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4)
[업데이트를 진행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70%]
‘뭔가 조금 더 친절해진 느낌인데……?’
업데이트를 안 한 지 조금 된 영의.
지금껏 감지 안 하고 있다가 왜 갑자기 업데이트를 시작한 건진 의문이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나 한 잔 더 하 끄야-!”
“미친놈아! 멈춰! 너 그러다 속옷까지 벗어 줘야 된다!”
“벗어? 히끅! 태극검 운광! 벗겠습니다아-!”
“벗지 마아아!!”
술에 취한 운광이 술병을 들고 난리를 치기 시작한 것.
영의는 아까 이 광경을 안 봤지만 팽소운과 독고휘는 골치가 아파졌다.
한 잔 마시고 취기를 날리고 한 잔 마시고를 반복해야 했는데, 운광이 까먹고 그 과정을 빼먹었던 것이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독고휘. 그도 물론 잘못이 있다.
운광을 골탕 먹이고, 또 어디까지 가르치려나 궁금해져서 술 마시는 걸 재촉하긴 했는데…….
“히끅! 어우…….”
결과는 눈앞의 만취한 운광이었다.
지금 옷을 벗겠다며 옷고름을 풀려고 하는 운광과 그를 말리려 하는 팽소운이 싸우고 있었다.
‘지금 저놈들을 다 때려눕히고 진정시켜야 하나...아니면 저 녀석부터 기절시키고 때려눕혀야 하나...’
독고휘는 말로 설득하긴 포기하고, 물리적인 설득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거친 생각과 술병을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과 또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영의. 독고휘는 빠른 결단을 내렸다.
‘그래, 어차피 내가 뇌격공을 전수해 주면서부터 나름 침착하던 놈이다. 여기서 저 두 녀석을 때려눕혀도 뭐라 하진 않겠지.’
독고휘는 그렇게 판단하고는 현재 거의 개발이 끝난 뇌격공의 기술을 쓰기 위해 뇌기를 끌어 올렸다.
“뇌전보!”
바닥에서 살짝 뜬 채 앞으로 나아가는 미미한 전류.
그리고 독고휘는 그 전류를 따라 문자 그대로 번개 같은 속도로 이동해 운광과 팽소운, 둘의 머리를 잡고 서로 부딪쳤다.
쾅!
“어윽…… 끅…….”
“형님…… 나는 왜…….”
“……미안하다, 동굴 벽에 부딪친다고 저 녀석이 기절할 것 같진 않아서…… 더 튼튼한 걸 쓰기로 했다.”
“……기억해…… 두겠……. 윽.”
그렇게 기절해 버린 운광과 팽소운.
“…….”
영의는 그 광경을 보며 할 말을 잃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음…… 그러니까…….”
독고휘는 그 순간 뭐라 할 말이 없었으나 연륜은 있었다.
“자, 방금 봤지? 이게 바로 본좌의 뇌격공의 자랑. 뇌전보다!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
독고휘는 자연스러운 물타기를 시전했다!
“아아, 네. 어떻게 쓰는 거죠?”
“자, 우선 뇌전을…….”
그리고, 효과는 충분했다.
그렇게 기절한 운광과 팽소운이 깨어날 때쯤, 영의는 뇌전보를 깨쳤다.
배우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독고휘가 이미 한번 시범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뇌기로 만든 길을 뇌기를 띤 발로 올라타 따라간다라는 애매한 설명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냥, 기찻길 깔고…… 그 위에 기차가 달리는 느낌 아닌가? 음? 뭔가 다른가?’
원하는 길에 깔아 둔 뇌전과 같은 파장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영의는 머리보단 몸으로 이해하는 남자.
그냥 감각으로 때려 맞췄고, 거짓말처럼 성공했다.
“허어…… 기재로다, 기재야! 본좌의 뇌격공을 참으로 잘 배우는구나! 껄껄!”
독고휘도 영의가 이만큼 잘 배우자 나름 만족한 듯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웃던 그때, 운광과 팽소운이 깨어난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들을 돌아보았다.
“일어났나? 그럼 어서 가르칠 거 가르쳐 봐.”
