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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32화 (32/325)

#제32화 (7)

영의는 헬멧을 벗고 일단 나름의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은 이곳에 그저 음식을 전해 주기 위해 온 것이라는 것, 그리고 독고휘도 그런 식으로 만나 뇌기……와 이런저런 것을 전수받았다는 것.

그리고 절대! 자신은 제자가 아니라는 것.

“그런데 왜 네놈은 녀석의 무공을 사용하지? 무공을 배웠으면 충분히 제자가 아닌가? 본좌를 농락하는 게냐?”

혁련무강은 이제 독고휘를 앞에 두는 게 아니게 되자 말투가 윗사람의 것으로 돌아갔다.

영의는 한숨을 내쉬며 추가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하아…… 그게 아니라…….”

“본좌 앞에서 한숨이라니! 네놈이 죽고 싶은 거로구나!”

혁련무강이 영의의 목으로 칼을 더 들이밀었다.

“설명! 설명! 설명 좀 합시다! 예?! 그렇게 성격이 급해 가지고 제명에 다 못 살고 죽겠네! 독고 영감님은 말까진 들어 줬어요!”

물론 독고휘도 첫 만남 때 칼로 겨누고 집어 던지는 등,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긴 했지만 사람의 말을 막진 않았다.

“계속 이야기해 보아라. 그러나 만약 본좌의 심기를 한 번만 더 거스른다면…….”

“아, 알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뇌전지체니 뭐니 하면서 제 몸으로 실험 삼아 무공을 더 개량해 보고 비급도 만들어 본다고 하면서…….”

독고휘를 언급하자 얌전하게 영의의 말을 들으려 하는 혁련무강.

영의는 독고휘와 비교하는 게 효과가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머지 설명을 했다.

지금 내가 독고휘의 기술을 배운 건 뇌전지체를 만들고, 그런 뇌전지체에게 어떻게 무공을 가르쳐야 하나 고민한 흔적일 뿐이라고.

그래서 배운 게 뇌창이랑 이동 계열밖에 없었다고.

‘사실은 덜 배운 거지만, 이 정도만 말해도 속지 않을까……?’

영의는 그렇게 도박을 시도했다.

“흐음…… 단전도 느껴지지 않고, 근골은 훌륭하지만 걷는 방식이나 전투법이 무인이라기엔 엉성하군. 그래, 네 말을 믿어 주지.”

무인이라기엔 엉성하다는 말에 영의는 약간 짜증이 나려고 했지만 그래도 참았다.

눈앞의 인간은 마교의 정점인 천마니까!

진짜 사람 목을 따 버릴 수도 있는 존재니까 참았다.

그리고, 혼자 몸으로 잘 훈련된 군사 수십, 수백 명을 도륙하는 무림인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정점에 선 인물이 눈앞의 천마다.

현대에서 나름 무인처럼 사는 영의였지만, 걷고 숨 쉬고 때론 먹는 것까지 수련이 묻어 나오는 무림인들에 비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전 진짜 음식만 전해 주고 갈 거니까 이젠 그 칼 좀 치워 주세요.”

“흠,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독고휘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나?”

눈앞의 청년이 독고휘의 전인은 아닌 듯했지만 나름 인연은 있는 듯했으니 최근의 소식인 태극검과 권왕, 검황의 회담에 대해선 알 것 같았기에 그렇게 물었다.

“음…… 얼마 전에 다른 영감님들 둘이랑 놀던데, 아마 지금쯤은 또 혼자 동굴에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놀아? 다른 영감 둘이랑? 설마, 그중에 하나는 덩치가 크고, 또 하나는 도관에 도복 입진 않았겠지?”

혁련무강은 설마 진짜 그 셋이 모여서 차나 한잔하며 옛날이야기나 하던 것인가 싶어 물었으나, 영의는 진실을 답해 주었다.

“네, 셋이 술 먹고 잘 노시던데. 그 덩치 큰 영감님은 팽소운이고, 도복 입은 분은 운광이라던데요. 그보다, 이제 진짜 칼 치워 주시면 안 됩니까? 어르신?”

혁련무강이 계속 칼을 자신에게 겨누고 있자 영의는 어르신이라고까지 부르며 혁련무강에게 부탁했고, 혁련무강은 칼을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마뇌…… 이번엔 그대가 틀렸소. 내 독고휘와의 결전을 얼마나 기대했건만…….’

혁련무강은 그렇게 힘없이 성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영의는 혁련무강을 따라가려다 멈칫했다.

