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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38화 (38/325)

#제38화 (13)

마공학자, 베키.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으나 평소의 언행이나 행동 양식을 보았을 때 상당히 거칠게 자라 온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인물이 그녀를 키워 낸 건지 몰라도 17세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마법계에 나타나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다.

그리고 불과 1년뒤인 18세에 마법 협회의 정회원이 되며 놀라운 연구 성과를 보여 줬다.

그러나!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어……. 나 안 해.

그녀는 정통파 연구에 대해 재미없다며 거부감을 보였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하며 돌연 마공학을 하겠다고 선언.

마법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기계 자체의 힘이 주가 되어 움직이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난 이미 연을 다 끊었어! 나중에 손대려고 하는 놈은 손목을 쇳덩이로 바꿔 주마!

당시 학계는 신기하긴 하지만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만 만드는 그녀를 무시하듯 방치했으나, 이내 결과물이 나아지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금지령을 내렸다.

-뭐? 금지? 다 엿이나 까 잡숴!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영감들이 내 부모야?

……라는 말과 함께 도시에서 뛰쳐나가 황야에 거처를 만들고 틀어박혀 연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가 만든 몇몇 장치는 비싼 값에 팔려 나가 그녀의 자금이 되어 주었고, 하필 그게 또 법적으로 어긋나는 부분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연구한 마법의 산물은 모두 연구자의 소유가 되며, 그것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연구자의 몫이다.’

라는 영세 마법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막을 명분이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마음껏 연구를 하던 베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아, 힘 빠져……. 밥을 굶어서 그런가…….’

연구실에 쓰러져 있었다.

그것도 영양실조 및 탈진등의 상당히 독특한 원인으로.

‘지난 며칠…… 아니, 몇 주인가? 아무튼, 물은 제때 마셨는데…… 식사는 안 했네……. 하.’

베키는 책상에 엎어져 기운 없는 숨을 내쉬며 후회했다.

진작 뭐라도 먹으면서 할걸…….

‘사람 몸은 몇 주 정도 굶어도 안 죽는 건 알았지만…… 뭔가 먹을 힘이 없는 건 몰랐는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베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너무 연구에 미쳐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닐까……? 라는 후회도 하고.

만약 자기 몸에서 힘이 솟아난다면 당장 연구실 구석에 있는 오래된 빵부터 먹고, 사람 사는 곳에서 제대로 된 식사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좀 힘들 것 같았다.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갔다.

하필 쓰러지기 전에 집의 방범 장치를 작동시켜 버려 누군가 들어오려면 한세월은 걸릴 것이었기 때문이다.

‘천재 마공학자 베키 님의 마지막이 겨우 이런 건가…….’

베키는 자신의 마지막이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편하게 있기 위해 눈을 감았다.

쾅!

‘……?’

몸에 힘은 없어도 청력은 살아있었기에, 그녀는 확실히 작게나마 뭔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베키는 그 소리에 눈을 떴다가 문득 아까의 남자가 생각났다.

‘바깥에 있던 녀석이 방범 장치를 건드렸나……? 미안, 괜히 고생하게 만들었네…….’

다시 눈을 감으려던 순간, 또 소리가 울렸다.

쾅! 쾅!

부서지는 소리는 멈추지 않고, 점점 더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서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이내 문 앞에서 소리가 멈췄다.

터엉!

문이 박살 나며 누군가 들어왔다.

“……뭐야? 시체?”

그리고 그때 방금 전에 들은 듯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저걸…… 다 지나서 왔다고……?’

이게 죽기 직전이라 헛것을 보나……?

쓰러지기 직전에 봤던 녀석이 눈앞에 있는 것 같네……. 저걸 뚫을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머리에 은색의 뭔가를 뒤집어쓴 남자는 베키에게 크게 소리쳤다.

“야, 이 미친년아! 집에 뭘 붙이고 사는 거야! 그리고, 사람 빡치게 주문시켜 놓고 거절하지 말라고!”

영의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물론 주문한 줄 모르는 베키였지만, 영의에겐 사소한 문제였다.

‘주문하고 잠수 타는 거? 좋다, 이거야. 거절? 그건 좀 빡쳤는데…….’

“집 안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고 거기에 사람이 들어오게 하다니, 그건 좀 너무한 것 같지 않아? 응??”

영의는 베키의 방범 장치를 떠올리니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갑작스럽게 밑으로 꺼지는 바닥이나 걸려 넘어지라는 듯 벽에서 반대 벽으로 튀어나오는 철봉은 애교였다.

최루가스, 아프진 않지만 짜증 나는 부드러운 공, 그리고 가끔 사람 놀라게 하려는 용도로 만든 것만 같은 인형이 튀어나오는 장치까지…….

아, 물론 무기가 나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다 몸에 닿기 전에 때려 부쉈지만, 저렇게 사람 놀리려는 듯한 장치는 피하기 애매하게 나와서 계속 걸렸던 영의.

“……하아, 내가 지금 반시체 앞에 두고 뭐 하는 거냐.”

잠깐 분노와 스트레스로 인해 그렇게 말했지만 이내 베키의 상태가 영 좋지 못하자 영의는 화낼 마음이 사라졌다.

‘무슨 후원단체 광고에나 나올법한 제 3세계 애들도 아니고…….’

얼마나 밥을 굶은 건지 깡마른 팔에, 씻지도 정리하지도 않은 듯 떡 지고 지저분한 머리까지.

“너 공학자 맞아……? 거지 아니지?”

“……꺼, 어어…….”

영의의 말에 베키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뭔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상태의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에휴, 그래…… 뭐라도 먹고 해야지. 씹을 순…… 있겠지?”

영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보온 박스를 열어 안에 든 햄버거 봉투를 꺼내었다.