독고휘는 나지막하게 말하며 영의를 가리켰다.
“예……? 무슨?”
“자, 지난번에 뭘 가르쳐 줬지?”
영문을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운광과 달리 성큼성큼 다가가 지난 시간의 진도를 묻는 팽소운.
영의는 지난번에 뭘 배웠는지 기억해 보려다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그 이름 엄청 긴 기술요. 그 천지 뭐시기…….”
“아아, 패황권! 그래. 그럼 그다음을 가르쳐 주지. 내 독문보법인 맹호파산보……. 흠, 그래도 보법은 독고 형님이 중원 제일……. 형님! 그래도 천마 놈 기술보단 다수 상대하기 힘들지 않수?”
뭔가를 가르쳐 주려다가 문득 생각난 듯 독고휘에게 묻는 팽소운.
독고휘는 그 질문에 심기가 상한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쯧, 천마군림보 말이냐? 그건 뭐 어떻게 못한다. 천마신공 특유의 것이니까. 대신, 비슷한 건 가능하다. 아! 그래.”
독고휘는 뭔가 깨달은 듯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내 뇌전보, 네 맹호파산보, 그리고 말코 녀석의 제운종. 이 세 개를 합쳐서 뭔가 만들어 보면 천마군림보 비슷하게 나오지 않겠냐?”
“음……? 성질이 다르지 않수? 나는 내력으로 땅 주변을 압박하면서 걷는 거고, 제운종은 가볍게 공중에 디디듯 발을 뻗는 거고, 형님은 속도를 중시해서 걷는……. 아니지, 그거 땅에 발이 닿긴 하는 거요?”
팽소운의 말에 운광이 기겁했다.
이 인간들이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저 정체도 모를 젊은이에게 자신들의 무공을 전수하는 건가?
“아, 아니…… 저 청년이 대체 누구길래 무공을 그리 전수하는 거요?! 그리고, 제운종이라니? 감히 무당의 절학을…….”
운광이 그리 말하며 끼어들자, 팽소운과 독고휘는 시선을 한번 교환한 뒤 영의에게 손짓했다.
“잠깐 이리 와 봐라.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기억이 안 나네.”
“어, 말한 적 없나요?”
“……없지 않수?”
“……나도 없는 것 같다.”
셋의 대화에 운광은 더욱 기가 막혀 소리쳤다.
이름도 모르는데 무공을 가르쳐?! 진짜 노망났나?
“아니! 이름도 모른다니! 뭐 산에서 주워 온 애라도 되는 것인가! 그러면서 무공까지 가르치고 있다니……!”
운광은 무시하고, 자신들 할 말을 계속하는 팽소운과 독고휘.
“아, 뭐. 지금부터 알면 되겠지. 이름이 뭐냐?”
“최영의요. 성이 최 씨고, 이름이 영의입니다.”
“음…… 영광에 뜻을 둔다라…… 좋은 이름이구나.”
“어, 한자에 딱히 뜻은 안 두고 그냥 지은 건데요.”
“…….”
“…….”
순식간에 어색해지는 분위기.
“뭐, 이제 이름이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구나.”
그리고 그 때 운광이 더 이상 못 참겠는지, 크게 소리치며 달려왔다.
“아니,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구나!”
그리고 이내 영의의 앞에 선 운광.
“무당의 모든 것은 태극에서 시작해 태극으로 끝난다. 즉, 모든 것은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며 제일 중요한 태극이 무엇인가 하니…….”
그리고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듯 좌우를 둘러보는 운광.
그러자 슬쩍 미소를 짓는 팽소운과 독고휘의 모습이 보였다.
-무, 무슨 일이오 이게?!
-하하하, 걸렸구나!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셋.
운광의 입은 영의에게 무당의 무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과 정신은 팽소운과 독고휘에게 가 있었다.
-저게 저 젊은…… 아니지, 영의의 신비함일세. 저 친구가 가져온 음식과 술을 먹으면 꼭 뭔가 보답을 해야 하더라고.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게. 난 거부했다가 내력 조금이랑 뇌격공 기본초식을 다 털렸네.
