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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50화 (50/325)

#제50화 (25)

영의는 꿈을 꿨다. 짧은 듯 짧지 않은 그런 꿈을.

꿈에서 그는 하늘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상은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었다.

‘……여긴, 마교?’

조금 전만 해도 멀쩡했던 마교가 불타오르는 광경을 보는 영의.

그리고 그 불타오르는 마교의 성에서 누군가가 밖으로 걸어 나왔고, 이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구지?’

영의가 그 인물을 자세히 살펴보려 했을 때,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들렸다.

-휘요오오!

‘뭐야?!’

“흐억!”

그리고 그다음 순간, 영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휘요오! 삐익!”

파닥파닥.

그가 깨어나자 그의 머리맡에 있던 뇌영이 기쁜 듯이 지저귀며 날개를 펄럭거렸다.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일각(15분)도 안 되어서 깨어나셨군요, 그래. 이 아이가 너무 서글프게 울길래 나름 걱정했는데, 회복력이 뛰어나신 모양입니다.”

영의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선한 인상의 노파가 앉아 있었다.

“누구시죠?”

“아아, 그냥 보잘것없는 의원 나부랭이입니다. 그리고 손님께서는 말씀을 낮춰 주시지요.”

노파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영의.

그리고 영의가 깨어난 걸 확인하자 노파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럼, 환자가 깨어났으니 의원은 필요가 없겠지요? 흘흘…….”

노파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일단 감사 인사를 하는 영의.

“어어,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치료한 게 없습니다. 다만 상태를 살폈을 뿐. 그럼 깨어났다고 전하고 오지요.”

노파는 느릿한 걸음으로 방을 나섰고, 이내 문이 닫히고 영의는 뇌영과 단둘이 남았다.

“……나, 쓰러졌나?”

“삐요! 휘이익!”

영의의 어깨 위로 올라와 뭔가 설명하려는 듯 날갯짓과 몸짓을 하는 뇌영.

하지만 영의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나중에 글자라도 가르쳐야 하나…….”

그리고 그때, 시야에 알림 창이 떠올랐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Alrim이 업데이트 내용을 안내해 드려도 될까요?]

“어, 뭔가 또 바뀐 것 같은데……?”

이번엔 약간 인공지능처럼 멘트가 나오는 알림이.

영의는 일단 무슨 내용이 업데이트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승낙했다.

“안내해 줘.”

그러자 그 순간 영의의 귓가에 여성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업데이트로 변경된 점에 대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음성 안내? 근데, 뭔가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음성인 것 같기도…….”

원래부터 음성 안내 기능은 있었다.

다만 조금 건조한 목소리였을 뿐.

하지만 지금은 성우가 녹음한 것처럼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목소리였다.

-네, 음성 안내 기능 추가와 Alrim의 자율 기능 추가, 그리고 새로운 고객 탐색이 완료되었습니다. 추가로, 이제부턴 주문이 유동적으로 변화합니다.

앞부분은 대충 알아먹겠다. 지금 당장 체험 중이니까.

그리고 새로운 고객도 언젠가는 표시가 되겠지. 근데 마지막은 뭐?

“유동적…… 변화? 무슨 말이야?”

영의의 물음에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렸다.

-지금까지는 추천되는 메뉴를 제공했으나, 이제부터는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 보상의 폭도 달라집니다.

영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호도에 따라 다르다고?

그리고 그때 영의를 구원하려는 듯, 알림이가 추가적인 안내를 실시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를 제공하겠습니다. 고객, 베키는 햄버거 또는 샌드위치가 적합한 대상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치킨을 배달해도 그녀는 보상을 줄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겁니다.

“어……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추천을 해 준 거고, 이제부턴 자유 배달도 된다…… 이거지? 그리고 보상은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지고?”

즉, 지금부턴 ‘???’가 뜨던 때처럼 머리 싸맬 필요도 없고, 적당히 좋아할 만한 것 하나 골라 가면 된다고 판단한 영의.

-비슷합니다. 추천보다 더 적합한 음식을 배달할 경우 추가적 보상이, 만약 만족하지 못할 경우 보상의 수준이 하락합니다.

“흠…… 추천 그대로 들고 가면 평상시처럼 받고?”

-네. 정확합니다.

영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귀찮아진 점도 있는 것 같지만, 입맛만 잘 맞추면 보상이 더 잘 나온단 거잖아?

