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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2화 (22/325)

#제22화 (22)

지금 다른 세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영의는 일단 열심히 배달을 다녔다.

치킨, 햄버거, 족발과 보쌈, 피자, 그리고 다시 치킨……을 배달하며 일반 주문, 특수 주문 가리지 않고 수락하며 다니는 영의.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영의를 보며 병찬과 병민은 감탄했다.

“나 주문이야, 갈게!”

“이야…… 행님 윽수로 열심히 일한다…… 니랑은 다르게.”

“……그러는 너도 특수만 기다리고 있잖아.”

각성자들에게 전담된 위험 지역 배달 서비스, 특수 주문. 모든 특수 주문 배달원들은 마정석 바이크를 타고 전국 범위로 배달하게 된다.

물론 영의처럼 왕복 20분 안에 모든 게 끝나진 않아도, 30분까지는 어떻게든 뽑아 볼 수 있는 인물들만 모여 있었다.

“마, 내는 고-급 인력이다 아이가, 고-급 인력! 내 인천서 부산까지 13분 40초 나온 거 모르제?”

자신의 한반도 주파 기록을 자랑하는 병찬. 참고로 영의는 인천공항에서 해운대 앞바다까지 10분 12초에 끝냈다.

“……그 인천도 바다 쪽이 아니라 내륙에서 시작했고, 부산도 바다 쪽이 아니라 터미널에서 끝냈지 않나?”

“……마, 인천도 땅이 있고, 부산도 바다가 전부가 아인 기라! 낸 거짓말 하나도 안 했데이!”

“……쯧.”

아쉽게도 정말 사실이었기에 병민은 뭐라 더 말하지 못했다. 그는 같은 조건으로 14분이 걸렸기 때문에.

그렇게 나름 투닥거리면서도 친하게 지내는 둘은 그렇게 오늘도 우정을 과시했다.

한편, 신화 길드 본부 신화 빌딩.

꼭대기 층에 있는 길드장실의 문을 두드리는 여자가 있었다.

똑똑-

“저예요.”

“들어오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신화연.

고급스럽게 치장된 길드장실의 안에는 어울리지 않게 싸구려 사무 의자에 앉은 한 남자가 책상 위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 부길드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닷없이 전화로 말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부른 거네.”

“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래, 뭐 정훈이야 큰 불만 없을 거다. 아니, 오히려 반길걸? 안 그래도 잘 살다가 느닷없이 부길드장에 앉혀진 녀석이니…….”

신화 길드 길드장, 장영석.

그는 초기에 각성한 각성자 중 한 명으로, 소방관 출신이라 정의감이 강해 사건이 일어나면 늘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영웅은 단명한다 하였던가, 결국 민간인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은퇴했다.

그러나 그의 정의감과 행보는 각성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졌고, 그의 은퇴 소식을 듣자 그의 직접적인 힘은 못 되어도 그의 정의를 돕겠다는 뜻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 신화 길드를 결성했다.

참고로 이 이름은 화연의 이름에서 따온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업적을 남겨 신화가 되란 뜻으로, 영석이 감명 깊게 본 만화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게 길드장을 맡아 지금까지 업무를 잘 처리해 온 영석.

그의 명성과 이미지가 있었기에, 대부분의 업무들은 큰 지장이 없었다.

현재 길드의 최고 실력자인 화연은 부길드장을 맡고 있었으나 1년 전쯤, 갑작스럽게 서울 지부장으로 남겠다는 말을 하고 돌연 지부장이던 정훈을 부길드장으로 쫓아내고 지부장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부길드장으로 돌아오겠다고 하자 그렇게 말한 의도가 궁금해졌다.

“흠…… 그냥, 이제 마음이 다 정리됐달까요……?”

화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고, 영석은 자신이 해결해 주지 못한 그녀의 고민을 누군가 해결해 준 듯싶어 만족스러웠다.

이제 길드의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그래, 이번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

“네, 정말 다행히도 안 다치긴 했어도, 위험했다고요?”

“맞아. 그러니 앞으로 대규모로 게이트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자네가 동행 좀 해 주게. 이제 사무직에 가까운 지부장에서 현장직인 부길드장으로 돌아가야지? 물론, 내가 없으면 자네도 다시 사무직이겠지만! 하하하!”

유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영석. 화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부길드장 업무는 한 일주일 뒤부터 시작하게. 정훈이도 다시 보내야 하고, 업무 마무리도 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휴가라도 즐기다 와.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놀아야지, 여유가 없을 때 휴가를 얻으면 즐기지 못하는 법이야.”

