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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74화 (74/325)

#제74화 (24)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가 시작되자, 사채업자의 사무실에서 작전을 총괄하던 파렌하이트는 변화에 머리가 따라가지 않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아니, 파렌하이트의 계획이 절반만 성공적이었어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을 정도로 커졌을 것이다.

아카데미로의 괴수 습격, 은행 강도로 인한 공권력의 신뢰 하락, 그리고 아직 실행하진 않았지만 각성자 협회에 대한 직접적 타격.

‘그랬어야 하는데…….’

하지만 지금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자, 파렌하이트의 머릿속에는 실패라는 두 글자가 맴돌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1단계는 충분히 완벽했어……. 아직은 공권력의 시선이 쏠려 있을 땐 행동이 자유로워…….”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침착하려 하는 파렌하이트.

그는 몰랐지만, 지금 은행 앞에서는 추가 교섭을 명목으로 들어가는 박 경정과 그의 팀원들이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기습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은행에 있는 각성자들은 모두 아카데미로 갈 것이다.

2단계는 아카데미 습격 후 아카데미에서 다른 곳으로 갔던 각성자들을 아카데미에 묶어 두기 위한 작전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지.’

어떻게든 누군가가 그의 작전을 알아차린 건지, 아니면 아카데미 입학식에 늦은 각성자가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권왕이 여기서 발목을 잡혔다.

이미 지금 모든 작전 인원들을 철수시키란 지시를 내려놨다. 얼마 안 걸릴 것이다.

강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더 시간을 끌어 줘야 하니 거짓말을 해 두었다.

은행 쪽에 있던 각성자들이 아카데미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확인했고…… 여차하면 뚫고 나올 순 있겠지.

하지만 그래 봐야 탈출 수단이나 추가적인 작전과 화력의 준비가 안 됐으니 오래는 못 간다.

그렇게 얻은 모든 정보를 취합하며 계산을 해 보는 파렌하이트.

“……안 되겠군. 시간이 안 나와.”

다른 건 몰라도, 아카데미 쪽의 권왕은 어떻게 몰래 빼낼 방법이 없었다.

“이봐요, 여기 드론…… 음성 출력됩니까?”

파렌하이트는 일단 드론을 통해서 지시를 내리기 위해 임시 작전실의 인원에게 물어보았다.

“어어, 스피커가 없습니다. 작은 스피커는 소리가 묻히고, 큰 스피커는 무게가 많이 나가서 아예 없앴습니다.”

애초에 그럴 리가 없었으나,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어봤었던 파렌하이트.

하지만 묘한 기대감이 있기는 했던 건지, 혀를 차며 한숨을 쉬었다.

“쯧…… 다음부터는 장비도 예비를 마련해야 하나…….”

그렇게 예산이 조금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파렌하이트는 자리에서 일어서 옷을 툭툭 털었다.

“자, 끝내야겠습니다. 다들 철수 준비하세요. 장비는 파기하거나, 알아서 챙겨 가세요. 흔적이 남아서 추적당했을 땐 알아서 현명하게 대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파렌하이트는 작전을 할 때 일부 중요 장비를 제외하고는 늘 추적을 당하지 않게 새로운 장비들을 구해서 쓴다.

오늘 사용했던 강도들의 총이나 작전실의 모니터와 컴퓨터 등, 모두 새 제품들을 준비해 두다가 운송해 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장비를 마음대로 준다는 파렌하이트의 말에 작전실에 있는 인원들은 약간 화색을 띠었다.

“아, 너무 좋아하진 마세요. 30분 안에 전부 철수합니다. 지금부터, 시작.”

파렌하이트가 손뼉을 짝 하고 치며 말했고, 그 말에 모두가 서로 경쟁하듯 모니터와 전선들을 뜯어내고 철거하기 시작했다.

‘흐음…….’

소란스러운 작전실을 뒤로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는 파렌하이트.

권왕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고, 또 그렇다고 용병처럼 버리고 갈 수준의 인물도 아니다.