추천 쪽을 참고하면 어떤 종류인지도 대충 알 거고.

“좋아…… 그럼 새로운 고객은?”

-그 부분은 알리지 않겠습니다. 현재의 배달을 완료해 주십시오.

“……알겠어.”

그렇게 알림이와 한창 대화를 하던 도중,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인기척을 느끼고는 곧바로 알림이와의 대화를 멈추는 영의.

“크흠, 들어가도 되나?”

“어, 네.”

문이 열리고, 혁련무강과 연화가 걸어 들어왔다.

“그래…… 몸은 괜찮은가?”

“네, 어떤 할머니가 보살펴 주셔서…….”

영의의 말에 혁련무강은 몰래 영의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겉보기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영의.

“크흠, 뭔가 당한 건 없고?”

“……당해요?”

방금 전, 웃으면서 나간 선한 인상의 노파는 마의, 백천정이었다.

마교 최고의 의원이었고, 또 제법 강자이긴 했으나…… 부상을 깔끔히 고치는 대신에 모든 환자에게 실험 삼아 그녀의 약을 투여하는 광기를 보이는 인물이었다.

“아니라면 다행인 거겠죠.”

“그래, 아무리 마의라도 내 손님한테 손을 댈 정도로 미치진 않았나 보군.”

연화와 혁련무강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영의.

사실, 마의는 무언가 하려고 했지만 영의가 너무 일찍 깨어난 데다가 뇌영이 그녀의 움직임을 날개를 마구 휘저으며 가로막았기에 하지 못한 것이었다.

“뭐…… 일단 쓰러진 거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숙이는 영의. 그러나 혁련무강은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아닐세, 당연한 일이지. 그보다…… 본의 아니게 내가 자네의 짐을 보았네만, 안에 든 것들은…… 또 다른 음식들인가?”

영의가 쓰러지고, 그가 갖고 있던 보온 박스는 혁련무강이 회수하여 이 방에 두었으나 그 전에 내용물을 한번 살펴보았었다.

붉은 국물이 담긴 통과 검은 무언가가 들어찬 통, 그리고 튀김 조각들과 면이 담긴 그릇들…….

보자마자 다른 음식이라 직감했지만 손을 댈 마음은 나지 않았다.

치킨을 먹은 이후이기도 했고, 함부로 손을 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을 정도로 혁련무강은 단순하지 않았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통 안에 든 보석 같은 물체.

그 물체에서 자연의 기가 응축된 기운이 느껴졌다.

이 돌에 대해 물어보려던 혁련무강. 그러나 이어진 영의의 말에 그는 물어보지 못했다.

“네, 음식들이에요. 독고휘 영감님한테 갖다 줄…….”

“……뭐?”

곧바로 독고휘에게 간단 말인가?

나한테 천마군림보를 배워 놓고? 뭐야, 사실은 나보다 독고휘가 더 좋았던 건가?

하지만 혁련무강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만약에 정마대전이 다시 일어난다면, 독고휘와 자신이 맞붙었을 때 이길 자신은 있다.

반로환동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 녀석이 중간에 끼어 들어와서 아까 본 일격을 꽂아 넣는다면?

‘나는, 패배하겠지…….’

지금 이 녀석을 섣불리 자극했다가는 정파 쪽에 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혁련무강.

그는 영의가 정, 사, 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혁련무강으로서는 그런 위험한 도박을 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영의는 정파고 사파고 간에 보상만 잘 받으면 상관이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독고휘 영감님이랑…… 그, 라이벌? 이셨나?”

영의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혁련무강과 연화.

처음 듣는 말을 한다?

“라이벌……이 뭔가?”

“아, 그 숙적 같은 말이죠. 맨날 부딪치고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로 보는…….”

영의는 가벼운 느낌으로 말한 것이었으나 혁련무강에겐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 우리 둘 모두를 아는 이 녀석도 우릴 숙적이라 칭하는구나. 독고휘! 이번엔 결판을……. 잠깐, 이 녀석은 별 제한 없이 둘을 오가잖아? 그럼…….’

혁련무강은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보게, 영의. 내 하나 제안할 게 있는데…… 들어주겠나?”

“……네?”

“자네가 독고휘에게 간다면, 내 서신을 하나 전해 주게. 만약 그래 준다면 내 보상을 아주 단단히 해 주지.”

