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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7화 (7/325)

#제7화 (7)

한 남자가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흐음…… 흥미롭네요. 참 흥미로워…….”

남자가 보는 모니터에서는 여러 가지 수치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었고, 그 모든 것은 눈앞의 청년에게서 나온 데이터였다.

“분명 분류는 보조 계열이고, 반응도 그쪽으로 나오는데 수치가 참…… 흥미롭네요. 팔방미인이란 게 있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사람 정신 빠지고 피곤하게 하는 학생들의 검사가 끝나고, 혼자 찾아온 최영의란 청년은 나름 흥미로웠다.

검사를 위해 가벼운 차림으로 만들었더니 몸이 강화 계열처럼 탄탄했는데, 스캐너로 스캔해 보자 정작 강화 계열은 아니었다.

그리고 속성 계열에서는 뇌격계에 반응이 오는데 검사 결과는 속성 계열이 아니라 했고, 보조 계열 부분이란 결과가 청년의 과거 데이터와 일치했다.

“흐음…… 참 재미있는 결과인데……. 인챈터라기엔 또 아닌데…….”

직원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영의를 보조 계열들이 검사하는 방으로 안내했고, 본래는 대기 시간을 거쳐야 했지만 직원의 권한으로 곧바로 검사를 시행했다.

“자, 일단 왼쪽부터 쭉 하나씩 해 보세요. 뭔지 모르겠으면 밑에 있는 설명을 보고 따라 하시면 됩니다.”

영의가 도착한 방은 예전에도 한번 와 본 적 있는 방.

수많은 도구와 장비들이 존재했고, 그 아래에는 그와 관련된 행위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자, 측정…… 시작합니다.”

방 안의 측정기를 켜고는 대기하는 직원.

어떤 것이든 시행해서 마력 반응이 일어날 경우 알림이 울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게 영의는 망치부터 시작해서 공, 펜도 집거나 사용했고, 그 어떤 것에서도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음…… 행동 계열은 없고, 이동 계열로.”

그다음은 각종 탈것이 있는 방이었다. 자전거부터 시작해서 바이크, 차량, 심지어 산업용 중장비까지. 각종 사례에 따라 추가된 물품들이었다.

그렇게 영의는 자전거에 올라탔고, 올라타자마자 알림이 울렸다.

“자전거…… 확인.”

그런 다음 바이크.

“바이크…… 확인.”

차, 트럭, 심지어 포클레인까지. 모든 것에서 알림이 울렸다.

“……전 기종, 확인……?”

그런 다음 몇몇 영상을 응시하거나, 재료를 집어 들고 변화를 주게 하는 다른 측정도 했지만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그렇게 방에 준비된 모든 측정을 완료한 영의. 직원은 그에게 다가와 결과를 통보했다.

“음…… 출력, 2640…… 마력은 B급으로 올라가셨는데 전격계 친화성이 높고, 육체도 상당하신데…… 그쪽으로의 능력이 발현이 안 됐네요. 보조 계열은 만물 도약 판정입니다.”

출력만큼은 상세한 수치로 알아냈지만 다른 내용은 병원에서 들었던 내용과 같다. 그리고 자신의 시야 구석에 보이는 저 인터페이스는…… 밝혀진 바가 없다.

영의는 그렇게 힘없이 종이를 받아 들었고, 그것을 초인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어 낙담한 것으로 받아들인 직원은 영의를 위로했다.

“그, 그래도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도약 능력자들은 배달이나 배송업으로 전망이 밝으니까…….”

“아, 괜찮아요. 이미 그쪽 업무를 하고 있어서.”

“그러시구나…….”

그렇게 영의는 옷을 다시 챙겨 입고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협회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어 살펴보았는데,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었다.

[화연 - 선배, 선배 마음은 알겠는데 진짜 마지막으로…….]

[집안의 희망 - 오빠, 번개 맞았다고 들었는데 살아는…….]

[호찬 버거 사장님 - 내가 잘못 본 것 같기는 한데, 너 얼굴…….]

[거지 같은 상사 놈 - 이쯤 되면 회복됐을 텐데, 슬슬 업무 복…….]

