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님의 베이커리-640화 (640/656)

제 640화

외전 34화

진혁이 그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모든 사람이 샤와르마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모를 줄은…….」

무하마드 왕자는 무척 실망한 눈치였다. 이번 시험을 위해서 준비한 고기 꼬치는 무하마드 왕자의 궁정 요리사인 아흐마드 사우드 쉬라힐리가 준비한 것이었다. 심사위원은 아니지만, 대회 전반에 관여를 한 터라 오늘은 대회장에도 나와 있었다.

아흐마드가 웃으며 말했다.

「왕자님, 정통 샤와르마가 드시고 싶으시다면 그냥 저에게 지시하시면 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샤와르마를 만들어서 왕자에게 진상할 기세였다. 진혁이 피식 웃었다.

「미식 평론을 하고 싶었으면 이번에도 샤와르마를 보여주고 개량하라고 했어야 기준이 생겼을 것 아닙니까.」

「음.」

페드로 쉐프가 무하마드 왕자에게 보이지 않는 뒤쪽에서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무하마드 왕자를 말리려고 했지만 말릴 수 없었다. 이 대회에서 왕자는 가장 큰 투자자이자 미식 전문가였기에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했다.

「낯설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싶기도 했지.」

「이제 그걸 드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진혁이 단언했다.

무하마드 왕자의 조카인 꼬마 라시드가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 왜 샤와르마를 저렇게 만들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걸까요?」

「샤와르마 자체는 그냥 저 고기를 말하는 거니까. 원래 옛날에는 저렇게 접시에 담거나 밥과 함께 볶아 내거나 하기도 했다고 해.」

「흐음……, 그래도 저건 샤와르마가 아닌 것 같아요.」

어린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페드로 쉐프는 슬금슬금 무하마드 왕자의 눈치를 보았다.

‘이쯤 되면 왕자님이 언짢아하셔야 하는데.’

페드로의 추측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쳇.」

무하마드 왕자가 미간을 좁혔다. 그는 지금 요리사들이 만들고 있는 샤와르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기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짜증이 날 뿐이었다.

「페드로 쉐프, 왜 견본 음식을 만들어서 먹이자고 하질 않았나.」

「죄송합니다.」

페드로 쉐프는 변명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당신이 하지 말자고 했잖아 하고 말해봤자 더 노여움을 살 뿐이다. 무하마드 왕자는 아랫사람들에게 너그러웠고 페드로 쉐프를 아꼈다. 하지만 자신의 말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너그럽지 못했다.

예외는 단 한 명뿐이었다.

‘임진혁 쉐프님!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페드로 쉐프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그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진혁이 입을 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건 왜?」

「제 아들 말입니다.」

「……자네 아들? 첫째? 둘째?」

「큰아들이 얼마 전부터 계속 하고 싶어하던 게 있었는데 이제 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게 아니기에 틀렸다고 알려 줬더니 엄청나게 실망을 했습니다.」

무하마드 왕자도 육아를 아예 모르지는 않았다. 세 아내를 두었으며 자식을 여럿 키웠고, 딸과 아들이 십수 명은 되었다. 그는 장성한 장남과 차남을 제일 아꼈다.

「하지만 자네 큰아들은 지금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기잖나? 그 나이 때 아기의 고민이라고 해 봤자 요즘 쪽쪽이가 예전처럼 말랑말랑하지 않아요, 라든가. 엄마가 싫은 당근을 먹여요. 같은 거 아닌가?」

「음, 뭐, 비슷합니다.」

진혁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허공섭물을 할 수 있게 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니었다고 하니까 크게 실망했지. 그런데 그것 때문에 혼자 폐관 수련을 할 줄은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데.’

* * *

“밥 먹어야죠?”

엘리엇이 조심스럽게 불러 보았다. 하지만 책이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

책이는 의자와 침대 역할을 하는 요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대로 눈을 감고서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전부 무시했다.

한 시간이 지났지만, 밥도 먹지 않고 대소변도 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버님께서 이럴 때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이낙호와 엘리엇 조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렇지만 두 시간이 지나자 보육 교사 이낙호가 황미미와 임진혁에게 연락을 했다.

임진혁은 갈 수 없었지만 가까운 사무실에 있었던 황미미가 미팅을 중단하고 장남을 방문했다.

그리고 두 시간이 더 지난 지금, 황미미는 애처롭게 장남을 부르는 중이었다.

“우리 책이, 공부할 시간이에요.”

황미미가 재촉했다.

책이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이럴 때 강제적으로 깨우면 좋지 않다고 했던가?’

기다리다 못한 황미미가 진혁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미]

도대체 책이가 멕시코에 다녀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미미]

왜 애가 수업을 거부해요?

그리고 왜 단식 투쟁을 해요?

[미미]

너무 걱정되네요.

[미미]

지금 벌써 다섯 시간째 굶고 있어요.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 과외도 진행을 못 했어요.

[미미]

우리 애 이러다가 몸이 안 좋아지면 어떡해요.

평소에는 느긋한 황미미가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진혁은 신중하게 답변했다.

[진혁]

지금 책이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대로 두세요.

절대로 건드리지 말고요.

그는 짚이는 것이 있었다.

책이는 위기의 순간 속에서 허공섭물을 깨우쳤다며 엄청나게 기뻐했다.

