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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43화 (43/325)

#제43화 (18)

일라이저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흠…….”

“흐으으음…….”

영의는 일라이저의 심각한 표정에 절로 위축되어 조심스레 질문했다.

“……결과가, 어떤가요?”

물론 열심히 하진 않았어도 수능 시험을 친 결과를 기다릴 때의 느낌으로 묻는 영의. 일라이저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그거로군, 그…… 뭐냐.”

“……뭔가요?”

영의는 긴장해서 물었다.

분명 무림의 영감님들은 무재는 탁월하다고 칭찬했는데, 설마 마법도……?

‘그래, 어릴 때 분명 난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한다고 하는 말을…….’

“재능이 없어. 화염구를 날리는 마법을 쓰느니 뛰어가서 횃불로 두들겨 패는 게 나을 지경이네.”

‘는 개뿔, 역시 난 몸을 쓰는 타입이 잘 맞아.’

그래, 무림에서도 무재는 있다고 칭찬했잖아! 애매한 것보단 한 우물을 파는 게 낫지.

영의는 그렇게 자신의 적성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흐음…… 하지만, 방법은 있네.”

그리고 일라이저는 약간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

일라이저는 예시를 들려는 듯, 종이에 뭔가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자네는 마법을 사용할 재능은 없지만, 마력의 재능만큼은 충분해. 아니, 넘치는 수준이지. 어째선지 자연에서 받아들여야 할 마력이 몸에서 나오고 있으니.”

뇌전지체에 대해 그렇게 설명하는 일라이저.

그에게 있어서 속성이나 특징은 관계가 없는 듯했다.

“자연의 마력을 받아들여 몸 안에서 증폭시켜 수식과 법칙에 따라 새로운 현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마법이지. 하지만, 그 모든 걸 대신해 주는 뭔가가 있다면?”

“……그런 게 있어요?”

“있지, 용병들이나…… 몇몇 기사들이 비상수단으로 들고 다니는 게.”

일라이저는 그렇게 말하며 그림을 들어 올렸고, 영의는 잠깐 놀라려고 했으나 이내 의문으로 가득 찼다.

“……이게 뭔가요? 탑?”

뭔가 꼭대기 층이 기괴하게 뒤틀린 탑과도 같은 형태를 한 그림이었다.

탑의 중간에는 수많은 모형과 글자가 적혀 있었고.

마치 악마 숭배를 하는 이들의 탑이라고 이름 붙이면 될 것같이 생겼다.

“……팔일세. 마법진 문신을 한 팔.”

“문신요……?”

지금껏 살아오며 문신은커녕 몸에 낙서 하나 없이 살아왔던 영의.

그는 문신이라고 말하자 자연스럽게 거부감이 들었다.

“아아, 걱정 말게. 그냥 염료로 하는 게 아닌, 마력으로 작동되는 거니까.”

일라이저는 그렇게 말하며 대략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사의 몸에 마력을 받아들여, 거기서 심장을 통해 원을 그린다. 그 과정은 마법진의 원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계산하는 수식과 결과값의 결정은 마법진 내부의 기호와 도형으로 대체된다.

즉, 마력만 주입하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제법 간편하네요. 근데 왜 비상수단으로만 들고 다닌다는 거죠?”

영의는 그렇게 질문했다. 이건 꼭 총 같지 않은가.

모두가 하나씩 들고 다니면 휴대가 편리하기도 하고, 전쟁에도 엄청 쓰일 것 같은데.

“마력이라는 게 무한한 게 아닐세. 기사나 용병들도 체내에 있는 마력을 쏟아부어 회심의 일격으로나 쓰는 게 마법진이지. 마법사들도 체내에서의 증폭이 없으면, 마법 한 발 쏘고 쉬어야 할 것이네. 그래서 그들이 서클의 증진에 목숨을 거는 거야. 증폭률이 그만큼 늘어나니.”

“아하…… 네. 이해했어요.”

사실 대부분은 이해 못 했지만, 일단 많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았다.

“내가 측정해 본 결과 자네는 난사만 하지 않으면 상당히 상급 마법도 문신으로 새길 수 있을 거야. 아, 참고로 마법을 발동할 때 잠깐 문신이 드러날 걸세. 하지만 마력이 흐르지 않으면 금방 사라지니 걱정은 말고.”

영의는 약간 의심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이 생겨났다.

만약 마력만 넣어서 자동으로 완성되면…… 뇌창보다 빠르게 만들어서 쏠 수 있겠지?

“음…… 혹시, 이것보다 더 세게 만들 수 있나요?”

“뭔가?”

영의는 뇌기를 끌어 올린 뒤, 뇌창을 생성해서 창밖으로 던졌다.

눈앞에서 작은 번개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자 일라이저는 살짝 감탄했다.

‘마법 없이 마력을 외부로 다루다니! 단순히 신체 강화만을 하는 기사들과는 다르군!’

