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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48화 (48/325)

#제48화 (23)

마교의 본단과 그 구성원들이 사는 곳을 둘러싼 거대한 성.

마교의 주민들이 그곳을 딱히 지칭하는 이름은 없다. 그저 집이라고 여기니까.

그리고 중원에서도 거길 딱히 뭐라고 규정하진 않는다.

그냥 마교 쪽이니까. 마교의 본단, 마교의 거처…… 이런 식으로.

하지만 그곳을 거쳐 서역으로 상행을 나가는 이들은 그곳을 이렇게 부른다. 중원과 서역 사이의 성, 중서간성(中西間城)이라고…….

그 말 그대로 서역의 문화 일부와 중원의 문화가 섞인 듯한 이 지역은 양쪽에서의 이점만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린 생활을 했다.

그런 만큼 식문화와 나름의 복색 문화도 중원과는 달랐고, 어지간해선 파격적인 복장이라도 그냥 차이점으로 넘길 만했으나…….

한 남자의 옷차림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남자에게 있는 짐 정도야 뭐 눈에 띄진 않는다.

서역에도 저런 식의 짐주머니는 있으니까. 하지만 복색은 이야기가 달랐다.

상체는 검은 옷이었으나 단추의 형태로 잠근 게 아닌 듯 보였다.

바지는 품이 넉넉한 일반적 형태가 아닌, 천을 딱 맞게 재단한 듯 다리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에 뒤집어쓴 은색의 둥근 무언가.

영의는 마교 측의 성안에 있는 시가지를 그 차림으로 걷고 있었다.

예전처럼 하늘을 통해 접근하고 싶었으나, 그러면 또 너무 눈에 띌 것 같아 시가지의 구석진 곳으로 몰래 착륙한 뒤 자연스럽게 걸어온 건데…… 오히려 이게 더 눈에 띄는 듯했다.

‘아, 그냥 정문에서 대놓고 말할 걸 그랬나……? 괜히 눈에 안 띄려고 몰래 와서는…….’

차라리 예전처럼 그냥 뇌기나 좀 쏴 대고 알아서 오게 놔둘 걸 그랬다고 생각하는 영의. 그는 5분 전의 자신을 자책했다.

삐요!

“……그래, 내가 괜히 안 어울리게 숨어 다니려고 했나 봐.”

품 안에서 작게 운 뇌영에게 대답해 주는 영의.

무슨 뜻인진 몰랐지만 어쨌든 그는 헬멧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면, 복장이 안 어울리나? 다음엔 뭐 한복이라도 사 와야 하나?”

그렇게 시선을 모조리 끌며 길을 가던 그때,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지?”

영의가 의문을 품자, 앞의 인파가 좌우로 스르륵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도타기를 하듯 앞에서부터 모두 엎드리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때 영의는 앞에서 오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마 영감님? 아니, 좀 젊어졌는데……. 염색했나? 반로환동치고는 덜 젊어졌는데. 에이, 설마 독고휘 영감님처럼…….”

검은 머리와 조금은 더 젊어진 듯한 외모로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천마, 혁련무강.

그리고 그의 좌우로 권마 강자성과 검마 혁련무성이 뒤따르고 있었다.

“천마 현세!! 만마 앙복!!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길거리에 엎드린 모든 이들이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양쪽으로 공간까지 만들어지고, 모두가 엎드리자 혼자 서 있는 영의는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대체 저놈은 뭐길래 혼자만 안 엎드리고 있는 거지? 같은 시선을 엎드린 채 몰래 보내는 교인들.

그러나 그들은 이내 경악했다.

마교의 절대자이자 지존이신, 천마 혁련무강이…… 저 정체 모를 놈에게 웃고 계신다?!

그러고는 이내 친분을 과시하듯 친히 어깨에 팔을 걸치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 돌아가시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엎드려 있던 교인들은 모두 의문이 들었다.

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지존께서 저런 태도를……? 그 이전에, 대체 뭐 하는 인물이길래 그런 해괴한 복색을…….

그리고 그 모든 의문과 당황스러움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혁련무강은 영의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아니, 그의 보온 박스와 그 안의 물건이 반가웠다.

