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6화 (16/325)

#제16화 (16)

영의는 신화 길드 빌딩을 나서고 자신의 바이크에 올라타고는 업데이트를 확인하기 위해 시야 구석의 알림 창을 열었다.

‘보자…… 새로운 업데이트가……. 일단은 생각만 해도 조작되는 건 알고, 다른 건 뭐가 있지?’

그렇게 알림 창을 열어 보려 생각한 그 순간, 알림 창이 꺼졌다.

“뭐, 뭐야…….”

영의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을 내뱉었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알림 창에는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추가 업데이트 필요 감지. 추가 업데이트를 실시합니다.]

[업데이트 중…… 00%]

일반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필요라고만 표시되고,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다면 감지라고만 떠야 하는데 필요를 감지했다는 문구가 표시되는 영의의 시야.

물론 영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잘 몰랐기에 그냥 또 다른 업데이트가 있나 보다 하며 가볍게 넘겼다.

“뭐…… 일단, 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하자.”

영의는 업데이트를 하는 알림 창을 격려하듯 그렇게 말했고, 이내 배달 업무를 하기 위해 병병 브라더스가 있는 빌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본격적인 배달 러시가 시작되는 때에 영의는 조금 특이한 주문 하나를 받았다.

“오, 이거 좀 특이한데……?”

“뭔데예, 행님.”

“뭐길래 특이하다고까지……?”

다른 배달부들은 금방 다 나갔지만 기마 돌진과 과속 주행 능력을 각성한 병찬과 병민.

그 둘은 괴수가 튀어나와도 쫓아내거나 도망칠 수 있는 능력자들이라 상당히 위험한 배달을 주로 했기에 은근 나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항상 어울리던 셋.

“아니, 이거 봐. 산동네 위쪽에 배달하는 거 있는데?”

“이야, 요즘도 여기서 시키는 사람이 있네.”

“근데 여기 바이크 못 드가지 않슴꺼?”

주택 밀집 지역, 그 밀집성과 의외로 외진 분위기 탓에 통칭 달동네라고 불리는 작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역에 배달을 가야 하는 영의.

그는 제법 흥미롭다 생각하며 바이크의 시동을 걸었다.

“행님, 바이크 못 간다 카니까는!”

“걸어가면 돼.”

“하이고, 거참…….”

영의는 그렇게 바이크를 타고 날아올랐고, 그런 그를 병병 브라더스가 지켜보았다.

“……뭐 비싼 배달인가?”

“아일 낀데? 내 슬쩍 보이까는 일반 배달이드만.”

“……그럼 왜 간 거지?”

“내가 그걸 우째 알겠는데?”

그리고 그렇게 배달을 가는 영의의 시야 한구석에는 알림 창이 떠 있었다.

[다음 배달을 완료하세요.]

[배달 물품 : 돈가스 정식]

[배달인 : 전지연]

[배달 주소 : 지도 참조]

‘음, 예전에 측정하러 갔을 때 봤던 애랑 같은 이름이네. 동명이인인가?’

영의는 지금 자신의 배달 알림에서 알려 주는 내용을 보고, 또 거기서 시키는 내용에 따라 그곳으로 배달을 가고 있었다.

지난번 협회에서 재검사를 받기 위해 갔을 때 강화계의 남자애를 약간의 전기 충격을 가해서 기절시킨 여자아이와 같은 이름이었기에,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실제 배달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동네의 초입 지역이었고, 영의의 시야에 뜨는 알림 창의 내용에는 동네의 꼭대기쯤, 외진 곳이었다.

영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고 있었다.

딱히 서두를 필요 없는 일반 주문이었고, 또 겸사겸사 확인하러 가는 것이지, 급하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을 비웃듯, 다른 알림 창이 갑자기 떠올랐다.

[배달 제한 시간 : 07:00]

“뭐야, 갑자기 제한 시간?!”

아직 도착하지 못한 영의. 그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서두르기 시작했다.