‘내 바이크!’

번개로 터트려 먹은 지 얼마 안 됐기에 또 잃을 수는 없었다.

물론, 경매에 맡겨 놓은 금화로 사면 될 일이었지만 아직 판매가 됐다고 연락이 오지 않았기에 지금은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다급히 뇌전보로 바이크가 떨어진 곳을 향해 간 영의.

바이크는 다행히 크게 고장 나진 않은 듯 바닥에 나름 그럴듯하게 떠 있었다.

그리고 바이크에 다가가자 시야에 들어오는 알림 창.

[Alrim이 알립니다. 탑승자의 부재를 감지해 일시적으로 시동이 켜진 반운행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운행하시겠습니까?]

“……그래.”

상당히 이 알림 창…… 아니, 알림이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영의는 바이크를 타고 혁련무강의 뒤를 따라갔다.

“……자네인가. 가는 듯했는데, 안 갔군?”

“음식 전해 주러 왔다니까요.”

혁련무강은 지금 눈앞의 청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음식 하나 전해 주려고 공중을 날아다닌다고? 그 능력을 겨우 그런 곳에?

그보다, 어떤 정신 나간 놈한테 주려고 하는 거지?

“음식? 누구한테?”

“……어르신요.”

그 정신 나간 놈이 나였구나…….

혁련무강은 어이가 없었다. 만마의 주인이자 명교…… 천마신교의 최고봉인 자신이다.

이런 자신에게는 매일같이 서역을 오가는 장사꾼들과 신교의 교인들이 수없이 재물을 갖다 바친다.

그런 그에게 겨우 음식을 주러 와?

영의는 혁련무강이 별로 음식을 반기는 기색이 아닌 듯하자 은근슬쩍 자극해 보기로 했다.

“독고휘 영감님도 제가 갖다 준 음식 되게 좋아하셨는데.”

“……본좌가 직접 먹어 보도록 하지. 따라오너라. 내 너를 친히 초대하마.”

효과는 직빵이었다.

“어차피 너도 공중을 활보할 수 있으니 편하게 가겠다.”

그렇게 혁련무강이 앞서서 하늘로 떠올라 신교로 돌아갔고, 영의는 바이크를 몰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혁련무강은 아까 천장을 부수며 나왔던 대전으로 다시 옆의 다른 천장을 부수며 돌아왔다.

“지존이시여!!”

돌아오자 그 자리에서 기다리던 다른 부하들이 그에게 엎드렸다.

“지존이시여! 방금 전 하늘에서 보여 주신 무위는 저희 모두가 목도하였나이다! 과연 만마의 주인다운……!”

마뇌가 그렇게 소리치며 혁련무강을 칭송하기 시작했지만, 혁련무강은 마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

“……아아, 역시 천하제일인은 하찮은 정파의 독고휘가 아닌 이 신교의 진정한 지배자인…….”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나! 마뇌!”

혁련무강이 소리치자 마뇌는 말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동시에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권마와 검마.

‘……독고휘는 온 것 같은데, 권왕은?’

‘……왔으면 형님이 나한테 말을 해 주시지 않았을까.’

그렇게 무언의 의사소통을 하는 권마와 검마. 혁련무강은 마뇌에게 말을 걸었다.

“……마뇌.”

“예, 지존이시여!”

“……예측이 틀렸더군?”

“예?!”

“그게……. 아, 마침 왔군. 어서 오게, 나의 신교에.”

혁련무강이 부수고 내려온 구멍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영의.

혁련무강이 두 번이나 부숴 먹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마교의 다른 인물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어…… 반갑습니다?”

영의를 보자마자 바로 경계를 시작하는 검마와 권마.

둘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영의에게 달려들기 위해 내력을 끌어 올렸다.

“놈! 누구냐!”

“감히 성스러운 대전에 발을 들이다니!”

마뇌는 분위기상 혁련무강의 손님으로 온 걸 아는 듯 가만히 있었지만, 검마와 권마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느라 그 말을 못 들었었다.

“……본좌가 우습나 보군.”

쿠웅!

혁련무강이 가볍게 앞으로 발을 한번 내딛자, 대전의 안에 엄청난 압박감이 몰아쳤다.

“으윽!”

“큭, 지…… 지존……이시여!”

바닥에 곧바로 엎어지는 권마와 검마.

둘은 한순간 저항하려 했으나, 자신들의 주군의 뜻이었기에 순순히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내가 초대한 손님이다. 예를 갖추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방금 전의 압박감은 사실 거짓이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아진 대전의 내부.