“……신호탄을 써야 할까요.”

통신 수단은 전부 사라졌다.

인이어도, 혹시 몰라 건네준 휴대폰도 없애 버린 듯 신호가 가질 않았다.

‘결국 남은 방법은 어떻게든 원거리에서 알아보게 신호를 주거나, 직접 픽업하는 방법인데…….’

파렌하이트는 유일하게 손대지 않고 남은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아카데미의 앞에서 전격과 콘크리트 조각들을 휘날리며 싸우고 있는 은색 헬멧의 사내와 권왕.

“픽업은 힘들겠고…….”

권왕을 데려오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SUV 차량 정도는 되어야 한다.

물론 차량도 마련은 해 뒀다. 하지만…….

‘저 바이크가 문제란 말이지…….’

은색 헬멧의 남자는 마정석 바이크를 가지고 있어서, 어지간한 차량으론 따돌리지도 못한다.

결국, 남은 방법은 원거리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뿐.

모스부호나 깃발 신호는 권왕은커녕 에르메스도 알 것 같지가 않았으니 색깔 연막탄밖에 없었다.

“하아…… 그래도 구해 놔서 다행이군요.”

언제나 멀쩡하게 끝난 적이 없는 권왕과 프린세스의 조합이었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신호탄을 구비해 뒀던 파렌하이트.

그는 작전실의 철거를 맡겨 두고는 신호탄을 쏘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가면서, 그는 휴대폰을 들어 에르메스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 죄송한데…… 지금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실패 가능성이 높진 않다.

이미 괴수들은 아카데미로 가고 있고, 강도들도 아직은 진압당하지 않았다.

여기서 협회를 공격하는 식의 추가 혼란을 일으키면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변수에 얻어맞은 파렌하이트는 지금, 겁을 먹었다.

‘저런 인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두 번째도 없을 거라곤 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협회에는 더 강한 자가 대기할 수도…….’

그렇게 위축되어 버린 파렌하이트는 모든 걸 접기로 결정하고 작전실의 철거와 동료들의 철수를 지시했다.

‘……어쩔 수 없죠, 변호사로 빼내오는 수밖에…….’

이 나라의 법이 이상한 건지 어떤 건지 몰라도, 매우 엄청난 재주를 지닌 장인이 지금 불법 무기 개조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지금 이 난리를 쳐서라도 스카우트를 하기 위할 정도로 탐이 나는 재능을 가진 장인이.

그 인물을 빼내오는 게 제일 핵심이었는데……. 에르메스의 말대로 변호사를 쓰는 게 더 나아 보였다.

의심을 받지 않는 상황이 제일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출소 후 잠적 또는 행방불명으로 처리하기로 한 파렌하이트.

그는 신호탄을 쏘기 위해 인근 건물 중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앞.

영의는 지금 싸우는 상황이 상당히 편해졌다.

콰앙!

철근 조각과 부서져서 날아간 콘크리트 파편들이 총알처럼 날아와 육중한 몸에 꽂힌다.

“크윽! 큭!”

하지만 뭐든 꿰뚫고 부술 것만 같던 그 기세와는 달리 힘없이 부서지고 튕겨 나가는 조각들.

“꺼져라!”

쾅!

본인도 똑같이 파편을 집고는 그대로 던진 권왕.

하지만 황준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쏘고 있는 만큼 그 파편을 피할 시간은 충분히 나왔다.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지원을 해 주기 시작하니 조금 여유가 생긴 영의.

이내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고, 괴수 무리들의 기세가 조금 약해진 것이 보였다.

“……다행이네, 혼자 죽을 뻔했는데.”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영의는 천뢰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이라 그런가, 뇌기가 잘 안 모이네.’

구름이라도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겠지만, 하필 오늘따라 하늘이 맑았다.

‘모이고는 있으니 다행이지만…….’

그나마 도심 지역이라 그런가 천뢰검이 자체적으로 뇌기를 끌어모으는 데에 진전이 제법 있었다.