달동네 초입. 이곳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최 씨는 오늘따라 기름진 것이 당겨 치킨을 주문했고, 배달이 곧 완료된다는 메시지를 방금 보았기에 기분이 들떴다.

“후후후…… 맛있겠군…….”

최 씨는 그렇게 마음이 들떠 미리 배달부를 기다리듯 나와 있었고, 마침 거기에 응답하듯 하늘에서 마정석 바이크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냥 배달이라기엔 좀 과한데……?

마정석 바이크는 일반적으로 배달부들이 타고 다닐 만한 건 아니었기에 최 씨는 그렇게 생각했고, 이내 은색 헬멧을 쓴 남자가 거기서 내려 자신에게 뛰면서 다가오자 최 씨는 당황했다.

‘뭐지? 갑자기 나한테 왜? 이게 그 퍽치기인가?’

그러나 은색 헬멧의 남자는 자신을 지나쳐 빠르게 달동네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던 최 씨는 발소리가 멀어지자 다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이다. 응?”

그리고 최 씨의 발치에는 최 씨가 시킨 치킨이 놓여 있었다.

“……배달부였어?!”

그렇게 최 씨는 놀라면서도 아직 따뜻한 치킨을 만져 보았고, 이내 세상 참 특이한 배달부라며 신기해하면서 세탁소 2층인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달동네를 빠르게 뛰어 올라가는 영의. 그의 손에는 돈가스 정식이 담긴 봉투가 들려 있었다.

“에이 씨, 어디야 대체??”

알림 창에는 지도 참조라고 적혀 있었으나 지도에 표시해 봤자 이 달동네의 자세한 골목골목은 안 나오지 않는가.

그래도 일단 영의는 최대한 빠르게 달려 올라가며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배달 제한 시간 : 03:17]

3분 안에 위쪽까지 올라가고 또 거기서 배달을 받을 사람을 찾아야 했다.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목표에 영의는 짜증에 찬 말을 내뱉었다.

“아오, 골목 표시 좀 해 주면 안 되나?!”

영의의 불만에 이내 시야 한구석의 애매한 지도가 세세히 표시되기 시작했다.

“……이건 도움이 됐네.”

그렇게 영의는 자세히 표기되기 시작한 지도에 의지해서 길을 찾기 시작했고.

이내 외진 골목 한구석에서 바닥에 쓰러진 한 할머니와 옆에 쓰러진 개 두 마리, 그 할머니를 지키려는 듯 서 있는 소녀, 그리고 그 둘을 포위하듯 둘러싸 으르렁거리는 네발짐승들을 보았다.

“……뭔 상황인진 몰라도, 찾았네.”

[배달 제한 시간 : 01:03]

[배달 제한 시간 : 01:00]

“뭔데? 왜 아직 줄어드는데?”

영의는 아직도 멈추지 않은 타이머에 당황했고, 이내 눈치챘다.

배달이란 건 물품을 전달하고 보상을 받아야 비로소 끝나는 거라고. 그리고 아직 받을 사람은 받을 형편이 아니라고.

그리고 영의는 이내 뇌격공을 운용하며 소녀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지연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모를까, 하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이런 일이…….

“허억…… 헉…….”

그녀 혼자였다면 모를까, 하필 길을 가시던 할머니를 노리고 눈앞의 짐승들이 달려든 것이었다.

바닥에 엎어진 검은 봉지는 할머니가 갖고 있던 봉지로, 안에서 묘한 음식 냄새가 흘러나왔다. 아마 이 탓에 습격당하게 된 듯했다.

“크르르릉…….”

눈앞에 있는 건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수 중 하나인 매드독.

성체들은 사람보다 크지만 이것들은 아직 그나마 상식적인 개의 형태를 띠고 있으니 아직 어린것들로 보였다.

그러나 괴수답게 일반적인 개들과는 상식을 달리하는 피지컬을 지녀, 물어뜯기면 아마 멀쩡하지 못할 것이다.

“오지 마! 오면 튀겨 버릴 거야!”

지연은 애써 힘을 끌어내어 몸 밖으로 스파크를 몇 번 튀겨 보였다.

