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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67화 (67/325)

#제67화 (17)

단군 길드의 길드장, 전황준의 외동딸이자 전망이 기대된다는 소리를 듣는 유망주 전지연.

“어, 어어…….”

그녀는 지금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자, 이것도 하나 챙겨 가고.”

“아, 감사합…….”

가뜩이나 품에 안겨진 게 많은데 뭔가를 더 얹어 준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지? 그 나이에는 잘 먹고 다녀야 해.”

“어어, 네.”

영의네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선물 공세…… 아니, 소매 넣기를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되기 조금 전, 지연이 체육관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아, 안녕하세요오…….”

몇 번씩 와 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영의는 없고 수연이나 정권만 있었던 체육관.

하지만 그 둘도 몸을 움직이는 법과 체술 같은 건 제법 잘 가르쳐 줬기에 지연은 꾸준히 체육관을 다니고 있었다.

“오, 우리 회원님 아닌가?”

체육관 안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정권이 지연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반겨 주었다.

“아, 관장님. 안녕하세요.”

“그래…… 오늘도 늘 하듯이 운동?”

“네.”

지연은 운동복과 간단한 도구들이 든 가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선생님 만나러 온 거였는데, 생각보다 좋은 체육관이야. 왜 이런 곳이 무명인 거지?’

“잠깐만. 청소가 아직 다 안 끝나서……. 뒤에 가면 우리 집 있으니까, 잠깐 가 있어도 돼.”

회원과 관장의 관계였지만, 영의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수연과 제법 친한 동생이 되어 버린 지연.

그래서 정권도 지연에게 말을 놓았다.

물론 종종 회원님이라고는 하지만.

“어…… 그래도 되나요?”

아무리 배우는 입장이고 친분이 있다고는 해도, 남의 집에 가는 건 조금 꺼려졌던 지연.

“지난번에 처음 왔을 땐 밥까지 얻어먹고 가 놓고는?”

정권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하자 지연은 당황하여 말끝을 흐렸다.

“아, 그건…… 그으…… 그게…….”

지난번에는 훈련에 지치고 힘들어진 나머지 너무 배가 고파서 간 것이었지만…… 10대 소녀가 곧이곧대로 말하기엔 조금 그랬다.

“아, 집에 가 보면 영의도 있을 건데?”

“네? 쌤이 왜 갑자기……?”

평소에는 운동하러 와도 잘 보이지 않던 영의였다.

물론, 그녀도 영의가 나름의 일로 바쁘고 나가서 사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의와 처음 만났을 때도 말하지 않았던가, 육체적 스펙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그래서 아직까지 몸을 단련하는 과정을 다시 한번 밟는 지연이었다.

“내일 아카데미 입학식이라서, 가족끼리 다 모여서 밥이나 먹으려고. 근데 오늘 저녁쯤에 부르려고 했는데, 아침에 왔더구나.”

정권의 말에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수연 언니도 아카데미에 들어간다고 했었지.’

그렇게 보면 나이 차가 있음에도 동기가 되는 둘이었지만, 각성자 세계는 능력과 연차가 최고였다.

나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럼, 잠깐 가 있을게요…….”

“그래, 청소 다 하면 부르마.”

그렇게 체육관을 나와 인접한 집으로 들어가는 지연.

띵-동.

철컥-

초인종을 누른 지 얼마 안 되어서 문이 열렸고, 누군가가 나오자 지연은 영의인 줄로만 알았다.

“쌤?”

“……누구?”

“……?”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건 영의보다 덩치가 큰 다른 남자였고, 지연은 그 남자를 보자 잠시 경직되었다.

‘어, 누구……지? 쌤이 아닌데?’

하지만 그때, 거실 쪽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들은 영의가 현관 쪽으로 나오며 지연을 발견했다.

“어, 지연이네. 여긴 왜 벌써 온 거야?”

마침 방금 전에 네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영의.

그래서 그는 지연이 이런 이른 시간에 온 것에 대해 말을 꺼냈다.

“어어…… 평소에도 이 시간에 오긴 하는데…… 오늘은 청소하는 동안 잠깐 집에 가 있으라고 관장님이…….”

지연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자, 영의는 나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영의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지연의 상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음, 저 정도면 제법 발전했는데……. 나처럼 무식하게 싸우는 전법 말고 화연이처럼 싸우는 전법이면…… 지금부터 할 수 있겠는데?’

영의는 오늘 가져온 선물 더미 속에 있던 물건을 떠올리며, 지연에게 말을 꺼냈다.

