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4화
외전 38화
「어떤 음식일지 기대가 되는군요.」
동생보다 더 뛰어난 형일 것인가?
아니면 비슷한 음식을 보여줄 것인가.
형제가 나란히 대회에 참가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지요? 동생분만큼 훌륭한 음식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린드버그 박사 역시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라시드가 물었다.
「이 사람이랑 저 사람, 형제예요? 형제가 대회에 나와도 되나요?」
무하마드 왕자가 대답해 주었다.
「물론 상관없지.」
「같은 팀도 아닌데.」
「그럼.」
오히려 형제라서 더 경쟁을 하는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하마드 왕자 자신도 사촌인 오마르와 계속해서 경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고기를 굉장히 여러 종류를 맛보던데. 왜 그렇게 했습니까?」
페드로 쉐프가 질문을 던졌다. 루이스가 대답했다.
“제가 머릿속으로 구상한 요리에 가장 맞는 고기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아흐마드가 물었다.
「어떤 고기를 선택했는데요?」
“고기와 양념이 배합이 달랐죠. 바하라트로 양념한 새끼 양고기와 정향을 주로 양념한 소고기가 잘 어울렸습니다. 그래서 그 두 가지의 고기를 메인으로 요리를 했지요.”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한두 가지 고기로 결정을 하고 바로 요리를 시작한 데 비해서 루이스는 요리에 들인 시간이 제일 적은 편이었다. 마지막까지 모든 고기를 하나씩 맛보면서 고기를 골랐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고른 고기가 어떤 요리가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이 요리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얇은 또르띠야를 깔고서 익힌 쌀과 고기, 그리고 야채와 해산물을 섞었지요. 그리고 피에놀로 드 베수비오를 곁들였습니다.”
「피에놀로 드 베수비오?」
「여기 식량 창고에 그게 준비되어 있었단 말입니까?」
린드버그 박사와 아흐마드는 놀란 듯했다. 페드로 쉐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소량만 준비했습니다. 그걸 알아본 겁니까?」
“예, 푸드 팩토리에서도 연간 200kg가량밖에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 귀한 토마토지요. 여기에 숙성되어 있는 것까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토마토에는 따로 원산지와 품종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스는 채소 코너에서 귀한 재료를 즉시 알아보았다.
‘진희나 마리오도 여기 와 봤으면 알아봤을 텐데. 다른 데 정신이 팔려서 안 온 모양이지만.’
최근 푸드 팩토리에서 수입하기 시작한 토마토였다.
오로지 베수비오 화산, 그곳의 화산재가 섞인 토양에서밖에 재배하지 못한다는 토마토다. 생산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기르기가 어려워 다른 토마토에 비해 가격이 6배 이상 높은 품종이다.
유난히 향이 강하고 신선해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이 토마토에는 독특한 장점이 있었다.
바로 ‘숙성할 수 있는’ 토마토라는 점.
다른 토마토들은 숙성이 불가능하지만 이 토마토만은 가능했다.
“아시는 대로 보통 토마토는 일 년간 실온에 보관하면 그대로 쪼그라듭니다. 하지만 피에놀로 드 베수비오는 껍질이 유난히 두꺼워요. 메마른 화산재 토양에서만 자란다는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두터운 껍질이 수분을 보존해 주기 때문에 마치 와인이나 치즈처럼 일 년간 숙성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숙성을 마친 피에놀로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향긋한 맛을 내지요.”
일반적인 토마토밖에 몰랐던 아흐마드는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그는 평소에 사용하던 재료를 사용하여 항상 같은 맛을 내는 데에 집중해 왔다. 왕가의 식사를 책임지는 만큼 무하마드 왕자의 취향이나 입맛이 바뀔 때마다 그에 적응하려고 하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새로운 재료를 활용하려고 해 본 적은 많지 않았다.
「페드로 쉐프, 그런 재료를 써서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까?」
그가 페드로에게 귓속말을 했다. 페드로 쉐프가 싱긋 웃었다.
