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님의 베이커리-606화 (완결) (606/656)

제 606화

진혁의 특수한 능력을 알고 있는 부모가 시선을 교환했다. 임운정이 신중하게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냐, 누가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겠어?”

장은효가 거들었다.

“애기들이 지금은 말도 못 알아듣고, 눈도 못 떴잖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 할 거야.”

진혁은 큰아들의 정수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는 갓 태어난 아들의 몸이 어떤지 살폈다. 당연하게도 임독양맥이 뚫려 있으며 전신 세맥에 원활하게 진기가 소통하고 있었다.

이제 자라나면서 세맥에 탁기가 쌓일 테지만 당장은 너무나도 멀쩡하다.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혁을 보며 뭔가 착각했는지, 어머니가 말을 걸었다.

“원래 쌍둥이 집안에는 쌍둥이가 많이 태어난다고 하잖니? 둘 다 건강해서 다행이야.”

장은효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그래요?”

“그래! 너 때에는 진희가 크고 네가 작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인큐베이터 속에 한 달은 있었어, 얘.”

“그건 몰랐네요.”

간호사가 외쳤다.

“이제 산모님이 올라가실 거예요.”

장은효가 임운정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여보, 우리는 나가요.”

“우리가 왜 나가? 며느리한테 인사하고 가야지.”

“지금 몸도 아프고 힘들 텐데, 제 신랑이랑 둘이 있게 비켜 줍시다.”

임운정이 끌려 나가면서 못내 아쉬운지 계속 아기들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지금 미미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는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장은효가 아직도 촉촉하게 젖어있는 눈으로 윙크를 했다.

“나중에 우리 보고 싶다고 하면 불러. 우리는 요 앞에 카페에서 있을 테니까.”

미미는 반쯤 혼절해서 스트레처 카에 실린 채 병실로 올라왔다.

그녀는 모자동실로 올라온 후에도 한참 동안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진혁은 미미 옆에 앉아 송골송골하니 맺혀 있는 이마의 땀을 닦아 주었다. 창백한 안색에 말라붙은 입술을 보며 진기를 불어 넣어 주기도 했다.

그가 물었다.

“비서하고 팀원들 올라오라고 할까요?”

미미에게 있어서 제일 편한 사람들은 가족처럼 자란 스타일리스트들일 터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있다가요. 애들은요?”

그는 미미의 품안에 아기를 안겨 주었다.

“이 아이가 첫째입니다.”

미미는 전신에 힘이 들어오지 않는 듯 고개만 간신히 끄덕거렸다. 그녀는 큰아들을 안고서 얼굴을 비볐고, 곧이어 둘째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진혁이 말했다.

“벌모세수를 하려고 합니다.”

지쳐 있던 미미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우리 아기로 태어난 시점에서 이미 평범하게 사는 건 틀렸습니다.”

그녀의 눈썹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은은한 미소가 얼굴 전체에 퍼졌다. 미미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이 아이들은 아주 특별하게 자랄 거예요.”

그는 눈을 감았다.

‘두 아기가 다르다면 다른 아기들을 비교해 보면 되지.’

그는 멀리까지 기감을 퍼트려, 아래층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들을 살펴보았다. 전신 세맥이 거의 뚫려 있는 아기도 있었고 반쯤 뚫려 있는 아기도 있었다. 하지만 큰아들처럼 전신이 세맥까지 진기가 완전히 유통되어 있는 아기는 아무도 없었다.

진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큰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그는 소량의 진기가 전신에 요요히 흐르는 것을 관찰했다. 완전히 세맥이 뚫려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단히 건강하다.

진혁이 아내에게 말했다.

“이 아기는 벌모세수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주 건강해요.”

그는 둘째 아들의 몸을 살폈다. 둘째 역시 큰아들과 마찬가지였다.

임독양맥이 타동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며 소소한 진기가 발가락 끝까지 전신에 흘렀다.

“그래요?”

미미가 큰아들의 이마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이 아이가 회사를 물려받게 될 거예요.”

진혁이 둘째 아들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말했다.

“그 애가 회사를 물려받고 싶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미미가 생긋 웃었다.

“갖고 싶게 만들어 줄 거예요.”

“둘째는요?”

그녀가 진갈색 눈동자를 빛내며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회사 경영 따위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믿게 만들어 줄 거예요.”

◈          ◈          ◈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고 똑같이 흘러갔다. 하지만 진혁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미미는 출산한 다음날부터 자택에서 서류를 받아 처리했다.

