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배달은 나만 가능하다-2화 (2/325)

#제2화 (2)

신화 길드 중앙 본부장 신화연의 사무실은 상당히 단출했다.

집무용으로 보이는 사무 책상이 하나, 벽에 장식장 겸 책장이 하나.

그리고 방의 중앙에 티 테이블 하나와 의자 넷이 전부.

그리고 그 장식장에는 여러 트로피와 상패 등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앞에 나와 있는 것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전국 청소년 종합 격투 대회 중학교부 준우승]

[전국 청소년 종합 격투 대회 고등학교부 준우승]

수많은 1등과 우승 트로피 중에서 준우승만 그리 앞에 놔둔 이유를 두고 길드 사람들은 나름의 추측을 해 보았다.

1등의 기억보다 1등을 하지 못한 기억을 원동력으로 더욱 나아가려 한다는 게 그들의 추측이었으나 사실은 달랐다.

“선배, 진짜 교관 할 생각 없어요? 선배 격투 누구보다 잘했잖아요.”

“……이젠 아니야. 세상 누가 격투술을 배운다고 그래? 검술 각성하거나 체술 각성해서 느낌대로만 움직여도 20년 수련한 사람을 피떡 만드는 세상인데.”

영의는 신화연이 준우승을 차지했던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남자였다.

당시 세상은 그 둘을 라이벌이라 했으나 실제 경기에서는 모두 영의의 압승이었다.

“그래도 선배는, 각성자도 이기는 실력자잖아요!”

“됐어, 그런 말 할 거면 배달시켜서 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찾아오든가 체육관 와서 말해.”

영의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가려 했고, 화연은 그런 그를 붙잡았다.

“선배, 난 지금 선배의 재능이 진짜 아까워서 그래요. 배달하면서 사고 날지도 모르고 그런데, 그냥 월급 받으면서 교관 생활 하기가 싫어요……?”

“……이 배달도 내 재능이야. 이제 세상은 각성한 능력이 재능이잖아. 안 그래?”

영의의 말에 화연도 차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당장 그녀도 내심 마음속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세상이 변했는데 변한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잖은가.

“그, 그럼…… 햄버거라도 먹고 가요. 우리 옛날처럼……. 네?”

“미안, 다음 주문이 있어.”

영의는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을 나섰고, 화연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중, 고등학생 때만 해도 그녀와 영의는 그저 촉망받는 격투가였다.

영의는 그대로만 간다면 UFC에서도 스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매일 운동 끝내고 싼 가격에 먹는 햄버거집에서 같이 햄버거를 먹는 게 그날의 기쁨이었던 둘.

그러나 세상에 각성이 시작되며, 게이트에 휘말리던 그녀를 구해 줬던 영의는 D급 각성자가 됐다.

하지만 그저 휘말리기만 하고 패닉에 빠져 있던 자신은 운 좋게 A급 각성자. 세상은 둘이 뭘 했느냐보다는 둘이 가진 능력만을 보고 대우해 줬다.

햄버거 봉투에서 햄버거를 꺼내는 그녀.

콜라를 먼저 한 입 마셔 보니 제로 칼로리 콜라의 맛이다.

그리고 햄버거의 포장지도 벗겨 한 입 베어 무니 학창 시절 먹던 그 맛 그대로였다.

“하아…… 선배, 이 햄버거는 그대로인데 나머진 다 변했네요. 아니, 내가 변한 건가……?”

신화 길드 본부장 신화연은 그렇게 햄버거 세트 하나만을 남겨 둔 채 책상에 앉아 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언제라도 영의가 다시 돌아와 햄버거를 먹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이…….

건물을 나서고 바이크를 탄 채 하늘을 질주하는 영의.

급한 배달이 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 그런 건 없었다.

“하아, 나도 하고 싶지. 월급쟁이. 근데 내 머리는 그러고 싶어도 내 가슴이 허락을 안 한다, 화연아…….”

사실 영의라고 그 제안을 고민해 보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나름 무술 배운 무술인이라고 자존심은 있는 건지, 후배의 낙하산으로 직장을 얻는 건 싫었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무술을 가르쳐 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차피 그들을 살려 줄 건 단련된 기술이 아닌 마력과 각성 능력뿐일 텐데.

그리고 영의는 돈이 필요했다.

부모님이 체육관을 하시긴 하지만 운영이 별로 잘되진 않았고, 큰형과 작은형은 본인 먹고살기도 바쁘다.

결국 동생의 아카데미 등록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 일을 계속해야 하는 것.

만약 그가 각성한 능력이 만물 도약이 아닌 E나 F등급의 신체 강화 정도만 되었어도 그는 초인으로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름의 신세 한탄 도중 정말로 주문이 들어왔다.

