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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54화 (54/325)

#제54화 (4)

그렇게 행복 가득한 식사를 마친 노인들.

늘 그랬듯이, 독고휘와 팽소운은 느긋한 표정으로 정산을 시작했다.

“나는 지금 바로 써 오도록……. 아니지, 조금 걸릴 것 같으니 나중에 가지러 오도록 하게.”

“어어, 네.”

이미 천뢰검을 보여 줬고, 영의도 천뢰의 사용 방식을 대충 눈으로 보고 익혀 뒀기에 독고휘는 정산이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비급은 제대로 써 줄 모양.

“자, 그럼 뭘 배우고 싶지? 각법? 장법?”

팽소운이 적당한 바위 하나를 수강으로 쓸어 내고 매끈해진 단면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무공을 가르치려는 두 노인들의 모습에 당황하는 갈성천과 혜윤.

“아니, 무공을 그렇게 막 가르쳐도 되는 거야?”

“허허…… 아무리 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하여도…… 무공을 아낌없이 베푸는 것은…….”

그리고 팽소운은 그렇게 말하는 둘을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하…… 아직 맛을 못 봤군그래……? 가서, 백보신권이랑 대력강체술 한번 가르쳐 달라고 해 봐.”

“……네?”

팽소운은 영의에게 눈짓하며 둘을 가리켰고, 그 둘은 고개를 저었다.

“허허, 소림의 절기인 백보신권을 가르치라니. 물론 어려운 것은 아니나 그것은 소림의 무학과 단련된 몸이 있어야 가능한 무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아니외다.”

혜윤이 웃으면서 말하기 시작했으나, 중간부터 천천히 표정이 굳기 시작하더니 이내 말이 끝날 때쯤엔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이것은…… 대체?! 사술인가!”

혜윤은 곧바로 눈을 감으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건……!’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몸을 통제하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내면을.

‘어찌 마음이 이리 공허한, 무의 상태란 말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참선을 할 때도 내면에서만큼은 가만히 있겠다라는 마음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허…… 나의 몸은 정직하게 움직였거늘, 나의 마음이 욕심에 사로잡힌 건가? 아니면, 내 마음과 몸의 움직임을 나의 지식과 기억이 부정하는 것인가?’

혜윤은 이내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무공에 대한 깨달음은 아니었으나, 중으로서 더 중요한 마음의 깨달음을 얻고 차분해졌다.

“시주, 나를 용서해 주시오. 잠시나마 번뇌에 휩싸여 당연한 것을 무시하려 한 이 모자란 땡중을…….”

영의는 혜윤의 태도에 당황했다.

‘이 스님은 왜 이래?! 평생 풀만 먹다 고기 맛을 알더니 갑자기 정신에 이상이 생겼나?’

무공에 대해서 얘기해 주려다 갑자기 사술이라고 말하면서 표정이 굳더니, 이내 눈을 조금 감고 있다가 또 인자한 표정으로 웃는다.

영의는 이 스님이 혹시 치매가 오고있는게 아닐까 의심하면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 으음…… 네.”

“허허…… 참으로 감사하오, 시주.”

혜윤은 그렇게 합장을 하고는 혜윤에게 허리를 숙였다.

“소림의 백보신권은 본디 단련된 신체와 올곧은 마음에서 나오는, 전력을 다한 일권이지요.”

혜윤은 정권을 지르려는 듯, 다리를 벌리고 약간 숙인 뒤, 주먹을 허리에 갖다 대었다.

후욱-

팡!

그가 정권을 내질렀을 때, 저 앞에 있는 바위의 표면이 부서지며 작은 원형의 홈이 생겼다.

“평생을 단련해 온 모든 것을 담은 일격. 그 주먹은 백 보 바깥까지도 닿기에, 백보신권입니다. 하지만, 소승의 것은 조금 다릅니다.”

혜윤은 그 말을 하고는 가사 자락을 펄럭이더니, 이내 상의 부분을 탈의하였다.

승복 바지만을 입은 그 육체는 도저히 노인의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었다.

