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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5화 (25/325)

#제25화 (25)

용산에서 어머니의 문자와 동생의 문자를 받고, 지연의 문자를 확인했던 영의.

그는 그 세 가지를 보고 대략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했다.

‘……내가 걔를 다른 의미로 끌어들였다고 판단했구나……! 근데 왜? 어째서 그쪽 방향으로?’

도대체 뭘 어떻게 둘을 연관 지어야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건진 몰랐지만, 영의는 일단 오해를 풀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동시에 뭐라고 말해야 설득이 가능할지도 궁리했다.

[새로운 주문이 있습니다.]

영의가 늘 오매불망 기다리던 배달 주문이 왔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야!! 여기서 잠수 타면 의혹이 진짜가 된다고!”

영의는 독고휘든 일라이저든, 누구든 간에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바이크를 더 빠르게 몰아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마정석이 든 가방을 놔두고 온 것을 깜빡해 한 번 더 용산을 다녀왔고,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그렇게 5분 만에 집에 도착한 영의.

그는 바이크가 채 멈추기도 전에 아래로 뛰어내려 체육관의 문을 벌컥 열었다.

“지금 뭘 생각하고, 뭘 말하려든 간에,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영의는 그렇게 외치며 문을 열었고, 그 안에는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샌드백을 때리고 있는 수연과 지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옆에서 지도하듯 지켜보는 화연.

“……?”

“아, 오빠 왔네?”

생각했던 것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영의는 당황했다.

“……왜 이렇게 평화로워? 그보다, 화연이는 왜 여기 있어?”

사실은 조금 전…….

수연은 지연에게 조금 더 상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집에서 다시 나와 체육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혼자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지연에게 말을 거는 수연.

“근데…… 오빠한텐…… 무슨 기술을 배우러 온 거야? 그냥 격투술이면 다른 것들도 많잖아. 아니, 물론…… 우리 체육관이 못 가르친다는 건 아니야! 택견부터 무에타이에 뭐든 다 가능해!”

의혹에 대한 추궁과 영업을 하겠다는 마인드를 동시에 공존시킨 수연.

체육관의 딸답게 절대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어…… 모르시나요?”

지연은 수연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분명 각성자면 자신의 오빠가 각성자인 것도 알 텐데……? 그리고, 본인과 영의 선생님은 둘 다 같이 전격 계열 아닌가.

당연히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배우러 오는 건 이해할 텐데……?

그러나 수연에게 있어서 영의는 천재적으로 싸움 엄청 잘하고 자신을 위해 배달 일을 뛰며 등록금을 벌어다 주는 고마운 오빠였다.

배달 일을 하는 오빠가 지나가던 애가 눈에 띄어서 구해 줄 수는 있겠지만, 구해 준 애가 갑자기 무슨 기술을 배운단 말인가.

그렇게 둘 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화연이 관장실에서 나왔다.

“그럼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고! 영의한텐 내가 말해 두마.”

관장실 밖으로 나온 정권과 화연.

정권은 그때 체육관 안에 함께 있는 지연과 수연을 발견했다.

“어이쿠, 우리 신규 회원님! 미안하지만 개인 정보는 본인이 작성을 해 주셔야 하는데……!”

“아, 네!”

정권의 말에 지연은 관장실 쪽으로 향했고, 그때 나오던 화연과 마주쳤다.

“저…… 저기.”

“음? 아, 왜 그러니?”

눈앞의 소녀가 자신을 보며 우물쭈물하자 친숙한 듯 묻는 화연.

그녀도 나름의 인기가 있었기에(물론 나름 정도가 아니었지만) 자신을 보고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하는 사람 정도야 얼마든지 봤었다.

“저기, 사인…… 아니, 악수라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눈앞의 소녀가 갑자기 악수를 요청하자 화연은 흔쾌히 수락했다.

뭐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긴 영의네 집……까진 아니고, 물론 집이 바로 옆이긴 하지만.

아무튼 영의네 가족들이 있는 장소였기에 좋은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럼, 사진도 찍어도 돼.”

“저, 정말요?”

화연의 말에 지연은 화색을 띠었고, 소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화연도 내심 뿌듯해졌다.

‘사진 한 번에 저렇게 기뻐하다니…… 내 팬인가?’

지연은 그 말에 체육관 한구석에 놔둔 자신의 배낭을 향해 뛰어갔고, 화연은 그때까지만 해도 휴대폰이 배낭에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배낭에서 나오는 물건을 보기 전까지는.

“사진은 아무거로나 찍으면 안 돼요! 그, 그것도 신화연 님이랑 찍는 거면 더더욱…….”

지연이 배낭에서 꺼낸 것은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고급 카메라였다.

도대체 그걸 왜 들고 다닌 건진 아무도 몰랐지만, 지연은 그걸 수련 장면을 찍고 기록하기 위해 가져왔던 것이었다.

참고로 비싼 만큼 동영상 기능도 제대로 지원하는 카메라였다.

“……제, 제법 본격적이구나……?”

그것을 보고 당황하는 화연. 대체 뭘 하는 애길래 저런 걸 갖고 다니지……? 기자인가?

“네, 잠시만요! 삼각대도 꺼낼게요!”

이내 배낭 안에서 또 나오는 검은색 삼각대.

지연은 하루 이틀 다뤄 본 게 아닌지 공중에서 손목을 터는 동작 하나로 다리를 쫙 펴냈다.

탁!

따다닥!

어느새 모두가 지연의 세팅을 구경하기 시작했고, 지연은 어떻게 안 건지 체육관의 조명 스위치도 찾아서 켰다.

그렇게 세팅을 다 마치고 화연에게 다가가는 지연.