-으하하, 나도 내 천지…… 아니지, 패황권하고 기타 권술을 전수해 버렸지! 뭐…… 이번엔 갑자기 충동이 안 들지만.
-대체 무슨 소리요?! 털리다니! 본산의…… 무당의 절학이 이 청년에게 다 넘어간단 소리요?!
그렇게 당황하여 소리치는 운광. 그러나 독고휘가 안심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다는 아니고, 중요한 거 한 개나…… 자잘한 거 몇 개? 그러니까 우리랑 같이 보법 하나 개발해서 전수해 버리세. 제운종의 부드러움, 맹호…… 그 뭐냐, 아무튼 소운 녀석의 강맹하고 힘찬 발걸음. 그리고 내 뇌격공으로 그 두 개를 조화시켜 보면 뭔들 하나 나오지 않겠나?
운광은 독고휘의 제안에 잠깐 마음이 혹했다.
현 천하제일인이 새로이 개발한 독문무공과 힘에 있어서는 자신도 인정하는 권왕의 보법.
그리고 구름을 딛고 걷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당의 제운종을 합하면 어떤 무공이 나올까……?
-그, 그래도 제운종은…….
-아, 그럼 다른 거 다 털리든가. 무당의 절학을 무단으로 유출한 것과 네가 그냥 새로 무공 하나 만들어서 외인한테 전수한 거. 어떤 게 더 무당에 큰 죄일까?
운광은 거기서 말문이 턱 막혔다.
무당의 절학을 무단으로 유출하느냐? 아니면 그냥 제운종 하나만 희생해서 새 무공 개발 쪽으로 가느냐?
그렇게 내적 갈등이 시작되던 그때, 독고휘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운광의 평정심을 깨트렸다.
-아, 그리고 새 무공 하나 창안하면 그땐 내가 무당에 말 잘해 주마. 내가 내 목적으로 협력을 구했다고.
현 천하제일인이자 정파의 최고수가 하는 말이니 무당파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협력……하겠소, 하면 될 거 아니오!
“그러니, 무당의 무공이란…….”
운광은 그렇게 항복했고, 그때 바로 영의에게 하던 무공 설명이 멈추었다.
“……무공이란? 그다음은 뭔데요……?”
뭔가 도가 철학과 음양, 오행의 이치에 대해서 장황히 설명하다가 이제 본격적 무공 설명이 시작되려던 찰나 멈추자 영의는 당황했다.
무당 무공이 그래서 어떤 건데요?!
“좋아,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우리 셋이 잠깐 해 볼 게 있으니 말이다.”
독고휘가 인자하게 말하며 영의를 잠시 물러나게 했고, 팽소운과 독고휘, 그리고 운광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맹호파산보가 천마군림보랑 성질이 제일 비슷하니까, 그걸 중심으로 두고…….”
“다리에 실리는 힘과 내력이 많으니 천마군림보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불가능하다. 힘을 빼고 내력을 대체해서…….”
“그러면 내력 소모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셋을 보던 중, 갑작스럽게 시야의 한구석에 알림 창이 새로이 떴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Alrim-]
‘……Alrim……? 알림? 버전 1.07이나 08은?’
비록 공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영어 단어를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금방 글자를 읽을 수 있었던 영의.
그는 갑작스럽게 변한 알림 창을 보며 당황했다.
[새로운 변경 사항 : 이제부터 도우미, Alrim이 새로운 소식을 안내해 줄 겁니다.]
[추가 변경 사항 : 보상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추가적인 고객을 감지하였습니다. 배달 수단이 고정되지 않습니다.]
많은 변경 사항이 있었지만, 영의는 마지막 한 개가 가장 신경 쓰였다.
‘뭐야, 이게……. 배달 수단이 고정되지 않는다고? 그럼 걸어서 다닐 수 있나?’
그리고 동시에, 알림 창이 다시 한번 안내를 했다.
[현재 수령 가능한 보상 : 새로운 무공(이동 계열), 영초, 무당파 검술]
[Alrim의 최고 추천 보상은 새로운 무공(이동 계열)입니다.]
영의는 그렇게 새로운 조언자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