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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92화 (92/325)

#제92화 (18)

독고휘가 자랑스레 얘기한 반점은 확실히 허풍은 아니었던 건지, 늦은 밤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어서 오십쇼! 두 분이십니까?”

점소이가 새로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자 웃으면서 맞이하러 달려 나왔다.

무림인들은 여러모로 극단적인 경향이 있어서, 사고를 칠 땐 거하게 치지만 보상을 할 때도 거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호탕함과 과격함을 구분하지 않는 행동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 객잔이나 반점 등이 피해를 많이 보지만, 결판이 나면 보통 배상을 해주는 편이다.

그리고, 씀씀이도 크기 때문에 추천해 준 음식이나 술이 마음에 들었다면 점소이에게 보상을 두둑이 해주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곳은 정파의 영역.

그중에서도 이름 높은 뇌섬문의 영역이기에 그런 잡배들은 힘을 쓰지 못한다.

오늘도 기대감을 안고 손님을 맞이했으나, 새로 온 손님들은 의외로 특이했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중년인이야 옷과 검이 비싸 보이지만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자신을 치장하기 좋아하는 무림인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젊은 청년 쪽은 차림새부터 특이했다.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에, 머리는 또 왜 저리 짧은 건지.

그러나 외모만큼은 참으로 대단했다.

‘아니지, 신경 쓰지 말자.’

종종 천하제일인을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 하나로 먼 외지에서 오는 무림인들도 있었다.

빙궁의 백발과 금발 벽안, 남만인, 하다못해 서장에서 온 인물들까지.

물론 모두들 독고휘를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지만, 여기서의 식사는 모두들 극찬했다.

“그래, 가급적 구석진 곳으로 부탁하지.”

이런 부탁도 많이 받아 봤다.

무림인이란 족속들은 전부 어디 하나씩 이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병이라도 있는 듯 보였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들어오십쇼!”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착석한 영의와 독고휘.

독고휘와 영의는 반점의 안쪽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누구나 할 법한, 처음 보는 장소에서의 행동이었지만 둘의 감상은 달랐다.

“허어, 바뀐 게 없구나.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이야.”

독고휘는 옛 시절의 추억을 품고 둘러보았다.

‘흐음, 음식점 배치가 다 거기서 거기인 건가? 아니면, 이런 형태가 최종적인 형태가 된 건가?’

그리고 영의는, 현대의 음식점과의 차이점을 찾아보며 둘러보고 있었다.

“자, 음식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참고로 저희 반점은 뭐든 맛있습니다!”

점소이가 주문을 받기 시작하자, 독고휘는 곧바로 자신의 음식을 시켰다.

“우육탕면 하나. 그리고 적당한 술도 한 병. 정말 안 먹어도 되겠나?”

독고휘와 함께 이곳으로 올 때, 영의는 이미 식사를 하고 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물어보는 독고휘.

“흠, 만두나 한번 먹어 보죠.”

“좋아, 그럼 만두 한 접시 추가.”

추가 주문이 들어오자 점소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재빨리 물러갔다.

“넵, 우육탕면 하나, 만두 하나. 그리고 술! 금방 오겠습니다!”

그렇게 둘이 음식을 기다리기 시작할 때, 독고휘는 품고 있던 의문을 드러냈다.

“본, 아니 내가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말씀하시죠.”

독고휘는 영의의 옆에 있는 쇼핑백과 종이봉투들을 가리켰다.

“그것들은, 뭔가? 그저 궁금해서 그러네.”

무언가 겉 부분에 표기되어 있었지만, 한글과 영어였으므로 독고휘는 알 도리가 없었다.

“음, 옷이랑 간단한-.”

영의는 휴대폰에 대해 언급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괜히 문제를 일으켜선 좋을 게 없었기에 숨기기로 했다.

“간단한 간식 정도죠.”

실제로, 빈손으로 오기에 조금 그래서 오기 전에 빵집에서 빵을 조금 사긴 했다.

그리고 독고휘는 영의가 간식을 가져왔다고 하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간식?”

“네. 별건 아니고, 진짜 간단한-.”

영의의 설명이 시작되려는 찰나, 점소이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그들에게 와서 음식을 내려놓았다.