‘……3분이면 되겠네.’

그렇게 시간을 재며 적당히 눈앞의 상대를 견제하려던 그 순간, 저 건너편 빌딩 옥상 쪽에서 무언가 붉은 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응?”

그리고 그 반짝이는 붉은 빛은 이내 어울리지 않게 노란색의 연기를 함께 뿜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뭐야, 저건……?”

재난 영화도 아니고…… 아니, 재난 상황에 가깝긴 해도 저쪽에서 저런 연막을 피울 이유가 없는데……?

영의는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지자 잠깐 당황한 정도에 그쳤지만, 그 신호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

“……음.”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들을 몸으로 맞아 내던 권왕은 노란 연기 속의 붉은 신호탄을 보았다.

“아쉽군. 여기서 끝내야 한다니.”

권왕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으나,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도, 한계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저 멀리에서 틱틱 쏘아대며 견제하는 놈은 신경 쓸 것 없었다.

조금 아프긴 해도, 치명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가진 게 염동력뿐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는 매우 매력적인 상대가 있고, 아직 여유가 넘쳐 보인다.

물론 자신도 전력을 꺼내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 보고 싶었다.

‘신호의 의미는 모르는 것 같은데…….’

권왕은 떠나기 전, 마지막 일탈을 해 보기로 했다.

“……일격, 가장 자신 있는 일격을 내게 날려 봐라. 그러나 내 마음에 안 들면 널 죽일 것이고, 마음에 든다면 널 그냥 보내 주지.”

“……뭐? 무슨 소리야?”

영의는 갑자기 뜬금없는 권왕의 말에 당황했다.

‘뭔 소리지? 인간 전차처럼 달려들다가 갑자기 원 터치 맞대결이라고?’

잠깐 몰래카메라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권왕이 그 말을 하고 난 뒤,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과 살기는 그 모든 생각과 의혹을 부정하게 해 주었다.

아까는 그저 단순히 덩치 큰 인간 전차 같았지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거한은 마치…….

“……산?”

그것도 그냥 산이 아닌, 유명하면서도…… 예로부터 현대의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간의 목숨과 한계를 시험하는 에베레스트 같은 거대한 산의 느낌.

곧게 뻗은 두 다리는 삼림에 있는 나무보다 강하게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수많은 파편을 맞아 가며 찢어지고, 전격을 맞아 불타 버린 옷은 사라진 지 오래.

그 아래 드러난 그의 육신은 마치 수백 년간 자리를 지켜 온 거암과도 같이, 거칠면서도 묘한 갈색을 띠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아까와는 달라진 눈빛이 보였다.

새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던 눈빛과 달리 지금은 진중하면서도 날카로운, 마치 한 마리의 야생 짐승 같은 눈을 하고 있다.

“후우…….”

영의는 그렇게 자세를 잡은 권왕을 앞에 두고,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다리는 회피를 하느라 피곤해졌고, 뇌기는 적당한 수준으로만 남아 있다. 뇌기를 보충하고 싶어도 마정석이나 배터리 같은 게 없다.’

아까까지만 해도 전봇대가 근처에 있었지만…… 지금 그는 아카데미의 운동장까지 몰려온 상황. 가진 게 없었다.

그러나 그때, 하늘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휘요오옥!”

하늘에서 크게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새가 보였다.

“……뇌영아? 어떻게?”

분명히 영의가 집에 놔두고 왔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사실, 뇌영도 처음에는 집에 얌전히 있었다. 주인이 집에 있으라고도 했고, 가 봤자 별것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있던 와중에,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주인의 뇌기를 느꼈다.

영의가 하늘로 쏘아 올린 천뢰검은 주변에 구름이 없는 탓에 제법 오래 상공에 머물러 있어야 했고, 덕분에 뇌영도 주인의 위기를 감지해 날아오게 된 것.

그렇게 뇌영이 온 것을 확인하자, 영의는 곧바로 소리쳤다.

“뇌영아! 주변에 날아다니는 기계들 다 잡아서 부숴 버려!”