『그거 아닌데? 허공섭물은 이런 거고. 그건 공기의 흐름을 조종하는 거지.』

하지만 진혁은 그것이 허공섭물이 아님을 지적해 주었다.

『경공에 응용하면 발과 등 뒤를 밀어서 훨씬 더 빨라질 수 있겠다. 밀가루를 가지고 연습해서 더 갈고닦아 봐.』

책이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네놈이 할 수 있는 건데 내가 아직도 못 하다니…….』

『네놈 아니라니까. 아버지~ 해봐, 아버지.』

『흥!』

말투는 건방졌지만, 진혁이 하는 말 자체는 잘 들었다.

‘아무래도 그때 이후로 심상 수련에 들어간 것 같지?’

진혁은 미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진혁]

오해하고 있습니다.

단식 투쟁이 아닙니다.

지금 깨달음을 수습하기 위해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중이니 방해하면 안 됩니다. 방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세요.

‘후우.’

진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어 교육이니 사회 교육이니 하는 것들이 쓸모없이 느껴졌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운기조식을 방해하면서까지 할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미와 좀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괜히 심사 위원 자리를 맡았어.’

진혁은 무하마드 왕자를 힐끔 보았다. 왕자는 지금 대회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싶었다. 진혁도 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일어날까 싶기도 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호의로 심사 위원을 맡은 것이었고, 재미 삼아 나와 있는 것이었다.

지금 미미는 오해를 해서 불안해하고 있었고 책이는 대책이 없었다.

‘쯧.’

책이의 내공 심법은 남궁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정파의 후계자에게만 전수되는 비인부전의 심법으로 안정적이고 내공을 축기하기가 용이했다. 운기조식을 하는 중간에 방해를 받아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종류의 심법이었다.

그러니 지금 외부의 자극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책이의 의지다.

‘사나흘 정도 운기조식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하지만 아내의 인내심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 * *

‘내가 허공섭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책, 아니 남궁소천은 운기조식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운기조식을 하였다. 동생에게 가르치며 시범을 보여야 했고, 자신도 내공을 쌓아야 했다. 그러니 축기와 운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폐관 수련을 하는 마냥 계속해서 운기를 하지는 못했다.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틈틈이 운기조식을 했다. 진혁 말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지 않았다.

즉 미미와 보육교사들이 있을 때는 운기조식을 중단하고 일과에 따랐다.

제 시간에 맞추어 식사도 하고, 운동도 하고, 놀이도 하고, 공부도 했다.

‘참을 만큼 참았지…….’

그는 여태까지 황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서 경제와 사회, 외국어 교육을 받는다는 것에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았다.

남궁가의 소가주로서 비슷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가문의 후계자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들!

하지만 멕시코에 외유를 다녀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사회? 가문의 경영? 어학? 법률?

그런 것들은 생존 이후에나 필요한 일이다.

임책이 평범한 어린아이였다면 납치당해서 인질이 되었을 것이다.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벗어났을 때 그의 신분과 부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마치 남궁가에서 처음으로 무사수행을 하기 위해 강호에 나왔을 때와도 같았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자신보다 더 실력이 떨어지는 자들에게 어이없이 죽을 뻔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무학에 집중하게 내버려 두질 않아…….’

경호원이라 불리는 자들도 실력이 너무나 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판단력도 떨어져서 아이와 여자를 두고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걸까.’

그는 점점 더 내면으로 침잠했다.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내가 나라는 것을 받아들였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동생이 옹알거리는 것도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치졸할까.’

그를 정말로 약오르게 만든 것은 다른 것이었다.

허공섭물을 하지 못하는 것은 괜찮았다.

장풍을 허공섭물처럼 쓴다고 칭찬받은 것도 기뻤다.

일류 고수는 물론이고 절정에 이른 무림인들 대부분이 허공섭물을 사용하지 못한다.

현경의 경지를 초월한 자들 중에서도 허공섭물을 사용하는 자는 극히 일부분.

전대 소림의 장문대사 정도일 것이다.

지금 나이에 허공섭물을 보고서 연습하고 ‘몇 주 후에는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재능이 넘치는 동생이 있었다.

‘혈와수라고 했었나? 마교의 악종이었는데.’

특별히 이름이 알려진 자도 아니었다.

그저 마교의 대주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남궁소천이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면 정사 대전에서 어느 정도 활약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별호까지 기억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은 아니었고.’

남궁소천보다 한참은 무위가 낮았을 것이다.

그는 천마와 호적수 소리를 듣던 무공 천재였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왜 내가 더 뒤떨어지는 거지.’

근본적인 마음은 그것이었다.

호승심.

열등감.

‘처음에는 형제로 태어나서 싫었는데.’

자신과 같은 환생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놀라웠다.

그리고 그 환생자의 정체가 마교의 주구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불쾌했다.

그렇지만 그자가 기억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걸 선택한 후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망설였다. 영혼은 같은 사람일지라도 기억이 없으면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책과 달리 명이는 천진난만했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형인 자신이 운기조식을 하는 걸 보고 따라 했고, 보법 연습도 따라 했다. 자신을 따라 하는 것을 보니 재미가 있어서 계속해서 가르쳤다.

그래, 자신을 따라잡을 때까지는 그랬다.

‘…….’

진혁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명이는 허공섭물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시전할 수 있다고.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

‘왜 네가 나보다 더 실력이 좋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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