이미 그렇게 두 놈 정도 지져서 쓰러트렸기에 함부로 덤벼들지 않는 매드독들.

그러나 지연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대치하는 것도 잠시지, 조금만 있으면 자신의 힘은 다할 거라고.

“할머니, 혹시 연락되면 경찰이든 누구든 불러서 도움 좀 요청해 봐요……!”

“……읎어…….”

할머니의 나지막한 대답에 지연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일까 싶어 되물었다.

“네?”

“전화기, 읎어……. 집에 있어…….”

하필 할머니도 전화가 없는 최악의 상황.

그녀 또한 전격계 속성을 쓰는 나름의 훈련 때문에 전자 기기인 휴대폰은 집에 두고 다녔다.

인적 드물고 또 공원이 있는 산동네라 여기에 온 그녀였지만 지금 그게 하필 악운으로 작용해 버렸다.

‘어떡하지…….’

지연은 막막해졌다. 눈앞의 매드독들은 일곱 마리가 넘었고, 그마저도 처음엔 다섯 마리였었다.

자신이 포위된 사이에 늘어난 것. 그리고 놈들은 굶주린 듯, 자신과 할머니를 보며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 제가 소리치면 바로 집으로 뛰셔서 전화하세요. 경찰 불러 달라고.”

“학생, 학생은 어쩌려고?”

“전 최대한 빨리 뛰면 도망칠 수 있어요. 가세요!”

지연은 할머니에게 그렇게 소리친 뒤 최대한의 힘을 끌어내어 눈앞의 매드독에게 달려들었고, 매드독은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깽! 깨앵!

“하나 잡았고, 다음…….”

매드독을 제압하고 그다음 목표를 찾아 고개를 돌린 지연.

그러나 고개를 돌릴 때 이미 매드독 한 마리가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고, 그것을 포착한 지연은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아…… 나 죽는 건가……?’

매드독의 치악력은 돌도 깨부술 정도, 자신의 목뼈쯤이야 쉽게 으스러트리리라.

지연은 죽음을 예감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아…… 내 인생, 여기까진가……. 그래도, 마지막에는 뭔가 영웅처럼 가는 거니까, 후회는 없어…….’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죽음을 예감하고 눈을 질끈 감고 있는 그녀의 목에 매드독의 이빨이 닿는 일도 없었고, 나머지 매드독들이 짖거나 물어뜯는 일도 없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있을 때 들린 것은 매드독들의 비명 소리였다.

-캐앵!

-월! 워워워워!

“……어?”

“개 짖는 소리 좀!”

퍽!

-캐앵!

“안 나게!”

뻐억!

뚜둑.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해라!”

파지지직!! 큰 스파크가 튀었고, 뇌격 속성에 친숙함을 느낀 지연은 이내 눈을 떴다.

눈을 뜨자 그 앞에 보인 것은 반쯤 타서 연기를 피워 올리는 매드독 네 마리와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매드독 두 마리, 그리고 한 사내의 손에 목이 잡혀 버둥거리는 한 마리였다.

“……쯧, 개들이 진짜…….”

목이 잡혀 버둥거리는 매드독은 사내를 물어뜯거나 벗어나려는 듯 발버둥을 치고 있었지만 사내는 쉽게 놔주지 않았다.

그리고…… 사내의 다른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한 손에 잡힌 매드독의 목도 움켜쥐어 부러뜨리는 사내. 이윽고 그는 사체를 바닥에 집어 던지며 지연을 돌아보았다.

“……전지연, 맞나?”

“네……? 네, 네!”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걸까, 그리고 또 왜 헬멧을 쓰고 있는 걸까.

그리고 저 손의 비닐봉지는 뭘까…… 싶은 생각이 여러 가지로 들었지만, 일단 살았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로 했다.

“뭐…… 그래, 반갑다. 밥은 먹었니?”

헬멧을 쓴 남자는 손에 든 비닐봉지를 들어 보이며 그렇게 물었고, 나는 멍청하게 대답했다.

“……네?”

……그것이, 선생님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