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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6화 (6/325)

#제6화 (6)

하늘을 가로질러 나는 흰색 마정석 바이크.

영의는 협회로 가기 전 호찬의 가게에 들러 자신의 헬멧을 회수해 왔고, 호찬은 그때 헬멧 없이 용케도 배달을 다녀왔다며 놀랐지만 영의는 마침 아는 주소였다고 둘러대며 빠져나왔었다.

그리고 지금 영의는 바이크를 자동 주행 모드로 바꿔 두고 협회로 날아가는 중이었는데,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헬멧을 쓰고 내부 디스플레이를 보며 조작한 영의는 충격을 받았다.

[최근 주문 : 안동 명가 찜닭]

이것이 휴대폰과 헬멧에 표기된 주문 목록표에서의 최근 항목이었고, 헬멧을 벗자 하나가 추가되어 보였다.

[최근 주문 : 안동 명가 찜닭]

[최근 주문 : 짜장 1, 탕수육 (소)]

정확히 같진 않아도 대체로 비슷한 인터페이스였으나 항목이 추가되어 있는 상황.

영의는 다른 부분도 확인해 봤으나 최근 배달지도 헬멧을 썼을 때와 휴대폰엔 안 보였지만 벗었을 때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디스플레이에서는 ‘???’라고 표기된 배달지가 추가되어 있었다.

“뭐야…… 대체……. 새로운 능력이라도 각성한 거라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자동 운행을 종료합니다.]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이 믿기지 않던 영의. 그때 헬멧과 자신의 머릿속에서 음성이 동시에 들렸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들을 법한 건조한 기계음.

영의는 어서 한시라도 빨리 검사를 받아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바이크를 주차해 둔 뒤 협회 건물로 들어갔다.

전국 각지의 각성자가 찾아오기 쉽도록 한국의 중앙에 설치하려 했지만, 높으신 분들의 압박인지, 아니면 땅값을 걱정한 누군가들의 손길이 닿은 건지 몰라도 서울에 설치된 각성자 협회 건물.

대신 각 지방마다 지부를 하나씩 설치해 불만을 잠재웠다.

협회 건물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물론 고층으로 올라가려면 별도의 승강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그래서인지 각성에 꿈을 가진 어린이들이나 각성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청년들(중년들도 가끔 오지만 보통은 현실을 직시한다)이 자주 찾아오기에 민간 인전용 창구가 있었다.

그러나 영의는 두 개의 창구 중 사람이 별로 없는 각성자용 창구로 다가가 직원에게 다급히 말을 꺼냈다.

“네, 어서 오세요. 각성자 협회입니…….”

“급한데요, 혹시 재검사나 능력 판별 좀 받을 수 있나요?”

영의는 그렇게 말하며 병원에서 떼 온 진단서와 신분증을 내밀었다.

의사 소견란에 협회에서 재검 바람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네?”

느닷없이 쳐들어와서 재검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많다.

자신의 각성 능력이 마음에 안 들거나, 운 좋게 각성 능력을 크게 터트려서 자신의 등급이 오른 줄 아는 이들.

그러나 눈앞의 청년은 뭔가 좀 달라 보였다.

“아, 설명해야 하나? 그게, 얼마 전에 사고를 당했는데 그다음에 능력 사용이 이상한 것 같고 그래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니까 협회에서 재검사를 받아 보래서 온 거거든요. 병원은 못 찾는 것 같다고.”

영의가 다급히 설명하기 시작하자 직원은 일단 당황하면서도 신분증을 입력하고 검사 일정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 지금 올라가시면 하실 수 있어요, 3층에 재검실이 있거든요. 가서 한번 보시면…….”

“아니, 재검 말고요. 상세 검사가 필요해요.”

“네? 하지만 보조 계열이신데……. 어, 어쩌지…….”

의사와는 달리 전문적 지식이 없거나 그냥 행정 업무만 하는 직원인 듯, 직원은 당황해서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신입이라 잘 모르는 것일지도.

“뭐야, 뭔데? 무슨 일이시죠?”

그때 당황한 직원의 뒤로 다른 직원이 나타났고, 제법 연차가 있는지 여유가 묻어났다.