물론 기사들도 상당한 수련을 쌓으면 신체 외부에 마력을 분출할 수 있었지만, 영의의 것과는 갈래를 달리했다.

“흐음…… 상당히 빠르면서도 위력이 충분하군. 그럼 즉발형보다는 충전 및 발사형으로 바꿔야겠어. 마력을 오래 주입하면 위력이 올라가고, 조금만 주입해도 발사는 가능하지. 상황에 맞춰 쓰면 될 걸세.”

일라이저는 머릿속으로 방금 전의 광경을 분석하면서도 마법 문신에 대해 견적을 내기 시작했다.

“……흐음, 나머지 절차는 어떻게든 하겠네만…… 마력 염료가 문제군. 자네 팔에 전부 그리기엔 모자라.”

“……네?”

영의는 일라이저의 대답에 당황했다. 전부 못 그린다고? 그럼 어쩌라는 거지?

“완전한 충전식은 힘들겠군. 일단 마법진의 구성과 기본 틀은 다 그릴 수 있네. 하지만 충전 기능은 지금은 힘들어. 사실, 기본 틀까지도 간당간당하네.”

일라이저는 그렇게 말하며 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재료들을 꺼내 왔다.

잉크, 펜, 정체 모를 가루, 뇌 속성 마정석, 그리고…… 투명한 작은 액체가 담긴 병까지.

“이건 먼 곳의 현자, 호엔하임이 개발한 마력 염료네. 기존의 색깔 있는 염료랑은 달리 색이 없는 게 특징이라 생각보다 인기가 좋지.”

“……네.”

영의는 그 말을 듣고 확신했다. 다른 건 문제가 없는데 저 염료가 제일 양이 적구나……라고.

“구하기 힘든 건 아닌데…… 호엔하임이 독점으로 생산하니, 상당히 생산 속도가 느릴 뿐이네. 뭐, 늦어도 한 달이면 한 병 정도 구해 오겠지. 아, 이참에 주문표나 작성해야겠군.”

일라이저는 왼손으로는 재료들을 혼합하며 오른손으로는 빈 종이에 펜을 이리저리 놀리며 물품 목록을 작성해 나갔다.

“됐군. 이제 염료만 잘 섞어서 자네가 원하는 팔 위에 그리면 될 거야. 음? 자네 왜 그러나?”

오른팔을 슬쩍 뒤로 빼는 영의.

그는 방금 전 일라이저의 그림 실력을 보았기에 뭔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음…… 그게…….”

“아, 설마 내 그림 실력 때문에 그런가? 나도 그 부분은 인지하고 있네. 그리고, 마법 문신은 피부 위에 직접적으로 그리는 게 아닐세. 하하.”

일라이저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 원을 그리더니, 거기에 뭔가를 써 넣고 그리기 시작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어야 하지만 스파크를 조금씩 튀기는 마법진. 영의는 그것을 보며 신기해했다.

‘와…… 진짜 마법 같은데……? CG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마법 느낌이…….’

그렇게 조금 지켜보고 있자, 어느새 완성된 마법진.

영의는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거기에 흐르는 뇌기를 느꼈다.

“자, 여기 팔을 집어넣으면 알아서 만들어질 것이네. 그리고, 내가 그림만 못 그릴 뿐이지 마법진만큼은 도구를 쓰는 거보다 잘 그려 내네.”

“……네, 그런 거 같더라고요.”

당장 허공에 컴퍼스로 그은 듯 정확한 원을 그려 낼 때부터 나름 짐작은 했었다.

근데 그런 손재주가 있는데 그림은 대체 왜……?

“자, 한번 해 보게.”

일라이저의 말에 영의는 마법진에 팔을 집어넣었고, 작은 구멍을 뚫어 둔 고무판에 손을 억지로 밀어 넣는 느낌이 났다.

그렇게 손을 천천히 집어넣자 손목 부근에서 뜨거운 느낌이 났다.

“……좀 뜨거운데요.”

“자네의 체내 마력과 염료의 마력이 서로 반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통증이네. 조금 지나면 염료의 마력을 자네의 마력이 덮으면서 그 길을 기억하게 될 거야.”

일라이저의 말대로 시간이 조금 지나자 천천히 식어 드는 그의 손목.

영의는 그때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마력을 안 흘려 보내고 있었지만, 그가 이 문신을 의식하고 마력을 흘려 보내면 여기서 문신을 따라 뇌기와 마력이 흘러 손앞에서 뇌전이 뿜어질 것이라고.

“……근데, 이거 무슨 마법인가요?”

“흠, 6서클 표준 마법인 썬더 캐논이네. 대인 화력 자체는 7서클이나 8서클급에 가깝지만, 아무래도 마법사들은 대규모 화력을 기준으로 잡아서 그렇네. 뭐 그래도 방어하는 기사들을 뚫고 목표물을 타격하기엔 좋으니 종종 쓰이는 마법이야.”