“자, 세팅 끝났어요! 조명이 좀 불안하긴 한데, 그 정도는 제가 어떻게 해 볼게요!”

지연은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의 리모컨을 눌렀고,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5초예요. 이, 일단 악수부터…….”

“어어, 어. 그래.”

그렇게 엉겁결에 악수를 하게 된 화연과 지연.

지연은 긴장감으로 인해 뻣뻣하게 악수를 했고, 화연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굳어 있었다.

찰칵-

그렇게 나온 사진은 마치 국가 정상회담에서나 나올 법한 형태의 악수 사진이 되어 버렸다.

지연의 여러 덕질……이 끝나고, 이제야 비로소 대화를 시작한 세 여자.

정권은 이제 돈도 생겼고, 새로운 회원도 생겼으니 새로운 용품을 들여오겠다며 나갔다.

세 여자는 대화를 하면서 모르던 정보를 알아내고, 또 각자의 생각을 정리했다.

-영의가 모르는 사이에 전격 계열 능력을 각성해 온 것 같다. 그리고 엄청 강해졌다.

라는 화연의 말.

-오빠는 그런 것 없이도 강했지만, 뭔가 그사이에 더 강해진 것 같다.

라는 수연의 말.

-선생님은 독특하면서도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일종의 체계적 무술 같은 느낌으로 기술을 쓰고 가르쳐 줬다.

라는 지연의 말.

이렇게 셋의 의견을 조합하고, 결론이 나왔다.

“나랑 같은 생각 하는 거 맞지?”

“맞아, 언니.”

“어…… 맞을……걸요?”

서로 바라보며 눈치를 보는 세 사람. 이내 세 사람은 동시에 답했다.

“어디선가 능력을 얻었고, 동시에 기술도 얻었다!”

“능력을 얻으면서 평소에 생각만 해 두고 못 쓴 기술을 만든 거다!”

“어…… 처음부터 대단했었다……?”

모두 다 다른 대답을 하는 셋.

……어찌 되었건, 일단 예전에는 안 그랬었다는 사실과 어느 순간부터 전격 계열의 힘을 쓰기 시작했다는 결과는 알아낸 세 사람.

그때 화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전격계 기술이야 선배한테 배운다 쳐도, 기본적인 전술이나 몸놀림은 내 쪽이 더 나을걸? 나는 실전을 뛰는 몸이니까.”

“에이, 얘가 언니 팬이라서 언니 따라 하기는 해도, 둘이 싸우는 방법이 다르잖아요. 얘가 전기로 검을 만들어서 싸울 것도 아니고…….”

수연은 지연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애초에 얼음을 주로 쓰는 화연과 전격을 뿜어내는 지연이 같을 리가 없잖은가.

“아, 네…… 언…… 언니. 전법 자체는 언……니랑 비슷하게 해도, 기술은 선생님한테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참고로 셋은 대화 도중에 지연과 말을 놓기로 했으나, 지연은 언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한지 조금씩 머뭇거렸다.

“흐음…… 그럼, 일단 샌드백부터 쳐 봐. 몸 움직이는 걸 봐야 알지.”

“맞네, 일단 테스트부터 해 봐야지.”

……그렇게 해서, 영의가 막 들어왔을 때 본 광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와 풍경, 그리고 의외의 인물에 당황하는 영의.

“제가 왜 여기 있냐고요? 그게…….”

화연이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하려 했을 때, 샌드백을 치던 지연이 갑작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아악!!”

손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는 지연. 영의는 지연이 바닥에 주저앉자 다급히 다가갔다.

“뭐야, 왜 그래?”

“아…… 샌드백 안쪽이 너무 단단한데요……? 안에 돌이라도 들었어요?”

지연은 그냥 예시로 들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진짜 들어 있었다.

“어, 으음…… 진짜 들어 있어. 야, 넌 왜 그거 설명을 안 했어……!”

옆에 선 수연에게 다그치듯 말하는 영의.

수연도 그걸 까먹었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어…… 맞다. 우린 맨날 이거 써서…….”

그때 영의의 아버지 정권이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하! 인터넷으로 시키면 되는데 뭐 하러 내가 사러 간 건지, 원. 차에 시동을 켜니까 갑자기 생각났네.”

정권은 체육관 안에 들어오자 보인 광경에 깜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영의는 뭐 신경도 안 썼고, VIP 고객님인 지연이 손을 부여잡고 앉아 있지 않은가!

“아, 아니……! 부상이냐! 부상인 거냐!”

정권은 다급히 신발을 벗어 던지고 안으로 달려 들어와 지연에게 다가갔다.

“움직일 순 있는 거지?! 피는, 피는 안 나나?”

겉보기에는 피가 나는 등의 큰 문제가 없어 보였고, 다행히 잘 움직이는 듯했기에 정권은 일단 안심했다.

“똑똑한 수연이가 그랬을 리는 없고, 영의 너냐? 네가 샌드백 쳐 보라고 한 거냐?”

잘 생각해 보면 그럴 리 없다는 걸 알지만, 정권은 지금 VIP 회원이 등록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에 판단이 흐려졌다.

“서, 선생님이 한 거 아니에요! 그냥 제가 쳐 보다가 안에 있는 딱딱한 거에 손이 맞아서…….”

정권은 지연의 말을 듣고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선생님? 누가? 나? 아니지, 수연인가? 잠깐, 내가 방금 영의를 추궁하지 않았나? 그럼…… 영의가 선생님이라고?

“언제 제자를 들인 거냐, 영의야! 그것도 이렇게 어린 애를!”

영의는 갑갑해졌다. 독고휘나 일라이저를 만난 이야기는 대충 각색한다 쳐도 제대로 설명하자면 번개에 맞은 시점부터 얘기해야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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