그녀는 하루도 제대로 쉬지 않고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경영을 하는 데에 힘썼다. 그녀는 처음에는 아기를 유능한 유모와 보육교사에게 맡기려 하였다.

“안 되겠는데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직접 돌보겠습니다.”

유모가 다른 곳을 보는 사이에 둘째 아들이 다른 아기들보다 훨씬 빨리 요람에서 기어 나갔다. 다른 아기들보다 훨씬 힘도 셌다. 결국 걱정 많은 진혁이 아이를 직접 돌보기로 자청했다.

“당분간 제가 집에서 아기를 돌보겠습니다.”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진혁이 집에 머물며 아기를 돌보는 동안에도 가족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임운정은 미미가 설립한 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제과제빵학의 교재를 집필했다.

장은효는 샌드위치 가게를 직원에게 맡기고 책을 썼다. ‘아들을 성공한 사업가로 키우는 법’이라는 양육서였다. 그 책은 자녀 교육에 있어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나름대로 꽤 팔렸다.

<소망 베이커리>는 여전히 성업하고 있었으며 <해와 달>의 매출은 로켓처럼 치솟아 올랐다.

일본 지사와 미국 지사, 중국 지사에서 거액의 수익금이 들어왔다. 평생 동안 일하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필요조차 없었다.

루이스와 마리오 형제, 그리고 임진희는 푸드 팩토리를 전적으로 책임졌다.

진희는 애초에 계획했던 시간이 훌쩍 지났어도 명동 지점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선택했다. 뉴욕 푸드 칼리지의 제과제빵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학업과 경영을 병행하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무하마드 왕자는 요리사들의 미각이 더 예민해지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대신 진혁의 허락을 받아 온라인 미식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미식 평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신청하여 수업을 들었다.

임진혁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일체의 권한을 미미가 대행하도록 조처했다.

그는 두 명의 아이에게 집중했다. 쌍둥이 아들은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이 달랐다. 큰아들은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듯 시큰둥했고 덩치가 컸다. 반면에 둘째 아들은 호기심이 많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만져보려고 하면서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부쩍부쩍 자랐다.

분명히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받칠 수도 없는 어린 아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고개를 들 수 있게 되었다.

직접 몸을 뒤집다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고, 두 발을 짚고서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아, 에, 하는 모음 소리를 내며 옹알이를 계속했다.

진혁은 내내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확신을 가졌다.

그는 임진희에게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은 천재가 분명해.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회의를 위해 서울에 일시 귀국한 임진희는 아기들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너도 고슴도치 아빠가 될 줄은 몰랐네. 원래 자기 자식들은 다 천재처럼 보이는 거야.”

“아니, 얘들은 달라. 정말로 말을 알아듣는다니까? 아빠다~ 하면 알아보고 엄마다~ 하면 알아봐.”

“원래 한두 달만 되어도 자기 엄마 아빠는 당연히 구별해!”

“……그래?”

“그래도 너랑 진짜 닮았다.”

임진희는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아기들을 위해 직접 가져온 선물이었다. 투명한 아크릴 상자 안쪽에는 다양한 색깔의 이유식이 들어 있었다.

“이거 이번에 내놓은 신제품! 푸드 블록 아기 버전이야.”

진혁은 장난감 블록처럼 생긴 이유식 블록을 집어 들었다.

풀어 키운 닭고기를 삶아 소금을 넣지 않고 쪄낸 것, 역시 방목해 키운 양의 갈비살과 스페인의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갈아낸 것, 조와 수수를 섞어 쪄낸 잡곡밥, 신선한 주홍빛 노른자만 골라 삶은 달걀노른자 찜이 있었다.

“이거는 빼자.”

진혁이 잡곡밥을 골라내자 임진희가 물었다.

“왜?”

“알레르기 반응 보려면 한 번에 한 가지씩만 먹어봐야 하잖아. 그런데 이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있으니까. 알면서 왜 그래?”

진혁이 핀잔을 주자 임진희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건 2단계야. 여기 아래쪽에 조랑 수수, 그리고 쌀밥이 따로 있는 이유식이 있어. 그거 먹고 괜찮으면 2단계 이유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지.”

“고마워.”

“아기들이 잘 먹는 이유식이 있으면 알려 줘. 내가 따로 보내줄게.”

“고맙지만 괜찮아. 애들 먹는 건 전부 내가 손수 만들고 있거든.”

임진희가 눈을 크게 뜨며 항의했다.

“뭐? 그러면서 우리 이유식 개발에 레시피를 공유해 주지 않았단 말이야?”

