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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7화 (17/325)

#제17화 (17)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ver.1.02 to ver.1.05]

중간에 여러 번 재업데이트를 한 건지, 어느새 버전이 1.05로 올라간 자신의 알림 창. 이젠 그냥 편의상 알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변경 사항 : 사용자 상태 정보 표시 기능 추가, 조작 편의성 강화, 통신 기기 연동 기능 추가, 새로운 배달 지역 추가, 보상 선택 기능 추가, 잠재 고객 탐색.]

그렇게 상당한 업데이트가 있었고, 영의는 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소녀가…… 잠재 고객이라고?

[주문인 : 전지연]

[배달 물품 : 돈가스 정식 → 전투 기술]

[배달 물품의 변경으로 인해 보상이 변경됩니다.]

[기존 배달 물품은 배달하셔도 됩니다. 단, 기존 보상과 달라집니다.]

‘……뭐지? 갑자기 배달 내용이 달라졌어. 그리고…… 전투 기술을 배달하라고? 뭔 개소리야…….’

영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눈앞의 소녀가 괜찮은지, 그리고 저쪽의 할머니도 괜찮으신지 물어보았다.

“그, 괜찮니? 다친 덴 없고? 할머니! 할머님도 다친 데 없으시죠?”

“어어, 고맙네 총각! 덕분에 살았으이!”

지연의 신호에 곧바로 달려 올라가려던 할머니는 매드독들이 죽는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았었고, 영의가 상황을 정리한 것을 보고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음, 뭐 다친 덴 없다니 다행이네. 그럼 마정석이나 좀 주워 갈까…….”

방금 전 죽은 매드독들은 이미 사체가 사라졌고 그 아래 마정석이라 불리는 작고 흰 수정 같은 물건들이 떨어져 있었다.

몸 안에 흐르던 마력이 뭉쳐서 만들어진다고 하는 이 마정석은 보통 마력이 많이 집중된 신체 부위가 있으면 잘 나오지 않았으나, 거대하고 강한 괴수나 이렇게 마력이 신체 부위에 별로 집중되지 않은 괴수들에게는 매번 나왔다.

“……뭐, 이 정도면 용돈은 되겠네.”

아무리 작은 마정석이라도 개당 만 원씩은 했으니, 지금 영의가 주운 새끼손톱만 한 마정석 7개면 50만 원 정도는 나올 것이다.

그렇게 바닥의 9개를 모두 주워 2개를 지연에게 건네는 영의.

“자, 받아. 2마리는 네가 잡았지?”

“……3마리예요.”

“……그래, 3마리.”

하나를 더 건네주는 영의. 그러나 소녀는 영의가 건네주는 마정석을 받지 않았다.

“……? 뭐 해, 받아. 네가 잡은 몫은 네가 가져야지.”

“필요 없어요.”

3개면 20만 원은 나올 것이다. 저 나이에 20만 원이 필요 없다니, 아무리 각성자들이 고소득자라고는 하지만 아직 학생인데 20만 원이면 충분히 큰돈이 아닌가.

남자애들이면 조금 더 모아서 게임기라도 살 것이고, 여자애들이면 원하는 예쁜 옷을 살 만큼 많은 돈이다.

그러나 그녀의 관심은 그런 곳에 없는 듯했다.

“대신…… 저한테 기술을 가르쳐 주세요! 저랑 같은 전격계 맞으시죠?”

영의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리는 지연.

그녀는 눈앞의 남자에게서 자신의 비전을 보았다.

몸으로 움직이면서 속성 계열로 치명타를 꽂아 넣는 그런 각성자!

그녀가 동경하는 대상인 얼음꽃과도 같은 전법이 아닌가!

“방금 전에 했던 그 전격이랑 빠르게 움직이는 그것도 응용 맞죠? 기술 좀 가르쳐 줘요!”

영의는 갑작스럽게 눈앞의 여자애가 기술 전수를 요구하며 매달리자 당황했다. 뭐? 기술을 가르쳐 줘? 아니, 나도 배운 건데…….

“B급, 아니 A급 정도 되시는 거 같은데! 물론 그만큼 많이 버시겠지만…… 그…… 민폐인 것도 알고, 제가 그만큼 막 돈을 드리진 못해도…… 아니, 못 드릴 건 없지만 좀 많이 기다려 주셔야…… 한 20년…….”

다급해진 나머지 횡설수설하기 시작하는 지연.

그녀는 감정과 능력을 주체 못 하겠는지 몸에서 스파크가 조금씩 튀고 있었다.

영의는 일단 그렇게 폭주하기 시작하는 지연의 어깨를 잡아 진정시켰다.

“진정해, 진정해. 뇌기가 막 분출되잖아. 진정해.”

영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그녀의 몸 안과 밖에서 날뛰는 뇌기를 독고휘가 가르쳐 줬던 대로 컨트롤하였다.

그녀의 몸 안에 이미 뇌기가 충분하고 나름대로 순환도 하고 있었기에, 영의는 그저 잔가지만 쳐 내고 흐르는 곳에 집중시켜 주었다.