음식 냄새가 퍼지자, 베키도 거기에 반응한 건지 움찔거렸다.

“어어……억……!”

움찔거리며 일어나려는 베키.

하지만 몸에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했고, 영의는 베키의 상태를 보고 그녀를 일으켜 준 뒤 주변에 칼로 쓸 만한 걸 찾기 시작했다.

‘입도 못 벌리겠구만. 병원에서 오늘내일하는 환자도 저것보단 생기가 넘치겠어.’

이내 다른 탁자 위에 있는 좀 오래된 듯한 식기구를 발견한 영의.

“먼지가…….”

낡기보다는 먼지가 엄청 앉은 식기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탁자 위에 물이 받아진 양동이도 있는 걸 보고는 안심했다.

“좀 씻어서 쓰면…….”

하지만 물도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주변에 녹조가 조금씩 끼어 있었고, 그리 맑아 보이지도 않았다.

“……씻을 때 쓰는 물인가 보네…….”

‘설마 저걸 마시진…… 않겠지?’

절대 저 물이 마시는 용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영의는 애써 양동이 옆에 있는 컵을 무시하고는 식기를 적당히 씻었다.

‘식중독……에 걸리더라도, 원망하진 마라. 화장실에서 고통받는 게 죽어서 고통이 없는 거보단 낫잖아?’

그렇게 물에 씻어 내자 나름의 광채를 뿜어내는 은제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고 베키에게 돌아간 영의.

그녀는 눈으로 영의의 움직임을 계속 좇고 있었기에 그가 딱히 해를 끼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았다.

“……자, 한 입 해라.”

햄버거를 썰어 그녀의 입에 넣어 주는 영의.

그러나 베키는 영 힘이 나지 않았다.

사실 영의가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름 버틸 만했는데, 어느 순간 몸에 힘이 탁 풀린 것.

“으어……어…….”

“……하아.”

파직-

영의는 한숨을 내쉬며 몸에 뇌기를 일으켜 베키의 턱을 자극했다.

그러자 입을 바로 꽉 다물더니 반쯤 씹힌 햄버거를 바로 꿀꺽 삼켜 버린 베키.

“……?!”

베키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의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가 방금 대체 뭘 한 거지?!

영의로서는 간단하게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 것이었다.

사람은 고통스러워할 때 이와 눈을 꽉 물게 되니까.

게다가 상당히 굶은 사람에게 음식만 입에 넣어 주면 몸이 알아서 살기 위해 먹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추측은 성공적으로 맞아들어간 듯했다.

“자, 다시 입 벌려.”

“……으어어.”

물론 거절할 생각도 없었고, 지금의 몸 상태로는 거절도 못 했겠지만 베키는 눈을 빛내며 영의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방금 그건 마법도 아닌데, 어떻게 내 몸을 움직이게 한 거지? 굉장해!’

지금껏 마공학에만 관심이 있었지, 다른 부분에 대해선 영 젬병이었기에 새로운 것을 발견하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더,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해!’

이내 실험을 하는 마음으로 영의의 햄버거를 받아먹는 베키.

마치 모이를 주는 어미 새의 마음을 가지자는 생각으로 햄버거를 입에 친절히 넣어 주는 영의였다.

‘……그래, 조만간 집에 병아리도 한 마리 키울 건데. 그냥 예행연습한다 치자.’

햄버거를 반쯤 먹어 치웠을 때, 베키는 몸에 기운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이제 영양분이 들어온다는 걸 확인한 몸이 생존용 에너지 절약 상태에서 다시 활동 상태로 통제권을 돌려준 것.

하지만 베키는 계속 가만히 받아먹었다. 계속 신기했기 때문이다.

파직-

냠냠.

파직-

냠냠냠.

영의는 이 작업을 계속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그러던 중, 그는 시야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배달 제한 시간 : 00:46:37]

‘……그래, 진짜 다 먹이라 이거구나……? 어쩐지 한 시간을 주더라. 나 참…….’

죽을 사람 구하기 위한 마음 반, 그리고 배달을 위한 마음 반으로 베키에게 모이를…… 아니, 밥을 먹이는 영의.

이내 베키가 햄버거를 다 먹어 치우자 영의는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이제 움직일 수 있는 거 다 알아. 나머진 알아서 먹어.”

영의가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베키를 보자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베키는 혀를 차며 손을 들어 올렸다.

“……쯧.”

이내 감자튀김에 손을 뻗어 하나씩 집어 먹는 베키.

햄버거도 상당히 맛있었지만, 그녀는 맛보다는 생존에 중점을 두고 먹었다.

사실 입에 닿을 시간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겼던 거지만, 이 작고 노란 조각들은 직접 맛보면서 먹기로 했다.

“다리는 못 움직이겠는데, 혹시 물 갖다 줄 수 있어?”

베키의 정중한 부탁(그녀 기준에선 매우 정중한 거다)에 영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라도 마시면서 해라. 진짜 시체 같네…….’

“……그 정도야 뭐.”

영의가 승낙하자 베키는 그 뒤쪽, 식기가 놓여 있던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전에 봤지? 아, 그러고 보니 식기도 씻었구나. 그거 갖다 줘. 그게 내 물이야.”

“……뭐?”

영의는 지금 잘못 들었나 싶었다. 녹조가 있고, 맑지도 않고, 냄새까지 나는 물이 네 물이라고?

“……저걸, 마신다고……?”

“응, 수분이란 건 적당할 때 몸에 보충만 하면 되는 거잖아? 배탈 나면…… 약이나 먹으면 되는 거고! 빨리 갖다 줘. 나 목도 마르다고.”

‘역시 사람은 어디 한군데가 망가져야 다른 곳이 발달하는 건가……?’

영의는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베키, 그녀의 이름 앞에 ‘더 크레이지’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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