바깥은 교도들이 보는 눈이 있으니 침묵을 유지한 채 걸었으나 대전으로 들어오자 입을 여는 혁련무강.

“하하하…… 본좌에게 금방 다시 왔군그래!”

“아, 네. 천마님.”

반갑게 영의를 맞이하는 혁련무강.

그리고 영의도 지난번의 나름 친한 태도를 기억해서인지 허물없이 인사했다.

하지만 혁련무강을 따르던 두 노인은 그것이 문제가 되었나 보다.

“네, 네 이노오오옴!! 감히 지존께 그런 망발을……!!”

‘……벨까? 아니다, 베면 또 형님이 한 소리 하겠지. 일단은 넘기자. 후후, 태극검 놈은 무당을 욕하면 바로 욱해서 달려들었지……. 인내심이 더 강한 나의 일 승 추가다! 운광!’

침묵한 채 생각만 하는 검마와 바로 달려드는 권마.

영의는 순간 거기에 반응해서 뇌기를 끌어 올려 피하려 했으나 권마의 주먹이 더 빨랐다.

‘이런, 맞는…….’

콰앙-!

“커헉! 지존이시여, 어째서……!”

권마보다는 혁련무강이 더 빨랐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바닥에 엎어진 채 움직이지 못하는 권마.

혁련무강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짓이지? 권마…… 아니, 강자성. 지난번에도 이 친구를 봤을 텐데.”

“그……건 압니다! 하, 하지만 이놈은 지존께 무례한 언행을……!”

“내가 허락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하지만 지존이시여, 권위라는 게……!”

뭐라고 말하려 한 권마.

그러나 혁련무강은 더 강한 힘으로 권마를 압박했다.

“권위가 밥을 먹여 주나?”

“……예?”

갑작스럽게 밥을 먹여 주냐는 이야기에 당황하는 권마.

“잘 들어라, 권위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권위가 대단한 황제가 사막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 봐라. 그 권위가 통하나? 사막의 모래가 황제의 권위 아래에선 쌀로 바뀌고, 햇살은 술이 된다더냐?”

“아, 아닙니다…….”

“그래. 권위 따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다. 만약 사막에 있는 게 권위 따위 없는 개방의 거지 놈이라면? 그런 놈은 살아남겠지. 무공으로 사막을 탈출하고, 거지니까 뭐든 주워 먹어서 살겠지.”

영의는 뭔가 조금 이상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가만히 있었다.

그래도 손님이 아닌가. 아직 천마군림보도 못 배웠고.

“저, 근데…… 그 이야기를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권마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말을 꺼냈다.

그래, 좋은 말이다. 권위에 집착하지 말라고.

좀 더 실질적인 가치에 눈을 두라고.

강자존이니만큼 권위 따위 그만큼 강하면 장땡인 마교에는 딱 좋은 말인데…….

‘근데 그걸 왜 밥을 먹여 주냐고 비교를……? 지존이시여, 말로 하면 안 되겠지만, 표현이 조금…….’

“……모르면 됐다. 가지.”

사실 혁련무강은 권위 따위 치킨 앞에선 의미가 없단 뜻에서 말한 것이었지만 차마 그걸 솔직히 말할 순 없었다.

그렇게 권마는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와, 튼튼하시네…….”

“저래 보여도 본좌가 무력에서는 가장 신뢰하는 녀석 중 하나다. 약간…… 단순한 게 흠이지만.”

방금 전의 공격……에서도 금방 일어나고는 별로 다친 곳이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이자 영의는 살짝 감탄했고, 그 말에 혁련무강은 약간 자랑스러워졌다.

“지존이시여! 저를 그리 높게 평가해 주시다니!!”

권마는 감격하는 표정을 지으며 혁련무강을 뒤따랐고, 혁련무강은 전음으로 영의에게 작게 말했다.

-저래서 본좌가 신뢰하지. 절대 배신 같은 걸 안 하고 무조건 충성하는 녀석이니까.

영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의 개인실로 향했다.

“……이 권마 강자성, 앞으로도 영원한 충성을 교와 지존께……!”

권마와 검마를 문밖에 세워 둔 채. 권마는 문밖에서도 계속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만. 거기까지 하라. 다 좋은데 매번 하는 건 조금 지겹지 않은가.”

“알겠나이다!”