영의는 그렇게 도착했던 메시지를 보며 바이크에 올라타 헬멧을 썼다.

그리고 그때 눈치챈 사실. 자신의 시야에 있는 인터페이스에는 알림 창만 떴지, 휴대폰과 연동된 문자 기능은 뜨지 않았다.

“……뭐야, 문자는 안 되는 건가? 폰 자체랑은 연동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었다는 듯, 갑자기 시야의 한구석에서 빛을 내던 알림 창이 사라지고, 그 아래 작은 문구가 표시되었다.

[업데이트를 실시합니다. 0%]

“……바로 반영한 거야, 아니면 타이밍이 이상했던 거야……?”

영의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정체불명의 능력에 의심을 품으며 집을 향해 비행했다.

방금 전 왔던 메시지의 내용을 대충 보자면 내일쯤에는 출근해서 정상적으로 근무하라는 상사의 지시.

영의는 좀 더 쉬며 자신에게 생긴 일에 대해 탐구해 보고 싶었지만 얼마 전에 통장의 잔고가 한 번에 불타 버렸으므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서울을 벗어나 고양시쯤에 접어든 영의의 바이크.

고도를 낮춰 일반 도로에 끼어들고 나서 그는 눈에 친숙한 집 주변의 거리를 천천히 달렸다.

“……부모님한텐, 뭐라고 하지…….”

반쯤 독립해서 살고 있었기에 집에는 자주 안 왔던 영의.

그는 얼마 전 번개를 맞은 사고도 보호자를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고 호찬에게 부탁했다.

부모님께 걱정을 안겨 드리기 싫었기 때문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동생이 그 사실을 알아냈던 것.

그래서 지금 영의는 숨기느니 차라리 밝히자는 마음으로 집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여전하네, 여기도.”

영의가 도착한 곳은 한 체육관 앞. 말이 체육관이지 그냥 동네 헬스장 정도의 크기였지만 여기도 옛날엔 상당히 성황이었다.

낡은 문을 열자 방울 소리보다 더 큰 문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 번에 받았다.

“……어, 다녀왔습니다?”

“아이구, 우리 영의 왔네! 밥은 먹고 다니지?”

“……갑자기 무슨 일이냐? 체육관은 안 물려받는다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영의의 부모님.

집안 대대로 무술인이었다는 그들의 가계는 이상하게 체육인들만 집안에 모아 놨고, 그래서 다른 것에는 영 소질이 없어 아직도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냥요. 요즘은 좀 괜찮나요?”

“뭐, 평소랑 똑같지. 다이어트하려고 끊었다가 3일 만에 안 나오고, 나중에 환불해 달라 하고……. 간간이 운동해 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10대들이랑 어린애들 태권도 가르치면서 먹고살고 있다.”

그때 영의의 어머니가 영의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이구…… 요즘 힘들진 않지? 사고는 안 났고?”

분위기로 봐서 동생이 부모님께 말씀드리진 않은 모양. 잘만 타협해 보면 부모님은 아예 모른 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영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저는 뭐 요즘 잘 지내고 있어요.”

“뭐…… 그래 보이는구나. 얼굴이 아주 멀끔한 걸 보니.”

“그래, 영의야. 간만에 봐서 그런가? 우리 아들 참 잘생겨졌네! 거울은 보고 다니지?”

“하하, 뭘요…….”

영의는 그제야 체육관 벽면에 붙은 거울을 바라보았고,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응?”

분명 눈과 코, 입은 평소에 달고 다니던 자신의 것이 맞는데…… 묘하게 배치가 다르다?

사람은 이목구비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배치도 인상이나 외모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눈이 아무리 예뻐도 눈 사이 간격이 엄청 멀다고 생각해 보라. 이상하지 않을까?

알기 쉽게 설명해 보자면, 외모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게임에서 미인 미남으로 만들어 놔도, 나중에 눈이나 코, 입 위치를 막 건드려 버리면 바로 고인물 커스터마이징으로 변모해 버리듯 형태 못지않게 조화도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이목구비의 조화가 지금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진 영의.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감탄했다.

‘영감님…… 미친 영감인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뇌전지체고 뭐시기고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 만족합니다.’

