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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10화 (10/325)

#제10화 (10)

권왕 팽소운, 하북팽가의 대공자 출신으로 도법을 연마하며 이름 높은 후기지수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약관의 나이로 이름 높은 도객이 되었을 때, 사도련과의 싸움에 참전했다.

후루루루룩!

“크으…… 쩝. 쩝.”

그때 철벽권 형풍상과 싸우다 오랜 격전을 거친 그의 도가 부서지고 결국 맨손으로 싸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사파의 이름 높은 권사였던 형풍상을 주먹으로 이기고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다.

후룹, 후루룩!

도와는 다르게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그의 권은 이내 도객으로서의 경지를 넘어서 드높은 고수의 반열에 이르게 해 주었고, 결국 그는 권왕이란 별호를 얻게 되었다.

“으어, 술 당긴다.”

벌컥! 벌컥!

“크하!!”

……그런데 그런 인간이 왜 여기서 짜장면을 물 마시듯 먹고 있는 거지……?

“으하하하! 참으로 맛나구나! 형님, 말년에 산속에 등선 준비하는 줄 알았더니, 몰래 숨어서 이렇게 맛있는 거나 자시고 계셨수?”

권왕이란 거창한 별호에 걸맞지 않게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하는 팽소운.

독고휘는 팽소운이 와서 먹어 치운 음식들을 보며 화를 참고 있었다.

“……넌 왜 온 거냐? 나 은거할 때 정마대전급 문제가 아닌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독고휘. 팽소운은 그 말에 뭔가 생각났다는 듯 이마를 탁 쳤다.

“어이쿠! 그랬지. 내 정신 좀 봐. 그, 천마 혁련무강 그놈 말이오.”

“그래. 이번엔 뭐라더냐? 천하를 피로 물들이겠다더냐? 아니면, 모든 마를 무릎 꿇리겠다더냐?”

독고휘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천마가 다시 세상에 나서면 중원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 뻔하기 때문에, 천마가 나서면 그가 직접 나서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그…… 얼마 전에 무림맹에 전서가 왔수. 형님에게 직접 보내고 싶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 대신 전하라며 이런 전서가 왔는데…… 일단은 내가 바로 받아서 아무도 열어 보진 않았을 거요.”

팽소운은 품속에서 잘 밀봉된 서신을 꺼냈고, 독고휘는 그것을 받아 들어 펼쳐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쯧, 이놈도 말년에 심심한가 보군.”

“뭐라고 쓰여 있수?”

“별건 아니고, 몰래 교로 오라는군. 술 대작이나 하자면서…….”

분명 서로 사이좋을 리 없는 천마와 정파의 최고수였지만, 독고휘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긴, 형님이랑 천마 놈이 오죽 자주 부딪쳤수? 같은 동문 사제지간이 비무를 해도 그만큼 자주 칼 맞대진 않았을 거요.”

독고휘가 현경의 벽을 뚫기 이전부터 현재의 천마 혁련무강과 독고휘는 자주 부딪쳤다.

혁련무강이 소교주이던 시절에 중원에 몰래 숨어 들어왔을 때도 독고휘가 막아 냈고, 독고휘가 마교에 침투하던 때에도 혁련무강이 막아 내며 서로가 서로를 운명적으로 계속 마주친 것.

“솔직히, 30년 전 정마대전도 형님이랑 천마 놈이 싸우기 지겨워서 멈춘 거잖수. 형님, 말해 보시우. 형수님 얼굴보다 그놈 얼굴이 더 친숙할 것 같은데?”

“……시끄럽고, 무림맹에는 이렇게 말해라. 나 못 찾았다고.”

독고휘는 그렇게 말하며 삼매진화의 수법으로 전서를 태웠고, 팽소운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 형님, 그게…….”

“음? 뭐냐?”

“사실, 내가 형님 위치 안다고 말하고 온 거라…… 못 찾았다고 하면 제 체면이 뭐랄까……. 하하, 알지요?”

“알기는 개뿔이!”

팽소운은 그렇게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고, 독고휘는 다 먹은 짜장면 그릇을 던졌다.

물론 포장용기이니 무겁진 않지만 날아가서 머리를 툭 칠 정도는 되는 무게였으니 느릿하게나마 날아가서 팽소운의 머리를 치고는 바닥에 떨어지는 그릇.