“선배님…… 이거요.”

직원은 영의의 진단서와 신분증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영의를 살펴보았다.

“음…… 가끔 있긴 했지, 병원에서 재검 보내는 거. 3층 검사실로 보내 드려. 마침 오늘 정기 검사 날이야.”

“네, 네! 저…… 3층 검사실로 가시면 돼요. 그, 검사지는 올라가서 달라고 하면 줄 거예요.”

“……네, 고맙습니다.”

영의는 자신의 진단서와 신분증을 받아 들고 곧장 3층으로 향했고, 데스크에 남은 두 직원 중 후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에요. 선배님이 와서…….”

“뭐…… 나중에 진상 상대해야 할 수도 있어.”

안도하는 후배와 달리 선배 직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네?”

“재검받았는데도 변하는 게 없어서 진상 부리는 인간들이 있거든. 뭐…… 이번엔 아니길 기도해야지. 그리고, 저 정도로 잘생겼으면 진상 부려도 좀 봐줄 만하지 않아?”

“잘생겼어도 진상은 좀…….”

“……아님 말고.”

그렇게 두 직원은 업무로 돌아갔다.

한편, 3층으로 올라온 영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가 양옆으로 나뉘었다.

오른쪽은 보조 계열들이 측정하는 수많은 종류의 검사들이 존재하는 곳. 그리고 왼쪽은 정기 검사를 하는…… 쉽게 말해 강화 계열이나 속성 계열 검사를 하는 공간이다.

그런 왼쪽 복도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었다.

곳곳에서 직원들이 소리 높여 통제를 하고 있었지만, 한마디씩 꺼내는 잡담이 200명이 모이면 거대한 웅성임이 되듯, 직원의 목소리도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다.

“……개판이네. 나중에 올 걸 그랬나?”

분명 자신의 목적지는 왼쪽이지만 그냥 오른쪽으로 타협을 볼까 생각한 영의.

그러나 그는 현재 자신에게 닥친 의문의 배달 헬멧 인터페이스와 아직도 몸 안에서 느껴지는 힘에 대한 비밀을 풀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검사실의 줄로 향했다.

입대 전 신체검사장처럼 긴 줄이 이어져 있었지만, 신체검사장과는 다르게 남녀가 섞여 있고, 대부분이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도 함부로 통제하기 어려워하고 복도가 소란스러웠던 것.

영의는 그렇게 뒤에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줄이었다고!”

“개소리하네, 내 줄이야!”

그러나 애들 모인 곳에서 사고가 안 터지면 그게 정상일까, 앞에서 문제가 터진 것 같았다.

“이, 씨!”

화를 내며 주먹을 날리는 한 남자아이와 그걸 피하며 툭툭 치는 여자아이.

남자아이는 강화 계열을 각성한 듯 엄청난 힘이 담긴 주먹을 휘둘러 대고 있었으나 여자아이는 그것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남자아이를 놀리듯 계속 툭 치고 회피하기를 반복했다.

“으아아아아!!”

통제를 위해 직원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남자아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듯, 그대로 몸을 날려 여자아이를 들이받으려 했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이번엔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서서 남자아이의 머리에 손가락을 튕겼다.

“끄아아! 윽! 브븍! 어억!”

별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꿈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져 버둥대는 남자아이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줄을 서는 여자아이.

주변의 아이들은 피해 있는다고 다 멀찍이 떨어져 있느라 줄이 없어졌지만 여자아이는 방금 전 위치를 기억하는 듯 그 자리에 그대로 돌아갔다.

“뭐야, 무슨 일이니!”

직원들이 달려와 주변 아이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동시에 쓰러진 남자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멀쩡합니다. 강화 계열이기도 하고, 그냥 전기 충격을 받아서 움직임이 마비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큰 문제는 안 생겨서 다행이라고 판단한 직원은 주변 아이들에게 설명을 들으려 했으나 어느새 남자아이 쪽 편과 여자아이 쪽 편이 갈려서 싸우고 있었다.