“아, 네에…….”

일라이저의 말을 듣고 과연 이 동네는 마법이 발달한 곳이구나 싶었다.

대규모 살상을 전제로 마법의 등급을 나누다니…….

“흠, 그럼 나는 호엔하임에게 서신을 보내야겠네. 그는 나와 제법 아는 사이긴 하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단호한 친구이니 말이야. 물품에 정성은 쏟아 줘도 할인이나 우선 배송은 안 해 주는 친구지.”

“어어, 그럼 전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가능하면 다음번엔 고기가 많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혹시…… 그, 마실 것 좀…… 많이 가져다줄 수 있나? 당분이 참으로 만족스럽더군. 크흠, 자네가 요청을 들어준다면…… 나도 자네와의 거래에서 조금 친절해질 수도 있고…….”

일라이저는 살짝 미소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과연 대마도사답게 머리가 좋은 듯, 흥정을 시도하는 일라이저.

“……네. 그러죠.”

“참으로 고맙네.”

그러나 밀당이나 고급진 흥정 기술 따위 없이, 영의가 흔쾌히 승낙하자 그도 만족했다.

대마도사 일라이저, 그는 마법적 성취가 달려 있지 않으면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남자였다.

[Alrim이 알립니다. 보상이 수령되었고, 복귀를 시작합니다. 사용자분, 화나셨나요?]

그렇게 영의는 새로운 문물을 얻고는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알림이의 약간 거슬리는 멘트와 함께…….

“……아니, 화 안 났어.”

[Alrim이 알립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요. Alrim은 업데이트가 감지되어 업데이트를 실시한다는 것을 미리 공지합니다.]

이젠 업데이트도 알림이가 알려 주는 건가 싶었던 영의.

그는 간만의 업데이트라고 생각하며 업데이트를 승낙했다.

“그래, 그래. 업데이트해.”

[Alrim이 알립니다. 업데이트 도중 주문 기능은 사용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바이크와 휴대폰 연동 기능은 작동할 것이라고 알립니다. 업데이트 실시.]

이내 도시의 풍경이 아래로 보이기 시작하자 알림 창은 슬쩍 꺼졌고,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듯 시야의 하단 구석에 작은 막대가 조금씩 차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걸 보며 영의는 그래도 조금 나아졌네……라고 판단했다.

‘어휴, 뭐…… 그래도 문자나 지도 기능은 멀쩡하니까……. 응?’

문자에 알림이 떠 있는 것을 본 영의.

그는 어지간한 문자는 알림이 안 뜨게 설정해 두었었다.

가족이나…… 새로 등록한 지연, 그리고 최근에 해제한 화연을 제외하면.

병병 브라더스는 당연히 안 뜨게 되어 있었다.

“……뭐야, 내 집에 온다고? 왜? 가출했어?”

동생, 수연의 자취방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문자 정도야 별로 문제가 안 됐다.

뭐 부모님이 준 물건 갖다 주러 온다든가 하는 거겠지.

근데 내 집에서 자는 건 별개의 문제인데……?

영의는 다급히 집으로 향했다.

‘아니, 멀쩡히 잘 지내던 애가 갑자기 자기 집 놔두고 내 집에서 잔대? 그게 뭐 애인 사이면 모를까, 동생인데?’

영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얘가 집을 나왔구나……!’

……뭐, 의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연이 부모님에게 반항하기 위한 사소한 일탈이었으니까.

‘하지만 누가 봐도 수색 1순위인 오빠 자취방은 아니지 않니, 동생아……?’

영의가 다급하게 집 앞으로 달려가자, 그곳에는 뭔가 익숙한 가방을 메고는 쭈그려 앉아 있는 수연이 있었다.

“……너, 그 가방…….”

“오빠, 왔구나? 빨리 문 열어 줘. 나 화장실 급해…….”

뭔가 울먹이려는 듯한 얼굴을 한 수연.

영의는 그 말에 일단 당황해서 문부터 빠르게 열어 주었다.

‘그냥 기다린다고 쭈그려 앉은 게 아니었구나……!’

띡. 띡띡띡.

띠리릭-

턱.

쾅!

문이 열리자 수연은 다급히 가방을 벗어 던지고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밖에 서 있다가 가방을 집어 던지는 소리를 들은 영의는 가방을 회수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고…….

집 안은 개판이 되어 있었다.

“……도둑인가?!”

영의는 누군가가 자신의 침대 밑에 숨겨 둔 은닉 재산 현금 300만 원을 훔쳐 가려 왔던 것이라 직감했다.

내 집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인물, 그리고 내 형편에 대해 아는 인물!

거기다가…… 자신이 낮에 집을 비우는 시간을 대충 아는 인물!

그것은…… 바로……!

“……병찬이인가?!”

그 용의자 첫 번째는 핑키공주 핑ㅉ…… 아니, 병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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