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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의 베이커리-557화 (555/656)

제 557화

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놈답네.」

「그렇죠? 도대체가 얼굴도 다르고 키도 다르지만, 말투만 보면 알죠. 하는 짓 보면 모를 수가 없어요. 영혼에 아주 광안마라고 딱 적혀 있습디다. 절 만나서 오리고기에 대해서 캐묻는데 바로 알겠더라구요. 질문하는 패턴이 바로 그놈이었죠.」

「어쨌거나 이번에는 죽었을 리가 없어. 심장이 멈추고, 완전히 눈 감은 것까지 내가 직접 확인했네.」

진혁이 단언했다. 장유향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께서 확인하셨다고 하면 그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 능구렁이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죠. 다른 사람의 시체를 갖다 놓았을지 또 누가 압니까. 당시에만 해도, 내 네놈을 안다 해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돌아가더니 나중에 사람을 보내더군요. 납치해서 사설 감옥에 사람을 가둬놓고 어떻게 알았느냐며 따지고 드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너무나 익숙한 장소였슴다!」

엉뚱한 소리에 진혁이 반문했다.

「감옥이 반가웠다고?」

「왜, 그 신교 시절에 그놈이 고안한 훈련 시설 있잖습니까. 새끼 암살자들을 어둠 속에 집어넣고 기감을 예민하게 훈련시키는 거요. 거기랑 똑같은 겁니다. 나무로 만든 벽 그리고 무쇠 고리, 무른 흙벽. 전부 금방이라도 부술 수 있을 것처럼 만들었지만 사실은 견고하죠. 그 감옥 모양이 예전 것과 어디 하나 다르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왔을 때, 제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그놈이 직접 달려왔습니다. 울더라구요. 그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사람 안 믿는 놈이 애처럼 징징대면서 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허, 참. 거기서 속아 넘어가면 안 되는 거였습디다!」

장유향이 이를 갈며 말했다. 진혁이 물었다.

「뭘 속였는데?」

「내 오리고기 비법을 알아내려고 갖은 수를 쓰는데, 옛날보다 수법이 더 더러웠슴다.」

「무슨 수를 썼길래?」

「…자세히 말씀드릴 만한 일은 아닙니다.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사실 친구가 아니었다는 말만 해 두지요.」

「아.」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안마는 사람의 욕망을 귀신같이 알아냈다. 돈을 원하는 자에게는 돈을, 명예를 원하는 자에게는 명예를 주었다. 색을 밝히는 자에게는 이성을 제공했다. 자신에게 시간과 돈을 주면 그 어떤 자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광안마가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일월신교의 전대 교주. 그는 천하제일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것은 광안마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과거 도산검림이라 불리던 소교주, 즉 임진혁.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그래서 광안마가 아무리 유혹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혈도객 역시 오직 검림만을 믿고 따랐다. 엄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끼 오리처럼 맹목적으로 검림을 신뢰했기에 광안마가 감언이설로 꼬드기려 해도 속지 않았다.

강호에서는 도리와 가문을 중히 여기며, 가문과 혈연에 대한 배신이 곧 이치에 어긋난 것으로 여겨졌다. 그 시절에도 사람의 약점을 알아내고 파악하여 이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광안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얻어내려 했을 것이다.

자신의 사람을 주변에 깔아두었을 것이 분명하다.

‘고생을 많이 했겠군.’

진혁이 안쓰러워하며 장유향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혁이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광안마가 얼마나 나쁜 녀석인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이놈이 신교의 진리를 널리 퍼트리는 데 관심이 없더라구요. 자신의 부귀영화와 공명을 찾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온갖 사람들을 미혹하며….」

진혁은 횡설수설하는 장유향의 손을 잡았다.

「나와 함께 돌아가지.」

「예?」

「나를 따라오겠나?」

장유향이 감격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다시 한번 납작 엎드리며 절을 했다.

「어디라도 따라가겠습니다.」

무한한 신뢰를 담은 시선을 보고서 진혁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산길을 다시 내려가며 그는 장 노인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자네, 하고 싶은 일은 있나?」

장 노인이 씩씩하게 말했다.

「신교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하찮은 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신교의 부흥보다 자신의 몸을 중히 여기게나.」

「아아…! 귀하신 말씀 감사합니다! 이 늙어 곧 썩어 없어질 노인을 아들처럼 귀하게 여겨 주시는 마음씨.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귀한 마음가짐입니다.」

「그보다 자네 말투 말인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내게 하대를 하는 것이 좋겠어.」

「제가 어찌 감히…!」

「황태명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있을 때에는 내게 공대를 하지 않았네.」

장 노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놈은 원래 그런 놈이구요. 우리가 만두 장수를 할 때도 감히 도련님, 아니 소교주님께 반말을 찍찍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무례를 감히 범할 수는 없지요.」

「…특수 임무를 나갔는데 임무의 역할에 맞는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 더 곤란하지 않은가? 나에게도 현생의 삶이 있으니 말투 정도는 고쳐 주게.」

「감히 아버지의 위엄을 더럽히는 자들이 있습니까?! 제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

진혁은 이마를 짚었다.

「남들 보기에는 새파랗게 어린놈이 어르신을 공경하지 않고 반말을 찍찍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어두침침한 동굴을 빠져나오며 진혁은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다. 장유향이 그간 정성 들여 돌봐 온 동굴은 이곳저곳이 모두 무너져 있었다. 지반 자체가 그리 튼튼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굽이굽이 동굴을 통과하다가 진혁은 또 다른 목제 침대를 마주했다. 이곳에 있는 침대는 조금 더 실력이 나아진 후에 만든 것으로 보였다. 최고급 라텍스 매트리스와 비단 침구는 동일했다.

