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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9화 (19/325)

#제19화 (19)

갓 화덕에 구워 낸 따끈한 피자 한 판과 기본 제공 콜라(500ml), 그리고 기본 제공 치즈 가루와 피클. 영의의 요청에 따라 더 추가된 핫소스 2개까지.

그렇게 피자 한 판 세트를 가지고 비행하는 영의.

어차피 지난번에도 같았으니 이번에도 같겠지 싶어 느긋하게 자동 운행을 시작했다.

“흠…… 이번에는 어떤 곳이려나……?”

지난번은 산속 깊은 곳이었고, 조금 전은 마찬가지로 산동네였으니 이번에도 뭔가 인적 드문 곳으로 갈 것만 같았던 영의.

구름을 통과한 뒤, 영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세상에.”

영의의 생각과는 달리 엄청나게 발달한 듯한 도시가 보였다.

물론 현대의 도시처럼 고층 빌딩이 빽빽하고, 차량이 막 다니는 그런 도시는 아니었다.

중앙 지역에서부터 뿌리처럼 뻗어 나가는 도로들과 그 도로에 맞춰서 세워진 건물들, 그리고 그 도로를 오가는 몇몇 마차나 사람들까지.

“이건 좀 신기한데……?”

마치 잘 발달한 중세 유럽의 마을 풍경과도 같았지만, 건물과 수로, 그리고 도로 배치 등을 보면 현대의 계획도시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동 주행이 안내하는 곳은 그 도시가 아닌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하나의 탑.

“저기인가……? 하긴, 대마도사라니까 저런 곳에서 살겠지.”

영의는 그렇게 판단하고는 이내 속도를 높여 탑으로 향했다.

“……탑, 은 아닌데?”

정작 가까이 와 보자 탑인 형태는 멀리서 봤을 때만 그런 형태였고, 아래에는 넓고 튼튼한 2층짜리 석조 건물이 있었고, 그 위에 탑이 세워진 형태였다.

그렇게 영의는 일단 주변의 수풀에 바이크를 숨기고, 보온 박스를 들고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계세요?”

영의가 문을 두드리자, 이내 안에서 나오는 한 노인. 노인은 백발이 성성했고, 또 수염도 기르고 있었기에 영의는 보자마자 이 사람이 그 대마도사구나 싶었다.

“……주문하셨어요?”

“……?”

영의는 일단 떠보기 위해 음식을 주문했냐 물었다.

그러나 노인은 느닷없이 어떤 젊은 놈이 머리에 번쩍거리는 걸 뒤집어쓰고 와서는 한쪽에 맨 가방을 흔들어 대니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했다.

“음…… 음식 주문하시지 않았나?”

영의는 보온 가방을 들어 올리며 그렇게 말했고, 그제야 뭔가 알아챈 듯 노인의 눈이 커졌다.

그것을 보자 영의는 성공했다고 생각했고, 보온 박스를 열려고 했는데…….

“감히 성스러운 마도의 탑에서 음식 장사라니! 썩 꺼지지 못할까!”

갑자기 호통을 치며 영의를 밀쳐 내는 노인.

심지어 옆에 무기로 쓸 만한 무언가가 있는 듯 급히 팔을 뻗어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됐다.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영의는 상황이 잘못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보온 가방을 들고 도망쳤다.

바이크가 있는 수풀까지 빠르게 달려 도착한 그는 머리만 살짝 내밀고 건물의 동태를 살폈다.

다행히 영의가 빠르게 도망치는 것을 본 노인이 쫓아갈 마음이 들진 않았는지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영의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

“후우…… 저 영감님이 마도사가 아니었나……?”

영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알림 창을 켜 보았다. 제발 좀 친절하게 표시해 줄 순 없냐고 생각하면서.

[배달 지역 주변입니다. 배달지 정보가 갱신됩니다.]

그러자 영의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배달지 정보를 갱신하는 알림 창. 영의는 그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고맙다, 알림이. 그래도 매번 필요한 정보는 주는구나. 미리 주면 더 좋겠지만…….’

이윽고 제대로 표시되는 배달의 주소지.

[배달지 : 마도의 탑 최상층, 탑주의 방]

“……그래, 그렇겠지. 마법사란 인간들은 항상 탑을 짓고 다니지…….”

