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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49화 (49/325)

#제49화 (24)

장화관과 혁련연화. 둘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무공을 먼저 배우고, 나중에 요리에 취미를 붙였는데 의외로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장화관은 그때부터 폭혈도란 이름을 버리고 숙수로서 사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둘 다 지금은 마교 내부의 지위에 별 관심이 없다.

연화의 오빠들은 소교주 위를 쟁탈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물론 열심히 공부하고 무공 수련도 했다.

오빠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그녀는 모두의 기대를 받았고, 이내 세력을 만들기 위해 숙수로 전향한 장화관을 포섭하러 찾아갔다가 그의 설명을 듣고 요리를 맛보았다.

그런 다음, 거짓말처럼 소교주 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장화관도 정마대전이 끝나고 난 뒤 어느 순간부터 병기인 도를 버리고 식도를 들었고, 사람의 목을 썰기보다는 어제 도축한 돼지의 목살을 써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들의 열정은 무공보다는 요리 쪽에 쏠렸고, 그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모두 쏟아부어 만든 그들의 치킨이 눈앞에서 내쳐졌다.

지금도 한구석에 방치된 채 천천히 식어 가고 있는 붉은색의 닭튀김.

하지만 그들은 그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수 없었다.

“……꿀꺽.”

“…….”

눈앞에, 지난번 보았던 그 극상의 요리가 있었기에. 그것도 두 개나!

물론 하나는 교주이자 천마인 혁련무강이 가져갔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그와 가장 가까운 두 부하들과 함께 먹으라며 하사받았다.

그리고 현재. 마지막 남은 하나의 조각을 두고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몰래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검마와 권마.

-……야, 자성아.

-왜?

-둘 제압하고, 우리끼리 반 나누자.

-될까? 그래도 장화관인데.

전성기에 엄청난 악명을 자랑했던 폭혈도였기에, 권마는 긴장했다.

-숙수 된 지 한참 지났으니까, 해볼 만하다.

-그러면…….

그렇게 그들이 작전 회의를 할 때, 그 전음에 끼어드는 이가 있었다.

-어딜 그렇게 몰래 얘기를 나누나? 응?

장화관의 목소리에 검마와 권마는 화들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을 노려보며 능글맞게 웃고 있는 장화관의 민머리가 반짝거렸다.

-저, 전음에 끼어든다고?

-진정해라, 옛날부터 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았던 녀석이니.

-뭘 그렇게 나만 빼고 사이좋게 이야기를 하나? 좋은 건 같이 좀 알자고. 후후…….

그렇게 셋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 하나가 전음을 멈춘다면 그 사람에게 기감을 집중하며 견제를 하는 셋.

-하하…… 그러고 보니 우리 셋 중 누가 제일 강한가를 가려 본 적 없지 않나?

-이참에 한번 겨뤄 볼까!

-후후후…… 가장 먼저 먹는 놈이 승……. 응?

그렇게 셋이 미소를 띠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마지막 남은 하나의 조각을 연화가 홀랑 먹어 버렸다.

“……세 분, 왜 안 드시나요? 배부르신가? 다 막 웃고 계시네.”

마지막 치킨 조각을 우물거리는 연화.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세 노인들은 안타까움을 속으로 삭였다.

‘아, 지존의 금지옥엽만 아니었어도…….’

‘아, 조카만 아니었어도…….’

‘아, 제자만 아니었어도…….’

차마 지위상, 신분상, 체면상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세 노인.

그것도 옆에 혁련무강이 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허허, 나이를 먹으니 먹는 양이 줄어서 말입니다.”

아직도 하루 평균 다섯 끼를 먹는 권마의 말.

“숙부가 되어서 조카의 것을 탐할 순 없지. 하하.”

지금까지도 소심하게 운광과의 승패를 적립하고 또 기록하고 있는 검마의 말.

“하하하, 저는 제가 만든 게 있으니 그걸 먹으면 됩니다.”

차마 이 맛있는 진짜 치킨을 먹고 자신의 재현작을 먹으려니 영 손이 안 가는 장화관.