“그럼, 청소 끝나면 같이 가서 수업이나 하자. 이제 기본기가 어느 정도는 잡힌 것 같네.”

영의의 말에, 지연은 깜짝 놀랐다.

“네? 정말요?”

아직 뭔가 몸이 나아졌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는데,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그리고, 그 둘의 대화 사이에 끼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하나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설명 좀 해 줘 봐. 나만 놔두고 둘이 대화하지 말고…….”

졸지에 엑스트라처럼 무시당한 영웅은 살짝 서글퍼지려 했었다.

영의와 지연이 한 줌의 과자와 세 모금의 음료수를 포함한 약간의 설명을 하였고, 그걸 들은 영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길 가다가 미친개들한테 뜯길 뻔한 걸 구해 줬는데 너무 잘 싸우길래 제자로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거야?”

“응.”

“그리고 그다음엔 체육관까지 왔고…… 수연이랑 친구 먹고?”

영웅의 말에 지연은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였다.

“친구는 아니고, 좀 친한 언니 동생 정도…….”

“……아무튼, 그래서 피지컬이 조금 떨어지니까 그동안 단련만 시켰는데…… 이제 피지컬이 좀 될 것 같으니 가르친다고?”

영웅의 말에 영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 우리 형, 생각보다 똑똑하네?”

“야 인마, 내가 성적이 안 나온 건 공부가 적성에 안 맞아서야. 멍청했던 게 아니라고.”

지연은 외부인에 가까운 자신을 앞에 두고 아무런 거리낌 없는 대화를 나누는 둘을 보며 약간 신기해했다.

‘……어, 내가 있는데도 저렇게 말을 하는 건가?’

그리고 그 시선을 눈치챈 건지, 영웅이 갑자기 웃었다.

“하하, 손님……이랄까? 아무튼 다른 사람 데려다 놓고 막 얘기하는 게 조금 그렇지? 근데, 우리 집안 특성상 제자가…… 반쯤은 가족 같은 관계라.”

의외로 심상치 않은 집안이라고는 여겼지만, 제자가 가족 같다는 얘기에 영의의 집안에 약간의 흥미를 가지게 된 지연.

그리고 그때, 정권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 왔다~ 얘들아, 엄마 안 오셨냐?”

“어, 아버지. 오셨어요?”

간만에 아버지를 발견하자, 영웅은 반갑다는 듯 인사를 했고 정권도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오오, 영웅이 아니냐. 작년 설날 이후로 처음이지? 언제 왔냐?”

“조금 전에요.”

“그래, 그보다 수연이는?”

“아까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고 있어요.”

영의의 말에 정권은 의문스러워했다.

“……왜? 과자도 놔두고는?”

“아, 저랑 조금 싸워서. 삐져 가지고 안에 있어요.”

영의는 무심하게 말했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정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 만하지. 지연아? 편하게 있다가 가라.”

그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정권.

“……??”

지연은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이상했다.

작년 설날 이후로 집에 안 들어오는 장남, 남매간에 싸움이 있었다고 너무 태연하게 말하는 작은아들.

그리고 그 작은아들과 막내딸이 싸웠다는 말에도 쿨하게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버지까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이혼하긴 했어도, 그 전까지 나름 평범한 가정에서 커 왔던 그녀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쌔, 쌤? 싸운 거라고 했는데…… 왜 저렇게 신경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해 영의에게 묻는 지연.

“아, 말……했나? 안 했나? 우리 집이 대대로 무술 하는 집안이라, 싸우는 게 일반적이야. 매일 주먹으로 치고받는데 말싸움 조금 한 게 뭐 대수라고?”

이 집안에서 싸움이야 별것 아니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영의.

“하하, 뼈 정도는 부러져야 부모님한테 혼나지.”

“맞지, 그것도 단순골절은 뼈가 더 튼튼해진다며 오히려 칭찬이고.”

지연은 둘의 말을 들으며 더욱더 큰 혼란에 빠졌다.

-가족 간에 뼈를 부러트리는 건 별일 아니다.

-제자는 가족과 같은 취급을 한다.

-결론은…… 나도 뼈가 부러지는 거다?

“어? 어어? 그, 그럼…… 저도 뼈 부러져요?”

지연이 굉장히 안절부절못하며 그렇게 묻자, 영의와 영웅은 웃었다.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저 이야기도 할아버지 때나 그랬고…….”

“그래, 요즘은 안 그러지. 대신…… 대련 중의 예기치 못한 사고나…….”

