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11)
영의는 처음에는 엄청난 공포에 질렸으나 다행히도(?) 보상을 주는 그 강제성 덕분에 팽소운이 원하는 지옥 수련이나 독고휘가 원하는 비무를 가장한 구타는 하지 않았다.
“좋아, 우선은 주먹으로 나무부터 부수고 이야기해 보지! 저 거목을 부숴 보게! 내력 없이!”
라고 하고 싶었던 팽소운의 말은…….
“좋아, 우선은 주먹의 기초부터 가르쳐 주지! 대부분은 주먹은 쥐는 법부터 알라고 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찌르기의 속도가…….”
라는 말로 바뀌었으며, 독고휘는,
“본좌의 무공은 모두 뇌기를 기반으로 한 무공이다. 자네는 단전이 없으니 강한 힘을 이끌어 내 적의 내부를 타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니 일단 실전이라 가정해 두고 간단한 비무로 몸을 움직이는 법부터 알아 가도록 하지. 자, 천천히 들어오게.”
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렇지. 거기서는 뇌기를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서 몸의 반응을 올리는 걸세.”
“이렇게요?”
“그래, 그걸세.”
“근데 이러면 딱히 실전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걸 섞어서 사용하는 걸세. 반응이 들어오면 몸은 일단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 움직이기까지만 뇌기를 몸 안에서 활용하고, 움직이면 그때부터는 방출을…….”
1:1 교습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매우 친절하게.
[주문인 : 독고휘]
[보상 : 무공 지도]
[팽소운이 만족했습니다. 추가적 보상이 개방됩니다.]
[‘???’에 대한 물품 선택 : 술]
[독고휘가 ‘술’에 매우 만족합니다. 보상이 올라갑니다.]
[보상 : 무공 지도의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갑니다.]
[팽소운이 당신에게 별도의 보상을 제공합니다.]
그렇게 두 노인에게 친절히(?) 무공을 전수받게 된 영의.
내력은 없었지만 그것을 대체할 뇌기가 영의의 몸 안에 있었고, 두 노인도 그것을 알기에 즉석에서 무공을 개량해 전수해 주기 시작했다.
독고휘는 뇌기를 사용한 무공에는 엄청난 고수였으나 아무래도 검수였고, 영의는 무기를 쓰는 법을 모르진 않지만(놀랍게도 영의의 집안에선 무기술도 나름 존재했다) 권술만큼은 팽소운이 더 나았으니 몸 놀리는 법은 그에게 일임했다.
“자, 보여 주마. 이게 나의 절초인 천지패황단공파천지존무쌍탈혼권이다.”
“……뭐요?”
“천지패황단공파천지존무쌍탈혼권! 어렵지 않다! 옛날에는 극한우내천지패황붕산단공파천지존격동무쌍흑룡…….”
점점 길어지는 이름을 듣다 못한 영의. 그는 그냥 줄여서 부르기로 했다.
“패황권 하죠. 너무 길어서 못 부르겠네.”
팽소운은 자신이 열심히 고민해서 창안하고 세가 사람들도 모두 칭찬한(물론 칭찬하던 사람들 얼굴은 약간씩 썩어 있었지만 팽소운은 몰랐다) 이름이었는데……?
감히 전수받는 입장에서 그걸 바꿔 먹어? 싶어 괘씸해 호통을 치려했으나 그의 입은 그의 마음과 달리 움직였다.
“그래, 줄이도록 하자. 사실 나도 너무 길어 부르기가 힘들었다.”
“정말요?”
“물론! 나, 이 권왕 팽소운! 하늘에 맹세코 지금 바꾼 패황권이란 이름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어기면 난 황궁 동창에나 들어갈 것이다!”
팽소운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그렇게 입으로 멋대로 내뱉어 버렸고, 결국 나중에 이름을 패황권이라고 약식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하자 모든 사람들이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좋아하는 반응을 보여 당황하였으나 그것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팽소운에게 몇몇 초식과 체술을 배우게 되었고, 현대에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신체 능력에 적응해 있던 영의에게 그것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림인들은 누구나 당연하게도 인간을 넘어선 신체 능력을 발휘했고, 당연히 무술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했기에 손가락 하나로 적의 두개골을 뚫는 미친 기술이나 악력만으로 철을 접어 대는 등 각성자들의 신체 능력에 맞는 전투법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몇몇 간단한 무공을 배워 시험 삼아 몸을 움직여 보는 영의.