그렇게 권마의 입을 다물게 만든 혁련무강.

그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이번엔…… 지난번 것과 다른 건가? 모양이 좀…….”

“네, 근데 더 좋을 거예요. 뼈가 없어서 젓가락만으로 먹어도 되거든요.”

영의의 설명에 혁련무강은 감탄했다.

젓가락만으로 먹으면 체통 없이 손으로 뜯어 먹지 않아도 되겠구나!

“오오오!!”

혁련무강이 감탄하는 모습을 보자, 영의는 내심 재밌어졌다.

‘이 영감님, 반응 재밌네……?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독고휘 영감님이랑 다르게, 대외적 모습이 있으니까 이렇게 개인적인 반응이……?’

그렇게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영의가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사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천마님.”

“나, 나쁜 소식……?”

설마 앞으로는 못 온다는 소리를 하진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영의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는 혁련무강.

“네, 뼈가 없는 만큼…… 고기도 좀 적습니다.”

“허어……! 그럴 수가……!”

체통은 지켜지겠지만, 치킨의 양은 지켜지지 못했다.

혁련무강은 그래도 앞으로 못 온다는 말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소식이란 것도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물어보았다.

“그럼 좋은 소식은?”

눈에 띄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이다음 반응이 기대된 영의.

“그럴 줄 알고…… 두 마리를 가져왔습니다.”

보온 박스를 열고 치킨 박스를 두 개 꺼내는 영의.

그걸 보자 혁련무강의 눈이 동그래졌다.

벌떡-

“오오오오오!!”

혁련무강은 그렇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바람에 의자가 넘어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검마와 권마가 다급히 문을 부수듯이 거칠게 열어젖히며 안에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지존이시여! 그놈이 설마 일을!!”

“일단 죽어라! 영의라는 놈!! 지난번부터 묘하게 마음에 안 들었었다!”

다급히 뛰어 들어오는 권마와 검을 뽑는 검마.

그러나 둘은 들어오자 안의 풍경을 보고 잠시 굳었다.

그냥 일어서느라 넘어진 의자.

그리고 기쁜 표정을 보아하니 방금 전의 소리는 기쁨에 내뱉은 소리 같았다.

그리고 양손에 무언가를 든 영의라는 놈. 무기는 아닌 것 같고, 냄새가…… 음식?

“…….”

“……전 나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눈치 빠른 검마는 나가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고, 혁련무강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 보기 시작하는 혁련무강.

‘내보낸다고 치고……. 아니지, 입막음을 한번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매번 이 녀석이 찾아올 때마다 권마 놈은 바락바락 대들던데…….’

그러고는 이내 두 개의 치킨 박스를 보는 혁련무강.

‘흠, 이번엔 두 배로 들고 왔으니…… 다음번엔 셋도 가능하려나……? 아니지, 일단 둘이 한계라고 잡아 두고…… 내가 하나를 먹고, 남는 걸 저 둘한테 주면 되나?’

늘 자신을 보필해 온 동생과 부하에게 치킨을 나눠 줘 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혁련무강.

만약 한 마리였다면 둘을 힘으로 꿇려서라도 나눠 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 그래. 연화랑 나눠 먹으라고 하면 되겠군. 아니지…… 폭혈도한테도 먹여 봐? 그렇게 둘이 먹으면 재현이 조금 더 빨라질 것 같은데.’

이내 생각을 정리한 혁련무강.

그는 검마와 권마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눈치를 보는 둘.

-저건 오라는 거 아닌가? 벌은…… 없겠지?

-직접 손으로 패겠다는 걸지도 모른다. 형님이 난 좀 봐주시겠지……?

그렇게 다가가야 하나 고민하던 둘.

그리고 그때, 엄청나게 기쁜 표정의 혁련연화와 민머리 숙수, 장화관이 반쯤 부서진 문 앞에 나타났다.

“드디어 재현에 성공을……. 응?”

마침 그들도 도착하자 혁련무강은 잘됐다는 듯 웃었다.

“좋아, 다 모인 것 같군. 이리들 와 보도록.”

그렇게 영의는 추가적인 치킨의 노예를 둘 얻었다.

그리고 장화관과 연화가 열심히 재현해 낸 치킨은…… 외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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