“그렇지…… 대련 중에 사고라든가…… 운동 중에 실수…… 정도는 있겠지만.”

영의와 영웅은 그렇게 말하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어린 시절 당해 본…… 아니, 겪어 본 경험을 떠올리면서…….

“어, 그으…… 쌤? 체육관으로…… 안 가세요?”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지려 하자, 지연은 다급히 분위기를 돌리려 했다.

“아, 그래. 가야지. 형도 가 볼래?”

“흠, 가 봐야지. 내가 각성자들 능력은 잘 몰라도, 몸에 대해선 잘 알잖아.”

자신의 팔뚝을 탁탁 치며 말하는 영웅.

“……뭐, 그건 맞지.”

그렇게 그들은 체육관으로 향했고, 영웅이 운동기구들을 만지며 추억을 되새기는 동안 영의와 지연은 수업을 하기로 했다.

“흠, 그래…… 뭐부터 가르치지? 내가 아는 어떤 영감님한테 부탁해서 교본용 책을 하나 구해 달라고 하긴 했는데…….”

“어…… 책이요?”

“아, 그걸 주고 알아서 배우라고는 안 할 거야. 그냥 참고용 교본이지.”

영의도 일단 상식이란 건 있었기에, 한문으로 쓰일 게 분명한 비급을 유출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비급에 적힌 내용이나 그림을 대강 해석해서 그걸 나름대로 바꾼 뒤 가르쳐 볼 생각이었다.

‘뭐, 알림이가 번역 정도는 해 주겠지! 정 안 되면 영감님들 아무한테나 읽어 달라고 하고!’

그렇게 수업에 들어가는 영의와 지연.

“자, 뇌기를 뿌려서 그걸 철로 같은 느낌으로 삼는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위를 미끄러지는 거야!”

“네……? 뭐를요?”

뇌룡보의 기본인 뇌전보부터 시작해서…….

“이제 뇌전보는 대충 알겠지?”

“어, 네에…….”

“그럼 그다음! 뇌룡보야! 자, 일단 공중을 걷는다!”

“……네?!”

체육관의 허공을 딛고 서 있는 영의.

영웅과 지연은 그런 영의를 바라보며 얼이 빠졌다.

“……야, 너 설마 걸어서 배달도 가능하냐……?”

“되긴 하는데, 귀찮아.”

“쌤…… 그걸 뭐 어떻게 하라고요……?”

도저히 교수님…… 아니, 선생님의 진도를 따라갈 수 없는 학생 지연.

뇌전보까지는 뇌기의 응용이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내력의 운용과 무공, 태극의 묘리가 필요한 뇌룡보는 이해가 힘들었다.

“뇌전보를 응용해서, 이런 느낌으로다가…… 이렇게!”

“……그러니까, 중간에 뇌기……를 안 쓰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건 안 되니?”

“네, 그건 안 돼요.”

아쉽게도 지연은 뇌기에 대해서만 감을 잡는 게 빨랐고, 영의처럼 무공 자체에 재능이 있진 않은 듯했다.

“쩝, 그럼 진도를 더 나갈 수가 없는데…….”

“지금 배운 것도 힘든데요…….”

그 말대로, 상당히 무리를 한 건지 양쪽 다리를 파르르 떨고 있는 지연.

“아아, 후우…… 후우…….”

지연은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럼, 잠깐 쉬자. 아무래도 수업을 조금 바꿔야겠네. 환기나 좀 하자.”

영의가 그렇게 말하며 창문으로 다가가 창문을 연 순간,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푸드덕-

“휘요옥!”

“뭐야? 새?”

“……도시에서, 보기는 힘든 종류인데요?”

창문이 열리자 날아든 것은 다름 아닌 뇌영.

“아, 잘 놀다 왔어?”

“휘요옥! 휘익!”

날개를 파닥거리며 영의의 어깨 위에서 좌우로 발을 조금씩 뗐다 옮기며 적절한 위치를 찾는 뇌영.

“어…….”

“우와……!”

그리고 그런 뇌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영웅과 지연.

“야, 영의야. 이게 그…… 황조롱이인가 뭐시긴가 하는 그거냐?”

“쌤, 얘 너무 귀여워요……! 키우는 거예요?”

영웅은 지연에게서 튀어나온 말에 당황했다.

“……엉? 맹금류 같은 게, 귀엽다고……?”

“네, 저 눈빛이 특히 귀여운데요?”