영의는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바이크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고, 이내 탑의 위로 날아올라 어디 착륙할 곳이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저긴 좀 아니고, 그렇다고 기어 올라갈 수 도 없고, 공중에 띄워 놓고 그냥 창문으로 타협할까…….’

탑의 꼭대기는 빗물 배수 용도인지 아니면 일반적 이미지로 인한 건지 경사지어 있어 바이크를 주차하기에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밑에 바이크를 대어 두고 벽을 타고 올라가자니 누가 지은건지 몰라도 돌들에 빈틈이 별로 없고 겉도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하아…… 그냥 아래쪽에 있는 영감님을 뚫고 들어가……? 어떻게 배달해서 대마도사가 나한테 호감만 가져 주면 알아서 해결될 것 같은데…….”

영의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던 독고휘와 팽소운, 그리고 지연을 떠올리며 강행 돌파를 할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탑의 꼭대기, 탑주의 방에서 일라이저가 수상함을 눈치챘다.

“대체 어떤 놈이 탑 주변에서 자꾸 마법을 쓰는 거지……? 그것도 물체 비행만……?”

머릿속 한편에서는 그냥 마법을 연습하는 제자들이 아닐까 싶었지만 오늘은 제자들이 오지 않는 휴일.

탑의 관리자(라고 쓰고 청소부라 읽는다) 로비와 자신밖에 없는 날이었다.

비록 위협적이지도 않고 종종 도시 바깥으로 나와 마법 연습을 하는 아이들이 있기도 했기에 별로 문제 될 거리도 아니었지만 계속 자신의 탑과 꼭대기 주변을 맴돌자 신경이 쓰인 것.

이에 마도의 탑의 탑주이자, 대마도사로 칭송받는 일라이저가 자신의 망토와 지팡이를 챙겨 창문을 열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방 주변에서 은색 공 같은 걸 뒤집어쓰고 정체 모를 흰 물체 위에 앉아 중얼거리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아니지, 지연이 걔는 배달해 줘서 호감 산 게 아니라 다른 게 원인이었던가……? 근데 그 과정에서 호감을 산 거니까 큰 차이는 없는 걸지도…….”

혼자 중얼거리는 괴한(?)을 본 일라이저는 여차하면 바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대인용으로 가장 좋은 일렉트릭 볼트를 준비하고 그 괴한에게 다가갔다.

“……자네는 누구기에 여기서 이러고 있나?”

“어? 아! 일라이저 님 맞죠?”

영의는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물론 중간에 지연의 이야기로 빠지긴 했지만) 찰나에 마침 마도사로 보이는 인물이 알아서 나와 주자 고마웠다.

“……내가 일라이저는 맞다만. 자네는 누구지? 그리고, 대체 왜 여기서 이러는 거지? 그 이전에, 자네가 타고 있는 건 뭔가?”

역시 호기심이 없으면 학자나 연구자가 될 수 없듯, 마법의 정점에 오른 일라이저는 괴한의 위험성보다는 괴한의 정체와 그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것들에 더 흥미가 생겼다.

“음…… 일단, 배고프세요?”

“……갑자기 배고프냐고 묻는다고?”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은 자신의 지식에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자신의 힘에 관심이 있었지만, 자신의 공복에 대해서 묻는 이는 또 처음이었다.

일라이저는 그 사실에 당황하여 무의식적으로 마음의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음…… 공복이네만.”

어제저녁부터 연구를 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밤을 샌 일라이저. 피로야 마법과 약으로 때우면 되지만 허기는 어쩔 수 없었다.

“아, 마침 잘됐다. 드실래요?”

영의는 보온 상자에서 피자를 꺼내어 흔들었고, 일라이저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식사 빌런에 당황했다.

그러나 피자 상자에서 나오는 잘 구워진 밀가루의 향과 또 페퍼로니와 치즈의 냄새에, 그리고 주문하진 않았어도 주문인에 해당하는 그들 특유의 본능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럼, 일단 들어가도 될까요?”

“그리하게. 누추하지만, 어서 오시게.”

일라이저는 자신도 모르게 영의를 손님 맞듯 맞이했다. 일라이저는 문보다 창문으로 오가는 사람이라 창문의 크기는 영의의 바이크가 들어가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크고 높았다.

