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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93화 (93/325)

#제93화 (19)

장우형이 끼어들면서 약간 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던 분위기의 반점은 금방 평화를 되찾았다.

“자, 이만하면 재미는 다 본 것 같구나.”

독고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사내들을 노려보자, 모두가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몸의 중심을 잃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크흑!”

“커억!”

“고, 수!”

독고휘가 내력을 끌어 올려 모두를 압박했고, 곧장 모두가 고수임을 알아채고 알아서 몸을 사렸다.

“영감님, 한참 재밌었는데 왜요?”

“너야 재밌겠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이니라. 민초들에게 무림인은 대항할 수 없는 존재와도 같으니.”

독고휘는 그렇게 말하며 점소이를 손짓해서 불렀다.

“예, 예! 부르셨습니까?”

아까도 충분히 예의 발랐지만 예의의 끝을 보여 주는 듯 공손해져서 다가오는 점소이.

“미안하군, 저기 엎어진 놈의 코뼈랑 그릇 빼고 부서진 건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배상이 되겠나?”

독고휘는 그렇게 말하며 소매 속에서 은자를 꺼내 주었다.

“그, 그릇값으로 은자를……?”

“그래, 그리고 우육탕면 두 그릇만 다시 내주게. 바깥에 있을 테니 가져다주게나. 이 정도면 수고비로 충분하겠지?”

“네, 알겠습니다!”

점소이가 빠르게 사라지고, 독고휘는 천천히 걸어서 반점의 바깥으로 향했다.

“따라와라. 밖에서 이야기하지. 너는 오는 길에 의자도 두 개만 챙겨 오고.”

사내들 모두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눌린 듯 움직이지 못했으나 독고휘가 그 곁을 지나가자마자 거짓말처럼 압박이 사라졌다.

반점 밖으로 나와 사내들을 한데 모아 놓은 독고휘는 영의가 들고 온 의자에 앉았다.

“좋아, 여긴 왜 온 거지?”

사내들은 독고휘의 앞에 자연스럽게 모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만, 누구 하나가 그렇게 하니 모두가 따라서 한 것.

“반점엔 왜 온 것이냐고 물었다.”

사내들은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건지, 하지 않으려는 건지 묵묵부답이었지만 사형들이 조용히 하자 우형이 크게 대답했다.

“사형들이 까먹으신 것 같으니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마을에 갑작스럽게 강대한 기가 느껴졌다가 이내 사라졌다는 사문 어르신들의 말에 모두가 나서서 수색하러 온 것입니다!”

우형의 말에 독고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대답해 줘서 고맙군.”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허허, 마음에 든단 말이야.”

독고휘가 칭찬을 하자 해맑게 웃는 우형.

“감사합니다!”

“흐음, 생각 좀 해보자. 사문이라면 뇌섬문이겠고. 흠.”

독고휘가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사내들은 겁을 먹었다.

‘틀림없이 사파의 고수일 거야.’

‘뇌섬문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계략이겠지.’

‘도대체 어디서 저런 고수가 나온 거지?’

불안한 표정을 짓는 사내들.

‘엄청난 고수에게 칭찬을 들었다! 나중에 자랑해야지!’

그리고 그 와중에 혼자만 웃고 있는 우형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각자의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소용돌이칠 때, 독고휘가 꺼낸 말은 그들의 복잡한 생각을 날려 버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우선 미안하단 말부터 하지. 괜히 여기 들른 것 같아서.”

무림인들은 어지간해선 사과를 하지 않는다.

약육강식의 무림계에서 한번 사과를 하면 그다음부턴 얕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목에 칼이 들이밀어지면 어지간해선 다 사과를 하겠지만 거꾸로 말하면 목에 칼을 대기 전까지는 절대 사과를 하지 않는단 거다.

그런데, 사과를 할 이유도 그럴 일도 없을 저런 고수가 먼저 사과를 한다고?

“사실은 조용히 지나갈 생각이었지만, 제자 녀석 밥이라도 먹이려고 잠깐 들-.”

“임시 제자 아니었어요?”

영의가 독고휘의 말에 끼어들었고, 임시 제자라도 좋다고 말한 건 자신이었으니 독고휘는 말을 고쳤다.