혁련무강은 천마비고를 다시 한번 열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다.

‘비고에서의 또 다른 지출은 조금 뼈아프지만, 독고휘에게 내 서신을 제대로 전달할 수만 있다면야……!’

지난번에 무림맹 쪽으로 보낸 서신은 뭐 제대로 전달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른다.

그냥 희망적 관측으로 보낸 것뿐. 하지만 눈앞의 영의는 달랐다.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또 자신에게 답변이 가능한 인물이었던 것.

“아뇨, 뭐…… 그냥 해 드릴게요. 어려운 것도 아니고…….”

영의는 그냥 대가 없이 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독고휘에게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고, 또 쓰러졌던 자신을 나름 잘 챙겨 주지 않았나.

욕심 정도는 조금씩 부리고, 또 요령 있는 삶을 사는 영의였지만 은혜는 잊지 않는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내 금방 서신을 써 오도록 하지.”

혁련무강은 곧바로 방을 나서며 연화에게 전음을 보냈다.

-연화야, 그 남자를 잘 대접하거라. 교가 적으로 돌리면 위험한 사내이니.

연화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당황했으나, 이미 혁련무강은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개인실로 향하고 있었다.

‘시작을 어떻게 하지? 나의 오랜 적수 독고휘? 아니, 조금 그런데……. 나의 친구 독고휘? 하지만 우리 사이에 친분은…….’

이젠 뛰듯이 걸으며 서신의 내용을 궁리하는 혁련무강.

그리고 그가 떠난 방 안에는 어색한 분위기의 연화와 영의만이 남았다.

“휘이익! 휘요!”

“어, 음…… 이 아이가 지난번에 가져가신 뇌령조……인가요?”

일단 뇌영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는 연화.

“네. 근데…… 말은 편하게 하셔도…….”

“아니요, 손님이신데 말을 높여야 예법에 맞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요리를 가져오시는 분인데 막 대하는 건 제가 불편한지라…….”

둘은 뭔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편, 독고휘의 거처 앞.

동굴 앞은 상당히 시끌벅적했다.

“으하하! 그게 정말이라고? 독고휘 형님이 가르치는 족족 배워 버리는 기재가 있다고? 심지어 뇌전지체에?”

“그렇다니까! 그리고 녀석이 가져오는 음식이랑 술이 얼마나 맛있는데!”

패왕 갈성천과 권왕 팽소운.

정파와 사파 양쪽에서 목소리가 크기로 유명한 두 인물이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자 산이 다 시끄러웠다.

“허허…… 정말로 그런 인재가 있다면 보고 싶습니다.”

“그래, 그런 녀석이 있었으면 이미 잡아 두고 제자 삼았을 텐데. 그 인재는 어디 있는 거요?”

혜윤대사와 갈성천은 독고휘를 보며 그렇게 말했고, 이미 영의가 주고 간 술은 바닥나서 물만 홀짝이던 독고휘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녀석은 바람같이 와서 환각처럼 우리의 정신을 쏙 빼놓고 다시 바람처럼 사라지지. 그리고 녀석이 가고 난 자리에는 항상 우리가 먹은 음식과 술만이 남아 있었어.”

독고휘의 말에 갈성천과 팽소운은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 왜 안 어울리게 글쟁이들처럼 말하시나?”

“말년에 비급 쓴다고 글공부 좀 하더니 어느새 시에도 취미를 들이신 거요?”

둘은 술이 조금 들어가서인지 텐션이 높아졌다.

“으하하, 만약 그런 인재가 있다! 있다 칩시다! 그리고 그 녀석이 내 성명절기를 그대로 따라 배워 버리면, 내가 사도련 부련주직을 주겠소! 흐하하하!”

갈성천은 흥이 오른 듯 그렇게 말해 버렸고, 그 말을 들은 팽소운은 취기가 싹 가셨다.

“……또 다른 호구 놈이…….”

팽소운은 아주 작게 그렇게 말했다.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네! 하하!”

독고휘와 팽소운, 둘은 갈성천을 보며 불쌍하단 생각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동시에 가졌다.

‘어후…… 왜 괜히 저런 허풍을 쳐서는……. 누가 사파 아니랄까 봐…….’

‘그래도 련주직을 걸진 않아서 다행이군. 부련주면 대충 감투만 씌워 주면 되니까.’

천하제일 비무대회의 개최까지.

앞으로 두 달 남은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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