그렇게 영의는 자신의 얼굴을 감상하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끌려갔다. 체육관 영업은 오늘 하루 쉬면 된다면서…….

“자, 쉬고 있어. 오늘은 맛있는 거 해 줄게.”

“아뇨, 뭐 그럴 필요 없이 그냥 간단하게 해 먹어도…….”

“앉아 있어, 엄마가 해 주고 싶어서 그래.”

영의를 앉혀 두고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영의의 엄마. 영의는 자신의 집 안을 둘러보며 돌아다녔다.

회사에 취직해서 독립한 둘째 형의 방은 창고로 쓰이고 있었고, 옛날에 상도 많이 타고 올림픽까지 나갔다 온 큰형의 방은 먼지가 좀 쌓여 있었다.

영의의 큰형은 운동선수들의 코치도 해 주고, 종종 무술 교관 등으로 초빙도 받을 만큼 커리어가 대단했다.

물론, 현시대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싶지만 각성 못한 사람들의 경기들은 아직 존재했다.

각성자들끼리 싸우면 박진감과 재미는 있겠지만 주변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며 격투 대회나 운동 대회 같은 건 마력 사용에 제한을 두고 하기에 기술이 나름 중요했던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동생의 방에 들어가자 방이 삭막했다. 침대 있고, 책상 있고, 책들도 있고 있을 건 다 있지만 활기가 없는 느낌.

딱 공부하는 기계 같은 목적성의 방 안이었다.

‘……얘도 참 힘들게 사네. 장학금 꼭 탈 필요 없다니까…….’

각성자 아카데미의 입학은 결정 났지만 초반 장학금은 시험을 통해 지급된다.

그래서인지 입학생들이 입학 전에 엄청난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자신의 동생이 그러고 있을 줄은.

“……수연이는 독서실 갔다. 문자 보내 놨으니 저녁쯤엔 올 거야.”

“……네.”

동생의 방문을 닫고 영의는 거실에서 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다. 둘이 주고받는 말은 없어도, 가만히만 있어도 나름의 의사소통이 되는 게 부자지간 아니겠는가.

그때 영의의 시야 한구석에 새로운 알림 창이 떠올랐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ver.1.01]

[변경 사항 : 문자 확인 기능 추가, 조작 및 접근 편의성 추가, 주문 대기 시간 감소(대기 시간 감소는 다음 주문 때부터 적용됩니다.)]

‘……뭐가 좀 늘었는데?’

영의는 티 안 나게 손을 움직여 알림 창을 눌러 보려 했지만 차마 안 들키고는 못 할 상황.

‘아오, 좀 이거 치우면 안 되나?’

그리고 그때, 영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알림 창이 최소화되었다.

‘……조작 및 접근 편의성 추가라더니, 이젠 생각만 해도 나름 조작이 된단 거네?’

그렇게 영의가 TV를 보는 척하며 마음속으로 알림 창을 조작하며 나름 이것저것 알아보려 하고 있을 때, 집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가방을 멘 채 들어오며 밝게 소리쳤다.

“다녀왔습니다~ 어, 갈비 냄새다!”

“오, 수연이 왔니.”

“수연아, 집에 오빠 왔다?”

오빠가 왔단 소리를 듣자 집에 막 들어온 수연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소파에 앉아 있는 영의를 발견했다.

“오빠! 오랜만!”

“그래, 오랜만.”

그렇게 쿨하게 인사를 하고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는 수연. 그 광경을 보며 영의의 부모님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얘는…… 오빠가 간만에 집에 왔는데 인사가…….”

“에이, 그냥 두세요. 뭐 평생 못 볼 사람 돌아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잠시 뒤, 갈비가 맛있게 잘 조리되어 식탁 위에 놓였고, 영의의 가족 네 명은 그렇게 탁자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영의도 자신에게 새로 생긴 이상한 능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 * *

어딘가 깊은 산속, 독고휘의 거처.

“으아아아!! 참을 수가 없구나! 진짜 하산을 해야 하는 것인가?”

독고휘는 이제 벽곡단도 먹기 싫어서 집어 던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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