“……그래, 임시 제자 녀석 밥이라도 먹이려고 잠깐 들른 것이다.”

독고휘의 말에 우형은 또다시 외쳤다.

“그렇군요! 사실 여기 반점이 맛있긴 합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우형이 자꾸 대화에 끼어들자, 독고휘는 조금 마음에 안 든 건지 우형에게 물었다.

“그보다, 누가 너보고 말하라고 하더냐?”

우형은 독고휘의 물음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말하면 안 되는 거였습니까? 죄송합니다!”

너무 솔직해서 바보 같아 보이는 그 모습에, 독고휘는 그냥 허용해 주기로 했다.

조금 재밌기도 했고.

“아니다, 그냥 말해라.”

‘하아,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어야겠군. 그게 더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니.’

처음에는 영의에게 흔한 영웅일대기 같은 장면을 원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장면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영의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생각보다 재밌네요, 영감님네 문파.”

“하아, 사람이 많으면 그중에 몇 명은 특이할 수도 있지 않느냐?”

독고휘가 한숨을 쉬며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고 할 때, 우형이 또다시 반응했다.

“동문이셨습니까! 그럼 얼른 가보시지요! 최근 문주님께서 작은 진전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이젠 아주 일어서서 독고휘를 그대로 모셔 가기라도 할 듯 허리를 숙이고 양팔을 뻗어 안내하려 하는 우형.

“야, 기밀 사항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고 했지!”

우형의 행동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우형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동문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아냐!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

우형은 사형의 논리적인 말에 설득당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노선배님! 뇌섬문 출신이 아니십니까?”

독고휘는 그 질문에 조금 애매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출신이라, 굳이 따지자면 반쯤은 틀린 말이군.”

그리고 그 대답을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우형.

“과연! 사형! 반은 동문이랍니다! 그럼 되는 거 아닙니까?”

“아이구 이 바보야…….”

“전 바보가 아닙니다! 우형입니다! 사형, 언제까지 제 이름을 헷갈리실 겁니까? 사형이 바보인 것, 앗.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건데!”

우형이 그의 사형들과 대화하는 것을 보던 영의는 독고휘에게 몸을 기울여 작게 말했다.

“영감님.”

“왜 그러느냐?”

“무림이라는 곳,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데요?”

‘재미? 있기는 있지. 근데 무림의 재미라는 것은 저런 쪽의 재미가 아닌것을……’

“우, 우육탕면 나왔습니다.”

무림의 재미란 저렇게 웃긴 게 아니라고 설명하려던 찰나, 점소이가 우육탕면 그릇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아, 그래. 고맙군.”

그리고 그 그릇들을 받아 들자 우형이 또다시 반응했다.

“오! 우육탕면! 드실 줄 아시는군요! 엄청 맛!있!습!니!다! 저도 참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한다는 걸 말과 목소리와 어조로 표현하고 있는 우형.

그리고 이쯤 되니 슬슬 저 반응이 꺼려지기 시작했다.

“어, 음. 그래. 미안하지만 식사 좀 해도 되겠나? 그동안 가만히 좀 있어 주면 더 좋고.”

독고휘의 말에 우형은 예의 바르게 포권했다.

“예! 맛있게 드십시오! 어르신!”

우형이 포권을 한 뒤 다시 바닥에 공손히 앉자, 독고휘는 마음을 놓았다.

“영감님, 아까 보니까 만두랑 술은 멀쩡하던데 그거 갖고 올게요.”

“아, 그래야지.”

영의가 안쪽에서 조금 식었어도 아직 따뜻한 만두와 술을 가지고 나왔고, 독고휘의 지시에 술병과 만두 접시를 바닥에 내려 두었다.

“발 구르지 말거라.”

“네.”

그리고 만두와 술병까지 보자, 우형이 또 무언가를 외치려는 듯했으나 방금 전 독고휘가 한 말을 기억해 내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와, 만두에 우육탕면……! 드실 줄 아시는 분이시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해도 그걸 못 들을 독고휘가 아니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대체 어쩌다가 저런 녀석이 뇌섬문에 들어와서는……. 하필이면 무재가 없는 녀석도 아니니…….’