진심으로 던질 마음으로 던진 거였으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날아가 나무 정도는 박살 냈겠으나 독고휘도 그럴 마음은 없었고 팽소운도 그걸 알기에 피하지 않고 맞아 준 것이다.

“하아…… 그래, 그럼 내 위치는 대충 거짓으로 둘러대고, 너 와서 딴 데로 갔다고 해라.”

“아니, 형님. 이번엔 거처 안 옮기시우?”

“……그럴 이유가 있다.”

독고휘는 그렇게 말하며 영의를 지켜보았고, 영의는 흥미진진하게 그 광경을 모두 보고 있었다.

무림맹이니, 천마니, 그런 말이 오가는 걸 보니 확실히 여긴 지구가 아닌 다른 곳이란 게 실감되었다.

‘만약 위치를 옮기면 저 음식을 못 먹게 될지도 모른단 말이다…….’

독고휘의 시선은 영의에 향해 있었고, 당연히 그걸 눈치 못 챌 팽소운이 아니었기에 팽소운도 영의를 쳐다보았다.

“으음…… 호오? 아하!”

둘을 번갈아 쳐다보다 뭔가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치는 팽소운.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결론은…….

“제자구먼!”

“아닌데?”

“아닌데요.”

독고휘와 영의는 둘 다 그렇게 부정했고, 팽소운은 시무룩해졌다.

덩치만 2미터가 넘는 그런 거한이 시무룩해서 어깨가 늘어진 걸 보자 영의는 내심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의 얼굴을 보자 별로 안 귀엽단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후기지수 시절에는 함께 다니던 후기지수들에게 산적 소리 들으며 놀림받던 팽소운이었고, 가끔 녹림 토벌을 나가면 산적들이 다른 산채 식구인 줄 알고 길을 열어 줘서 내부에서 토벌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유명했다.

“큼, 큼…… 근데 묻겠네. 젊은이, 자네는 누구길래 이 형님과 같이 있나?”

팽소운은 이제 배도 채웠겠다, 용건도 전했겠다,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 영의에게 질문을 했고, 영의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자는 아니고, 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 주는 관계랄까…….”

그렇게 영의가 고민할 때, 독고휘가 대신 답했다.

“그게 무슨 관계요? 아니지, 스승과 제자도 그런 관계 아닌가?”

팽소운은 그렇게 말하며 아까 먹던 술병을 들었고, 술병이 가볍자 옆의 다른 술병에 손을 뻗었다. 그때 술병을 잡아채는 독고휘.

“아니야. 그보다, 술에 손대지 마라.”

‘검은 면 요리의 네 그릇 중 세 그릇을 혼자 먹고, 고기튀김도 대부분 먹어 치우고, 술도 한 병을 비웠다. 요리 때야 요상하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때였으니 어쩔 수 없어도, 술은 절대 양보 못 한다, 이놈!!’

팽소운이 나타나기 전, 독고휘는 짜장면을 먹으려다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팽소운이 동굴에 들어서자 움직일 수 있게 된 독고휘였다.

그리고 팽소운은 오자마자 먼 길을 걸어 배고프다며 눈앞의 짜장면과 탕수육을 보고는 곧바로 밖에 나가 큰 돌 하나를 들고 와 그걸 즉석에서 깎아 내 젓가락 한 짝과 술잔을 만들어 왔었다.

누군가는 평생 한 번이라도 뽑아내기를 소망하는 강기를 그렇게 하찮은 용도로 쓰는 걸 보면 통곡을 했으리라.

그렇게 술병을 둔 신경전이 벌어졌고, 술병과 두 사람을 제외한 동굴 안의 모든 것이 휘날리기 시작하자 영의는 그 광경에 그냥 인내심을 가지기로 했다.

‘보상 받으려다 맞아 죽기는 그렇지…….’

일전에야 그냥 미치광이 노인인 줄 알았으나 지금은 정말로 무림고수의 눈앞 아닌가.

심지어 방금 전엔 바깥에서 화강암을 맨손으로 다듬어 젓가락과 술잔을 만들어 오는 걸 보았으니 대들 생각이 안 들었다.

‘굵은 돌 막대기를 손가락으로 쓸어 올려서 젓가락을 만들다니……. 무슨 찰흙 공예도 아니고…….’

그렇게 두 노인의 신경전이 벌어지던 그때, 술병이 두 사람의 힘을 못 이겨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허엇!”

“아, 안 돼!”