“……어……?”

지연은 영의가 어깨를 만지고 잠깐 지나자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꼈다.

몸 안에 있던 전격의 기운이 몸 안에서만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잠시 멍해졌다.

영의는 그저 밖으로 마구 분출하지 말라고 경로에서 벗어나 마구 날뛰는 뇌기를 잘라 낸 것뿐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지연의 입장으로선 통제되지 않는 전격의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지금껏 계속 감정이 격해지면 막 나왔던 전격이…… 안 나와.’

감정에 따라 전격이 몸 밖으로 나왔기에 지난번 검진실에서도 남자아이를 정면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툭툭 쳐서 제압한 것이다.

만약 진짜로 싸울 마음이었다면 남자아이가 불타 버렸을 수도 있었으니.

“……음, 이제 좀 나아진 것 같네. 할머니, 여기 바닥에 쏟아진 것들 할머니 거예요?”

영의는 지연이 멈춰 있자 나름 진정한 것으로 판단하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봉투를 가리켰다.

그 안에서는 붉은색 국물이 밖으로 흘러나와 있었고, 영의는 그걸 보자마자 직감했다. 저게 이 사태의 원인이었구나.

“그려. 내가 맨든 떡볶이여. 근데…… 버려도 돼. 바닥에 쏟아서 못 먹어.”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저었고, 영의는 이렇게 방치하면 또 다른 매드독들을 불러올까 걱정되어 손끝에서 전격을 내뿜어 완전히 태워 버렸다.

‘잔가지를 치면서 남은 이 애의 뇌기를 흡수해서 그런가, 뇌기가 많아졌어…….’

[현 사용자의 상태 : 80%]

‘……많아졌네. 아깐 20퍼센트였는데…….’

영의가 배달을 올 때 알림의 업데이트가 완료되었고, 거기서 나온 사용자의 상태 표시가 저것이었다.

영의의 몸 상태도 약식으로 나왔지만, 가장 큰 것은 영의의 체내에 있는 뇌기의 상태였다.

가만히 몸속에서 뇌기를 순환시키다 보면 조금씩 차오르던 표식이 방금 전 지연의 몸에서 나온 스파크를 흡수하여 60퍼센트가 넘게 차오른 것.

영의는 이 기능이 왜 나온 건지 나름 짐작이 갔다.

‘아마 화연이랑 부딪칠 때 콘센트에서 뇌기를 흡수했었던 탓이겠지…….’

그렇게 할머니의 떡볶이를 다 태운 뒤, 영의는 할머니를 바래다주기 위해 말을 걸었다.

“할머니, 혹시 집이 멀고 위험하면 제가 바래다 드릴 테니까…….”

“이잉, 괜찮어. 하지 마. 집 바로 요 앞이니께.”

할머니는 그리 말하며 위를 가리켰고, 상당한 거리에 불이 밝혀진 집이 하나 있었다.

“……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려, 총각. 구해 줘서 정말 고마우이. 낸중에 여기 지나갈 일 있거든 찾아와. 내 돈은 읎지만, 밥 맛있게 해 줄게.”

“아뇨, 괜찮아요. 살펴 가세요.”

“그려, 그려. 그리고 아가씨도, 참말로 고마우이. 아가씨 여기 자주 지나가는 거 알어. 아가씨도 찾아와.”

“네?!”

갑작스레 자신이 불리자 당황하는 지연. 그녀는 이내 다급히 대답했다.

“네, 넵. 알겠……어요.”

“그럼 이만, 총각도 아가씨도, 조심히 다녀!”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저 멀리에 있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둘이 남게 되자 영의는 지연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배고프니?”

“……아니요.”

그러나 그렇게 대답하는 지연의 위장은 자신을 울려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꼬륵-

“……배고프구나.”

“……네.”

얼굴을 붉히는 지연. 영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러고선 손에 들린 봉지를 흔들었다.

“먹을래?”

“아니, 괜찮은데…….”

영의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엔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었다.

“일단, 어디 앉아서 먹을 데 없니?”

“아, 앉을 데라면…….”

지연과 영의는 그렇게 주변의 공원으로 향했고, 공원의 벤치에 지연과 영의가 나란히 앉았다.

“먹어. 조금 식긴 했을 텐데, 그래도 안은 따뜻할 거야.”

“아니…… 그래도…….”

아직도 머뭇거리는 지연.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 밥도 준다고 하고, 심지어 그 밥이 본인이 먹을 것 같아 보였으니 어떻게 얻어먹겠나.

“먹어. 그럼 내가 기술 하나 가르쳐 줄게.”

“잘 먹겠습니다!”

지연은 곧바로 포장을 뜯고 고기 한 점을 소스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

‘……맛있어!’

바삭한 튀김옷, 씹으면 육즙이 배어 나오는 두툼한 고기, 그리고 튀김옷의 겉에 묻은 달큰하고 새콤한 소스까지.

배가 고파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로 맛 좋은 돈가스였다.