아까부터 드론들이 신경 쓰였지만, 눈앞의 권왕 때문에 부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원을 해 주는 누군가도 드론은 안 건드리고 있었고…….

“휘이익!”

뇌영은 알았다는 듯이 한번 울고는 주변의 드론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흐음, 의도한 건지…… 아니면 우연인 건지…….”

권왕은 눈앞의 청년이 파렌하이트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게 의도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 파렌하이트가 철수까지 하게 하지 않았는가.

‘……정 안 풀리면, 죽여야…….’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권왕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런 권왕의 생각을 모른 채, 영의는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자신을 도와주는 인물이 있었고, 훔쳐보던 드론들도 지금 뇌영이 파괴하고 있었다.

‘그러면…… 노출돼도 별문제가 없겠지.’

이미 충분히 드러날 만큼은 드러났으나, 전력을 다한 뇌신무를 쓴다면 아마 뉴스에 나올 것이리라.

‘그리고, 날 찾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기도 할 거고…….’

이내 영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떨쳐 냈다.

‘아, 몰라! 어차피 속성 계열 중에서 찾겠지! 그리고 난 헬멧도 쓰고 있고! CCTV도 확인해 보니까 좀 멀리 있는데!’

운동장 한복판이 아니었다면 이런 결정도 못 내렸을 것이다.

“간다!”

“와라!”

쿠르릉…….

영의의 머리 위, 하늘에는 어느새 작게나마 구름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구름은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소리를 내다가 이내 한 줄기 섬광을 직선으로 지상에 내리꽂았다.

자연현상인 번개를, 사람의 의지대로 휘두르는 검과 같이하는 독고휘의 성명절기인 천뢰검이었다.

천뢰검으로 만든 벼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영의는 온몸의 뇌기를 한군데에 모았다.

뇌신처럼, 모든 움직임과 행동 하나하나에 벼락이 깃들고 그 벼락은 능히 지상을 벌하는 뇌신의 힘과도 같은 위력.

사용자의 몸을 감싸는 벼락의 거인은 지금, 주먹 하나에만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와는 다르게 주먹에 담긴 위력은 온몸에 모인 뇌기 전부!

그 전력을 다한 주먹은 팽소운의 패황권을 약간 개량한 것이었다.

-온몸의 내력과 근육과 땀 한 방울까지 모아서 쏘아 내는 주먹! 주먹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권인 것이다!

그 말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뢰검의 뇌기, 몸에 남아 있던 뇌기, 심지어 공기 중의 미세한 뇌기까지 모든 걸 끌어모으며 일격을 날리는 영의.

눈앞에서 다가오는 섬광에 휩싸인 인영.

권왕은 그것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훌륭하다……. 그리고, 안타깝구나…….”

그 섬광이 깃든 주먹을 보며, 권왕도 자신의 각성자로서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떨어진 곳에서 계속 지원사격을 해 주던 황준.

처음에는 직접 가서 싸우려고 했지만, 상대의 육체 능력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 거리를 내주게 되면 안 된다며 서 비서가 말렸다.

근거리에 붙어서 유효한 타격을 넣기도 힘들고, 상대가 접근하면 피하거나 막을 방법도 없으니 차라리 지원사격을 해 주라고.

그래서 지원사격을 계속해 주며 시간을 끌었는데…… 중간에 공사장에서 가져온 자재가 다 떨어져 길거리의 콘크리트 파편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다 떨어졌고, 결국 공격이 멈추게 되었다.

탄환이 없으면 별 쓸모가 없어지는 능력의 특성상 주변을 탐색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벼락이 쳤다.

그리고 그 벼락에 놀라 현장을 돌아보자, 그곳에는…… 오직 권왕만이 서 있었다.

다른 그 누구의 흔적은 없었고, 단지 지나가다 벼락을 맞은 듯한 몰골의 거한만이 번개로 새카맣게 탄 구덩이에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오전 11시 03분.

최영의 -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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