그는 현대의 격투 기술들에 비해 무공들이 몇 개는 힘으로 때우느라 단순하고 허술한 면이 있고, 또 몇 개는 평생 싸움질만 해 대는 무림인들이라 그런지 현대의 것보다 더 뛰어난 기술들도 있는 것을 체감했다.
“호오, 초식을 약간 고쳤구나. 음…… 그래, 저런 초식에서 힘이 모자라면 동수의 상대에게 우위를 점하긴 힘들지. 그걸 기술과 자세로 극복하다니, 제법 기재로구나!”
“으음? 왜 저기선 저렇게 움직이지? 몸에 밴 버릇인가?”
영의의 움직임을 보고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두 노인들. 그들은 아직까지 스승 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으음…… 난 여기까지만 가르치겠소, 형님. 아까까진 막 가르쳐야겠단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은 좀 아니네. 마음 같아선 가르치고 싶긴 한데, 난 형님처럼 은거하는 사람이 아니니 조금만 더 구경하다 내려가 봐야겠수.”
하지만 영의가 모든 동작을 마치자 팽소운은 스승 모드에서 풀려난 건지 가르침을 멈추겠다며 손을 뗐고, 이내 주변에 앉아 구경하기 시작했다.
반면 아직까지 스승 모드에 들어가 있는 독고휘. 아마 술 두 병은 서로 나눠 마셨지만 나머지 술 두 병은 독고휘가 가져서 계속 지속되는 것이리라.
독고휘는 이론을 가르치려는 건지 영의를 앞에 세워 두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흐음…… 솔직히, 너는 검술에도 나름 재능은 있지만, 저 녀석처럼 몸 놀리는 재능이 더 뛰어난 것 같구나. 내력 없이도 그 정도로 몸이 단련되어 있고,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찾는 걸 보니 넌 아무리 봐도 몸 쓰는 데 타고났다.”
분명 칭찬이지만 약간 까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영의는 일단 계속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뇌기는 화기나 수기와는 달리 공격에만 쓰는 게 아니다, 자신의 몸을 빠르게 하거나 때로는 그 자체로 무기를 만들 수도 있지. 빙공을 쓰는 이들도 얼음으로 검을 만들긴 하지만 내구력이 약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뇌기로 검을 만들면 내구력은 문제가 없다!”
독고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서 번개로 이루어진 검을 만들어 보였다. 검이라기엔 그냥 번개가 계속 튀는 전류 막대처럼 생겼지만, 일단 검의 길이이긴 했다.
“뇌기는 흩어지는 성질을 지녔다. 하늘에서 쭉 내리치는 낙뢰도 좌우로 흩어지고, 가지를 치지.”
독고휘는 손가락 끝에서 뇌전을 튀겼다. 스파크가 튀며 이리저리 흩어지는 전류.
“하지만 그 기운을 유도한다면?”
그리고 그 손끝의 전류가 사방으로 튀다가 이내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낙뢰는 이끄는 대로 따르는 성질 또한 있다. 네가 먼저 뇌기로 길을 인도한다면…….”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 전류는 이내 독고휘의 등 뒤로까지 갔고, 이내 반대편 손까지 왔다.
“뇌기는, 너를 따를 것이다. 아주 미세한 뇌기라도, 먼저 간 길이 있는 이상, 그리고 가는 길을 알려 주는 뇌기가 있는 이상! 길을 나아가기 시작한 뇌기는 줄지 않고, 자연의 뇌기가 너의 뇌기에 따르며!”
그리고 독고휘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하는 전류.
처음에는 짧고 가늘었던 전류는 조금씩 길고 굵어지더니 이내 빛의 고리가 만들어져 독고휘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뇌기는, 너의 무기이자 너의 손발, 또한…… 너의 길이 될 것이다.”
독고휘가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가리키자, 이미 하나의 빛의 창같이 되어 버린 뇌기는 그렇게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벼락이 되어 구름을 꿰뚫었다.
“와…… 엄청 멋지다…….”
“보았느냐? 이게, 바로 뇌격공의 절초 중 하나인 뇌창이다. 뇌격공의 기본은 작은 것에서 조금씩 키워 나가는 것이지. 아주 작은 뇌기도 네 몸인 소우주를 돌다 보면 커지고, 그 커진 뇌기를 커진 이 세상, 대우주에 돌리면 더욱 커진다!”
“이야…… 형님, 신나셨네.”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 준 독고휘는 내심 뿌듯해했고, 눈앞에서 영의가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는 걸 보자 더욱 기뻤다.
‘아, 이 맛에 다른 놈들이 제자 키우는 거였구나. 그래…… 눈앞에 파릇파릇한 젊은이가 있고, 나름 재능도 있어서 가르치면 잘 알아듣고, 또 가끔 뭐 좀 보여 주면 눈을 저렇게 초롱초롱 빛내면서……. 응?’