영웅은 자신이 뭔가 못 본 게 있나 싶어 뇌영의 눈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멀리 있는 먹이라도 꼭 쫓아가서 잡아채겠다는 각오가 보이는 듯한 매섭고 날카로운 눈빛.

“……아무튼 이상해…….”

“휘익?”

동물은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하던가, 뇌영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듯한 지연을 보자 고개를 갸웃하며 지연을 바라보았다.

“안녕……?”

“휘요!”

지연이 한쪽 손을 조금씩 내밀며 인사를 하자, 뇌영도 알아들은 듯 한쪽 날개를 들었다.

“우와! 얘 인사도 할 줄 알아요?”

“똑똑하긴 하지.”

“너 대단하구나!”

“휘잇!”

지연이 뇌영에게 놀라며 칭찬을 하자, 자기를 칭찬하는 걸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뇌영.

그리고 지연은 그런 뇌영을 보며 더욱 좋아했다.

“그럼 잠깐 데리고 있어 볼래?”

“네? 그래도 돼요?”

“뭐…… 그렇지. 뇌영아? 너는 어때?”

뇌영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우는 대신에 영의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지연의 다리 위로 착지했다.

“와아아…….”

자신의 다리 위에서 안 아프게끔 발톱에 힘을 빼고 사뿐사뿐 걸어 다니는 뇌영을 보자 뭔가 감동 같은 게 몰려오는 듯한 지연.

“……너 언제부터 새 같은 걸 키운 거야?”

“조금 됐어. 그보다, 간만인데 대련 안 할래?”

영의의 제안에, 영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내일 출근해야 돼.”

“입학식은?”

“거기가 직장인데?”

“뭐? 어디 교관으로 취직했다더니, 아카데미였어?”

그럼 수연이는 입학해서 교육을 받아도 집에서 하던 거랑 다를 게 없는 건가?

“내 본업은 따로 있는데…… 파견으로 거기 기간제 강사로 들어가게 됐어. 1학기 동안.”

“음, 그래……. 그럼 내일 입학식은 같이 못 있겠네?”

“그렇지. 아무래도 단상 쪽에 가까우니까.”

영의는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지연도 아카데미에 들어가는지가 궁금해졌다.

“맞다, 지연아.”

“네, 쌤. 아아, 하지 마~아.”

뇌영의 부리를 쓰다듬던 지연은 손가락을 약하게 무는 뇌영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답했다.

“너도 아카데미 갈 거니?”

“네.”

“흠, 뭐…… 대부분 각성자는 가니까…….”

“저도 내일 입학식이에요.”

“그래, 내일 입학……. 응?”

영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몸이 굳었다.

‘내일 입학식인데 여기 와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아니, 뭐 자유 시간이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해도…….’

“……부모님은? 내일 입학식인데 여기 와서 운동해도 되는 거야? 내일 근육통 생기면 입학식 때 어쩌려고?”

물론 입학식 이후 바로 수업을 시작하진 않는다.

금요일이 입학식이고, 그다음 날인 주말부터 기숙사 지원을 받기 때문.

주말 동안 기숙사에서 거주할 학생들이 전부 들어오면, 월요일부터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시스템이었다.

‘기숙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면, 내일 근육통 때문에 짐도 제대로 못 풀 텐데……?’

“아, 괜찮아요. 근육통 정도야 참으면 되는 거고…… 그리고, 뭐라고 할 부모님도 안 계셔서요.”

지연의 대답에 영웅과 영의는 잠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우리가 건들면 안 되는 주제를 건드렸나?’

“……그, 출근……하셨니?”

영웅은 혹시나 모를 최후의 희망에 모든 걸 걸고 물어보았다.

‘제발 그 위치에만 없다는 뜻이어라……!’

“네. 아빠는 오늘도 출근했죠 뭐…….”

그리고 그 도박은 성공했다.

“아, 뭐…… 집에 있으면 할 것도 없으니까 운동하는 것도 좋지 뭐!”

“그래, 맞벌이 가정이면 집에 있는 게 싫을 수도 있는 거지…….”

위기를 피했다고 생각한 두 형제.

“아빠만 출근했어요. 엄마는 옛날에 이혼했고.”

“앗, 아아…….”

“어, 으음…… 미안……. 혹시, 과자 좋아해?”

두 남자는 다시 할 말을 잃었고, 영의는 원래 줄 생각이었던 과자를 더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잘살고 있는 지연이었지만, 영의와 영웅의 머릿속에는 홀아비의 몸으로 어떻게든 딸을 잘 키워 낸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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