그리고 그들은 이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그냥 바로 손 뻗을걸……. 그럼 삼파전으로 끌고 올 수 있었는데…….

그렇게 세 노인들이 남은 양념이라도 긁어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혁련무강은 그들보다 빠르게 치킨을 모두 먹고는 영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지난번에 본좌가 천마군림보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었나?”

“네.”

“그럼, 따라오도록.”

혁련무강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개인실 밖으로 나갔다.

영의가 그 뒤를 따랐고, 자리에 남은 세 노인과 연화.

“……방금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니, 아마 아닐 거다. 천마군림보를 전수하신다고…….”

검마와 권마의 대화. 그러나 남은 둘은 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연화는 이미 천마군림보의 전수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장화관은 양념을 찍어서 맛보고 있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막으로 나온 혁련무강과 영의.

“그래, 본좌의 천마군림보를 가르쳐 주지. 독고휘의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그러고는 독고휘와 다른 고수들이 그랬듯이 전수를 시작했다.

“천마군림보는 전설상의 천마께서 걷던 것을 흉내 내기 위한 후대의 무학이며, 이것은…….”

설명은 의외로 간단했다.

거인의 발걸음과도 같은 것을 상상하고 또 기도하며 발을 구르는 것으로, 발을 디딜 때 일정한 공간을 찍어 누르듯 제압하는 방식.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발로 찍는다고 생각하면서, 기를 움직여라…… 이건가요?”

“어렴풋이 이해한 것 같군. 한번 해 보게.”

영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혁련무강.

영의는 그것을 보며 자신의 접근 방식이 나름 맞았구나 생각했다.

“대충…… 이렇게?”

앞으로 발을 뻗으며 뇌룡보와 비슷한 방식으로 뇌기를 모아 내딛는다.

하지만 거기에 실린 힘은 더욱 패도적이고 강맹하게.

하지만 뇌룡보와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 그의 보법.

‘보이지 않는 거인…… 보이지 않는 거인…….’

영의는 계속 되뇌다가 문득 깨달았다.

굳이 투명한 걸 떠올리지 말고, 그냥 영화나 만화의 장면을 연상해 볼까?

아니면, 아예 만들어 버리면……?

영의는 그렇게 생각을 이어 가며 발을 계속 내디뎠다.

어느 순간부터 움직임도 달라지기 시작했고, 혁련무강이 뭔가 말하려 했으나 영의의 상태를 보고는 멈추었다.

“흐음…… 무아지경 중에 만들어 내는 새 보법이라. 무재는 확실하군그래.”

영의는 어느 순간 천마군림보도, 뇌룡보도 아닌 새로운 보법을 밟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강화하는 뇌기의 순환, 빠르지만 제멋대로 움직이는 뇌기를 통제해 공격으로 삼는 뇌격공.

‘이걸 메인으로 삼는다. 내 몸에서 나오는 기술이니까.’

그런 다음, 맹호파산보와 천마군림보의 패도적이고 찍어 누르는 부분을, 자신의 몸이 아닌 내력, 즉 뇌기로 대체한다.

‘내 몸에서 나오는 힘은 별것 없다. 하지만 뇌기를 대신 움직이면? 더 강한 출력이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거인의 이미지는 포기한다.

하지만, 뇌기로 직접 거인을 만들어 버린다면?

그리고, 제운종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그 모든 것에 적용한다면?

그렇게 영의의 생각이 하나하나 정리되어 갈 때마다, 그의 몸 주위로 뇌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혁련무강은 영의의 새로운 무공에 감탄했다.

“오오…… 본좌의, 신교의 천마군림보조차 참고로 삼아 버리는구나! 그래, 더 해 보아라!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 하하하하!”

크게 웃으면서 영의를 지켜보는 혁련무강.

그리고 영의는 이제 무아지경이 거의 끝나 가는 듯,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을…… 뻗어 걷는다. 거인의 움직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파괴력이 생성된다.’