마치 이소룡의 전성기 이상을 보는 듯한 마른 근육질. 흡사 근육이란 걸 압축하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근육이 선명했다.

“우와…… 무슨 몸이…….”

영의가 그 몸을 보며 감탄할 때, 팽소운이 슬쩍 속삭였다.

“저게 그 금강불괴지체란 거다. 대부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수많은 체질 중에 유일하게 후천적으로도 만들 수 있는 체질이지.”

“……뭔 지체요?”

그리고 이내, 혜윤이 아무런 자세도 잡지 않고 주먹을 허공으로 내질렀다.

쐐액-!

수건이나 이불을 터는 듯한 소리가 났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엔 무언가가 엄청나게 빠르게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쩌억!

그리고 이번 주먹의 결과는 아까와는 확연히 달랐다.

바위가 부서지고 자시고도 없이, 드릴로 뚫은 것처럼 아예 깔끔히 구멍이 나 버린 것이다.

“후우…….”

혜윤은 다시 가사를 걸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몸에 열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기에.

“오오……!”

“저게 저놈의 백보신권이지. 원래 백보신권이란 게 주먹의 기세가 백 보까지 닿는 무공인데, 저놈은 그게 백 보에서 시작을 해 버리거든. 그것보다 가까우면 뭐…… 박살이 나는 거고.”

팽소운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마대전 때 폭혈도랑 싸우는 광경이 참…….’

일단 몸에 칼날을 넣는 순간 혈관을 찢어 내 출혈사로 죽여 버리는 폭혈도와 한 방이라도 맞으면 그 부분이 아예 날아가 버리는 주먹을 휘두르는 혜윤.

하필 둘 다 대머리라서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스님끼리 싸운다며 약간 웃었을 것이다.

물론, 둘의 싸움이 만들어 내는 여파를 봤다면 못 웃었겠지만.

그리고 영의가 혜윤의 백보신권을 보며 눈을 반짝거리고 있을 때, 갈성천은 몸을 움찔움찔하고 있었다.

‘젠장, 토하는 것도 못 하고…… 도망도 못 치겠는데……?’

갈성천은 혜윤이 백보신권을 전수하려는 모습을 보고 빠르게 눈치챘다. 음식을 먹어서 그 대가로 이러는 거라고.

물론 그가 지금 수중에 돈이 있었다면…… 아니, 돈보다는 현물이 더 좋았을 것이다.

영의의 입장에선 철전은 그냥 철 쪼가리고, 은자나 금자쯤은 되어야 그나마 재물 취급이니.

하지만 그는 지금 가진 게 없었다.

사파의 수장이니만큼 명령하면 손에 들어오는 위치에 있으니, 역으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던 것.

‘크윽……!’

갈성천은 자신의 준비성이 철저하지 못했음을 후회하며,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었다.

한편, 영의는 혜윤의 가르침을 전수받고 있었다.

“주먹을 날리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꿰뚫어서 죽여 버리란 느낌으로 내지르라고요……?”

“맞소. 일권에 적을 쓰러트린다라는 어설픈 각오가 아닌, 이 주먹으로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는 각오로……!”

도저히 스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옷을 벗은 모습을 보니 뭔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눈앞에 근육이 우락부락한 어르신이 미소를 지었는데…… 아까의 인자함은 어디로 가고 웬 살인마 하나가…….’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아무튼, 영의는 백보신권에 대한 설명을 받으면서 대충 따라 해 봤지만, 자신에겐 맞지 않는 듯했다.

“이거, 실제로는 좀 힘들겠는데요……? 맨몸으로 쇠 정도는 찢어 내야…….”

영의가 뇌기를 순환시키는 동시에 온몸에 힘을 실어 주먹을 휘둘러 봤으나, 뇌기로 강화해도 그의 육체는 권풍을 만들기 힘들었다.

“……못하시오?”

“못하냐?”

그거 하나 못하냐는 눈으로 쳐다보는 팽소운과 혜윤.