“어? 내가 왜?”

그녀는 눈이 벌개져서 달려들었다.

“아니, 우리가 영아와 유아 대상으로 먹으면서 놀 수 있는 푸드 블록을 개발하는 걸 알고 있었잖아! 네가 만든 레시피 공유해주면 안 돼?! 어차피 네가 만든 회사잖아. 회사가 잘되면 너도 잘되는 거고. 인센티브도 따로 줄게!”

“……알았어, 알았어. 이제 그만 가. 아기들 낮잠 잘 시간이야.”

진혁은 적당한 대가를 받고 타협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라도 아기들의 낮잠 시간이 방해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알았어. 이 팔불출 고슴도치 아빠 놈아. 나 진짜 간다.”

진희를 보내고 나서 그는 다시 아기들을 지켜보았다.

“아-부.”

태어난 지 고작 일 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두 아기 모두 벌써 아장아장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다른 일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회사의 미래라거나 매출, 발전 기획, 새로운 레시피 개발도 뒷전으로 미뤄 두게 되었다. 심지어 지음(知音) 무하마드 왕자가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도 아무것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먹일 이유식을 만들고, 미미에게 하루에 한 번씩 치즈 케이크를 구워 보냈다. 그리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진혁은 아기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큰아들을 안아 올려 요람에 눕히자 아기가 난간을 잡고 일어섰다.

육아 서적에 의하면 12개월이 된 아기는 뭔가를 붙잡고 걸음마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아기들은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혼자 서 있을 수 있으니 당연히 천재지.”

임진희는 진혁을 보고 팔불출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아기들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둘째 아들을 안아 올려 요람에 앉혔다. 오후 2시, 한창 햇살이 따뜻할 무렵이라 창문을 열어 두었다. 창문 너머로 산들바람이 한줄기 불어왔다.

큰아들이 조그마한 손을 내밀어 불어오는 바람을 잡으려는 듯 꼼지락거렸다. 공기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는 모습을 보며 진혁이 감탄했다.

“공기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는구나. 좋은 재질이야. 역시 내 아들들이야.”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둘째아들 역시 난간을 붙잡고 일어섰다. 두 아기 모두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집중해서 진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좋은 걸 보여줄까?”

그는 무심코 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 위로 조그마한 불꽃을 피워 올렸다.

대대로 교주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암천 심법. 그 심법을 극한까지 익힌 자만이 성화(聖火)를 피워낼 수 있다.

삼매진화(三昧眞火)와는 다르다.

일월신교의 교주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들만이 피워낼 수 있는 푸른색 불꽃이다.

이 불꽃을 본 둘째 아들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일월신교의 교주님을 뵙습니다!』

그 모습을 본 큰아들이 또렷한 발음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럴 수가! 설마 악독한 마도의 주구냐?!』

여태까지 혀짤배기 발음으로 옹알이를 하던 아기들이 느닷없이 고대 중국어로 떠들기 시작했다.

『마도의 주구라니?! 네놈은 누구냐!』

둘째 아들이 외치자 큰아들이 소리를 빽 질렀다.

『마교가 세상을 지배한단 말인가!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하는 것인가!』

조그마한 꼬맹이들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다.

크게 놀란 진혁이 둘째 아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누구냐?』

『광폭대주 혈와수입니다』

둘째 아들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큰아들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대 남궁세가의 남궁소천이다아아아!!』

익숙한 이름을 들은 진혁이 이마를 짚었다.

검제라고 불리던 남궁소천은 도산검림과 생사결을 죽기 전까지 무림맹의 맹주였다. 정파의 거두(巨頭)로서 무림 세가들을 연합해 정파 연맹을 이끌었다. 재능이 특출하고 정정당당하며 의리 있는 남자였다.

적이 아니었다면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던 큰아들의 얼굴 위로 과거 자신을 죽이기 위해 덤벼들던 무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귀엽고 올망졸망하니 아내를 닮았다고 생각하던 둘째 아들의 얼굴 위에는 과거 그를 믿고 따르던 부하의 얼굴이 겹쳐졌다.

하늘의 그물은 무한히 펼쳐져 있으며, 그 역시 세상의 섭리 아래에서는 일개 피조물일 뿐이다.

조금 전까지 자신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던 아이들이 아주 낯설어 보였다.

‘그래서 둘 다 어미 뱃속에서부터 기를 쌓고 있었던 거군.’