“자, 음식 나왔습니다!”

뜨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만두가 담긴 접시와 간소하지만 맛만큼은 확실해 보이는 우육탕면이 각자의 앞에 놓였다.

“술은 백주로 드리겠습니다!”

점소이가 술병도 옆에 함께 두고는, 빠른 발걸음으로 물러났다.

“맛있게 드십쇼!”

그렇게 식사를 시작하는 영의와 독고휘.

둘은 말없이 각자의 음식을 먹고 있었으나, 맛에 대한 감탄은 말없이도 드러났다.

독고휘는 우육탕면을 먹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며, 영의는 만두를 먹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손으로 만들어서 그런가, 확실히 모양이나 속이 다 같진 않아도 맛이 충실하네.’

지금까지 독고휘나 혁련무강에게 자주 온 적이 있지만, 식사는 해본 적이 없었던 영의.

물론 만두가 엄청나게 맛있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냉동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영감님, 여기 진짜 맛있는 집이긴 하네요.”

영의가 만두 하나를 다 먹고 독고휘에게 가게의 칭찬을 하자, 독고휘는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처럼 웃었다.

“크흐흐, 본좌가 젊었을 때에는 하루에 한 끼는 꼭 여기서 먹었지. 나도 만두 하나만 줘보거라.”

“마음껏 드세요. 어차피 영감님이 사시는 건데.”

영의의 말에 독고휘는 젓가락을 뻗어 만두 하나를 집고는 베어 물었다.

“음, 음.”

만두도 이 정도로 맛있는데, 저건 또 어느 정도로 맛있을까?

영의는 우육탕면의 맛은 과연 어떨까 싶어 조금만 얻어먹어 보기로 했다.

‘가져온 간식 그냥 다 주고 가야지 뭐.’

“아, 영감님. 저도 그거 한 입-.”

터엉!

영의의 한 입만 요청이 시작되려 할 때,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반점으로 들이닥쳤다.

“모두들 멈춰라!”

그리고 그 목소리에 독고휘의 눈이 빛났다.

‘흐음, 왔군. 어디 한번 볼까?’

검을 패용하고 무복 차림을 한 사내들이 반점 안으로 들어와 소리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거나 먹던 것을 멈추었다.

“-만 먹어 보면 안 될까요?”

하지만 영의와 독고휘는 개의치 않고 각자 하던 행동을 하고 있었다.

도리도리.

영의의 요청에 고개를 젓는 독고휘.

“아, 왜요?”

독고휘는 입안에 든 음식물을 삼키고는 근엄하게 말했다.

“이것은 본좌의 것이니라.”

영의는 우육탕면 한 젓가락에 저렇게 칼 같은 거절이 돌아오자 당황했다.

“와, 치사하게. 한 입만 달라니까요? 고명인 고기를 달란 거도 아니고 면 한 젓가락인데.”

고명 없이, 면 한 젓가락으로 조건을 다르게 말해 봤지만 그래도 독고휘는 완고했다.

“그래도 안 된다.”

“영감님, 그럼 거래를 합시다. 제가 가져온 간식을 드릴 테니까, 대신 한 입-.”

쾅!

챙강-

“멈추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방금 전 반점에 들어온 사내들 중 한 명이 독고휘와 영의의 탁자 위로 검을 검집째 내려쳤고, 그 바람에 우육탕면이 담긴 그릇이 박살 났다.

투둑.

툭.

그릇에 담겨 있던 국물은 그릇이 깨지자 탁자 밑으로 주르륵 흘러내렸고, 면과 고명은 탁자 위에 퍼져 버렸다.

“한. 입. 만-.”

“허, 허, 허.”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둘은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굳은 둘을 본 사내는 공포감에 몸이 굳었다고 판단하고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자신감이 차올랐다.

“음, 이제야 상황 판단이 되는- 커헉?!”

사내는 웃던 표정 그대로 얼굴을 얻어맞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콰앙!

그리고 독고휘와 영의에게 다가와 하던 행동들을 지켜보던 다른 사내들이 갑자기 일어난 돌발 상황에 각자 대처하기 시작했다.

“사제!”