그렇게 입에 고기를 씹고 나서 밥을 젓가락으로 뜨는 지연. 겉은 좀 식었지만 그래도 안은 아직 따뜻해서 밥의 온기가 그녀의 혀를 감쌌다.

부드러우면서 살짝 달라붙는, 그러다 이내 다시 떨어지는 밥의 맛.

그렇게 입이 가득 차자 그녀는 같이 온 국물도 들이켰다.

일본풍의 맛과 향이 우러난 우동 국물의 맛이 그녀의 입을 씻어 내렸고, 그렇게 입을 씻자 위장이 다시 고기를 불렀다.

그런 식으로 한 입, 한 입이 들어가자 이내 계속 젓가락질을 하는 지연. 그녀는 정말 빠른 속도로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어?”

“……우음!”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계속 먹는 지연.

훈련 겸 운동을 하다가 이내 다 자라진 않았다 해도 매드독들과 맞서 싸우고, 또 그때 얼마나 긴장을 했겠나.

긴장이 풀리면 배가 고픈 법이니, 정말로 허기가 졌다.

그렇게 10여 분을 먹었을까, 자신의 추태에 부끄러워져 얼굴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연.

영의는 그녀가 먹은 돈가스의 용기를 공원의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다시 벤치로 돌아와 앉았다.

“그래, 그럼 이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영의의 말에 지연은 고개를 살짝 들어 영의를 바라보았고, 영의는 대화하는데 헬멧을 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헬멧을 벗고 있는 상태였다.

“……잘생겼다…….”

“음, 고마워. 그런 소리 종종 들어.”

이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좀 자각한 영의는 지연의 태도에도 나름 침착했다.

그리고 영의는 일단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흠, 무슨 얘기부터 하지? 일단 주문한 고객이라서 오긴 했는데, 내가 남들 눈엔 보이지 않는 뭐가 보이는데, 그게 시켜서 너한테 온 거라고 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일 것 같았다.

‘그러면…… 뭐라고 해야 하지……. 일단 지나가는 길에 봤다고 하기엔 내가 그냥 걸어서 왔는데…….’

바이크를 타고 왔고, 중간부터 뛰어서 오긴 했지만 크게 다르진 않았다.

“……흠, 일단…… 얼마 전에 협회에서 검진받은 적 있지?”

“네, 네? 아아…… 네!”

영의는 일단 말의 시작을 그녀를 처음 봤던 때로 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 네가 남자애랑 싸우는 거 봤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는 영의. 그때 그녀를 처음 봤고, 나름 쓸 만하다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 진짜로 하늘에 맹세코 우연! 이라고 말했다(배달지가 겹치긴 했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뭔가를 느꼈고(주문 제한 시간이 걸렸으니 위기감을 느끼기는 했다), 그래서 좀 더 알아보려 와 보니 뇌기의 방출을 느꼈고, 그녀를 발견했다는 것.

“그렇게 된 거야. 조금 미친 소리 같아도, 사실이야.”

‘됐어, 좀 구차하고 이상했지만 거짓말은 안 했어…….’

“네, 믿을게요.”

그렇게 영의는 정말 사실만 말해서 설명했고, 지연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걸 바로 믿어 버렸다.

“……바로 믿는다고? 좀 이상하지 않아? 말한 나도 이상한데.”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이상한 거죠. 아저씨…… 아니,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조심스럽게 물어 오는 지연. 20대로 보이는데 아저씨라고 말하기엔 조금 꺼려졌다.

“음…… 미안, 내가 네 또래 동생이 있어서 조금 그렇다.”

안 그래도 나이 차 나는 동생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 어려 보이는 애가 오빠라고 부르면 양심이 찔리는 영의.

“그럼 선생님! 아니, 스승님? 사부님? 그러고 보니 저거 먹으면 기술 하나 가르쳐 주신댔잖아요.”

그러고 보니 급하게 설득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었던 영의.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허락하기로 했다.

“사부나 스승……이라기엔 조금 내가 애매하니까, 선생 정도로 타협하자.”

“네, 선생님. 기술 가르쳐 주실 거죠?”

지연은 그렇게 말하며 영의를 올려다보았다. 지연은 충분히 미소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예뻤으나, 더 예쁜 화연을 알고 있었기에 영의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그래…… 일단, 뭐로 가르쳐 줘야 하나…….”

[보상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보상 목록을 표시합니다.]

뭘 가르쳐 줘야 하나 잠깐 고민하던 그때 영의의 시야에 알림 창이 떠올랐고, 영의는 보상 선택 기능이 추가됐다는 걸 떠올렸다.

[보상 1. 주문인에게 모든 부탁 1회 가능(이때, 주문인은 무조건 승낙할 것입니다.)]

[보상 2. 상당한 양의 현금(주문인이 가진 모든 현금 자산이 해당됩니다.)]

……뭔가 예전 거에 비하면 되게 짜지 않냐? 알림아, 왜 그래? 1번은 좀 어감이 이상하잖아!

그리고 2번은 또 뭔데!

업데이트하고 알림이가 미쳤어!

영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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