유난히 영특하며 건강했던 이유는 아기들이 나름대로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안마도, 혈도객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했으니……,’

지금 와서 뒤늦게 수수께끼가 풀렸다.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황미미가 아기들을 위해 아무리 훌륭한 교육을 예비해 두었다고 해도, 이들은 제멋대로 자랄 것이다.

아내가 준비한 부와 권력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갈 터였다.

그가 무공을 가르치거나 가르치지 않거나 상관없이 나름대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무공을 익힐 것이다.

의지를 억누르고 꺾으려 해도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할 것이 분명하다.

‘부모가 아이를 낳았다 해도 아이는 부모와 다른 존재들이다. 일정한 틀에 맞출 수는 없어.’

전신에서 활력이 넘쳤다.

단전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기운이 전신 세맥까지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그가 지켜 주리라 생각했던 아기들은 사실 그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았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그와 아내의 혈육이었다.

“그래, 원래 애들은 부모 마음대로는 되지 않아…….”

두 아기들이 보는 앞에서 진혁은 그대로 가부좌를 하였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새로운 경지가 잡힐 듯 말 듯 눈앞에 보였다.

강대한 양의 진기가 상단전에서부터 시작해 전신 세맥까지 흘러 넘쳤다.

그가 여태까지 짐작도 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지역!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도 확실치 않았던 세상의 끝.

아무리 초식과 무공을 수련해도 닿지 않았던 신화경(神話境)의 경지다.

머리 위에 연꽃이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하며,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아기는 조그마한 눈동자를 크게 뜨고서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평범한 아버지라고 믿었던 자의 머리 위에 말로만 듣던 여덟 송이의 연꽃을 피워 올린 것이다.

『위대하신 교주님……!』

둘째 아들이 요람 위에서 오종종한 무릎을 꿇고 자그마한 이마를 바닥에 갖다 대며 끊임없이 절했다.

반면에 큰아들은 가만히 있었다. 입을 딱 벌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굳어 있는 채였다.

임진혁은 자신의 몸이 구름같이 가벼워지며 점차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놀랍게도 그는 선인계로 승천할 모양이었다.

『아, 안 된다. 육아를 마치기 전에는……』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세속적인 욕망을 떠올리려 애썼다.

‘생각해 보면 애기들은 알아서 잘 클 것 같기도 하고.’

양가감정이 충돌했다. 그는 태풍처럼 전신에 휘몰아치는 강력한 진기를 어떻게든 다스려서 멈추려 했다.

『최소한 아내가 죽기 전에는 현세에 머물러야……』

다음에 또다시 승천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실종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그리고 오른손을 움직였다.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상서로이 서려 있던 무지갯빛 연꽃이 사라지고 진혁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쿵 소리가 들리고, 아래쪽 사무실에서 미미가 뛰어올라 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계단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혁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둘째 아들이 요람을 타고 원숭이처럼 기어 내려와 진혁에게 아장아장 걸어왔다.

『교주니이이임!』

큰아들은 팔짱을 끼고 요람에 앉아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마교의 교주 따위가 우화등선을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황미미가 문을 벌컥 열기 직전에 큰아들은 다시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로 요람에 누웠다. 둘째 아들은 진혁의 앞에 철푸덕 앉아 아기처럼 똘망똘망하게 입을 다물었다.

“여보!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육아실은 평온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비쳐 진혁의 머리카락이 한순간 금빛 광휘처럼 보였다. 미미는 잠깐 눈을 깜빡였다.

한순간 진혁이 무지개 색 안개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다시 눈을 뜨니 남편은 그저 육아실 바닥에 평범하게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진혁은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순간 선계를 엿보았다. 영원한 평온과 고요가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그의 아이와 아내가 없는 곳이었다.

“그래요, 별일 없다니 다행이네요.”

미미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 다시 문을 나섰다. 진혁이 문 너머로 들리지 않게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희들 엄마 앞에서는 휴전이다, 알았지?』

『네, 교주님!』

『……일단 그렇게 하지』

두 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은 방금 전에 진희가 갖다 준 이유식 블록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도, 임진희도 제과제빵은 할 수 있으나 무공은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그의 기술은 사장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무공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장유향은 오리 구이 굽기에만 관심이 있고, 제과제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두 아기 전부 무림의 기술을 알았다. 그렇다면 그가 창안한, 무공을 이용한 제과제빵 기술을 익힐 수 있을 터였다.

진혁이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그가 아기들에게 물었다.

『혹시 밀가루 반죽 놀이에 관심이 있나? 무공을 다루는 숙련도도 늘릴 수 있는데 말이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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