「그것 말고도 다양한 재료가 있습니다. 제 뒤뜰 농장에도 한 번 방문해 보시죠. 피에놀로 드 베수비오만큼은 못하지만 다양한 허브와 채소를 직접 기르고 있습니다.」
「그래야겠군요.」
두 왕궁요리사가 소곤거리고 있는 동안 무하마드 왕자는 루이스가 내놓은 요리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과연 냄새가 좋군.」
멀리서 봤을 때는 그저 성의 없이 접시에 올려놓은 고기와 채소요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설명을 들으면서 냄새를 맡으며 보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특히 모양이 살아있는 토마토 큐브가 큼직하니 올라가 있어서 개성이 있군.」
“향이 좋기 때문에 그냥 토마토에 소금만 뿌려서 먹어도 맛있는 토마토입니다. 준비해주신 새끼 양고기와 소고기, 두 가지 고기에 적절하게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지요. 보고 계신 큐브는 맛을 강조하기 위해 올라간 것이고, 베이스로는 살사 소스를 깔았습니다.”
루이스는 살사 소스를 만들 때 토마토와 양파, 그리고 설탕과 소금, 식초와 레몬, 청양고추를 넣었다. 하지만 피에놀로 드 베수비오를 사용하면 청양고추가 필요하지 않았다. 토마토 자체의 향이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은수저로 토마토와 새끼 양고기를 들어올려 한 입 맛본 무하마드 왕자가 눈을 감았다.
「음.」
샤와르마에 토마토를 넣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넣지 않는다. 큼직한 토마토 큐브와 새끼 양고기는 아주 잘 어울렸다.
머릿속에서 어쩐지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새끼 양이 떠올랐다.
젊은 시절, 20대에는 세상 모든 일이 제 마음대로 될 것만 같았다.
아직 에너지가 넘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그래, 그때 생각이 났다.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요리였다.
「내가 옛날에는 이탈리아 요리를 참 좋아했는데…….」
한때 이탈리아 요리를 즐겨 먹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페드로 쉐프를 초빙했던 무하마드 왕자가 중얼거렸다.
반면에 페드로 쉐프는 토마토 조각을 씹으며 다른 것을 떠올렸다.
‘처음에 왕궁으로 초빙되었을 때는 나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지…….’
다른 쉐프들이 무하마드 왕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일 년이 채 되기도 전에 전부 짐을 싸서 나갈 때, 그는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왕자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세계 최고의 요리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양에서 온 어느 청년을 만났고, 어쩌다 보니 체력 훈련까지 받게 되었다.
‘미각이 어디까지 예민해질 수 있는지 한계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지.’
그리고 무하마드 왕자의 다른 면들을 보게 되었고, 이렇게 한국까지 왔다.
이미 늙었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던 자신의 껍질을 깨주었던 인물, 그 사람이 바로 임진혁이었다.
그리고 이 토마토 샤와르마에서도 임진혁 풍의 향기가 났다.
「기존의 틀을 부수고 사고를 개혁하는 마법 같은 요리군요.」
페드로 쉐프가 피식 웃었다.
「토마토의 맛이 강렬하게 느껴지고, 그 다음에 샤와르마의 맛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도 제 고향 이탈리아가 떠오르는군요.」
방금전에 먹었던 마리오의 요리는 독특한 발상을 중심으로 기교에 힘썼다. 고기로 채소를 싼다는 아이디어,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요리 기술 둘 다 뛰어났다.
하지만 루이스의 요리는 달랐다.
뛰어난 재료를 바탕으로 단순하게 요리해 요리의 맛을 살렸다.
어찌 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요리라고 할 만했다.
「토마토가 아주 신선합니다. 당근이나 다른 채소도.」
린드버그 박사 역시 그에 주목했다. 루이스는 놓여있는 재료들 중 제일 신선한 것을 망설임 없이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요리 방식이 단순하지만, 결과는 맛있다.