언뜻 보아하니 근골도 상당하고, 몸 안의 내력도 약소하지만 힘차게 전신을 내달리고 있다.

너무 솔직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멍청하지도 않은 것 같아 보이니…….

‘영의 녀석이 없었다면 붙잡고 가르쳐 봤을지도 모르겠군.’

가르쳐 보기에 제법 괜찮은 인재이긴 했다.

“영감님.”

“왜 그러느냐?”

“원래 고수란 게 어디 정신 한구석이 이상해야 되는 거예요? 아닌가? 특이한 구석이 있는 고수들만 만난 건가?”

영의의 말에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통계적으로 무림의 고수중에 이성적 판단을 하는 이가 확실히 적기는 했다.

“솔직히, 어디 한군데가 망가져야 고수가 되는 인간이 많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보통 뒤틀린 인간들이 끝을 보는 경향이 있지.”

“그래서 그런 건가?”

영의는 뭔가 의문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그렇다는 거냐?”

독고휘가 영의의 말에 의문을 느껴 묻자, 영의는 우형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아니, 제가 만나는 고수들마다 어디가 이상하길래, 쟤도 같은 원리로 고수가 되려는 건가 싶었죠.”

“난 이상하지 않다만?”

“그런 것치고 주변 인물들이 멀쩡하진 않으시잖아요. 그 사이에서 뭐가 멀쩡한진 잘…….”

“내가 뭘……!”

그 말에 발끈하려 했으나 독고휘는 차마 부정하질 못했다.

영의와 함께 만났던 지인들이자 손꼽히는 고수들.

팽소운, 운광, 갈성천, 혜윤.

물론 혜윤은 중이라서 제법 이성적인 면이 강하긴 하지만 젊었을 때, 싸움만 일어나면 제일 사나웠었다.

갈성천이야, 무공부터가 제정신으로 배울 것이 아니었고.

운광은 술만 연관되면, 음. 생각하지 말자.

이상하다는 얘기는 넘기고, 다른 말에 집중을 했다.

“그보다, 너도 저 녀석이 싹수가 있어 보인단 거냐?”

“네.”

물론 근골이야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겉이 좋다고 속까지 좋으리란 법은 없다.

“어떻게? 뇌기로 날 찾는 거야 그렇다 쳐도 무공에 대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를 텐데?”

자신이야 기감과 경험, 기를 슬쩍 밀어 넣었을 때 받아들이는 정도로 판단하지만 이 녀석은, 내력을 쓰는 법도 잘 모를 텐데?

“그냥, 제일 자연의 기운이랑 친숙해 보이던데요? 그리고-.”

독고휘는 영의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자연의 기운이라고? 설마, 자연지기에 대해 아는 게 있는 건가? 그보다, 그리고라니? 또 뭔가 있다는 건가?’

영의는 뭔가 중요한 게 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재밌잖아요. 사람들한테 웃음을 주는 사람들은 크게 성공하더라고요.”

독고휘는 뭔가 엄청 중요한 걸 들은 것 같았지만 뒤에 이어진 말에 맥이 빠졌다.

“하아, 그래. 황제를 웃게 하는 환관들도 민초들을 웃게 하는 만담꾼들도 성공하는 법이긴 하지. 식사나 하지.”

그렇게 우육탕면을 먹으려던 찰나, 충격에 빠진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 사조님……?”

누군가 오고 있는 건 알았지만 기억에 없는 기척이라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상대방은 독고휘를 아는 듯했다.

처음 보는 듯한 중년인이 독고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

사조님이란 소리를 듣고 갑작스럽게 동작을 멈추는 독고휘.

‘뭐지? 왜 나를 보고 사조님이라 하지? 나 제법 젊을 적 모습일 텐데?’

“어?”

영의는 그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오! 태사조님이 되시는군요! 어? 잠깐, 문주님이 사조님인데 사부님의 사조는?”

그리고 혼자 갑자기 또 신나기 시작한 우형.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있었지만, 좌중이 고요했기에 그의 목소리는 모두에게 들렸다.

‘젠장, 그냥 여기서 벗어날걸 그랬나? 괜히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서는.’

검황, 독고휘의 정체가 발각되기 3초 전.

그곳에는 정적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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