“허어…… 무재는 하늘에 닿았는데, 몸이 닿질 못했구나!”

“이럴 게 아니오, 빨리 단련부터 시켜야……! 소승이 직접 개조한 금강역사역근경을……!”

팽소운은 한숨을 내쉬었고, 혜윤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무재는 엄청난데, 몸이 그걸 못 따라가……!’

물론 영의가 몸이 모자란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차고도 넘친다.

지금 그의 등급은 공식적으로는 B급. 같은 B급의 강화 계열 각성자를 데려와도 피지컬로 이길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건 그걸 뛰어넘는 괴수들.

두 대 맞고 한 대 치는 전술로 권왕이란 이름을 얻어 버린 팽소운.

금강불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정마대전 때 직접 보여 주며, 마교 최악의 살인귀 폭혈도를 맨몸으로 막아 낸 혜윤대사.

나름 뛰어난 몸과 재능을 가진 영의였지만 육체의 천재 둘에게는 부족했다.

“어떡하지? 패황권은 내력 위주라서 가르쳤는데, 내 나머지 성명절기는?!”

“이럴 게 아니오, 팽 시주! 어서 단련부터 시켜 버립시다!”

그리고 그 둘의 대화가 심상찮음을 느낀 영의는 도주를 몰래 준비했다.

‘뇌룡보로 바로 거리를 벌린 뒤, 바이크를 타고 부스터를 켠다……!’

그렇게 영의가 다리에 뇌기를 집중시키던 그때, 갈성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대력강체술을 섞으면 되잖아. 내력으로 돌리는 거니까, 따로 단련할 필요도 별로 없고.”

갈성천은 마치 저녁 식사 시간에 눈이 오는 걸 본 군인 같은 얼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음……? 맞네?”

“오오, 갈 시주!”

희망을 발견한 듯한 두 육체파 노인. 그리고 갈성천은 정말 싫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애송이, 귀 열고 똑바로 들어라. 나도 가르치긴 싫은데 내 몸이 가르치라고 그러네.”

독고휘와는 다르게 나름대로 저항하며 말하는 갈성천.

줄타기를 많이 해 온 사파 인생이 빛을 발했다.

“뇌격공을 쓰면 일단 몸에 기를 둘러서 강화하는 요령은 알고 있겠지?”

“어어, 네.”

갈성천의 설명이 시작되자 일단 경청하기 시작하는 영의.

백보신권과 달리 이쪽은 나름 시도해 볼 만한 무공인 것 같았다.

“보통 독고휘 저 양반은 극쾌…… 아니, 극극쾌를 추구하니까 뇌기로 속도를 팔 할, 근력을 이 할 정도 올린다. 물론 너는 다르겠지만.”

“……네.”

영의는 5:5로 밸런스 있게 올리는 편이었다.

물론, 뇌격공 자체가 속도 특화 무공이어서 속도에 치중되어 있지만, 영의는 각성자의 신체를 지녔기에 힘 쪽은 부족할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 대력강체술은 다르다. 속도는 없다. 힘에 전부를 때려 박는 거다.”

“……네?”

영의는 눈으로 갈성천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혜윤처럼 근육이 엄청나게 압축된 인물인 것도 아니고, 적당한 근육질인데……?

“뭐…… 보여 주지, 대력강체술을.”

갈성천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갈성천이 나서자 뒤로 두 발짝 물러나는 팽소운과 혜윤.

“자, 봐라! 내가 왜 패왕인지 보여 주마!”

갈성천은 단전에 가득 찬 내력을 온몸 곳곳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의 몸 전체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꾸드득, 뿌득-

뼈마디에서 나면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소리가 계속 이어지면서, 그의 몸이 점점 덩치를 키워 갔다.

“……세상에.”

그리고 그가 신체의 강화를 마쳤을 때, 그는 아까 덩치의 두 배 정도 되는 근육질의 거인이 되어 있었다.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 내며, 적을 부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야말로 패도의 극! 패왕의 모습이었다.

‘……초록색이면 딱인데.’

그러나 영의는 그 모습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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