평범한 재료 그리고 화려한 기술.
훌륭한 재료와 단순한 기술.
어떤 것이 우열이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여태까지 다른 요리에 관심이 없었던 아흐마드도 숟가락으로 요리를 퍼먹고 있었다.
「……확실히 이건 내가 만든 요리와 달라. 아주 재미있습니다. 다음에는 저도 이 토마토를 활용해서 샤와르마를 구상하고 싶군요.」
그는 냅킨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적었다. 신이 난 것 같았다.
「왕자님께도 새로운 맛을 선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방금전에 먹었던 마리오의 요리 같은 경우에는 샤와르마를 ‘감싸는 것’ 자체로 사용했으며 고기가 주였다. 그래서 아흐마드에게 영감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요리는 특별했다.
라시드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이 토마토 맛이 재밌어요.」
그는 조그마한 새끼 양고기 토막과 토마토를 입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양고기랑 새우랑 토마토가 맛있어요.」
어린아이의 말대로였다.
루이스의 요리는 토마토의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이 중심이었으며 여러 양념이 곁들여진 꼬치구이 고기는 토마토를 돋보이게끔 하는 장식일 뿐이었다. 아삭아삭한 식감을 더해주기 위해 덧붙인, 작게 썰어놓은 당근과 양파, 무 등도 곁들이에 불과했다.
「토마토를 왕으로 모시고 있는 요리로군요.」
린드버그 박사는 루이스의 요리를 맛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색다른 관점입니다. 여기에 원래 등장하지 않았던 채소를 추가해서 그걸 메인으로 하다니요.」
「새끼 양고기가 살살 녹을 만큼 부드러워서, 같이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를 찾고 싶었습니다. 아스파라거스나 두릅도 후보로 두었는데 준비해주신 토마토가 너무 좋아서 안 쓸 수가 없었지요.」
루이스가 토마토를 고를 때 토마토 바구니에는 피에놀로 드 베수비오는 세 개밖에 없었다.
‘일부러 많이 안 들여놓은 거겠지.’
길쭉한 산마르치노 토마토와 약간 작고 새빨간 슈퍼 선로드, 새콤달콤한 녹색 토마토인 그린 지브라까지 여러 종류가 섞여 있는 가운데에서 그 세 개만을 골라낸 것이다.
「…….」
잠시 침묵이 흐르고 무하마드 왕자가 선언했다.
「루이스 쉐프, 훌륭합니다. 심사는 여기까지입니다.」
「예, 다음 분 오십시오.」
그리고 그 다음 차례는 장유향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접시를 심사위원들 앞에 올려놓았다.
‘주군께서 이곳에 계시지 않아.’
그는 풀이 죽어있었다.
‘주군께 드리려고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는데.’
애초부터 대회에 참석한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자신이 만든 요리를 임진혁이 맛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몇 가지 요리를 진혁의 본가에 보내기는 했지만, 실제로 먹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그것도 너무 자주 보낸다고 일 년에 한 번만 보내라고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장 쉐프. 이전에 정말로 맛있는 오리구이를 선보였죠? 기억하고 있습니다.」
린드버그 박사는 입맛을 다시며 장유향의 요리를 바라보았다. 아흐마드가 맞장구를 쳤다.
「그 오븐은 사용하기 어려웠을 텐데, 불 조절을 기가 막히게 했더라고요.」
이번에 장유향이 고른 빵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는 피자 반죽처럼 두께가 두꺼운 빵을 골랐다.
보통은 토르티야처럼 얇은 빵을 고른 것과 대조가 되었다.
「두꺼운 빵을 고르신 이유가 있나요?」
『고기의 향이 강하고 양념이 세게 되어 있어서 함께 감싸줄 수 있는 푹신한 맛이 필요했습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장유향의 대답을 통역사가 통역해 주었다.
「오.」
「고기를 안에 넣은 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