「…보금자리를 무너뜨려서 미안하네.」

진혁이 뒤늦게 사과했다. 장유향이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께서 가시는 길에 어찌 아들이 무어라 토를 달겠습니까. 다만 이곳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세탁을 전부 손으로 해야 하는 게 걱정될 뿐입니다.」

진혁이 장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구를 이끌고 천천히 걷고 있던 장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제가 이곳에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나, 주군께서는 마음껏 사용하십시오. 대업에 일말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노복이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살았나?」

「재배한 약초를 넘겨 주면서 돈을 받아서, 그것으로 목재를 사서 하나씩 하나씩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매트리스는 어떻게 가져왔고?」

「믿을만한 녀석이 있습니다. 그놈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서 가져다주었습니다.」

「호오, 믿을만한 녀석이라.」

「그래도 사람 일이란 모르니, 그 녀석에게도 이 장소는 비밀로 했습니다. 어디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찾아오시다니 주군께서는 참으로 영명하시며….」

독재자를 찬양하는 것과도 같은 지나친 칭찬의 말에 진혁이 질색했다.

「정말로 말투를 바꿀 생각이 없나? 내 지시라고 해도?」

「삼가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투를 바꾸라는 거지.」

산기슭의 입구까지 도착하는 데에도 한참 걸렸다. 진혁은 빠르게 걸을 수 있었지만, 장유향의 걸음걸이가 느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노복이 느려 발을 잡는군요. 저를 버리고 가셔도 됩니다.」

「두고 갈 일은 없으니 걱정 말고.」

진혁은 위성 전화기를 꺼내 들어 확인했다. 미리 불러 놓은 차가 얼추 도착할 무렵이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불빛을 밝히며 저 멀리 초원에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르릉거리는 엔진음이 들릴 무렵 장 노인이 말했다.

「언제 부르신 겁니까? 이 동굴 내에서는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을 텐데요.」

「아, 이건 특수 제작한 군용 위성 전화라네. 그래서 연락을 할 수 있어.」

「호오….」

호기심 어린 눈을 보고서 진혁이 말했다.

「…자네 것도 하나 사 주겠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 말투 좀 집어치우고.」

‘이놈이 놀리는 건가?’

진혁이 성질을 냈다. 장유향이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 만에 만난 주군인데요, 어찌 감히 하대를 하겠습니까.」

「다른 사람 앞에서만 신경 써 줘.」

「물론입니다.」

장 노인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장유향, 나이를 폼으로 먹은 것이 아닙니다. 주군이 원하시는 대로 시행하겠슴다.」

◈          ◈          ◈

「장 어르신!」

운전기사가 장유향을 반겼다. 그리고 난 다음에 진혁을 보고 꾸벅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CEO님, 어서 오십시오.」

장유향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당연히 나 말고 주, 아니 CEO님에게 먼저 인사를 해야 하지 않나?」

「예에?」

운전기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일단 공항으로 가주십시오. 장 어르신, 원래 사시는 곳은 어딥니까?」

「어르신이라니 당치도 않습-.」

진혁은 장유향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세게 찌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 노인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으으윽….」

‘이런.’

장 노인의 상태를 들여다본 진혁이 혀를 찼다.

흉곽의 가장 아랫부분에 아주 살짝 실금이 갔다. 근육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예전에는 한 대 때려도 튼튼하던 녀석이지만, 지금은 콩나물보다 더 연약할 뿐이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장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운전기사가 황급히 장유향을 부축했다. 진혁은 맞은편에서 부축하여 차 뒷좌석에 앉게끔 했다. 장 노인은 옆구리를 붙잡고 앓는 소리만 내며 말도 못 했다.

운전기사가 운전석에 앉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당장 병원에 가겠습니다.」

진혁은 장유향의 등에 손을 대 진기를 불어넣었다. 장유향은 곧 통증이 가시고 호흡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장 노인이 신음처럼 말을 내뱉었다.

「아니, 괜찮네.」

「어르신! 방금 전에 심장 마비? 같은 게 온 게 아닙니까? 이제 나이도 있는데 건강을 생각하셔야지요.」

진혁이 말했다.

「일단 공항으로 가주게.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큰 병원에 가서 하는 것이 좋겠지.」

그는 메시지를 통해 황미미에게 연락했다. 그녀가 곧 비행기를 대기시켰다고 연락해 왔다. 비행기를 타고 상해의 공항에 도착해 황 그룹이 운영하는 병원에 도착하는 데까지 여덟 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리고 장유향은 황 그룹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황 그룹의 문양이 새겨진 비행기에 타면서부터 눈알이 휘둥그레져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진혁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혹시 황 그룹을 물려받으신 겁니까? 그놈이 느지막이 귀하게 본 외동아들 놈이 하나 있을 텐데요. 그 아들은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그 아들은 지금 자신의 장인어른이다.

막대한 권력과 금력을 상속받은 딸과 사위를 질투하며 권력 다툼을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사고를 당해 침대에 누워 있다.

진혁 자신이 그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병환으로 침대에 누워 있네.」

짧은 설명을 듣고서 장유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녀석의 핏줄이니 피를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신 거군요.」

정확히는 아내가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 여겨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

-띠링.

황미미가 메시지를 보냈다. 상해 공항에 마중을 나오겠다는 소식이었다.

‘더 늦기 전에 말해야겠다.’

진혁이 입을 뗐다.

「내가 황 그룹의 비행기를 이용하는 데에는 사정이 있는데.」

황 그룹의 현재 CEO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막 하려는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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