몇몇은 날아간 사내의 안위를 먼저 챙겼다.

“뭐냐?!”

갑작스럽게 행동한 영의와 독고휘를 경계하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었고.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겁을 상실했구나! 우리는-.”

그리고, 자신들의 힘과 집단을 믿고 그것을 내세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이들까지.

“알 거 없고, 남의 식사 함부로 방해하고 그러라고 집에서 가르치디?”

하지만 영의는 그 말을 중간에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뚜두둑.

손가락 마디를 풀며 사내들을 쳐다보는 영의.

그리고 거기서 당당하고 호기롭게 외치는 인물이 있었다.

“나는 집이 없다!”

“뭐?”

진짜 대답하라고 던진 말이 아니었는데 거기에 성실히 대답하는 사람이 나오자 당황하는 영의.

그리고 사내들도 갑자기 그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몰랐는지, 그들도 당황하고 있었다.

“이 사나이 장우형! 천애 고아로 태어나 빌어먹고 살다 무인의 길에 발을 들였다! 그런 걸 배울 집 따위 없었다!”

“호오? 요즘 보기 드문 호탕한 젊은이군그래.”

장우형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내는 호탕하게 말을 꺼내는 것으로 보아 저 사내들 중에서도 제법 위치가 있어 보였다.

독고휘는 그런 장우형에게 약간 호감이 갔다.

‘그래, 사내란 본디 저렇게 당당하고 패기롭게 자기소개를 할 때도 있어야지.’

그리고 영의도 비슷한 감상을 품었는지, 기세를 약간 누그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사내들 중에 한 명이 슬쩍 앞으로 나와 우형을 데리고 뒤로 빠지려고 했다.

“막내야, 내가 말했잖냐. 무림에서는 가끔 질문의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닌 게 있다고.”

우형은 의외로, 저들 중에 가장 막내인 듯했다.

“하지만 사형! 저는 모든 질문에는 성실히 답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아까 자신을 소개할 때처럼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우형.

“그러니까, 세상일엔 예외란 게 있다니까!”

사형으로 보이는 남자는 그런 우형 때문에 답답한 듯 보였다.

“사형! 하지만 저분은 정말 질문을 할 의도로 물으신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봐도 분위기상 질문이 아니었잖아!”

사형이 반쯤 짜증을 내면서 부정을 하자, 우형은 고개를 돌려 영의를 바라보았다.

“저기, 거기 계신 분!”

“나?”

아무리 봐도 분위기상이나 시선상으로도 자신이었지만, 반응을 보여 줘야 할 것만 같았다.

사실, 조금 재밌어지기도 했고.

“그렇습니다! 방금 전에 멋진 일권으로 둘째 사형을 기절시키신 분! 방금 전 질문은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습니까?”

우형의 말에, 아까 영의에게 맞고 나가떨어진 사내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기절…… 안 했다, 우형아…….”

사내는 쪽팔림에 기절한 것처럼 가만히 있었을 뿐, 기절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가 사실은 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쁜지, 우형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외쳤다.

“아! 둘째 사형! 살아 계셨군요!”

기절도 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죽은 줄로만 알았던 것처럼 말하는 우형.

“죽지도, 않았어……!”

“다행입니다! 이 보잘것없는 실력으로 둘째 사형의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 걱정했는데!”

어느새 둘째 사형은 죽은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한 우형.

“안, 죽었다고!”

둘째 사형은 전력을 다해 부정하려고 했지만, 그때 영의가 아까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기에 무시당했다.

“아니, 아까 그 말은 솔직히 물어본 게 맞아.”

‘아, 어떡하지? 재밌는데?’

본격적인 싸움판을 기대하고 던진 도발의 말이었지만, 장우형이라는 예상외의 인물이 나타나자 판이 바뀌고 있었다.

싸울 마음이 사라지고, 저 장우형이란 인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해진 영의.

“보십시오 사형! 질문이 맞지 않았습니까!”

우형은 해맑게 웃으며 아까 자신을 말리려던 사형을 돌아보았다.

“너 진짜 이럴래!”

‘본좌의 뇌섬문이, 어쩌다 이리 된건지.’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쳐다보는 독고휘의 얼굴에는, 씁쓸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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