“새, 새는지 들어 보시우, 형님!”

“하고 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멈추는 두 사람. 동굴 안은 다시 잠잠해졌고, 둘은 술병이 멀쩡한지 들어서 이리저리 돌려 보며 확인하고 있었다.

“형님, 괜찮수?”

“……새지는, 않는 거 같다. 조심…… 조심해서 내려놔! 네 손주 놈 재울 때보다 더 조심해서!”

“안 그래도 그러고 있수! 형님이나 손에 힘 빼시우!”

아직 새지는 않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니 조심해서 술병을 내려놓는 둘.

사실 둘 다 평생 동안 술은 많이 입에 대 봤으나 이 시대의 술은 증류가 별로 좋지 않아 너무 독하거나 도수가 낮거나 하는 애매한 술들이었다.

개중에 증류가 잘된 것들이 명주라 불리며 비싸게 거래되는 것인데, 영의는 현대에서 정확히 계측하여 딱 맞게 증류되는 술을 가져온 것.

가격의 문제 이전에 물량의 문제로 두 사람도 쉽게 구하기 힘든 술을 네 병이나 들고 왔고, 그 맛도 매우 마음에 들었으니 두 노인이 술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당연하리라.

그리고, 술은 음식과 달리 보관해 둘 수 있으니 더 아끼는 독고휘.

“후…… 일단 됐군. 그래서, 이 신…… 아니, 청년은…… 뇌전지체일세. 그래서 내가 이것저것 가르쳐 보면서 몸 확인도 해 보고…… 그런 관계지.”

“오오, 형님이 평생을 찾아 헤매던 그 뇌전지체? 어쩌다 이 산속에 떡하니 있대?”

팽소운은 독고휘와 어울린 세월이 있어 그가 만들던 뇌격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완성에 가장 필요한 뇌전지체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있으니 믿기지 않았다.

“뇌전지체는…… 번개를 맞고 살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몸 안에 뇌기도 남아 있어야 하지.”

독고휘의 말에 팽소운은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번개를 맞고 살아 있어야 한다고? 화경고수도 번개는 잘못 맞으면 죽는데?

“아, 아니…… 뭐, 맞고 사는 사람은 가끔 나오니까, 그럴 수 있다 칩시다!”

어떻게든 호신 계열 무공을 단련한 다음에 번개를 맞아 보면 살 방도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그렇게 말했으나 독고휘의 이어지는 말에 팽소운은 다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력이 없는 상태에서 맞아야 한다. 안 그러면 몸이 뇌전지체가 안 된다.”

“……그럼 뭐 어떻게 찾으란 거요! 결국 어릴 때부터 뇌기를 품은 영약을 먹여 키워야 뇌전지체가 되는 거 아니오!”

팽소운도 나름 흥미가 있는 무공이었기에 둘이 같이 개발해 보던 뇌격공이었지만, 첫 단계인 뇌전지체가 아무도 없어 실제로 시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지. 눈앞에 뇌전지체가 있고, 나름 몸도 훌륭하다. 내가 뇌전지체로 완성해 놨으니, 이제 초식이나 절초 같은 걸 만들어다 때려 박아 주면 되는 거야.”

“아하, 그러니까…… 지금부터 만들어 보자…… 이 말이우?”

영의는 두 노인이 나누는 말을 듣고는 묘하게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지금 내가 여기 잡혀서 무공 수련을 해야 한다고?

“일단 네가 권각술을 가르쳐 보거라.”

“그럴 생각이우. 마침 방금 전부터 어째선지 저 친구에게 내 무공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들던데?”

영의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상의 시간이 시작됐다.

“자, 잠깐. 나중에 받을게요! 저 잠깐 집에……!”

영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팽소운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영의의 팔을 붙잡았고, 이내 웃었다.

“근골이 좋군. 그리고 뇌전지체면 엄청난 속도를 뽑아낼 수 있겠어. 하하하! 형님과 내가 개발한 전광권을 가르쳐 주지!”

‘도, 도망쳐야……. 알림 창! 자동 주행! 나 집으로 갈래!’

영의는 마음속으로 다급히 소리쳤고, 그때 시야에 알림 창이 떴다.

‘다행이다! 죽으라는 법은 없…….’

[보상이 수령되지 않았습니다. 보상을 수령한 뒤 복귀해 주십시오.]

죽으라는 법은 있었다.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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