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0. 프롤로그
한 남자가 길거리에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동영상 사이트를 구경하고 있다. 그는 바이크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당신만이 모르는 12가지 음모론]
톡.
남자는 동영상을 클릭했고, 영상이 재생되기 전, 광고가 흘러나온다.
-집 주변 치안이 불안하신가요?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나가기 먼 길이신가요?
-저희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보세요!
-추가 요금만 지불하시면, 집 주변 음식점뿐만 아니라 전국 팔도의 맛집도 안방으로 배달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냐고요? 걱정 마세요! 저희 배달 팀은 전원 각성자들로 구성된 특별한 팀입니다!
-인천에서 부산의 국밥을 시켜 먹어도? 30분이면 배달됩니다!
그리고 보험 광고에서 중요 사항을 말하듯 빠르고 건조한, 흘려듣기 쉬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온다.
-단, 음식점의 사정으로 인한 시간 지연의 경우엔 배달 시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배달원의 사고로 인한 배달 불가 사태는 고객 상담으로 연락 주십시오.
이윽고 영상이 흘러나왔으나, 남자는 영상에 눈을 두지 않았다.
-시간 여행, 차원 여행, 또는 평행 세계…… 여러 가지 말은 많지만…….
이내 남자는 동영상 사이트를 닫았다.
“쯧, 기분 잡치게…….”
그리고 옆에 다가오는 다른 남자. 이 남자도 바이크를 타고 있었고, 붉은 헬멧을 쓰고 있었다.
“……행님, 와 그러십니꺼?”
“아니, 아무것도. 그냥…… 짜증 나서.”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도 껐고, 휴대폰의 검은 액정에 비친 그는 은색 헬멧을 쓰고 있었다.
* * *
어느 산속의 한 동굴 안.
백발의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흐읍- 후우-.”
노인은 눈을 감은 채 명상을 하듯 규칙적인 숨을 내쉬고 있었고, 그런 노인의 주변에는 작은 정전기 같은 것이 타닥거리며 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작은 책상과 필기구들. 붓과 종이와 벼루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거기까지면 평범할지도 모르나…… 제법 치장이 잘된 검이 그 뒤에 있었다.
* * *
긴 옷을 입은 사내가 책상 위에서 이런저런 종이에 글을 쓰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끄으응…….”
그리고 그런 그의 방 안은 서류들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방 밖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무슨 일이지?”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먹을 때가 아니네. 두고 가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계속 머리를 싸매고 있었으나, 문제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두 끼나…….”
“두고 가라고 했잖나.”
“……네에.”
이내 문 앞의 인기척은 사라졌고, 그의 방 앞에는 먹지 않은 식사가 제법 쌓여 있었다.
* * *
신강. 명교…… 마교라고도 불리는 이곳.
교도들이 모여 사는 성의 옆에서, 별이 아름다운 사막의 밤하늘을 보며 한 남자가 뒷짐을 지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후우.”
“지존이시여, 왜 그러십니까? 혹시 뭔가 문제라도…….”
남자의 옆에 선 한 노인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으나,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저 별은 먼 옛날부터 빛나고 있었고, 앞으로도 빛나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군.”
“그런 말씀을……!”
남자는 이내 몸을 돌려 성으로 돌아갔다. 늘 마음에 품던 고민을 간직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