영의는 바이크를 타고 탑주의 방 안으로 들어갔고, 내부는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크기가 컸고 또 공간도 제법 넓었기에 영의는 안에 바이크를 세워 두었다.

안에 들어서자 갑자기 자신의 책상 앞으로 가서 앉는 일라이저.

그리고 그는 영창을 하지 않고 자신의 손발을 마법으로 만든 로프에 묶어 의자에 고정해 두었다.

“음, 일단 묻고 싶은 건 많네만. 어째서인지 내 정신에 비해 내 몸은 자유롭질 못하구만. 이것도 매우 흥미로워……. 어째서 이 대마도사에게 강제로 행동을 하게 만들면서 눈치를 채지 못한 거지? 그리고, 또 왜 그 행동이 다른 것도 아니고 자네의 손에 들린 그 물체에 포장된 무언가를 먹게 하려 하는 거지?”

역시 대마도사답게 자신의 몸 상태를 금방 눈치채고, 또 지금의 상황에 대해 몹시 궁금해하는 일라이저.

영의는 독고휘와 팽소운 덕분에 익숙했기에 일라이저의 책상 위에 피자 박스를 올려 두고 나머지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흐음…… 오오! 호오.”

분명 피클과 소스를 배치하고 피자 박스를 열고 콜라의 뚜껑을 따고 옆에 두었을 뿐인데 혼자 멋대로 신기해하고 감탄하는 일라이저.

영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역시 주문을 하는 인간들은 멀쩡한 종자가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라이저도 그냥 이상한 사람이라 그런 기행을 한 게 아니었다.

영의가 주는 것 하나하나를 보며 나름 흥미로운 점을 찾고 그에 대한 해답을 알아내고 있었던 것.

‘저 검은 액체가 든 것은…… 병인가 보군. 상당히 투명도가 높아. 그리고…… 붉은 것이 돌아가는군, 뚜껑인가? 오오. 안에 나사처럼 돌기가 있군. 저러면 액체가 쏟아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겠어. 코르크보다 밀봉이나 뚜껑 열기가 편하겠어.’

콜라병을 본 감상이었다.

‘그리고…… 이건…… 종이인가? 종이를 두껍게 만들어서 튼튼하되 가벼운 용기를 만든다라……. 액체 같은 걸 담지는 못해도, 목재로 만들어서 쓸데없이 묵직한 것보단 편하고 좋겠군. 나중에 서류를 보관하는 통을 저렇게 만들면 어떨까?’

피자 박스를 본 감상이었다.

그렇게 피자 세팅이 끝나자 일라이저는 자신의 손을 결박해 두었던 로프를 풀었고, 이내 책상 위로 손을 뻗어 피자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영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호구 하나 추가.’

그렇게 일라이저의 피자 먹방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피자 자체를 집어 들어 맛을 보려는 일라이저.

그 또한 빵에 익숙해진 사람이었기에 치즈가 쭈욱 늘어지는 피자는 제법 신선하게 다가왔다.

‘흐음, 치즈를 빵과 함께 구워 내고 그 위에 뭔가를 올린 건가……? 그릇은 아끼겠군. 그리고, 뭔가 다른 냄새가 나는데…….’

이내 들어 올린 피자를 베어 물고, 컬처 쇼크를 경험했다.

‘이것은…… 맛이다! 맛있다는 맛의 개념이 내게 다가온다!’

마도사 아니랄까 봐 맛에 대한 감상도 특이한 일라이저.

‘아아, 아래의 빵은 바삭하고, 윗부분은 부드럽다. 그리고 거기에는 산미를 가해 주는 소스가 발려 있고, 그 위의 치즈와 작은 햄? 소시지? 아무튼 고기 조각이 포인트로구나. 처음 혀는 소스와 고기와 치즈를 맛보고, 각자의 완성된 맛을 씹자 그것들이 합해지며 또 다른 하나의 완성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피자를 먹으며 황홀해하는 일라이저.

이내 그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도 영의가 같이 준 것을 보고 나름의 추론을 통해 소스를 뿌려서 먹기 시작했다.

‘이것은 양이 많으니 소스처럼 함께 먹는 용도는 아닌 듯하군. 아마 음료겠지.’