이내 영의가 앞으로 발을 뻗어 걷자 주변에서 휘몰아치던 뇌기가 거대한 발의 형태로 변해 영의의 앞길을 찍어 눌렀다.

콰앙!

거대한 뇌기의 발이 바닥에 닿자 모래가 튀어 오르고, 뇌전 줄기들이 그 모래 사이로 비수처럼 날아갔다.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사막에 구덩이가 생겼고, 주변의 모래들이 그 구덩이를 메우기 위해 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새 무공인가.”

그때 영의의 시야에 알림 창이 떠올랐다.

[보상 수령 완료!]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업데이트가 진행 중이라 그런지 추가적인 사항은 뜨지 않고 보상 수령이 완료됐단 메시지만 띄워 주는 알림이.

그리고 알림 창을 바라보던 영의의 뒤로 혁련무강이 다가왔다.

“제법 훌륭한 무공이군. 보이지 않는 거인을 진짜로 보이게끔 만들어 버리다니. 하지만 힘의 낭비가 너무 많아. 주변으로 튀어 나가는 힘을 온전히…….”

“……무공이 아니에요.”

조금 더 다듬기 위한 방향으로 조언하는 혁련무강.

이것은 보상 과정에서의 호의가 아닌, 뛰어난 무인에 대한 그의 순수한 호의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그러나 영의는 혁련무강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뭐라?”

“방금 건 그냥 걸은 거고, 진짜 무공은…….”

거인은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천재지변과도 가깝다.

그 충격은 지진을 일으키며, 그의 발에 차이면 산도 형태가 무너진다.

만약 그 거인이 화를 내며 땅을 마구잡이로 부순다면? 그걸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거인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신의 분노, 또는 살아 있는 재앙쯤 된다고 생각하겠지.

영의는 방금 전의 감각을 그대로 이끌어 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아까처럼 뇌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이 영의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고, 이내 사막에 다시 충돌했다.

퍼어어-엉!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폭발이 일어났고, 뇌기는 주변으로 튀어 나가지 않았다.

혁련무강이 피어오르는 먼지를 걷어 내자, 그곳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있었다.

구덩이가 아주 크게 생겨나 있었다.

이건 그럴 법도 했다. 엄청난 폭발이었으니까.

하지만…… 구덩이의 끝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이 있다면?

그리고, 구덩이의 곳곳에 모래가 녹아 유리 결정 같은 것이 생겨나 있다면?

그 광경은 필시 아름다울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만든 과정을 눈앞에서 본 혁련무강은 그 광경을 보고 아주 잠깐 공포를 느꼈다.

‘움직임도 느리고, 마찬가지로 기습도 힘든 무공이다. 하지만 맞기만 한다면? 정면에서 이 공격을 맞으면…… 누가 살 수 있을까?’

아마 가장 강한 방어력과 맷집을 자랑하는 권마도 이걸 맞아 주면 죽진 않아도, 한 달쯤은 누워 지내야 하리라.

‘폭풍우가 칠 때 생기는 모든 번개가 한곳에 몰아서 쳐도 이렇게 되긴 힘들 것 같구나.’

그것은 생물로서는 당연한, 자연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았을 때 느끼는 원초적인 공포였다.

그리고 그때, 뭔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영의가 쓰러져 있었다.

‘아…… 너무, 과하게 썼나……?’

방금 전의 일격에 체내 뇌기의 80퍼센트를 넘게 뿜어냈던 영의.

그는 온몸의 힘이 빠져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쓰러지자 그의 품에서 뇌영이 어느새 빠져나와 그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삐익! 삐이이익!

“흐음…… 뇌령조의 새끼인가? 벌써 태어났군, 그래?”

“네……. 근데 저 좀 일으켜 주실 수 있어요?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데.”

“흠, 일단 풍경을 좀 더 감상하다가 하겠네. 이만큼 소란을 피웠으니, 조만간 누군가는 오겠지.”

천마 혁련무강, 그는 영의가 만들어 낸 구덩이를 조사해 보기로 했다.

만약 저 무공이 자신을, 교를 향해 온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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