영의는 방금 혁련무강이 한 것을 보며 감탄했다.

“오오, 그게 그 천마군림보……!”

“그래, 이게 역대 모든 천마들의 상징이자 자랑, 천마군림보다. 그래…… 어디까지 했지? 아, 마뇌의 예측이 틀렸다고 했지.”

그렇게 잠깐 자랑을 한 혁련무강은 방금 전 하던 이야기를 이어서 하기로 했다.

“제…… 제 예측이 말입니까?”

“그래. 권왕과 태극검, 그리고 검황의 회합…… 말이지.”

마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혁련무강을 바라보았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모든 검증을 마친 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었거늘…… 이 내가 틀렸단 말인가??

“지존이시여! 권왕 놈은? 팽소운은 어찌 된 겁니까?”

“…….”

검마는 이번엔 입을 다무는 게 낫겠다 싶어 침묵했지만, 권마는 눈치 없이 물었다.

그런 권마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리는 혁련무강.

“그 셋은…… 모여서 우리에게 복수하러 오는 게 아니라, 술 마시고 놀았다는군. 옛날이야기나 꽃피우면서 평화롭게.”

“그, 그럴 리가! 어찌……!”

마뇌는 혁련무강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왜 그 셋이 모여서 옛날이야기로 담소나 나눈단 말인가?!

그 셋이 쳐들어오면 마교의 수뇌부가 나서지 않는 이상 마교는 박살 날 텐데!

그 전력으로 셋이 술 마시면서 하하 호호 담소나 나눴다고?

“그래, 이 청년……. 자네 이름이 뭔가?”

생각해 보니 이름도 안 물었던 것이 기억나 이름을 묻는 혁련무강.

영의는 그 물음에 순순히 답했다.

혁련무강보다 더 정신 나간 것 같은 노인들이 셋이나 늘어 있었기 때문에.

“어, 영의입니다. 최영의요.”

“그래, 이 녀석이 그 자리에 있었다.”

“네……. 제가 거기 음식하고 술을 갖다 줬죠? 그리고…… 셋이 잘 노시더라고요. 특히 도사님 쪽이.”

술에 취해 벗겠습니다라고 소리치던 운광의 모습을 아직 잊지 못한 영의였다.

그리고 영의의 말에 당황하는 세 노인들.

“이럴 수가…… 나의, 예측이…….”

‘……태극검 그놈이 잘 논다고? 도사가? 술을?’

‘……태극검 운광…… 역시 도사답지 못하군……. 한편 평생을 마교에 충성하고 교리에 충실한 내 승리다.’

마음속으로 작게 1승을 적립하는 검마.

그리고 혁련무강은 손을 내저었다.

“그럼 이제 다 나가라. 권왕도 없고, 태극검도 없다. 그리고…… 마뇌는…… 당분간 근신하도록.”

“명, 받들겠나이다!”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나가는 마뇌와 검마.

그러나 권마는 그 자리에 있었다.

“……왜 안 나가지, 권마? 뭔가 불만이라도 있나?”

“이 정체 모를 녀석을 곁에 두실 겁니까?”

상당히 상식적으로 접근하는 권마.

그도 그럴 것이 정체 모를 청년을 교의 주인인 천마와 단둘이 놔두는 것이다.

“왜, 자네는 내가 이 녀석에게 죽을 것 같나? 그렇게 내가 못 미더웠나?”

“아닙니다, 지존이시여. 다만……. 흠. 물러가겠습니다.”

이내 인사를 올리고는 대전에서 나가는 권마.

그리고 단둘이 남게 된 혁련무강과 영의.

“자, 그러면…… 내 개인실로 가지. 가서 그 음식이란 것도 먹어 보고, 평을 내려 주도록 하지. 만약 맛이 좋다면…… 내 상을 내릴 것이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넌 여기서 죽는다.”

혁련무강은 그렇게 말하며 대전의 뒤에 있는 자신의 개인실로 향했고, 영의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그 뒤를 따랐다.

아니,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이었다.

‘호오……? 죽일 마음까진 없었다만. 전혀 위축되지 않는군. 마음에 들어. 배짱 하나는 있군그래. 아니면…… 음식에 대한 자신감인가?’

혁련무강은 영의에게 약간의 위압을 주기 위해 그렇게 말했지만, 영의는 전혀 쫄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무기인 음식은…… 최강을 자랑하는 치킨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양념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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