그렇게 나름의 자아도취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영의가 자신도 따라 해 보려는 듯 손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을 본 독고휘는 미소 지었다.
“허허…… 보자마자 바로 따라 하면 그게 되겠느냐. 그래도 의욕만큼은 좋구나. 그 자세로 나아가면 한 10년 안에는…….”
“됐다!”
“……뭐?”
손에서 뇌기를 눈에 띄게 뽑아내려면 뇌기를 품은 내단을 복용하거나 뇌공을 쓰는 누군가가 내력을 주입해 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텐데? 그리고 후자는 자신의 뇌기가 아니라 금방 사라질 거고?
일전에 영의에게 막 전수를 해 주었을 때는 영의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지만 이내 곧 가라앉았던 것처럼 타인에게 받은 뇌기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영의가 누구인가.
전기로 작동하는 전자 제품이 가득한 21세기 출신 아닌가. 물론 현대엔 마정석을 사용한 기술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 마정석도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간다.
솔직히 전기만 있으면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제품을 돌릴 수 있는데 마정석으로 대체하자면 일단 공급부터 마정석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제품도 마력으로 돌아가게 바꿔야 하고, 또 그걸 어떻게든 시험적으로 다 채워 넣어도 정작 전국에 공급할 마정석이 감당이 되겠냐 이 말이다.
그래서 몇몇 차량 같은 것 빼고는 현재는 아직도 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전자 제품 가득한 세상에 사는 영의였고, 그런 전기들은 누군가의 것이 아닌, 물론 전기세 내는 사람의 것이겠지만, 자연의 상태와 같았고, 미묘하게 흘러나오는 전류를 조금씩이나마 받아들이며 나름의 성장을 거친 것이었다.
“허어! 내단이나 번개 없이는 불가능한 경지이거늘! 어찌하여 그 잠깐 동안 뇌기를 그만큼 몸에 쌓은 것이냐!”
뇌기에 정통한 독고휘였기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현재 영의는 일반적 방법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양의 뇌기가 몸 안에 있었다.
물론 독고휘처럼 번개를 맞아도 살아남을 무위도 아니고, 온몸을 자연에 동화시켜 빠르게 뇌기를 모을 순 없었지만 뭐…… 사회가 만들어 준 것 아니겠는가.
‘놀랍도다, 놀라워……. 물론 10년 정도 수련을 쌓았으면 몸도 뇌기와 하나 되어 번개를 맞아 가며 뇌기를 쌓을 수 있지만……. 그 짧은 사이에 이 정도라니!’
독고휘는 그렇게 놀라며 감탄했고, 영의는 어리둥절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뭐라고?’
영의는 일단 하던 걸 계속하기 위해 뇌기를 움직이려 애썼다. 물론 그는 속성 계열 능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숨 쉬듯 쉽게 움직일 순 없었지만 일단 피부를 타고 뇌전이 움직이는 형태까지는 온 상태.
“그래, 이제 거기서 그 뇌전을 몸 밖으로 꺼내어 길을 유도해라!”
독고휘는 격려하듯 그렇게 소리쳤고, 영의는 최선을 다해서 뇌기를 몸 밖으로 유도하려 했지만 뇌전이 늘어나고 모양만 바뀔 뿐, 몸 밖으로 유도되어 나오진 않았다.
그렇게 뇌전과 씨름하기를 10여 분, 영의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바닥났다.
“에이 씨!”
모양은 막 바뀌는데 마음대로 손 위로 떠오르지 않는 뇌전에 화가 난 영의는 그만 무심코 뇌전을 모은 오른손을 공중에 던지듯 털었고, 그때 영의의 손에 모여 있던 뇌전이 그대로 아까 전의 빛의 창 모양으로 날아가 나무에 꽂혔다.
번쩍!
“…….”
“…….”
“……뭐, 저것도 나름 방법 아니겠수? 형님.”
“……그래, 굳이 어검술로 멀리 있는 적을 맞힐 필요는 없지. 그냥 검을 던지더라도 일단 맞히면 되는 문제 아니겠나?”
나무는 번개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건 맞았으니 맞은 부분이 약간 파인 채 불타고 있었다.
[보상 : 무공 지도를 수령했습니다.]
[주문인 : 독고휘의 고객 등급이 올라갑니다.]
[업데이트 감지.]
[복귀 후 업데이트를 실시합니다.]
영의는 이제 돌아갈 시간이란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