소방관 출신이라 그런지 참으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 주는 영석. 화연은 처음에 거절하려 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드장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아, 대신 1주 치 월급은 없는 거로 하자고. 자네 없는 동안 정훈이가 지부장과 부길드장 업무를 둘 다 할 건데, 보너스라도 줘야지.”

영석의 말에 화연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휴가를 위해 희생되는데, 그 정도야 뭐…….

그렇게 화연은 길드장실을 나서며 머릿속으로 휴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영의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그녀. 화연은 기분이 좋아져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 * *

신강. 마교라 불리는 명교의 본거지.

방의 끝에는 밝게 타오르는 불이 피워져 있었다.

몇몇 노인과 중년인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장발의 남성이 옥좌와도 같은 거대한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어 앉아 있다.

남성은 늙은 것처럼 흰머리가 군데군데 있었고, 얼굴에도 주름이 제법 있었으나 그런 그가 100세에 가깝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라.

“…….”

남자는 침묵한 채 눈앞의 남자를 보았다.

바닥에 엎드린 채 자신에게 최대한의 공경을 표시하고 있는 사내는 이름도 모를 남자였다.

“……그래서, 중요한 정보가 보고됐다고?”

“예! 지존이시여!”

의자에 앉은 남자는 아주 나지막하게 말했으나 엎드린 사내는 뱃속의 모든 소리까지 짜내어 크게 대답하였다.

“……목소리가 크다. 적당히 말하도록.”

“예, 지존이시여.”

“한번 보고해 보아라. 만약 내게 찾아와서 보고를 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라면…… 상을 내릴 것이고, 쓸모없는 정보라면…… 넌 한 줌의 혈수가 될 것이다.”

남자의 말에 엎드린 사내는 두려움에 흠칫했으나, 이내 자신이 보고받은 정보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기에 당당하게 말했다.

“현재 중원에서, 검황과 권왕, 그리고 태극검이 한자리에 모여 회동을 가진다 하였습니다!”

사내의 말에 남자는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자세를 고쳤다. 그렇게 자세를 고치는 것을 보자 방 안의 사람들은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지존께서 정자세를 하셨다!’

‘지존께서 저만큼 집중을 하시다니, 그만큼 검황을 마음에 담아 두셨는가!’

‘권왕이라…… 하, 못다 한 승부를 하겠군!’

“좋군……. 그래서, 위치는?”

“저희 마영각 소속 첩자가 최선을 다해 쫓았으나…… 권왕과 태극검의 경공을 쫓아가지 못하였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지존!”

엎드린 남자는 쿵쿵 소리가 나게 바닥에 머리를 박아 댔고, 이내 이마에서 피가 터져 나와 바닥에 흐르기 시작했다.

“……흠, 그래서…… 추정되는 위치나 마지막으로 확인한 위치는?”

남자는 계속 물어보았고, 이내 바닥에 엎드린 사내 대신 서 있던 노인 중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거기부턴 이 늙은이가 설명하지요…….”

“마뇌. 나는 이놈에게 묻고 있다만?”

“허허, 마영각의 모든 정보는 이 늙은이에게 옵니다. 그리고, 이 늙은이를 못 믿으시는지요?”

전대 천마의 직속 군사, 전전 대 천마의 직속 군사의 제자였던 인물인 마뇌였기에 남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봐라. 어디로 추정되는지.”

이내 마뇌는 옆의 수하에게 손짓했고, 수하가 제법 상세한 지도를 펼쳐 보였다. 그리고 그 지도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기 시작하는 마뇌.

“크흠, 일단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 방향에서 꺾는 것까진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태극검은 권왕의 서신을 받고 무당에서 내려왔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것은 세작을 통해 사실인 것으로 검증되었습니다…….”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하는 마뇌. 남자는 그 설명이 지루한지 권태로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의자에 삐딱하게 앉았다.

“……그래서, 결론은?”

“어험, 결론은…… 대산, 아니면 좀 더 이어져서…… 곤륜입니다.”

수많은 경로 중에 정답이 들어 있는 선택지까지 포함해 정확히 두 개를 짚어 낸 마뇌.

그의 능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했지만, 남자는 지루하단 표정을 지었다.

“겨우 그게 다냐?”

“예. 이게 최선입니다.”

남자의 성격을 잘 아는 마뇌였기에, 어설픈 변명이나 원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결과가 이게 최선인 걸 어떡하란 말인가. 남자는 그 말에 앞에 엎드린 사내를 쳐다보았다.

“흐음…… 이놈은 처벌……까진 아깝고, 그냥 돌려보내라.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알아 오라고 키워 놨더니, 그마저도 완전하게 캐내질 못하는구나. 그리고, 정보를 알아낸 첩자 놈은 더 훈련시켜라.”