남자애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여자아이 쪽이 그 자리를 차지한 거다라는 남자애들 쪽 주장과 화장실 갈 거면 말을 미리 하고 가든가, 말없이 자리 비우고 나중에 돌아와서 새치기라고 난리 치는 게 무슨 경우냐라고 하는 여자아이 쪽.

객관적으로 보면 남자애의 잘못이지만 피 끓는 청춘이 무슨 이성적 사고가 중요하겠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

그렇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려던 찰나, 직원들은 영의를 바라보며 필사적인 눈빛을 보냈다.

-뭔가 좀 도와주세요!

-애들 말리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말이라도!

-아…… 너무 멋지다…….

중간에 이상한 게 하나 섞인 것 같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상태.

영의는 어쩔 수 없이 나가서 애들을 말리기 시작했고, 얼굴 덕분에 여자애들 쪽은 금방 진정이 됐다.

“자, 얘들아 진정 좀 하고…….”

영의의 말에 금방 조용해지는 여자애들.

“네, 오빠…….”

“몇 번이든 진정할게요…….”

그렇게 절반의 진정이 완료되자 나머지는 상당히 쉬웠다.

대립이 없으면 문제가 사라지지 않겠는가. 영의는 남자애들도 설득하기 위해 이미 남자애들을 통제하려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도와 드려요?”

“아, 감사합니다. 자, 학생들! 일단…….”

“직원 아저씨, 조용하세요!”

“맞아, 오빠 말 안 들려요!”

어째서인지 직원의 말도 가로막는 여자아이들. 방금 전 대립할 때의 기세보다 무서웠다.

“……미안하다.”

아무튼 그렇게 직원들이 고민해서 남자애들을 먼저 검사 시행 후 돌려보내기로 결정하고, 남자애들을 다 처리하는 동안 영의가 여자애들을 어떻게든 통제해 냈다.

“오빠 몇 살이에요?”

“화장품 뭐 써요?”

“혹시 연하 좋아해요?”

물론 얌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까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그렇게 있는 동안 영의는 아까 봤던 여자애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물어볼 게 있는데…….”

“뭐든 물어보세요!”

“제 폰 번호? 집 비밀번호도 말씀드릴 수 있어요!”

영의는 애들이 자신을 좋아해 줘서 싫진 않았지만 대체 왜 이러는지 무서울 정도였다.

원래도 상당히 준수한 얼굴이었지만 독고휘에게서 뇌전지체로 개조를 받은 뒤 온몸의 골격이 약간씩 달라지며 부차적으로 잘생겨진 것.

물론 영의는 거울을 못 봤으니 자신의 변화를 몰랐다.

호찬은 알지도 모르지만 눈앞에서 상대방이 하루도 안 돼서 성형을 해 왔을 리 없으니 그냥 오늘따라 잘생겼다 생각하고 넘겼으리라.

“아니, 아까 그 남자애 쓰러트린 애 어디 있니?”

“지연이요? 없는데?”

“네, 사고 쳤다고 아까 갔어요.”

“흐음…… 그렇구나.”

생각 외로 몸놀림이 쓸 만해서 나름 눈여겨보았는데, 없다니 약간 아쉬운 영의였다.

그리고 그때 검사실 안쪽에서 직원이 나와 영의에게 다가왔다.

“아, 이제 여자애들 다 들여보내시면 돼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그럼 얘들아. 검사받으러 가야지?”

영의의 말에 여자애들은 티 나게 아쉬워했다.

“아-아…… 오빠도 같이 검사받으면 안 돼요?”

“안 돼. 오빠는 재검사하러 온 거거든.”

“어! 그럼 오빠도 막 각성자 활동 하는 거예요? 하면 바로 팬 할게요!”

“하하, 그럼 고맙겠지만, 딱히 생각은 없네.”

몇몇 각성자들은 초인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영의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각이 현재 없으므로 웃어넘겼다.

그렇게 여학생들을 다 보내고 혼자 복도에 남은 영의. 30분 정도 됐을까, 검사실에서 다시 직원이 나와 영의를 불렀다.

“네, 이제 다 끝났어요. 무슨 용무로 오셨죠?”

참고로 영의는 여기 와서 직원에게 자기 용건을 하나도 말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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