[새로운 주문이 있습니다.]

“어, 오늘 의외로 건수 많네?”

평소에 특급 배송은 해 봐야 한두 건이어서 일반 배달 업무를 주로 하던 영의.

오늘의 새로운 주문에 그는 신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만 벌써 수수료 30…… 잘하면 이번 달 돈 다 모아서 바이크 사겠다…….”

사실 지금 쓰는 바이크와 헬멧은 배달 회사에서 빌려준 엄청난 고액의 것.

그러나 영의의 벌이가 상당히 좋은 이유의 대부분이 배달비였고, 매달 나가는 상당한 액수의 바이크와 헬멧 렌트비에 그의 정규 월급의 3분의 1이 나갔다.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마정석 바이크를 하나 장만해서 타고 다닐 수 있는 것.

[주문인 : 석호필]

[배달 물품 : 안동 명가 찜닭]

[주소지 : 알카트라즈 호텔]

‘……뭔데 감옥에 배달 가는 느낌이냐……?’

주소지와 받는 사람의 이름이 상당히 이상하고 특이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영의는 곧바로 안동으로 풀 액셀을 당겨 날아갔다.

그렇게 경상도로 접어들려던 때, 헬멧에서 경고 문자가 나왔다.

[주의 : 전방에 낙뢰 주의보가 있습니다.]

헬멧의 말대로 하늘에 먹구름이 빠르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상당히 험악한 날씨에 잠깐 긴장했으나…….

‘나 참, 낙뢰 주의보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어차피 번개 맞을 확률도 얼마 없구만.’

세상 살면서 로또 맞았단 사람은 많이 봤지만 번개 맞았단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는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영의.

아무튼, 인터넷에 따르면 이 주변에 찜닭집이…… 오, 있다. 저건가?

영의는 헬멧이 안내하는 대로 찜닭집을 찾아왔고, 포장을 요청한 뒤 기다리고 있었다.

[주의 : 낙뢰 경보 지역입니다.]

……올라갔네?

“포장이지? 자, 여기 있네.”

“아, 네.”

영의는 일단 값을 치르고 찜닭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보온 박스에 넣은 뒤, 바이크를 타고 곧바로 날아올랐다.

번쩍!

날아오르는 순간, 바로 옆의 산에 낙뢰가 떨어졌고, 나무가 하나 불타기 시작하자 천둥소리가 곧바로 따라왔다.

“……조심하자.”

서둘러서 이 지역을 빠져나가기 위해 바이크의 속도를 올리려던 그 순간, 낙뢰가 다시 한번 내리쳤고, 영의는 반사적으로 쫄아서 눈을 감고 말았다.

……뭐야, 아니네.

“하긴, 번개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주변에 떨어진다고 해도 대부분은 나무나 피뢰침에 맞아서 괜찮다고들…….”

번쩍!

그렇게 안심하며 속도를 올리려던 순간, 영의는 거짓말처럼 번개에 맞고 말았다.

‘아, 뭐야…… 헬멧…… 방어가 왜 안…….’

헬멧은 그때 오류를 일으킨 건지, 방어가 작동하지 않았고, 영의는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응급실.

한 남자가 응급 침대에 실려 있었고, 그걸 끌며 의료진들이 응급실 복도를 질주하고 있었다.

“장 선생님! 화상 환자예요!”

“뭐? 뭔데?”

“번개에 맞았대요!”

“뭐? 전격 계열 공격?”

“아뇨, 진짜 번개요!”

간호사의 말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계 초인 장필재는 당황했다. 하고 많은 사고 중에서 하필 낙뢰라고?

“근데 멀쩡하네?”

“이 사람도 각성자인가 봐요. 그리고, 나름 방어 장비도 있었고요.”

“그런 것치고는 많이 멀쩡한데……. 일단, 연결할 것 다 연결해.”

장필재는 쓰러져서 실려 온 청년의 옷을 벗겨 보았고, 전기 화상이 맞는 듯 피부 곳곳에 열상과 검게 탄 흔적이 있었으나 생각보다 상태가 멀쩡했다.

“뭐야…… 라면 끓이다가 엎어도 이만큼은 아닐 텐데…….”

일단 장필재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청년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그의 손끝에서 나온 빛이 상처에 닿을 때마다 열상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료받고 있는 동안 그와 함께 실려 온 헬멧(바이크는 발견하지 못했다)이 전원 공급 없이 작동되기 시작했으나,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 * *

2일 후.

영의는 집 주변의 병원을 나서며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거지 같네…….”

그날의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다 왔지만 바이크는 누가 훔쳐 간 건지, 아니면 낙뢰에 맞고 터진 건지 그 자리에는 파편만이 몇 개 남겨져 있었고, 번개에 맞은 건 회사에서 보험 처리를 해 주었지만 바이크는 관리 실수로 인한 분실로 처리가 되었다.