콜라에 대한 추론이었다.

‘이것은 찍어 먹는 용도라 생각되나 중간에 이물질이 큰 게 있다. 찍어 먹는 용도가 아니란 것이겠지. 아마 저 오이를 먹는 게 아닐까.’

피클에 대한 추론이었다.

‘이것들이 함께 먹는 용도인가 보군. 하나의 밀봉된 포장이라…… 좋은 보존 방법이다. 그리고 칼집이 나 있는 것을 보니 개봉에도 편의성을 주었어. 누군진 몰라도 제법 똑똑하군! 나보다는 아니지만.’

치즈 가루와 핫소스에 대한 추론이었다.

그렇게 나름 다 정답에 가까운 추론으로 소스를 활용하는 일라이저.

그는 이내 여덟 조각 중 여섯 조각을 먹고 일곱 번째 조각에 손을 대려다 정신을 차렸다.

“어흠, 이러면 안 되지. 한 번에 다 먹으면 즐거움이 사라지지.”

일라이저는 그렇게 말하며 남은 두 조각에 보존 마법을 걸어 두고 박스를 덮어 책상 한구석에 슬쩍 밀어 두었다.

영의는 그걸 보며 과연 대마도사라며 나름 감탄했다.

‘피자는 식어도 충분히 맛있지. 역시 대마도사 칭호는 주사위 굴려서 따진 않았나 보네.’

영의는 그렇게 생각했고, 이내 일라이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법 충격적이었다.

“그래…… 이런 진미를 대접해 준 것에 대한 보상을 해 줘야겠지. 그래…… 금화 30개면 되겠나?”

‘금화……? 30개?’

영의는 그 말에 놀라서 잠깐 굳어 있었으나, 일라이저는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건지 개수를 올리려고 했다.

“어, 음…… 적겠지. 물론, 왕도의 고급 음식점만 가도 저녁 식사에 20개는 나오니까. 자네의 음식은 더욱 진미였으니, 내 50개까지는 쳐줄 수 있네.”

‘50……?’

영의는 헬멧 안에서 놀라는 자신의 표정을 감추려 애썼고, 동시에 지금 금값이 한 돈에 얼마였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더, 더 쳐줘야 하나? 미안하네만, 나도 이번 달은 예산이 없어. 촉매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제법 지출했단 말이네. 그…… 마석도 받나?”

영의는 일라이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고, 일라이저의 입에서 나온 마석이란 말에 집중했다.

“마석요……?”

“그래, 이거네. 한번 보겠나?”

일라이저는 품속에서 손가락 마디보다 조금 더 큰 색색깔의 수정 같은 결정체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 두었고, 영의는 그것을 보자 놀라고 말았다.

‘저건…… 속성 마정석이잖아……!’

“사실 제일 비싼 건 전마석이네만, 그건 나도 필요로 하는 것이니 주기는 힘드네. 대신, 일반 마석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이걸로 추가금을 치르면 안 되겠나……?”

영의는 일라이저의 말에 아까 지연을 만났을 때 주워 둔 마정석을 떠올렸고, 그것을 주머니에서 꺼내 일라이저의 앞에 내밀었다.

“이건…… 전마석이군! 허허…… 하긴, 그런 진미이니 왕족이나 다른 부자들에게 하나 대접하면 금화 정도야 얼마든지 얻겠지…….”

“아니, 이 마정석…… 아니, 전마석이란 게 귀한 거예요?”

영의는 당혹스러워서 물었다. 그의 세상에서 마정석은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이것이 대부분이며, 정말 가끔, 저-엉말 가끔 하나씩 한 속성을 많이 띠는 마정석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이 속성 마정석이라 불리며, 그것은 부자들의 강제 각성이나 각성자들의 파워 업을 위한 수단으로 쓰여 엄청난 가격대에 거래되었다.

“전마석? 당연히 귀하지! 자연 상태의 마력을 그대로 담아 각 속성의 마력이 균등하게 담긴 보물이거늘.”

영의는 그 말에 다시 한번 속으로 생각했다.

‘호구…… 아니, 특급 호구 확보. 아니지, 여기서 귀한 게 우리 쪽에선 흔한 거니까, 좋은 거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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