“성은에 감사드립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바닥에 엎드린 사내는 엎드린 채로 팔만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쳤고, 이내 자세를 낮추고 뒤로 물러났다.

‘다행이군, 죽진 않았어…….’

상을 받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론에서 남자를 만족시키지 못했기에 꼼짝없이 죽음을 각오했던 사내는 목숨을 건져서 다행이라며 조심스럽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원로들만 남고 다 나가.”

남자의 말에 신속하게 방을 나가는 중년의 사내들과 몇몇 노인들.

이내 방 안에는 마뇌와 몇몇 노인들만이 남았다.

“흐음…… 독고휘, 팽소운, 그리고 운광이라…….”

“지존이시여, 이 늙은이가 짧은 식견으로나마 의견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허한다. 마뇌, 그대의 생각을 한번 말해 보아라.”

마뇌는 그렇게 남자의 앞으로 나와 양팔을 펼치며 설명을 시작했다.

“정파에서 제일 고수라고 추앙받는 셋이 나와 회동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뭘 뜻하겠습니까? 옛 추억이나 되새기며 차나 마시는 거?”

거짓말처럼 정답을 맞히는 마뇌였다.

“아니겠지요, 그놈들이 정말로 옛 추억이나 되새길 거였으면 옛날 그 패거리들이 다 모였겠지요. 굳이 태극검과 검황, 그리고 권왕이 모이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마뇌의 말에 방에 서 있던 노인 중 덩치가 유달리 큰 한 노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복수?”

“……그렇지, 복수일세!”

“난 자네에게 발언을 허한 적이 없네만, 권마.”

남자는 덩치 큰 노인에게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노인은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지존이시여! 무례인 건 압니다, 하지만! 저는 옛 대전의 설움을……!”

그리고 그때, 방 안을 찍어 누르는 듯한 엄청난 중압감이 내려앉았다.

“크윽…… 윽……!”

마뇌를 제외한 모두가 그 힘에 눌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덩치 큰 노인은 더 강한 힘을 받는 듯, 바닥에 아예 엎어지려고까지 했다.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을 텐데……?”

“크윽…… 큭, 하지만! 이 노구의 몸이 쇠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싸우고 싶습니다! 지존께서도 아직 결판을 못 내시지 않으셨습니까!”

덩치 큰 노인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방 안의 중압감은 사라졌다.

“흐음…… 뭐, 그렇긴 하지. 그럼…… 놈들이 원하는 건, 늙어 죽기 전에 못다 한 결판을 내러 오는 거다?”

“……이 늙은이의 모자란 식견으로는 그렇습니다…….”

마뇌는 남자의 말에 그렇게 말했고, 정말 식견이 약간 모자란 듯했다.

물론, 진상을 알 리가 없으니 이게 그나마 사실인 것 같아 보였던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 하필 딱 그 세 명이군. 결판나기 직전에 개입당하고, 개입했던 녀석들이 말이야…….”

권왕 팽소운은 정마대전 당시, 권마 강자성과의 싸움에서 결착이 나기 직전 검마의 합공으로 패배했고, 검마는 태극검과의 결전에서 권왕이 끼어들어 패배하고 말았다.

방 안에 있는 노인들 중에서 끼어들진 않았지만, 태극검이란 이름이 나오자 눈빛이 가장 빛나고 있는 한 마른 노인이 있었는데, 그가 검마 혁련무성이었다.

그리고 그 검과 권의 2:2 싸움에 끼어든 것이 당시에는 검성이라 불리던 독고휘였고, 그런 독고휘를 가로막기 위해 천마가 나서서 그를 막아 싸우다가 양측의 지원 세력에 결판을 내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검황과 천마는 자주 맞싸웠지만, 언제나 깔끔한 결말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도 나름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좋다, 결판을 낼 때도 되었지. 단, 모든 신도들은 이 일에 대해 아무런 개입도 하지 마라! 놈들이 찾아오면 정중히 모시고, 또 정중히 대접해라! 최상의 상태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결판을 내겠다! 그리고, 우리가 죽든 놈들이 죽든, 보복 같은 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남자의 검고 고급진 비단 무복에 황금빛 용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의 이름은 혁련무강, 세간에선 마교라고 불리지만 성화를 받들어 모시는 명교, 다른 말로는 신교의 주인이자, 천마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한편, 팽소운과 운광은…….

“……이 산이 아닌가? 이쯤이면 형님의 동굴이 보여야 하는데…….”

“……자네, 길치지?”

“아, 아니거든! 누굴 장산 녀석인 줄 알아! 이 봉우리만 넘어가 보자고!”

다른 산을 열심히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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