하필 사고가 난 곳에 CCTV가 없었고, 일반적으로 마정석 시설에 낙뢰가 발생하면 대부분은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영의는 그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아니, 누가 번개 맞고 바이크를 챙길 수 있냐고…….”

대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마정석 바이크를 변상하기 위해 영의는 보험금과 지금껏 모아 둔 돈을 모두 털어야 했다.

현재 그의 통장에는 동생의 등록금을 빼면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

그런 그의 옆구리에는 배달할 때 쓰던 은색 헬멧이 있었으며, 다행스럽게도 그건 낙뢰에서 무사했다.

“하아…… 그래, 그래도 네가 나랑 바이크는 못 지켰어도 너 스스로는 지켰구나. 그게 더 낫다.”

바이크의 두 배 가격에 가까운 첨단 헬멧이었기에 영의는 그래도 이게 안 부서져서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 처음부터 벌면 되는 거지.”

그렇게 병원 앞에 주차해 둔 새 바이크에 올라타며 헬멧을 쓰는 영의.

그러나 헬멧에는 바깥 풍경에 추가적으로 표시되는 디스플레이가 뜨지 않았다.

“뭐야, 왜 이래?”

헬멧에 연동되는 휴대폰을 들어 조작해 보았지만 별 반응이 없는 헬멧. 영의는 짜증이 난 나머지 헬멧을 쓴 채 툭툭 때렸고, 그러자 화면이 푸르게 물들며 반응이 왔다.

[업데이트 중…….]

“아, 업데이트네. 그럴 수 있지.”

평소에도 종종 업데이트를 하란 메시지가 떴으나 귀찮아서 넘겼던 영의.

그는 이참에 밀린 업데이트나 해 두기로 하고 업데이트 중이라는 메시지 창을 구석에 치운 뒤 바이크를 몰고 호찬 버거로 향했다.

“아저씨, 저 왔어요.”

“오, 배달이! 오늘은 무슨 주문이야?”

늘 그렇듯 웃으며 맞아 주는 호찬. 영의는 그런 그를 보며 살짝 웃었다.

“아뇨, 그냥. 보고 싶어서 왔죠.”

“뭐야, 너 죽을 병 걸렸어? 평소엔 그런 말 안 하던 놈이 왜 그래?”

“아, 죽을 뻔하긴 했죠.”

영의의 말에 호찬은 사고라도 한번 났겠거니 짐작했다.

“왜, 트럭이랑 박았냐?”

“아뇨, 번개 맞았죠.”

“……?”

“덕분에 바이크도 날아가고, 통장 잔고도 날아가고…….”

“으, 음…… 미안하게 됐다.”

생각보다 나쁜 상황에 사과하는 호찬.

“아니에요, 그냥…… 다시 처음부터 벌면 되겠죠…….”

“그래, 커피라도 마실래?”

“아, 네.”

그렇게 커피를 마시던 둘. 마침 가게에 손님도 없고 한가로웠기에 둘은 잡담을 나눴다.

“얼마 전에는 어떤 손님이 말이지…….”

그러던 그때, 영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아저씨. 저 주문 왔어요. 가 볼게요.”

“어, 어. 그래. 가 봐라.”

그렇게 다급히 밖으로 나가 바이크에 올라타 날아가는 영의.

그런 영의의 모습을 보며 호찬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참 힘들게 산다…….”

그렇게 마셨던 커피를 정리하려고 컵을 집어 드는 호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은색의 헬멧.

“……헬멧은 여기 있는데 주문은 어떻게 받은 거지?”

그때 공중으로 날아오른 영의. 그의 시야에 늘 그랬던 것처럼 디스플레이가 표시되고 있었고, 알림 창도 있었다.

[새로운 주문이 있습니다.]

“주문 확인.”

[주문인 : 독고휘]

오, 독고 씨다. 실제로는 처음 보네.

[배달 물품 : 짜장면 보통, 탕수육 (소)]

짜장이라…… 특정 가게가 없는 거로 봐선 아무 데나 상관없나? 진짜 짜장이 급하게 드시고 싶었나 보네.

[배달지 : 약도를 참조하세요.]

약도를 대충 보니 죄다 초록색이었다. 공원…… 아니면 산인가?

어…… 가끔 있긴 하지, 산 중턱쯤에서 시켜 드시는 분들. 지도 보니 진짜 산속이네. 이건 자동 주행으로 가야겠는데?

그렇게 영의는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잘하는 중국집으로 갔고, 짜장 하나와 탕수육 하나를 가방에 넣고는 바이크의 자동 주행 모드를 켜고 공중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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