는 거니까.

“그럼 그 재밌는 녀석 좀 출전시켜 봐라.”

독고휘의 말에 독고운은 당황했다.

“예? 재밌는, 녀석 말입니까?”

갑자기 무슨 재밌는 녀석? 누구를 뜻하는 거지?

“그, 우형인가 뭔가 하는 녀석 말이다.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재밌더구나.”

“우형, 말입니까. 끄음…….”

우형의 이름이 나오자 독고운은 앓는 소리를 냈다.

“왜? 문제라도 있느냐?”

장우형, 성격은 조금 이상한 면이 있지만 윗사람에게 예의 바르고 수련도 열심히 한다.

문파에 저런 아이 하나쯤 있으면 화목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비무대회에 적합하지는…….

“그게, 근골은 훌륭하지만 무공의 성취가 별로 안 좋습니다. 타고난 성격탓인지 내력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거야 내가 가르쳐 보면 되는 문제고.”

“예, 가르쳐 보면 되는 문제……. 예?”

“재밌는 녀석인 데다가, 싹수가 보이더구나.”

“아, 아니. 저희도 그 근골이면 뭐라도 맞겠지 싶어서 몇 번이나 다른 걸 가르쳐 봤습니다. 우형이도 최선을 다해 배웠고요. 하지만-.”

독고운도 우형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었다.

자신의 직계 사손이기도 하고, 사형제들 사이에서 근골만큼은 최고인 아이였으니까.

그러나 자신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을 때, 독고휘가 말을 끊었다.

“그럼 맞는 방식으로 가르친 게 아닌 거지. 그런 녀석은 정형화된 가르침이 안 맞는 녀석이다. 속에 있는 걸 그대로 내보내는 게 행동과 말에 배어 있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게 안 맞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르치되, 강요하지 말고. 배우되, 다른 방식으로도 생각하게 해야 한다. 마음과 행동과 생각이 하나 된 녀석이다.”

독고운은 이때 무언가 깨달음을 얻는 느낌이었다.

‘그래, 우형이는 생각한 바를 그대로 내뱉고 행동하는 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억누르려고 했고.’

“심기체가 이미 하나 되어 있는데 하나를 단련시키고 하나를 억누르는 게 뭐가 의미가 있겠느냐? 셋 모두를 누르거나 다 단련해야지.”

독고휘는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 기를 이용해 구체 세 개를 만들어 냈다.

“보아라. 세 개의 구체를 균일하게 가두고 똑같이 누르는 게 힘들겠느냐? 아니면, 셋 다 알아서 커지게 놔두고 적당히 균형만 잡아 주는 게 낫겠느냐?”

“후자입니다.”

“그렇지. 가끔 저런 녀석이 있었다. 야생에서 자라야만 빛을 보는 야생초 같은 녀석이.”

독고운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히 배울 만큼 배우고, 할 만큼은 한다고 생각했거늘 아직까지 아버님께 배우고만 있구나.’

여전히 자신은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무렵, 독고휘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네 방식이 잘못됐다고는 하지 않겠다. 심성이나 자질로 보면 나중에 나이를 먹고 행동하기 전에 생각할 줄 알게 될 정도가 되었다면 자신이 길을 찾았겠지.”

“제 방법이, 틀리지 않았단 겁니까?”

“틀린 게 아니다. 다만 다른 방법일 뿐이지. 그보다 그 녀석 몇 살이냐? 약관은 되었겠지?”

분명 자신이 본 우형의 덩치는 다 큰 성인이었고, 얼굴이 조금 앳되어 보이긴 했어도 그 정도야 으레 있을 법했다.

‘얼굴대로 따라갔다고 해도 한 열여덟 살 정도 되었겠지. 그 정도면 조금 나이가 있긴 해도 배우기에 늦은 나이는 아니다.’

“그, 그게…… 지학(15세)입니다.”

“뭐?! 그 덩치로 말이냐!”

독고휘는 진심으로 놀랐다.

아까 본 제자들 중에서 막내 취급당하길래 입문 시기가 늦어서 막내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막내였다니? 뭘 먹고 자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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